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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환스님/동국대 도서관장 |
강의실에 들어가 보면 안다. 어떤 학생이 모범생인가를. 우선 제일 앞자리에 앉는 학생이다. 그리고 질문을 자주 한다. 또한 끊임없이 노트필기를 하는 사람이다.
불자들이 법문을 듣는 자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법사 스님은 법상에서 내려다보면 다 보인다. 청중들이 머리로 듣는지, 귀로 듣는지, 마음으로 듣고 있는지. 마음으로 듣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눈빛과 손짓이 달라진다. 행동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 쟁탈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서로 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듣는 데는 익숙하지가 않다. 리액션이 전혀 없다. 외국 사람들이 훨씬 더 잘 듣는다. 즉 맞장구를 적절하게 잘 쳐준다는 뜻이다. 외국 정상들의 의회연설을 보면 수십 번의 기립박수를 아낌없이 보낸다. 우리는 음악회에서 기립박수라도 보내려고 일어설라치면 뒤에서 안 보인다고 앉으라며 소리까지 지른다.
법문을 들을 때도 그렇다. 잘 들었다고 표현하는 게 잘 듣는 태도이다. 내용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진심으로 박수를 치고, 수긍가는 말이면 고개를 끄덕이고, 기억하고 싶은 좋은 내용이면 메모하고, 우스운 대목이면 마음껏 크게 웃고, 감동받아 눈물이 나면 그냥 울면 된다. 그러는 가운데 자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도 생각해 보고, 그동안의 삶도 되돌아보면 되는 것이다. 어려울 게 없다. 법문을 잘 듣는 것도 실력이다.
가령 산사음악회에서 초청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 청중들이 앵콜이나 브라보를 외치고 ‘최~고’라고 하며 기립박수를 치면, 한 곡하고 들어 가려다가도 시간 초과하면서까지 서너 곡을 더 부르고 들어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불자들이 법문을 열심히 듣고 있다는 ‘관심’과 ‘반응’을 보일 때 더 좋은 법문을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