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 혈풍무림 (2)
"대체 철죽포가 무엇인가?"
문평의 물음에 당하곤이 대답하였다.
"저건 바늘과 같은 암기를 발사하는 무기일세 하지만 내가 알기로 저 암기통 하나만으로는 강호의 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네, 만약 발사되는 침에 극독이 묻어 있다면 , . "
당하곤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아도 문평은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독이군, "
당하곤은 어두문 표정 으로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럴 것이라 생각하네, 그리고 단순히 철죽통이 아니라 아마도 더욱 개량되어 위력이 강해진 철죽통이 아닌가? 생각하네,"
흑룡에게 조금씩 다가서던 무인들은 당하곤과 문평이 하는 말을 듣고, 감히 더 이상 흑룡에게 다가서지 못한 채 일단 제자리에 멈추었다
그 자리에 있던 장로급 노무사들 중 가장 연장자 중 한 명인 무당의 운현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현 무당 장문인의 사제였다.
운현 자는 흑룡을 똑바로 노려 보면서 물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자는 것이냐?"
"아직도 모른다면 이제 바보라 할 만하지 ."
"당장 맹주를 불러와라! 우리는 오늘 있었던 일을 맹주와 따지겠다,"
"나를 불렀나? 무당의 노도장, "
묵직한 음성이 들리면서 흑룡의 뒤쪽에 있던 무사들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신창 조원의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주위에는 네 명의 노인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노인들의 모습을 본 운현자와 노 무사들의 안색이 변했다,
"황산사우()"
그들을 알아 본 운현자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고, 그 말을 들은 젊은 무사들도 새삼 그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황산사우는 안휘성의 황산에 함께 은거했던 전대의 고수들로 혈궁대전 이전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의 배분은 지금 신주오기와 동급이었다,
당시 십사대 고수들이 무림에서 가장 강한 고수들로 이름을 날릴 때 이들은 그들의 벽을 넘고자, 부단히 노력했었지만 돌아온 것은 처참한 패배였다,
결국 자신들 능력의 한계를 깨우치고 황산에 은거했다고 알려졌던 노 강호들이 었다.
항상 넷이 함께 움직일 정도로 이들은 친했기에 강호에서는 이들 넷을 합해 황산사우라는 별호를 붙여 주었었다, 만약 네 명의 노인들이 협공을 한다면 당대 십사대 고수들과 능히 자웅을 겨를 수 있었을 만큼 강한 고수들이었다,
지금 제이연회장 안에 있는 장로급 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수들이라 할 수 있었으며 맹주인 조원의보다 한 배분이 높은 전대의 고수들이었다,
운현자는 일단 마른침을 삼킨 후에 황산사우를 보고 인사를 하였다,
"무당의 운현자가 네 분 선배님을 뵙습니다,"
황산 사우 중 한 명이 고개를 흔들었다,
"애써 우리에게 인사를 할 필요까지 없다, 우린 그저 맹주를 호위하고 있는 호위무사들에 불과하니 찰 이야기가 있으면 맹주와 하거라!"
운현자는 황산사우의 말을 듣고 조원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오? 맹주,"
조원의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짓은, 우린 잃어버린 중원을 다시 찾으려는 것뿐이요,"
운현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조금 전 흑룡이 말한 대로 맹주부가 원나라의 후예들이란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지금 큰 위헙에 빠졌다는 사실도
연회장은 극도의 긴장 속에 빠져 들었다,
조원의는 가볍게 웃은 추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 제일연회장안에 있는 선은들과 전대의 고수들은 물론이고 권왕을 비롯한 신주오기들은 전부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래저래 살려 놓아 보았자, 귀찮은 노물들이지, 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날이 창창한 너희들에겐 기회를 주지, 지금이라도 원나라의 백성임을 선언하고 항복을 한 자는 원의 무사로 받아 주겠다, 시간은 북소리가 열 번을 울릴 때까지다,"
조원의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내공이 실린 채로 제이연회장 곳곳까지 퍼져 나가 누구나 또렷하게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운현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헛소리 ‥‥‥‥
"쏴라! "
조원의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의 옆에 있던 무사가 앞으로 나오며 들고 있던 철죽통을 운현자가 있는 곳으로 겨냥을 하고 뒤쪽의 끈을 잡아 당겼다,
"펑"소리가 들리면서 약 삼십여개의 독침이 운현자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운현자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구궁영검법으로 검의 그물을 만들어 날아오는 침을 막아내려 하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철죽통에서 날아온 바늘들은 운현자의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매서 웠다.
당하곤의 말대로 단순한 철죽통이 아니라 완전히 개량되어 있는 철죽통이었던것이다
운현자는 약 이십여 개의 침은 막아 낼 수 있었지만 십여 개의 독침은 미처 막아내지 못하고 몸에 격중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그가 쳐 낸 독침들이 사방으로 퉁겨지면서 약 다섯 명의 무사들이 그 침에 스치거나 팔 다리 등을 맞고 말았다.
"크으목"
신음과 함께 운현자의 몸이 그 자리에서 녹아 내렸다. 그리고 침에 스치거나 맞은 자들 역시 그 자리에서 몸이 녹아내리며 죽어갔다. 그 모습을 본 강호 무인들은 몸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독에 관한 일가를 이루었다는 사천 당가의 당당한 장로 중 한 명인 무형산 당하곤의 얼굴마저 창백하게 변하고 있었다.
조원의가 한줌 독수로 변한 운현자를 보고 냉랭하게 비웃으며 말했다.
"역시 천마혈성의 독이 묻은 혈린독침()은 마뇌 어르신의 말대로 무섭구나 "
문평은 한손을 자신의 도에 얹으며 당하곤을 보고 말했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누가 당해 낼 수 있겠소. 선은들이나 각파의 장문인들이 모여 있는 제일연회장도 참화를 면하기 어렵겠구료 참으로 무서운 일이요,"
말을 하면서 문평은 속으로 계산을 해 보았다
'만약 내가 저들 편에 선다면?
죽기 는 싫었다.
그리고 살아남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 저들의 기세로 보아 제일연회장안의 선은들과 참께 쾌도문의 고수들이 모두 죽을 수도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은 기정사실일 것 같았다,
일단 맹주부에서 자신들의 정체까지 밝히며 거사를 하는 것을 보면 준비가 철저했을 것이고,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
쾌도문의 어른들이 다 죽고 장로급의 인물들 중에 몇 명만 살아남는다면?
그렇게 되면, 자신보다 배분이 높은 자는 없었다,
결국 쾌도문의 문주는 자신이 되는 것이다,
문평은 가슴이 조금씩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속내를 감춘 추, 마른침을 삼키며 당하곤에게 물었다,
"당형, 저 정도의 독침이면 제일연회장안의 고수들이라도 쉽게 이길 것 같지 않은데 참으로 걱정이오, 과연 거기 계신 분들이 저 독침을 이겨 내실 수 있겠소,"
당하곤은 잠시 생각을 해 본 후에 말했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확실히 내가 아는 철죽통보다 무서운 위력이요, 그리고 특히 침에 묻은 독은 더욱 무섭구료, 하지만 선은들 이상의 무공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어려울 것이요, 그들의 호신강기는 독침 정도로 쉽게 뚫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기 때문이오, 그렇지 않다면 사천당가는 벌써 무림을 제패했을 것이오,"
그 말을 듣고 문평은 조금 실망을 하면서 조원의를 바라보았다,
조원의는 문평의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실소를 하고 말았다,
확실히 당하곤의 말은 맞았다, 그러나 조원의는 문평의 불안정한 눈동자에서 그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역시 마뇌 어르신의 생각은 옳구나, 제일 연회장에 있는 각 문파의 수장들이 전부 죽는다는 확신만 저들에게 심어주고 나면, 스스로 자중지란을 일으킬 것이라더니, 결국 자신의 욕심 때문에 저들 중 상당수는 항복을 할 것이라더니,
어리석은 놈들, '
어 차피 상관없 일이었다,
항복한 사람들 위주로 각 문파를 개편하고, 그들을 독으로 제어한 다음에 각 파의 수장으로 삼아 꼭두각시로 만들면 오히려 중원을 다스리기가 훨씬 편할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 어디에든 욕심 많은 사람들은 많기 마련이었고, 특히나 지금 무림은 더더욱 그랬다, 더군다나 이미 권력과 돈, 그리고 향락의 마법에 걸려 있는 자들이라 다스리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조원의는 이제 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흔들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중원의 무사들을 향해 말했다
"제일연회장 안의 ‥‥‥‥ "
조원의가 제일연회장의 고수들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고 다시 한 번 항복 권유를 하면서, 항복한 자들 중에서 그가 속한 문파의 수장이나 실세가 되도록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려고 할 때였다,
"항복 권유에 앞서서 네 놈은 우선 자신의 목숨부터 보전해야 할 것이다,"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한 명의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면사를 가리고 있는 여인과 함께 있던 세 명의 노인 중 한 명이었다,
조원의는 자신의 말을 가로막은 상대를 바라보며 조금 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놈은 누구냐?"
노인은 얼굴을 잡고 거죽을 뜯어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나타난 것은 종남검성이라 불리던 경혼검 편일학의 모습이었다,
"나는 종남의 편일학이다, 네 놈들이 만들어 놓은 광풍사로 인해 사막을 떠돌다가 이제야 중원으로 돌아왔다,"
편일학을 알아 본, 중원의 고수들이 웅성거렸다,
편일학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하였다
이는 아운이 미리 편일학에게 지시를 해 놓은 것이었다,
"나는 이미 사막에서부터 네 놈들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겪어 왔다, 다행히 권왕을 만나 살아서 돌아 올 수 있었지만, 그 덕분에 너희들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네 놈들, 원의 잔당들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 바로 중원의 말살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 다시는 중원 무인들이 일어서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지금은 좋은 말로 항복을 권고하여 우리 사이를 이간질 시킨 후, 항복한 자들을 이용한 후 전부 독살시키려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조원의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편일학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 놓았다,
항복할 생각이 있던 대다수의 무인들 표정이 굳어졌다,
가슴속에 이득을 계산하던 마음을 접고 빠르게 생존의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바보라도 이용당하고 죽기는 싫었다,
대중은 단순하다,
그들은 편일학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결국 지금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뭉치는 길 밖에 없다는 것도 인지를 하였다
조원의는 가슴에 치미는 분노를 이기느라 숨 고르기를 몇 번이나 해야 했다,
편일학이 갑자기 나서면서 계획했던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본래 사귐성이 많지 않았던 편일학이라 친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그와 안면이 있는 무림의 고수들은 상당수가 있었고, 그의 명성은 현 무림의 노 고수들 중에서는 능히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던 인물이었다,
특히 편일학의 자존심과 깨끗한 성정은 무림에서도 유명한 것이라 그의 말을 안 믿을 수가 없었다,
최소한 적인 조원의보다는 말의 무게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는 마뇌의 생각을 미리 짐작한 아운의 승리라 할 수 있었다,
금룡단의 은형분광 정명호는 사문의 어른인 편일학을 보자, 내심 격동을 참지 못하고 두 주먹을 꾹 쥐었다, 이미 아운에게 언질을 받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따르고자 했던 사숙의 출현은 그를 놀라게 만들고도 남음이 있었다,
종남의 사정상 문파 내에서 가장 외롭게 자란 것이 바로 정명호라 할 수 있었다,
종남의 장로들 중, 가장 성품이 올곧다고 알려진 철검수() 도단이 그의 사부였기 때문이었다,
종남파가 전대의 장문인이자, 현 동심맹의 장로 중 한 명인 산화벽력검() 백순을 중심으로 타락에 물들어 갈 때 그만은 홀로 종남의 자존심을 지키며 독야청청하였다, 그러다보니 도단은 사실상 종남에서 외톨이로 전락한
지 오래였고, 그의 유일한 제자인 정명호 역시 문파에서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 였다,
그 철검수 도단이 가장 존경하고 있던 사형이 바로 경혼검 편일학이었고, 그 도단이 정명호에게 검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은 예를 들었던 인물이 또한 편일학이었다,
당연히 정명호는 편일학을 보고 남다른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 연회장 안에 있던 종남의 인물들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그만큼 편일학의 갑작스런 출현은 종남파는 물론이고 다른 많은 무인들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편일학의 한 마디로 인해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강호무림의 무사들이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그것을 느낀 조원의는 분한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가슴속에 노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 이렇게 된 거 네놈들을 전부 죽여 버리겠다 "
역시 조원의는 책사가 아니라 무인이었다,
마뇌가 생각했던 흉계가 어긋나자 오히려 가슴이 시원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 되면 이제 힘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사의 피가 그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편일학을 비롯해서 제법 강하다고 생각했던 무인들이 조금씩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조원의는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머금고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