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의 남편(비익연리比翼連理)
ㅡ.문정희시인의 <나의 아내>에 대한 화답시ㅡ
인묵/김형식
나에게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름날 구리빛으로 익은 변강쇠 같은 남편
꼭 껴안고 자고 나면 자기의 씨를 내 몸 속에 심어 당신의 손을 잇게 해 주는 남편
내가 알뜰하게 살림 살면
월급봉투 내밀며 고마워 하고
친정나들이 할 때나 동창 모임이 있을 때 용돈 넉넉히 주며 베풀고 오라는 남편
또 책을 보거나
서제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면
차 한잔 들고와 과일을 깎아 주는 남편 언제나 마음을 들여다 보라며 가끔 내 거울을 닦아주고 늘 아내를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는
내 소유의 하늘
당당한 우리 집안의 태양
나를 어머니로 할머니로 만들어 주고 두 성씨 하나로 이어주는 연리지連理枝 남편
전설속을 날고 있는 새 한마리 처럼 아무도 본적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존재를 마주 보고 있는 비익조比翼鳥 같은
오오, 나에게도 그런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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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내
문정희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 잔을 끓여다 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 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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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連理枝):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하나로 합쳐진 나무.
* 비익조(比翼鳥): 눈과 날개가 하나인 전설 속의 새.
*비익연리(比翼連理): 부부간의 사랑을 비유하는 말로 비익조와 연리지의 합성어
1).씻김굿
ㅡ조국, 6월의 영령(英靈)들께 받침 ㅡ
인묵/김형식
(나무야 나무야 /
나무 나무 나무야/
나무불이나 길이나 닦세)
말짱 좋은 달
6.25 그날이 오면
팔도강산이 신열이 나
서럽고 애달픈 달이 구름속에 뜨네
전란의 슬픈 악몽 안고 떠나지 못한 넋이여 피아골에 주인잃은 녹쓴 철모는 삭어 가는데 부모형제 처자식 잊지 못해 떠나지 못하는가 이제는 떠나야지
오늘 밤 굿판벌려 매듭 풀어 천도코자하니 훠이 훠이 훠어이 떠나가시게나
(나무야 나무야 /
나무 나무 나무야/
나무불이나 길이나 닦세)
불쌍타 불쌍해 6월의 영령들이여
(춘일은 원약하고
/ 하월은 동령한데
/ 청림녹엽이 만발하니
정처 찾아 쉬어를 가시오
나무야 나무야/
나무불이나 길이나 닦세)
조정래는 태백산맥에 그 슬픔 모다 담아 소지 했건만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떠나지 못하는가
(나무야 나무야 /나무불이나 길이나 닦세/ 한고부 가시다가/ 백노홍강 녹수일랑/ 원앙한쌍이 있었거든/ 새왕길이나 물어서 가소)
바람아 텃바람아
안개향불 피워 올려 진혼곡이나 불러보소 전쟁터, 이땅지키다가 객사한 원혼들이여 어서들 오게 어서 오소 (우리나라 이씨왕은 춘추명절 달랬어도/염라대왕을 못달래고 /화타와 평작이는 약이 없어 죽었으며/공자씨 맹자씨는 글을 몰라 죽었던가)
산딸나무 하이얀꽃아 넘실 넘실 나빌러라 (어와 청춘 소년들아 홍안을 자랑말소/어제청춘 오늘 백발 그아니 가련한가)
4.27판문점 선언
등돌린 남과북이 하나로,통일로 가자하네
(당대에 일등미색 곱다고 뻐기지 말게 /서산에 지는 해는 누기라서 금지하며/창해유수 흐르는물/ 다시보기 어려울세)
6.12 싱가포르 북미 선언
냉전 끝낸 평화의 메시지
(불쌍하신 망제씨 /아차 한번가게 되면 /백골난망 넋이되야/ 혼자 슬피 울음 울면/그도조차 서러울제)
쑥꾹새 핏꾹 핏꾹 뻐꾹채로 울어
그것도 70년을 산을 넘고 이어 넘어 핏덩어리로 울었던가
(일신봉천 재불제천/상수설법 도제중에/백마나 권속 거느리고/ 명이나 명수 앞세우소/평등지옥을 면하소사/사제왕은 제사 오관대왕)
훠이훠이 훠어이 나빌러서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자
이제모두 다 잊어 버리고 극낙정토로 어서 떠나시게
(일신봉천제불/상수설법 도제중에/
태산지속을 면하소사/ 불쌍하신 6월망자/이차지 천근을 여웁시다/일원에 천근 월월에 천근/야호문전에 득수지라/천근이야 천근이야)
훠이훠이 훠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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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례의 진도씻김굿 사설,
길닦음. 넋을리기. 희설에 운을 맞추다
*채정례(1925~):무녀.진도 씻김굿 무형문화제 제72호
진도의 마지막 당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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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필명: 인묵(印默). 시인. 문학평론가 <불교문학>시부문등단,
<한강문학>평론 등단
애지문학회 회원. 국제PEN, 한국문인협회 회원.시서울 월간문학상 선정위원장.
고흥문학회 초대회장,
송파문협 이사.한강문학 편집이사.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 지도위원, 한국불아문회 부회장,시성한하운 주간 역임.
한국 청소년 문학대상.
(사)한국 창작문학상
시집《그림자, 하늘을 품다》 《오계의 대화《광화문 솟대》《글, 그 씨앗의 노래》.《인두금(人頭琴)의 소리》.《성탄절에 108배》 외 계월간 동인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