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길나서기 / 김성옥
생각하고 기다리던 일을 실천에 옮길 때에는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마냥 들뜨게 된다. 늦봄과 초여름이 함께 하는 유월이 가기 전, 길을 나서기로 하였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파도가 몰려오는 짙푸른 바다, 산호초가 숨어있는 물 밑의 색깔고운 물고기 떼! 가까이 하고 싶어 피지 FIJI 가는 비행기를 탔다. 폴리네시언들인 승무원들은 남녀 구별이 얼른 안 되는 큰 체구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애써 침착한 척했다. 야자수 무늬의 복장은 여자의 몸집을 더 크게 보였고 목소리까지 굵어 힐끔 쳐다보는 실례를 하였지만 매너는 싹싹하고 반듯하였다. 행복지수 세계1위인 나라를 찾아 그 행복을 받아 보고 싶었다.
LA 공항에서 11시간 만에 도착한 나디 NADI 공항의 후덥지근한 이른 아침 날씨가 나른하게 맞아 주었다. 바로 여행 스케줄에 맞춰 유람선 일주를 신청하고 승선하니 넓은 남태평양의 섬들을 하나씩 보기도 하고 방문하며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세상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나라라니 일찌감치 서둘러서 다행이었다. 크고 작은 333개의 섬들 중 무인도는 200여개나 된다니 우리나라 남해의 다도해 같을까.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인 곳은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장되어 유명인 이나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달콤한 허니문을 위한 장소로도 그만한 곳은 드물다고 생각되었다.
한참을 지나 사우스 씨 아일랜드 SOUTH SEA ISLAND 섬에 내리니 갑자기 소나기가 반기듯 퍼 부었다. 뷔페 점심으로 열대 과일과 함께 나온 그 지방 음식은 입맛을 돋우어 먹고 또 먹게 되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구름 속으로 내미는 햇빛아래 해먹 Hammock에 누워 구름과 태양의 조화가 오묘한 하늘을 보며 마음에 평안을 느끼게 되니 그 행복을 나도 갖게 되었다. 부러진 산호초와 조개껍질도 줍고 현지인의 수 공예품을 사니 손수 만든 목걸이를 함박꽃 같은 읏음과 함께 내 목에 걸어주었다. 작은 배로 이동한 후 바다 중간 쯤 가서 탄 잠수함은 니모와 도리의 재롱과 숨바꼭질을 마냥 바라보았다. 수초 사이를 색깔 화려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유히 다니는 바다 속은 평화가 가득하였다. 사나운 고래나 상어가 나타나지 않아서 그럴까.
가까이 또 멀리 있는 섬들은 휴양객들의 안식처가 되어 편안하게 힐링 할 조건들을 충족시켜 놓았다. 다만 걷잡을 수 없는 소나기와 햇빛의 교차, 그 비위를 어찌 맞추어야 할지 난감한 순간이 많았다. 뱃놀이를 잘하고 돌아 와 타노아 TANOA 인터내셔날 호텔에 묵은 곳은 밖과 마주한 식당에 고양이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노닌다. 열대 식물들이 늘어선 방갈로 모양의 방들은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다음 날은 세계에서 네 곳뿐인 어제와 오늘은 가르는 날짜변경선의 기념비적 명소도 흥미로울 것이다. 동쪽은 어제, 서쪽은 오늘이라니 작은 틈의 공간이 하루라는 차이는 실로 크고 신기하였다.
행복을 만난 다음날 오후, 뉴질랜드 북 섬 오클랜드 Auckland 가는 비행기를 탑승하여 늦은 시간에 내려 다운타운에 예약한 크러운 Crowne 호텔에 도착하였다. 피곤하였는지 그대로 잠이 들어 눈을 뜨니 새벽녘이었다. 호텔 아침을 먹고 여행 가이드가 이름을 불러 시내관광에 나섰다. 영국식 건축 양식의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를 지나 역사 깊은 오클랜드 대학을 거쳐 아트 갤러리에 들려 예술 세계를 눈여겨보고 내가 가끔 그리는 비슷한 유화에 반가움이 더했다. 경관 좋은 박물관은 아직 개관시간이 아니어서 웅장한 건물 외각만 둘러본 아쉬움이 남았다.. 데븐포트 바닷가까지 가서 사 마시는 커피 맛은 촉촉한 날씨 속에 한층 더 향기가 짙었다. 지진과 화산이 빈번한 이 나라는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불의 고리에 속해있다. 화산 폭발로 블랙 비치 Black Beach 는 모래사장이 온통 검은 색이었다. 지남철을 모래에 갖다 대니 검은 철가루들이 우루루 몰려와 들러붙었다. 모래가 쇳가루이니 참으로 신기했다. 기념으로 한주먹 담아 나오는 길 하늘엔 쌍무지개가 걸려 신선한 기분을 더해 주었다.
다음 날, 드디어 호빗 Hobbit 영화 촬영장소를 갔다. 뉴질랜드 나라 전체가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반지의 제왕과 호빗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역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불편을 감수하며 소꿉장난하듯 차려진 세트장이 재미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점심 식사까지 챙겨줘 먹고 나니 대장간의 불길이 따스하게 손바닥에 와 닿았다. 혼자 간 관광은 다 좋은데 사진 찍기가 멋쩍고 아주 불편하다. 셀카 봉을 쓴다 해도 원하는 장소가 생각처럼 잘 맞춰지지 않는다. 각자 찍기도 바쁜데 부탁하기도 미안해 눈치 봐서 몇 장을 찍었다. 저녁엔 호텔근처 식당에 가니 한국분이 운영하는 가게여서 어찌나 반가운지 객지 벗의 만남 같았다. 바로 앞에 있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 높다는 랜드 마크인 스카이 타워에 올라갔다. 오클랜드 시내 전체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가볼만한 장소였다. 그 옆의 카지노장에는 중국 사람들이 대다수였기에 지나쳤다. 낼 아침에 남 섬인 퀸즈타운에 항공편으로 갈 것이다.
비행기가 좁은 협곡을 지나는데 부딪칠 것 같은 불안감이 눈을 감게 한다. 노련한 기장이라야 이런 장소를 용케 빠져 나갈 것만 같았다. 한국이나 미국은 여름이건만 이 곳 산에는 잔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정 반대로 겨울이라니 탑승자중에는 호주나 근처국가에서 스키 여행 온 사람들이 많았다. 작은 퀸즈타운 공항은 길게 서있는 원주민 동상 조각 세 개가 가로등 불빛에 젖어 있었다. 렌터카를 해서 운전을 하니 자동차가 우측통행이고 운전대도 오른쪽에 있어 일본과 영국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항상 좌측에 익숙해서 좌회전만 하면 꼭 오른쪽 차선으로 들어가니 섬뜩한 순간이 많아 여간 조심스러웠다. 예약이 되어 닷새를 머물 옥스 Oaks 호텔은 편안하고 근사했다. 발코니 앞에는 넓은 호수가 그 뒤로는 눈 덮인 산이 파노라마같이 길게 펴져 있었다. 벽난로의 불길은 추운 곳에 온 이방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니 엄마 품속 같이 포근하였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산허리를 감아 돌고 돌아 카드로나 Cardrona 스키장에 올라갔다. 사방 눈 덮인 산등성이는 수많은 스키어와 스노우 보더들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이 더위에 여기 와서 얼은 손을 호호 부는 기분은 아니러니한 세상이었다. 함박눈은 그치고 내리지 않았지만 눈길을 미끄럼 치며 넘어지고 무릎이 시려도 마냥 즐거운 동심이 되었다. 여왕에게 바치고 싶은 도시라 퀸즈타운 이라 했듯 여왕 아닌 서민인 나 역시 빠지게 된 마을이다. 많은 레포츠의 천국인 다양한 액티비티가 자연 속에 이루어지는 환경은 누구나 오면 떠나기 싫은 매력 가득한 곳이다. 약 80km 길이의 길고 긴 강 같은 와카티푸 호수 Lake Wakatipu 길을 따라 운전을 했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연어를 낚아 올리고 있었다. 양들을 키우는 곳과 사슴들이 자연 속에 방목되어 있는 주위의 경치는 말 그대로 천국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곳은 이렇듯 아름다움의 극치인 것이다. 사슴, 양, 소등의 축산물을 대량으로 기르다보니 배설물로 인해 토양이 오염되고 강물까지 그 피해가 심해 근래에 축산업을 많이 줄였다고 한다.
세계 자연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된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인 밀포드 사운드 Milford Sound를 찾아갔다. 20년 동안 사람의 손으로만 뚫었다는 호머 터널을 통과하여 본 절경은 말로 표현이 안 되었다. 한순간 비 개인 하늘의 색깔과 구름의 조화는 장관이었다. 또 먼지 하나 없는 청정 지역에서 마시는 공기는 어디서도 살 수 없는 보약 같았다. 백문이 불효일견이라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우비를 사서 준비를 하고 승선을 하였다. 연중 8개월은 비가 온다더니 역시나 빗발이 흩날렸다. 둘러싸인 1,200미터 높이의 산 절벽에서 몰아치는 폭포는 강우량에 따라 생기는 임시 폭포들과 함께 장관을 이루었다. 물안개와 함께 길고 짧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다. 갑판에 서 있으니 빗물에 흠뻑 젖고 말았지만 우비가 큰 가름막을 해주어 다행이었다. 떠나는 유람선 뒤를 좇아오며 돌고래들이 재주를 부린다. 잘 가라고 또 만나자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모양이다. 바윗돌 위에는 물개들이 한가롭게 이리저리 구르며 세찬 빗줄기에 전신 세욕를 하는 것같이 보였다. 때로는 펭귄이나 바다표범들도 나타난다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보지를 못했다 좀처럼 맞아 보기 힘든 비에 실컷 젖어 보고 자연에 동화되어 행복감을 느낀 이번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니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은 곳이다.
6월의 길 나서기, 보람 있고 뜻 깊게 보낸 여행은 미지의 세계에 새로운 발견자가 된 산 공부의 시간 이였음을 감사하며 LA행 비행기에 올랐다.
첫댓글 이제 다시 길을 나설 수 있는 여행의 계절이 왔습니다.
긴 글 올려주신 김영중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어딘가 떠날 기회가 또 온다면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 입니다.
귀한 여행을 다녀 오셨네요.
언제고... 예전 처럼... 여행 단장님 따라...
어디든지 가고 싶은 마음이, 연기부터 내는 굴뜩을 높이 세웁니다.
좋은 여행 한 번 잘 했습니다.
건강하시고 편안 하십시오.
볼만한 장소를 찾아 정말 함께 가고 싶습니다.
시간과 여건이 맞는 날!
보따리 쌉시다.
참 좋은 여행기를 잃었습니다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건강하셔서 여행 많이 하시고 미지의 세계로 도전 계속하십시요
나이 먹으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것이 여행이군요
민폐끼칠까 염려되고 여러가지가 걸려요 ㅋ
그렇습니다.
저도 신나게 달리던 운전이 자꾸 어려워집니다.
남에게 짐이 되지말고 다녀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