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순실이 견사에 들어가서 강아지들을 보고 있는데 순실이가 다가왔다.
그런데 무릎을 꺽고 내 다리에 기대어서 주저 앉았다. 일으켜 세워 보았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쁜 숨을 몰아 쉬다가 가끔씩 호흡을 제대로 못하고 컥컥 소리를
내기도 했다. 놀라서 운동장에 풀어 놓았던 월심이와 배달이를 견사에 집어넣고 순실이를
안고 차에 실었다. 리베로 조수석에서 순실이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엎드렸는데 동물병원
까지 가는 동안 가끔 일어 나려고 버둥대기는 했으나 진정 시키면서 갔다. 도중에 고개를
들어서 잠시 나를 쳐다 보았는데 마치 이별을 고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오후 6시가 넘었기 때문에 갑자기 목테나 목줄도 하지 않고 데리고 급하게
왔으나 다행이 병원 문은 열려져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우선 링겔
주사를 달고 몇가지 주사를 놓았다. 순실이는 약간 움찔하기는 했지만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고 얌전하게 누워 있었다. 이어서 혈액 검사와 체온 측정을 했는데 체온이
41도를 넘었다. 해열제 주사를 놓고 혈액 검사결과를 보니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 사상충 검사도 했는데 역시 이상이 없었다.
병명은 유열(乳熱)이었다. 출산 직후나 수유 중에 칼슘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면
이것이 신경전달 체계에 영향을 주어서 몸에 경직이 오거나 호흡기에 이상이 생긴다고
한다. 그냥 방치하면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순실이는 출산직후부터
매일 돼지꼬리를 삶아서 5개씩 주고 있는데 칼슘 부족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칼슘 부족을 초래하는 다른 어떤 기작이 있는 것 같다.
칼슘주사와 해열제 주사를 맞고 난 후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 오고
열도 39도로 내려왔다. 침대에서 순실이를 안고 바닥에 내려 놓자 한 번 비틀거리더니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의사선생님은 그 광경을 보고 집으로 데리고 가도 좋다고 해서
견사로 데리고 왔다. 칼슘약을 당분간 먹이고 강아지들에게 다른 먹이로 배를 부르게 하여
수유는 가급적 덜 하라고 하는데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
아침에 견사에 가니 수실이가 어슬렁 거리면서 다가 왔다. 열도 없어 보인다.
소화가 잘되는 우유와 칼슘제를 먹였다.
(어제 쓰러지던 날 오전에 순실이 모습 : 오른쪽 입술이 부어있어서 무엇에게 물린 것으로 생각했다)
순실이 유열에서 회복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