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임석제(林奭濟)의 작품을 통해 본 그 때 그시절

[이화백]

사진이  안보인다해서 다시 올립니다​​​

사진작가 임석제(林奭濟)의 작품을 통해 본 그 때 그시절

임석제(林奭濟.1918∼1994)

1. 임석제 [한국사진 110년 작가列傳]- 조두석 기자

  산문에서도 발군이었던 시인 김수영은 해방, 6.25이후 60년대까지 당시 문단 내부에 자리한 미묘한 심리의 저변에 대해 주목할만한 증언을 남기고 있다. “알맹이는 다 이북가고 여기 남은 것은 다 찌꺼기뿐야, 하는 말을 나는 과거에 여러번 들었고, 나 자신도 했다. 이 이상의 모욕이 어디 있겠는가, 하고 나는 언제인가 (소설가)최정희씨한테 술을 마시고 몹시 주정을 한 일이 있었지만….” (61년 발표 ‘내가 생각하는 시의 뉴프런티어’) 한다하는 문인들이 납·월북된 이후 문단에 남아있던 상대적인 劣敗感(열패감)을 ‘모욕’이라고까지 언급하고 있어 흥미롭다.

소설가 이호철은 최근 펴낸 단행본 ‘문단골 이야기’(영림카디날)에서 바로 이 글을 재인용하면서 당시의 문단내 콤플렉스에 대해 냉소에 가까운 가장 당당한 반론을 제기한다.

  “지금 이 시점에 서서 돌아보면 그때 ‘찌꺼기’가 아니라 문단의 소위 ‘알짜배기’들로 월북했던 축들은 거개가 ‘저 잘난 멋’으로 사는 경박재사들로 보인다. 그나마 태반은 그 세상에서도 ‘잘난 체’하다가 처형당하거나, 살아 남았더라도 하나같이 권력의 시녀로 떨어져 나갔다.”

중요한 것은 사진계의 경우도 이런 ‘근거 희박한 콤플렉스’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6.25 당시 동아일보 사진부장 백남선과 서울 명동에서 사진재료상 ‘문진양행’을 운영하며 잡지 ‘사진문화’를 발행하던 사진계의 큰 손 이동호 등이 납북되고, 사진계의 이론가 이태웅, 작가 김진수 등이 북쪽을 선택했다.

  지금도 사진계에는 쟁쟁했던 그들이 ‘알맹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열등감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 ‘아니올시다’라며 당당한 반론을 제기해볼 수 있는 탁월한 작품을 해방직후와 50년대 초에 남긴 대표적 작가가 바로 林奭濟(임석제.1918∼1994)이다.

  해방이후 첫 사진 개인전으로 기록되던 제1회 예술사진전을 1948년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화랑에서 가진 작가 임석제. 그가 근·현대 사진사에 기여한 것은 ‘근로현장의 리얼리즘 사진 세계’로 요약된다. 그 리얼리즘 세계는 사회주의의 문예이론으로 등장했다가 이내 악취를 풍기는 不妊(불임)의 이데올로기로 전락했던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선명하게 구분된다. 평안북도 정주출생인 임석제의 삶의 이력은 영업사진과 보도사진 중심으로 전개된 초창기 사진사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1918년생. 중농가의 다섯번째 아들. 신의주 고읍공립보통학교 졸업 후 김복진 문석오씨 밑에서 수개월간 조각 수업. 서울 한영중을 졸업한뒤 1934년 진남포의 영업사진관 ‘이카리아’에서 초상사진 수업. 와세다대학 전문부 교외학생으로 3년 수업중 사진활동. 해방후 영자신문 ‘서울타임즈’에서 사진부장으로 근무. 6.25중 부산으로 철수한 국립박물관의 유물 촬영작업. 1952년 부산에서 임응식씨와 함께 사진단체 ‘한국사진작가협회’조직. 50년대 중반이후 산악사진으로 ‘개종’.

  사진계에 전혀 새로운 소재를 소화해낸 그의 리얼리즘 작품의 핵심은 아무래도 ‘수입식량’‘반출’등 39점이 출품됐던 1948년 동화백화점의 첫 개인전 출품작을 중심으로 언급돼야 한다. 인천부두 하역장에서 작업중인 인부 등 기층의 근로자들을 주로 포착한 사진들은 사진사적으로는 ‘50년대 리얼리즘의 첫 단추이자, 새로운 예술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당시의 전시회 평을 그대로 옮긴다.

  “8.15이후 사진작가들의 의식과 노력은 새로운 방향을 지향해 불타올랐다. 일제가 남기고 간 사진예술에 대한 애매한 정의를 용감히 부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작가적 양심에 각성하였기 때문이다. 임군의 작품을 보면 그가 과거의 태도, 즉 섬세하고 감각적인 낭만적 분위기를 탈피하고 리얼리즘에 살려는 고민과 태도가 보인다.”

​임석제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수입식량’을 살펴보자. 1947년 인천부두 하역장에서 웃통을 드러냈거나 아예 벗어붙인 젊은 인부들이 배로 막 도착한 식량부대를 대기중인 트럭 위로 실어 나르고 있다. 한 여름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한 점, 역광에 가까운 斜光(사광)을 선택해 윤곽이 뚜렷하다. 화면이 갖고 있는 역동성은 배꼽 아래서 위로 치켜올린 앵글 때문에 성공적이다. 이 점은 1920년대 이후 옛 소련의 구성주의자들이 노동현장의 신성함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치켜올린 앵글’을 즐긴 것과 비교된다.

  반면, 같은 현장에서 잡은 작품 ‘부두에서’는 종아리를 걷어붙인 한가한 모습으로 마차 위에 걸터앉은 인부의 모습이 상당 부분 서정적 분위기라서 다양한 앵글실험이 엿보인다. 그가 산악사진으로 ‘개종’하기 직전 주로 탄광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들인 ‘입갱 전의 광부’(1955년) ‘탄광광부’(1953년)등도 근로현장을 담고 있다.

당시의 걸작 가운데 하나는 ‘영월발전소’. 그가 즐겨 사용하는 35㎜ 광각렌즈로 잡은 이 작품은 발전소의 거대한 터빈과 검은 연기가 무럭무럭 나는 굴뚝의 장관을 과감하게 잡았고, 보기 드물게 모더니티에 접근하고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은 ‘국내 사진에 유례가 드문 新(신)즉물주의에 근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평가돼야 한다. 공장, 다리 등 역사적 건축물들이 갖고 있는 기계적인 미학을 담아낸 新즉물주의는 이 사조를 대표하는 유명작가들인 베르너 만츠, 알베르트 렝거 파치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아직도 생명력을 갖고있는 임석제의 사진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이었다. 당시 사진등용문으로 유명했던 ‘경성일보’주최 전조선사진연맹전(1932∼43년)등 공모전의 주류를 이뤘던 일제하 사진들과는 소재와 앵글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임석제는 사진사에서 ‘자생적 리얼리즘의 개척자’로 평가된다.

  당시 孃횬?유명 사진가로 통했던 그는 1953년 부산 부민관 대통령관저에서 ‘어린이 음악대’멤버들에 둘러싸인 이승만박사의 행사사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 소공동의 황폐한 모습, 서양화가 길진섭의 초상 등 다양한 사진을 남겼다.

그중 기록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는 1948년 美·蘇(미·소)공동위원회 개최 축하연주회 사진이 있다. 태극기 양쪽으로 성조기와 소련국기가 나란히 걸린 무대에서의 피아노 협연을 잡은 이 사진은 흥미로운 시대상의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리얼리즘은 한계를 갖고 있다. 그의 리얼리즘은 ‘규범적 리얼리즘’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평론가 박주석)이 그것이다.

사실 임석제의 현장은 당시 사회가 무력한 모습의 노동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다분히 ‘선택된 리얼리즘’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즉 어떤 상황을 설정해놓고 여기에 모든 사물을 대입시켜놓은 리얼리즘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그의 현장은 현장 속에 밀착해 있다기보다는 한 걸음 뒷걸음쳐서 바라다보는 것이라는 지적도 해두어야 한다.

  만년의 임석제는 생전에 자신이 리얼리즘사진을 개척한 작가라는 점을 자부심 섞어 토로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리얼리즘이라는 말이 당시에는 없었고, 나도 모르게 그 당시의 현실만을 추구해 돌아다니게 되다가 그렇게 됐다. 그 현실이, 당시 여건이 그렇게 만들어줬다”고 고백(‘인물계’1991년 9월호)한 적이 있다.

  우리 사翩?정리에 관심이 있어 사진잡지 등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던 임석제로서는 다소 겸손한 고백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그의 리얼리즘이 정교한 자기 이론과 방법론의 토대 위에서 구축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실 그는 폐가 좋지 못해 요양을 겸해 산을 타기 시작했다는 개인적인 사정까지 겹쳐서 사람살이의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장년이후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는 산악사진에 매달렸다.

  시기적으로 임응식에 한발 앞선 시점에서 독자적으로 전개된 임석제의 리얼리즘 사진세계는 그러나 사진사적 위상과 달리 일반인은 물론 寫壇(사단)내에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임석제의 리얼리즘사진은 30대 나이에 집중적으로 전개됐다가 곧바로 脫(탈)리얼리즘쪽으로 방향선회를 했다는 점, 그리고 50년대 이후 사회 분위기가 이런 작업을 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위의 증언에 따르면, 임석제는 해방직후 강렬한 사회의식을 무기로 하는 ‘朝光(조광)구락부’소속 작가였다. 사진사에서 중요한 이 단체는 북한의 조선사진동맹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서울에서 결성됐다. 그러나 보도연맹 사건이 일어나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임석제는 마산으로 요양을 겸한 피신생활을 해야했다. 이 사건이후 그는 상당히 움츠러들었고, 이런 연유로 6.25때 당시 유명 사진작가들로 구성되었던 종군기자단에도 끼이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역사의 전개는 때로는 개인적 퇴각과 상관없이 후배들에게서 재점화된다. 임석제의 리얼리즘 사진은 50년대 중반이후 60년대까지 연결되는 사진사에서 ‘핵심중의 핵심’역할을 한 ‘新線會(신선회)’그룹활동과 직결된다. 이형록, 정범태, 손규문, 조규, 이안순, 이해문, 한영수 등 당시 20대 내지 30대 작가들은 시장 등 생활의 현장에서 작품을 발표했고, 임석제는 이 작가들에게 리얼리즘의 바통을 넘겨주게 된다.   <趙祐奭기자>

2. 임석제의 리얼리즘사진

「8·15이후 사진예술에 대한 작가들의 의식과 노력은 새로운 방향으로 지향, 치열히 불탔다. 그것은 과거의 일제가 남기고 간 사진예술의 애매한 정의를 용감히 부정하고 참된 민족예술정신에 입각한 사진예술의 장르를 발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작가적 양심에 각성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보면 그가 과거의 태도, 즉 섬세하고 감각적인 낭만적 분위기를 탈피하고 리얼리즘에 살려고 투쟁하는 고민과 의지가 역력히 보인다.

하여간 작가 임석제군의 이와 같이 이땅의 인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고 표현하려는 건실한 면을 나는 무한히 존경하며….」 이 글은 1948년 사진가 임석제가 리얼리즘짙은 새로운 소재의 사진 30점으로 서울 동화백화점(지금의 신세계백화점)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했을 때 만든 전시회프로그램에 실린 사진가 이태웅의 사진평이다.

임석제는 당시 일제시대의 살롱사진에서 새로운 사진진로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던 세상에 과감한 작품성으로 한국사진계의 지지부근한 사진들에 신선한 물결을 단숨에 몰아 넣었다. 그의 시진작업은 실로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랄 일이었다. 공모전과 살롱풍경의 사진계 성향에서 다분히 사회비판적 요소가 물씬 묻어나는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사진이념을 자신의 사진속에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광복직후의 우리나라 사진계는 리얼리즘사진의 명확한 이론이나 방법론적 기반이 형성되지 못한 형편이었다.
그러나 임석제는 엄격한 자기주관으로 눈앞에 보이는 사회현실을 카메라를 통한 분석과 비판, 세밀한 촬영으로 대중들의 가슴에 파고 들었던 것이다.

그가 1946년 삼천포부두에서 찍은 사진에서 보면 빈곤한 생활고의 해결을 위해 일하는 지게꾼과 마차꾼의 힘들어하는 마음을 쉽게 읽을수 있다.(제목「부두에서」)

임석제는 1918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보통수준의 농가집안에서 다섯째아들로 태어나 신의주고읍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사촌형이 소개해준 조각가 김복진에게 6개월동안 조각을 배운후 서울 한영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1934년 진남포의 사진관 이카리아에서 초상사진을 배우다 일본 와세다대전문부 교외학생으로 공부하면서 틈틈히 사진취미활동을 했다.

일제시대에 임석제는 주로 산악사진을 했었는데 광복후 월북작가 김동석과 설정식등 좌파계열사람들이 주로 근무하던 신문 서울타임스의 사진부장으로 있으면서 6·25전란중 부산으로 옮긴 국립중앙박물관 유물을 찍었고 1952년 부산에서 임응식과 한국사진작가협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임석제는 1950년 6·25통란 종군기자대열에는 안타깝게도 끼지 못했다.
그것은 그가 좌파계열사람들과 어울렸던 때문인 것 같은데 임석제의 사진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비록 종군기자는 못했어도 오히려 사회저변의 돋보이는 사진을 많이 찍어 남긴 것은 틀림없다.

그의 전시에서 보여준 사진중에서도 특히 대표작이랄 수 있는 「식량수입」「반출」「수도」등은 본인이 아주 만족스러워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석제가 사회저변의 진솔한 사진작업을 맹렬하게 한것에서 보듯 그는 신성한 노동의 진면모를 조명하는데 무척이나 남달랐던 것 같다.

노동자들의 거칠고 스산한 삶 미군정의 식량정책과 그 수입양식의 하역장에서 웃통을 벗고 짐을 나는 젊은 인부들, 거리의 부랑아들과 밑바닥삶을 살아가는 무기력한 빈민들의 전린들을 깊은 마음으로 묘사해낸 그의 사진에서 우리는 임석제가 다소나마 서정적이고 따뜻함의 배려가 가미된 휴머니즘적 인간미를 지닌 사진가라고 여기는데 조금도 주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임석제는 자신의 사진적업을 통해 기층서민의 사회적 발언을 심도있게 대신했다는데에 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그는 1948년 한때 보도연맹이 생기면서 극심한 좌파계열의 난속을 피해 마산등으로 피신한 적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좌익성향자나 그와 비슷한 이상한 사상주의 소유자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임석제는 인간들의 밑바탕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의 삶을 세상에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보아야 하겠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걸작품으로 알려진 「영월발전소」의 사진에서는 발전소의 거대한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를 과감하게 포착, 찍은 사진에서 역사적 건축물의 기계적미학촬영이라는 호평을 받은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0대후반에서 맞은 1950년대부터 임석제는 그가 그토록 열정을 쏟은 리얼리즘 사진에서 후퇴, 산악사진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오늘날에까지 전해지고 있는 그의 사진에서 보듯 임석제는 우리나라 사진사에서 「리얼리즘사진의 최초개척자」로 평가되는데 절대 인색해할수 없는 사진가를 남을 것이다. 더구나 생활주의사진을 발전에 앞서 임석제의 사진사상이 그 바탕의 초석이 되었음에 더욱 높이 인식 되어져야 할 것이다.
< 정인영의사진이야기>

3. 임석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한국의 예술사진은 8,15 해방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변혁 앞에서도 ‘살롱사진’ 혹은 ‘공모전 사진’이라는 틀에 박힌 탐미주의의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역사적 현실에 여전히 수구적 경향을 보였던 당시의 사진에 대해 평론가 구왕삼은 1948년 이렇게 일갈했다. “사진들의 거의 전부가 8.15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이 구태의연한 과거의 유물의 재판에 불과했던 바다.”

그러나 한국사진사에 있어서 선구적인 시도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1948년 8월, 동화 (현 신세계) 백화점에서 열렸던  임석제 (1918-1994)의 전시회였다. 당시 영자신문, ‘서울 타임스’의 사진부장으로 근무했던 그는 주로 인천부두의 인부들을 찍은 39장의 사진으로 ‘제1회 예술사진 개인전’을 열었던 것이다. 그의 사진은 당시의 ‘구태의연한’ 사진과 커다란 대조를 보였다. 목가적인 농촌의 풍경은 역동적인 노동현장으로 대체되었고, 정적인 카메라 앵글은 힘찬 대각선 구도와 클로즈업으로 변모했다. 그리하여 임석제가 포착한 노동자들은 전근대적 농업사회를 산업사회로 바꾸는 강인한 계층으로 등장했다. 위의 사진이 보여주는 것처럼 작가는 나무 건널목을 강조하는 대각선 구도와 강력한 빛의 대비를 이용하여, 식량을 나르는 하역노동자를 ‘새로운’ 사회의 역군으로 부각시켰다

노동계급을 새로운 사회건설의 주체로 설정하고, 그들의 강인한 삶을 전략적으로 강조하는 예술을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 명명한다면, 임석제의 사진은 상당 부분 이 경향에 부합하는 듯하다. 오늘날 살펴볼 수 있는 그의 사진 중에서 이러한 예술경향에 해당하는 작업은 193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1952년까지도 계속되었다. 작가는 일제시기에 수증기로 자욱한 제련소에서 작업하는 소년 노동자를 강력한 측광으로 포착한 바 있고, 6.25 전쟁 중에는 탄광노동자들을 찍었다. 그러나 그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경향은 1950년대 후반 이후에는 순식간 사라진다. 산행을 즐겼던 그는 산악사진으로 도피했고, 명승고적과 고건축물 사진으로 은둔했다. 무엇이 그를 노동현장에서 ‘금수강산’으로 전향하게 했는지를 가늠하기란 어렵지 않다. 극단적 이념의 대립이 부른 남북분단, 그리고 이에 따른 사상검열은 그의 리얼리즘을 불온한 것으로 여기게 했고, 작가 역시 이러한 상황에 굴복한 듯하다. 탈 정치적이며 체제 순응적인 리얼리즘을 ‘생활주의’ 사진으로 주창하면서 한국 사진계를 선도할 임응식은 그의 작업을 정치적 ‘작전 혹은 공작’으로 간주했고, 남한의 정치권력은 현실 참여적 리얼리즘을 이적행위로 백안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사진을 노동현장에 연계시키며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현실을 바라보았던 임석제의 성과는 한국 사진계에서 이십여 년 이상 매몰된다. 노동현실의 모순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시점까지 한국의 사진은 임석제가 개척한 리얼리즘 사진의 뿌리를 망각한다.

 [출처] : 최봉림 : 경향신문 (2006년 9월 9일자) 게재

4. 박평종의 [한국사진의 선구자들] 중 <리얼리즘 사진의 등장>

임석제 사진의 형식적 특성

임석제가 처음으로 시도한 리얼리즘 사진은 후속 사진가들에게 계승되지는 않았지만 해방 이후의 한국사진이 펼쳐나갈 다양한 가능성 중의 하나를 제시한 이정표와도 같았다. 6.25전쟁을 기점으로 하여 구체화하는 임응식의 생활주의 리얼리즘이나 신선회가 표방한 리얼리즘은 임석제가 멈춘 지점에서 다시 리얼리즘 사진을 전환기 한국사진의 지배적인 흐름으로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임석제의 리얼리즘은 생활주의 리얼리즘으로 집약할 수 있는 1950년대 이후 한국사진의 경향과는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

우선 생활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사진은 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궁핍한 생활상을 드러내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도시빈민이나 실업자, 전쟁고아, 걸인 등 계층을 가리지 않고 한 시대의 현실을 상징하는 인물군을 무작위로 선택했다. 이로 인해 생활주의 사진은 특정 주제를 심도 있게 다각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현실의 단면만을 잘라내어 시대의 생활상 전체를 피상적인 한 장의 화면으로 파편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임석제가 선택한 피사체는 하역인부나 소작농, 광부 등 노동자나 농민 계급이 중심이었으며, 하나의 주제를 연작의 형식으로 다루어 단일한 한 장의 사진이 야기할 수 있는 과장이나 축소의 효과로부터 조심스럽게 비껴갈 수 있었다. 또한 생활주의 사진은 시대의 생활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일한 피사체의 선택과 극적인 장면의 포착에 집착한 나머지 인물을 감싸고 있는 포괄적인 사회 환경을 함께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생활주의 사진은 시대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을 정작 그들이 속한 역사적 조건으로부터 유리시켜 버리는 모순을 낳았다.

​이는 생활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사진가들이 일제시대의 공모전이 유산으로 물려준 걸작주의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석제 역시 한 장의 사진을 구성하는 방법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한 장의 사진에 모든 것을 농축시켜 내려 했던 생활주의와는 달리 특정 주제를 여러 장의 사진을 통해 다각도로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임석제의 사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형식적 특성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작가 고유의 시각이다. 생활주의 리얼리즘은 빈곤과 궁핍을 상징하는 인물들을 주 피사체로 선택하여 그들을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묘사했다. 한편 임석제가 보여주는 노동자나 광부의 모습은 활기차고 역동적이며 자신감에 차 있다.

예컨대 하역 작업을 하는 부두노동자의 강인함과 노동의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과감한 앵글과 사선구도를 적절히 배합하여 사용했으며, 광부의 활기차고 쾌활한 표정을 전면에 드러내 보여줄 때는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배경을 희미하게 처리하기도 했다. 나아가 피사체로서의 인물을 그가 속한 환경과 유리시키지 않으면서 당당한 주체로 부각시키고, 화면 전체를 인물이 압도하는 구성을 취하도록 하기 위해 몽타주 기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구성은 다분히 의도적이어서 그의 사진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분류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그가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 점에서 생활주의 리얼리즘 계열에 속하는 사진가들의 시각보다 더 일면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노동자를 당당한 주체로 내세우고 노동의 건강함과 활력을 강조하는 그의 시각은 무고하지만 해방 직후 혼탁한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모습이 활기만으로 가득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구현하고 있는 리얼리즘은 축소된 리얼리즘이다.

[출처] : 박평종의 [한국사진의 선구자들] 중 <리얼리즘 사진의 등장>에서

8.15 이후 사진예술에 대한 작가들의 의식과 노력은 새로운 방향으로 지향, 치열히 불탔다. 그것은 과거의 일제가 남기고 간 사진예술의 애매한 정의를 용감히 부정하고 참된 민족예술 정신에 입각한 사진예술의 장르를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작가적 양심에 각성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보면 그가 과거의 태도, 즉 섬세하고 감각적인 낭만적 분위기를 탈피하고 리얼리즘에 살려고 투쟁하는 고민과 의지가 역력히 보인다. 하여간 작가 임석제군의 이와 같이 이 땅의 인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고 표현하려는 건실한 면을 나는 무한히 존경하며...

[출처] : 임석제 전시회 프로그램에 실은 평

5. 3대 임정의가 들려주는 임석제, 임인식 이야기

나의 작은할아버지 임석제

어린 시절 작은할아버지(임석제)로부터 제주도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던 때라 서울에서 제주도까지는 먼 여정이었고, 꿈같은 일이었다. 그때 작은할아버지댁 거실에는 짚신 같은 물건이 걸려 있었다. 한겨울 한라산을 오를 때에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하셨다. 한라산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산에 오르려면 미끄럼을 방지해주는 ‘설화’라는 덧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작은할아버지는 설화를 보면서 위험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으려 하셨는지 모른다. 당신의 목숨을 구해준 설화에 대한 예의 혹은 자랑스러움을 그런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으셨을까. 4×5 대형카메라와 삼각대, 약간의 비상식량을 휴대하고 산을 오르는 작은할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어린 시절이지만 대단한 분이라고 느꼈다.

작은할아버지는 고생 끝에 촬영한 설경 사진을 들고 다시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 시내의 다방에서 전시를 열어 여비를 만들곤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예술가란 직업은 춥고 배고픈 일이었다.

해방과 임석제 할아버지의 리얼리즘 사진

작은할아버지와 아버지는 2살 차이다. 1918년생인 작은할아버지는 막내였고, 1920년생인 아버지는 장손으로 태어났다. 고향인 평북 정주의 중농가 집안에서 함께 자란 두 사람은 삼촌과 조카가 아닌 친구 사이에 더 가까웠다. 신의주 고읍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작은할아버지는 사진관에서 초상사진을 배운 뒤 와세다대학 전문부 교외학생으로 건너가 3년간 공부하며 사진을 시작했다. 해방 뒤에는 영자신문이던 ‘서울 타임스’의 사진부장으로 근무했다.

해방 이후 국내서 첫 사진개인전을 연 이가 바로 임석제 할아버지였다. 1948년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화랑에서 열린 전시에서 작은할아버지는 인천항 하역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사진을 선보였으며, 50년대 리얼리즘 사진의 선두주자이자 작품 경향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사진 경향은 일제강점기 때로 거슬러 올라가 작은할아버지는 일찍이 제련소와 소년 노동자의 사진을 찍었으며, 해방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당시 리얼리즘 사진가들 중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만큼 작품의 양과 질에서 앞서 있었다. 

새로운 사회의 건설주체로 노동계급을 힘있고 신성하게 표현한 작은할아버지의 경향은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부터 비롯되었던 것 같다. 이후 월북 문인들이 많던 서울 타임스에 들어간 것이나 북쪽의 조선사진동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사회의식이 높던 조광구락부에 소속되어 활동한 점 그리고 월북 사진가인 이태웅, 김진수 등과 교류하던 사이라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태웅은 작은할아버지의 전시 평을 쓰기도 했다. 그중 한 단락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8.15 이후 사진예술에 대한 작가들의 의식과 노력은 새로운 방향으로 지향, 치열히 불탔다. 그것은 과거의 일제가 남기고 간 사진예술의 애매한 정의를 용감히 부정하고 참된 민족예술 정신에 입각한 사진예술의 장르를 발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작가적 양심에 각성하였기 때문이다.(중략) 작가 임석제군의 이와 같이 이 땅의 인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고 표현하려는 건실한 면을 나는 무한히 존경한다.”

아버지, 서울로 상경해 하늘을 날다

반면 아버지 임인식은 사상적인 면에서 작은할아버지와 반대편에 서계셨던 것 같다. 고향 정주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며 무역 일로 외국을 드나들 기회가 많았던 아버지는 라이카를 비롯해 고가의 카메라를 사모으기 시작하더니 언제부턴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사진 일을 하려면 큰 곳으로 나가야 한다며 1944년 8월에 온 가족을 데리고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로 상경한 우리 가족은 삼각지 부근에 살며, 아버지는 ‘한미사진기점’을 열었다. 근처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사진재료를 취급하던 가게였으나 나중에는 사진가들을 규합해 한국을 해외에 홍보하는 사진화보집 ‘코리아’를 발간하는 등 지금에서 보면 사진에이전시로 키워나갔다. 그리고 사진재료상을 규합해 총연합회를 결성하고 당시 사진잡지이던 ‘사진문화’에 기고를 하고 대담을 진행하는 등 열성적으로 사진 관련 일을 벌이고 앞장섰다.

1948년에는 육군사관학교 8기로 입교했다. 당시 육사는 군 장교의 양성 이외에도 각 분야의 고급 엘리트를 길러내는 특과 교육도 하던 터라 아버지는 사진기록으로 육사 특2반을 졸업했다. 이듬해인 49년부터는 사진 관련 일과 육군본부 정보국 사진반장을 병행했다. 정부 수립 등 주요 행사의 사진기록을 담당하면서 필요하면 공군에서 비행기까지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촬영된 해방 직후의 서울의 항공사진은 2000년 이후 몇몇 전시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아버지는 국방부 정훈국 사진대장으로 종군해 연합군을 따라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 평양시민 환영대회 등을 가장 먼저 촬영했다. 

불온시되고 배척당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임석제 할아버지는 멋쟁이셨다. 파이프 담배를 물고 삼각지로 카메라를 빌리러 자주 오시곤 했다. 아버지가 기록적인 사진에 애착이 강했다면 작은할아버지는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났다. 여기에 따라 두 분의 성격도 달랐다. 작은할아버지가 느리고 여유 있는 성격이라면 아버지는 매사 칼같이 정확한 분이었다.

48년 보도연맹이 생기고 좌파 인사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작은할아버지는 잠시 마산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육사를 나와 정부쪽 사람들과 인맥이 있었던 아버지가 작은할아버지를 보호했다. 돈이 되는 사진촬영 일도 주로 아버지에게서 나왔다. 세검정에 살던 작은할아버지는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한 편이 못되었다.

작은할아버지는 51년에 아버지가 설립한 ‘대한사진통신사’의 사진반원으로 일하며 부산 피난지에서의 이승만 대통령 모습이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 등 정부의 주요 행사나 사건을 촬영했다. 한편으로 촬영 일로 출장을 가서는 탄광 광부의 사진을 찍는 등 정전 뒤 얼마까지도 리얼리즘 사진의 경향을 유지하셨던 것 같다.

그러다 50년대 중반부터는 아예 산 사진과 문화재 사진만을 찍으러 다녔다. 댁에 갈 때마다 설악산, 한라산으로 사진을 찍으러 가시곤 안 계셨다. 명목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화랑에서 팔 사진이나 54년부터 발행하던 ‘육군화보’에 실을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에 피로감을 느낀 일종의 은둔으로 보였다. 기관지가 안 좋아 의사의 권유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 전의 일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산 사진을 찍으면서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동경의 대상으로 산 사진에 매달렸다. 전쟁이 끝난 후의 극심한 이념대립과 사상검열은 작은 할아버지의 리얼리즘 사진을 불온한 것으로 여겼고,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주창하던 사진계 내에서도 작은할아버지는 배척당하는 느낌이었다.

기록물로 사진의 가치에 눈을 뜨다

종군 중이던 아버지는 전시이던 51년에 국방부 장관의 허락을 받아 예편했다. 51년 6월1일자로 법원에 설립 등기한 ‘대한사진통신사’는 아버지가 주간 겸 편집국장을 맡고, 편집부장 박진식, 취재부장 문제안, 사진부장 정도선 등으로 구성되었다. 대한사진통신사는 국내외 언론사와 정부기관에 사진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최초의 보도사진 통신사였다. 한미사진기점을 운영하면서 이곳을 드나들던 AP, MGM 외신기자들과 친분을 쌓았고, 결정적으로 종군하면서 매그넘 등에 소속된 여러 해외 사진가들과 함께 전선을 누비면서 이들을 통해 외국의 사진에이전시 제도 등에 관한 이야기와 노하우를 전해듣고 영감을 얻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전쟁의 전선 상황과 해외 귀빈의 방한, 주요 사건 등을 기록한 대한사진통신사는 1주일에 한번씩 월4회 사진을 언론사와 정부기관에 제공했다. 5×8인치와 8×10인치 두 가지 사이즈로 제공된 사진에는 타자기로 작성한 사진 설명글이 아래에 붙고, 인화지 뒤에는 대한사진통신사 마크와 무단사용을 금하는 마크가 찍혔다. 사진 한 장당 구독료는 6천원(현재가 약 5만원) 정도였다. 당시 미국 통신사인 AP의 도쿄지국 한국 주재기자였던 신화봉이 외국 언론사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 도쿄를 통해 사진을 전송했다.

전문적인 보도사진 통신사를 꿈꾼 대한사진통신사는 정전이 되고, 얼마 못가 문을 닫았다. 정전과 동시에 사진 수요가 격감했던 탓이었다. 아버지는 그뒤 혼자 촬영, 편집, 제작을 도맡아 영문판 사진화보집인 ‘육군화보’를 54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발전상과 자연풍경, 명승고적을 16개국 참전국에 소개하기 위한 육군화보는 양장판 커버에 일본에서 그라비아 인쇄로 제작하는 등 공을 들였다.

매년 한권씩 제작된 육군화보의 촬영을 위해 아버지는 남한의 거의 모든 문화재와 도시, 읍면을 찾았고, 바쁠 때는 작은할아버지와 성두경, 이경모 등에게 촬영을 의뢰하기도 했다. 육군화보는 63년까지 모두 10권이 발간됐다. 59년에는 종로구 관훈동에 사진을 판매하던 ‘신한관광사진화랑’을 열었다.

아버지 본인의 사진을 비롯해 주변 사진가들의 사진작품을 사진엽서 크기로 프린트해 진열해놓고 팔던 화랑이었다.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문화재 사진과 사진엽서를 판매하던 최초의 사진전문 화랑이었고, 오늘날 상업화랑의 기원이었다. 이처럼 사진통신사와 사진화랑은 당대에는 너무 앞선 시도로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일찍이 기록의 중요성과 가치에 눈을 뜨고, 콘텐츠로서 활용까지 시도한 앞서간 인물로 아버지를 평가받게 했다.

제련소 소견, 1938

삼천포 부두, 1946

임석제, 신세계 앞 인력거, 1946년

 

임석제, 농촌의 아침, 경주 부근,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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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제, 북치는 농부들, 1948년

 

​임석제, 울릉도 여인-조력, 1948년

임석제  '하역' 1947.

1947년 인천부두 하역장에서 웃통을 드러냈거나 아예 벗어붙인 젊은 인부들이 배로 막 도착한 식량부대를 대기중인 트럭 위로 실어 나르고 있다. 한 여름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한 점, 역광에 가까운 斜光(사광)을 선택해 윤곽이 뚜렷하다. 화면이 갖고 있는 역동성은 배꼽 아래서 위로 치켜올린 앵글 때문에 성공적이다.

운반.  1948.​

​임석제, 농촌의 아침, 경주,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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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제, 광부-탄광 채굴작업, 1952년

임석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탄광촌 사람들,  13.6 x 14cm, Gelatin silver print, 1952.

1955년 서귀포의 어느 마을. 아낙들이 물허벅(물동이)을 지고 있다. 임석제 作​

포목 건조, 125 x 118mm, gelatin silver print. 1955/ 임석제​

첨성대와 농부,  180 x 126mm, gelatin silver print. 1955/ 임석제

임석제, 제주 서귀포, 초가와 아이들, 1957 

한라산 설경 . 157 x 135mm, gelatin silver print, 1957.

 Gelatin Silver print, 16x20inch

Gelatin Silver print, 16x20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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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latin Silver print, 16x20inch

광부 시리즈

 

임석제 광부 시리즈 중에서 1952.

 

[출처] ​​​사진작가 임석제(林奭濟)의 작품을 통해 본 그 때 그시절|작성자 ohyh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