각종 마라톤대회때 참석해 받은 번호표로 유니폼을 장식, 눈길을 끈 강영구씨. / 김성효기자
○…"철인 3종으로 다진 체력 아입니까."
2004 부산하프마라톤에 '레드데블스 철인클럽' 회원 30명이 모두 완주에 성공해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20명이 하프코스 결승점을 통과했고 9명은 10㎞를 뛰었다. 건강코스(5㎞)에 도전한 40대 여성회원도 30분대의 기록으로 완주해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철인클럽이 7개월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완주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말 그대로 '철인'에 도전하는 혹독한 훈련 때문. 수영은 매일 기본이고 일주일에 서너번 3㎞가 넘는 태종대 순환도로를 5, 6바퀴씩 뛴다. 매주 100㎞에 가까운 사이클 타기도 빼놓을 수 없는 훈련이다.
이들의 목표는 회원 모두가 '철인' 칭호를 따는 것. 수영(3.8㎞)-사이클(180㎞)-마라톤(42.195㎞)을 17시간내에 통과해야만 '철인'으로 공인받을 수 있다. 이정원(49·부산 사상구 학장동) 회장은 "다대포는 자연풍광이 아름다워 마치 소풍 나온 기분으로 뛰었다"며 "내달 13일 통영에서 열리는 트라이애슬론에 출전해 인간한계에 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자 10㎞에 참가한 강영구(58·부산 사상구 엄궁동)씨는 자신의 유니폼을 그동안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서 모아둔 번호표 10여개로 장식, 눈길을 모았다. 강씨는 "지난 1988년부터 각종 대회에 참가해 메달과 번호표가 집에 쌓여 있다"며 "이번 대회 참가자들의 시선도 끌고 옛 추억도 되살리기 위해 번호표를 유니폼에 부착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강씨는 완주후 대회본부측에 '인기상'이나 '특별상'을 달라고 애원(?)해 진행요원들을 난감하게 했다. 강씨가 주장하는 수상근거는 국제신문 주최 마라톤대회에 한번도 빠짐없이 출전해 받은 번호표를 꿰맨 러닝복을 입고 달렸고 다른 마라토너들이 옷을 보고 즐거워했다는 것. 알고 보니 강씨는 1996년부터 3년동안 부산사회체육센터 부회장을 역임했던 부산체육계의 원로였다.
"내년 대회부터는 인기상도 마련하도록 검토하겠다"며 강씨를 달랜 대회 본부측은 "그래도 매년 대회를 찾아주는 단골손님"이라고 웃었다.
철인3종경기 클럽 '레드데블스 철인클럽' 회원들이 출전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성효기자 kimsh@kookje.co.kr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많이 내려가자 주최측에서 마련한 따뜻한 국밥이 참가자들에게 단연 인기. 새마을 부녀회 사하지구에서 준비한 500여그릇의 국밥은 점심시간이 채 되기도 전인 오전 11시30분께 거의 동나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어 식당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국민적인 스포츠로 떠오른 마라톤의 인기가 이번 대회에서도 참가자들의 유니폼에서 드러났다. '영산대마라톤클럽' '현대상선' '해운대 달사모' 등 참가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속한 동호인 유니폼을 입고 달려 달리기의 저변을 실감케 했다.
○…안전마라톤을 위해 이번 대회를 지켰던 '부산 1339응급의료정보센터'가 빗속에서도 진가를 발휘,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남자 10㎞에 참가했던 성모(60)씨가 5㎞지점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급히 다대포해수욕장 응급센터 본부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고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성씨는 응급센터에 도착했을 때 호흡이 멎었을 만큼 위기 상황이었지만 응급의학과 정진우 전문의와 배석주 교육홍보팀장이 인공호흡을 실시하고 산소를 투여, 30여분 만에 정상을 회복했다.
○…부산 사하, 강서 경찰서와 소방서를 비롯해 다대고, 다대청년회, 다대부녀회, 사하구 해병전우회, 사하구 모범운전자회도 이번 대회 자원봉사에 나서 교통 질서와 운영을 도와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대회후에는 참가자들이 주최측에서 나눠준 비옷과 음식물 쓰레기 등을 행사장에 버리지 않고 각자 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져가는 등 높은 시민의식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