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 어디를 가든 가야됩니다.
일요일 날 집에 있으면 외롭고 슬프고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후다다닥 퍼뜩 뜨거운 물만 1병 챙겨서 집을 나왔습니다.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들로 갈까?
어디로 갔다 와야 나의 마음이 외롭지 않고, 슬프지 않고, 허전하지 않을까?
"어디를 가든 기운이 있어야 되니 일단 밥부터 챙겨먹고 다시 생각해보자"
그리하여 우리 집에서 가까운 돼지국밥집에 가서 돼지국밥을 한 그릇 먹고,
거기서 가장 가까운 곳 '부산 이기대도시자연공원'으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기대로 향하여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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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타고 약 10분정도 와서 이기대도시자연공원입구에 내렸습니다.
처음 오는 것도 아닌데 올 때마다 이 길인가 저 길인가 어리벙벙,
10분을 타든 1시간을 타든 차만 탔다 내리면 통 육지에 적응이 안 됩니다.
어느 쪽이 동쪽이고 어느 쪽이 북쪽인지 도대체 방향감각이 없어요.
선채로 한 바퀴 휘잉 둘러보니 '이기대도시자연공원'이라 새겨진 큰 비석이 보입니다.
"아! 맞다, 저쪽이다 저쪽, 저기 저 비석 뒤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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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건너 '용호동'임을 알리는 용호여장군, 용호대장군이 턱 버티고 서있는 장승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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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사 경비실 앞 맨드라미화단을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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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빨강 열매가 오지게도 붙은 울타리를 끼고 아스팔트길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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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록위에 곱게 물든 단풍이 살포시 내려 앉아 있네요.
참 예쁘지요?
제일 먼저 봄을 알리며 거리를 환하게 만들었던 벚꽃나무 잎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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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이 우거진 산속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라는 소설의 감동이 커서 그런가,
소나무에 땍 올라붙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담쟁이넝쿨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그 아래 왼쪽에 까만 열매가 보이지요, 저 열매는 오리목나무 열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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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이라 갈비가 아주 많아요.
옛날, 가스렌지가 나오기 전에는 갈비가 저렇게 바닥에 남아 있을 새가 없었는데,
참 세상 살기 많이 편해졌습니다.
갈비로 불살개하고 갈비로 밥해먹던 시절이 옛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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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색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지요.
오늘 제가 걸어가는 이 길이 바로 흙색입니다.
자세히 한번 봐 보세요.
붉은 색도 검은 색도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 흙입니다.
이것이 바로 흙색깔입니다.
전 오늘 이 순수 흙을 밟으며 이기대에서 제일 높은 산 장자산을 둘러
부산의 갈맷길(1.해운대 삼포길, 2.이기대 길, 3.영도 절영해안길, 4.가덕도 둘레길,
4.백양산 숲길, 5.송도 볼래길, 6.일광 테마 임도) 중 하나인 이기대 길을 걸을 것입니다.
아직도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망설이는 분계시면 벌떡 일어나 저를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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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의 주 나무는 소나무에요.
키가 큰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습니다.
봄에 한창 물이 오를 때 올라오면 솔솔 솔내음이 얼마나 상큼한지 몰라요.
머리가 많이 복잡할 때 이 솔숲에 와서 잠시 쉬었다 가면 대번에 머리가 맑아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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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도 달렸습니다. 조롱조롱 총총.
'둘도 많다 두 집 걸러 하나만 낳자'라는 표어가 붙었던 우리시대의 사람 같았으면 놀림감입니다.
놀림이 다 뭡니까, 아예 인간대우를 못 받았지요.
특히 공무원들은 절대 둘 이상 낳으면 큰일났습니다.
일반 직장에서도 둘째까지만 의료보험이며 학자금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요,
딸만 둘을 낳은 집에서는 딴 여자에게서 아들을 보기도 했지요.
그것으로 인해 가정파탄도 많았고, 사회적 갈등도 많았답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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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이렇게 예쁜 꽃들이 참 많아요.
머위털 꽃이라 했던가, 털머위 꽃이라 했던가?
꽃도 맞고 머위도 맞는데 그 털이란 글자가 앞에 붙었든가 뒤에 붙었든가 통 기억이 안 납니다.
하여튼 늦가을 새파란 이파리에 노오란 꽃이 참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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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상징 국화는 길목마다 다 있어요.
노란색과 자주색의 국화가 공원주변에 활짝 피었습니다.
정말 예뻐요.
이런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걷는 길은 마음도 아름답습니다.
외롭거나 슬프거나 허전해 할 여가가 없어요.
그저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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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에서 바닷가 해안 길로 내려왔습니다.
걷기 운동 붐이 일어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걷는지,
해안 길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무튀튀하게 죽어가는 늦가을에 알록달록 살아서 움직이는 인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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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넓은 바위 위에는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으며 도란도란,
행복이 따로 있나요, 이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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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의 바위들은 거의 다 넓어요.
보는 바와 같이 바위가 얼마나 넓은지 부산시민 다 모여도 비좁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 바위 끝에 사람들 보이지요?
저 사람들은 더 먼 바다건너의 바다까지 보려고 산길을 내려가 자갈밭을 지나서 저기까지
건너간 겁니다.
아직까지 기운도 쌩쌩하고 호기심도 많은 사람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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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뾰족뾰족 튀어나온 바위에 알록달록 점들이 보이지요?
저 점들은 낚시꾼들입니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특히 부산 사람들은 낚시를 좋아하고 잘합니다.
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고, 날 때부터 바다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겁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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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유람선은 미포에서 출발하여 해운대, 광안리, 이기대, 태종대, 오륙도를 둘러
부산 앞 바다를 한 바퀴 빙 돌아요.
유람선의 색깔은 빨간색과 노란색 두 가지가 있고요,
저 유람선을 타면 선장님의 구수한 부산안내와 함께 부산을 다 둘러볼 수 있어요.
한번 타 보세요. 속이 시원합니다.
얼마나 기분이 맑아지는지 하늘로 훨훨 날아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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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푸른 바다 부산 앞 바다에서는 요트도 신이 났습니다.
바다의 도시 부산 같은 곳에서만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는 놀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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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낚시꾼들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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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비가 오면 미끄럽고 좁아서 신경을 좀 써야 했던 길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목재를 깔아서 아주 걷기편한 길로 만들어 놓았어요.
그러나 전 불만입니다.
경사가 있거나 위험한 길은 아니기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절대 미끄러지지 않는 길인데,
이렇게 목재를 깔아 놓는 바람에 폭신폭신하고 쫀득쫀득한 흙은 밟아볼 수가 없어요.
털컬털컹 빈 나무 소리가 나는 이 길만을 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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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들어 죽어버린 풀숲에는 예쁜 꽃들이 참 많아요.
가을꽃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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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름 모를 풀도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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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부산의 명물 광안대교가 보이네요.
동백섬, 누리마루, 달맞이 고개도 보이는데 안개가 끼어 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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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출렁 출렁다리를 건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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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구경도 하고, 사람구경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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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는 것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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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막사도 삐꿈 들여다보고,
무슨 짐승같이 생겼는데, 하여튼 해녀막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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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배가 무슨 배인지 알지요.
범선이랍니다 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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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바위, 푸른 물을 보며 이 생각, 저 생각,
골치 아픈 것들은 모두 저 바다에 확 던져버렸습니다.
훠이훠이 물러가라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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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계속 걸어서 이기대 어울마당 해맞이 광장까지 왔습니다.
이 광장은 새해 해맞이로 유명합니다. 동해 정동진이나 추암 못지않아요.
이 넓은 광장에 발 디딜 틈이 없답니다. 굉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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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내가 가까워졌나 봐요, 광안대교가 더 크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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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걸어 온 길입니다.
이기대는 부산시내와 가까이 있는 바다로서
물이 맑고 고기가 잘 낚이며 쉼터가 많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에요.
봄에는 장자산 정자그늘에, 여름에는 해수욕, 가을에는 걷기, 신년에는 해맞이 등
사철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랍니다.
경치는 보통, 사진이 실제보다 더 좋은데 이기대는 그렇지가 않아요.
사진보다 실제 와서 보는 경치가 더 좋아요.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많은 여러분, 부산 '이기대 길'을 한번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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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는 푸른 바다와 넓은 바위가 특징입니다.
바다만큼이나 넓은 바위가 군데군데 놓여 있어요.
바위마다 농바위니 치마바위니 하면서 이름이 다 있었지만,
제 눈에는 전부 넓은 마당바위로만 보였어요.
그래서 바위이름 같은 건 외우려고 생각도 않고 무조건 마당바위라고 불렀어요.
그래도 이름은 바로 알고 바로 불러주어야 한다고요?
아까 바다를 보고 말했습니다. 골치 아픈 건 아예 생각조차도 말아버리기로.
그렇게 또 해는 지고, 산을 오르고 해안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갑니다.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이 되기를 기도하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갑니다.
첫댓글 나나님.요즘은 산행 보다는 걷기를 자주 하곤 한답니다...
어제는 영도 해안 절영로를 걷고 왔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혼났네요~!
3월달엔 이기대 해안둘레길이 너무 좋아서 두번씩이나 갔었답니다..
늘 나나님의 후기글에 매료되가고 있답니다.ㅎㅎ
늘 감쏴요~~~^^*
좋은 곳엘 다녀오셨네요.
해변길이 아름답긴한데 나무그늘이 없어서 조금 아쉽지요.
아이구, 그런 곳엘 다녀오셨으면 사진도 좀 올리고 자랑도 하고 그래야지,
그래야 몰라서 못가는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지요.
오늘은 또 좀 춥네요, 감기 걸리지 않도록 하시고 자주 들려주세요.
저의 글에 매료? 아무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