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22년 8월 13일 (토)
o 날씨: 흐리고 비
o 산행경로: 대야산주차장 - 둔덕산 삼거리 - 둔덕산(왕복) - 암릉 - 용추계곡 - 원점회귀
o 산행거리: 15.5km
o 소요시간: 5시간
o 산행정보: 둔덕산, 용추계곡
o 둔덕산 지명도: 산림청 선정 '숨겨진 우리산 244'
o 지역: 경북 문경
o 일행: 엠티산악회
o 트랙:
▼ 산행지도
엊그제 수도권과 중부지역에 쏟아진 비 폭탄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틈(^^)을 타서 둔덕산 산행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오후 늦게나 비가 내린다는 예보이니 오전에 시작해서 비 내리기전에 내려오면 딱! 이겠네요.
문제는 높은 습도일텐데...
3일 연휴라고 도시를 떠나는 차들이 도로를 메우고 있습니다.
덕분에(?) 예정보다 늦게 들머리에 도착했지만 산행시간이 넉넉하게 7시간이나 주어졌으니 여유가 있네요.
들머리인 대야산 주차장에 많이 보이는 문경지역 특산품 판매 가게는 하산해서 둘러보기로 하고 출발합니다~~
안개인지 비구름인지 둔덕산 정상을 휘감고 있는 모습이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저 속에는 뭐가 있을까? 어떤 모습일까??...
상가지구를 지나면 보이는 용추계곡에는 흐린날씨지만 피서를 만끽하는 가족들이 많이 보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때 참 많이 놀러 다녔었는데ㅎ...
대야산이 목적인 일행들은 용추계곡을 따라 직진하여 밀재방향으로 향하고,
둔덕산을 다녀오가자 하는 일행들은 계곡을 건너면 대야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에서 입장료(1000원)를 사야 합니다...
자연휴양림 매표소부터는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천천히 워밍업~~
둔덕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 곳에서 본격적인 숲길 등산이 시작됩니다.
둔덕산 삼거리까지 약 1.5km정도를 계속해서 치고 올라가야 하네요.
2주전에 다녀온 군자산에 비하면 그나마 무난한 편ㅎ
이 지역 산속에는 바위들이 참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비가 오지 않지만 이미 몸은 흠뻑 젖었습니다.
여름산행은 온몸을 적시면서 쏟아지는 뜨거운 땀을 즐기고
숨 넘어 갈 듯한 거친 숨가픔을 즐겨야 하고
터질 듯 팽팽해져가는 허벅지의 긴장감을 즐겨야 하는데
현실은 "아~ 힘들다", "어매 축축해~~"라는 단발마가 저절로 튀어나옵니다ㅋ
둔덕산 삼거리에서 둔덕산은 좌측으로 약 0.5km 떨어져 있습니다.
갔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야 하지만 안가볼수는 없지요. 오늘 목적지가 둔덕산인데^^
다행이 삼거리에서 둔덕산까지는 고도차가 크지 않네요.
둔덕산 정상에는 작은 정상석이 하나 세워져 있고, 사방은 나무에 가려 별다른 조망은 없습니다.
조망이 있다고 해도 흐린날씨라 안개외에는 볼 것도, 보이는 것이 없지만ㅋ
경북 의성에도 동명이산이 있는데 산모양이 가운데가 솟아서 불룩하게 언덕이 진 '둔덕'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이곳 둔덕산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고로 둔덕산 아래 가은읍 갈전은 후백제를 일으킨 견훤의 고향이며,
가은읍은 한말에 전국도창의대장으로 일본군에 항거하다 순국한 이강년 의병대장의 고향이기도 한데,
이강년이 태어나기 3일 전부터 둔덕산이 웅웅 소리를 내며 울다가 이강년이 태어나자 울음이 그쳤다고 전해집니다.
둔덕산에서 삼거리로 되돌아 내려오면 등로는 다시 헬기장을 향해 솟구칩니다.
헬기장 뒷편에 '둔덕산'이라는 종이표지판이 붙어 있는 곳이 둔덕산 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합니다.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곳이 969m(주봉), 이곳은 976m(최고봉)...
나무 사이로 암릉구간이 실루엣처럼 모습을 드러냅니다.
멋지네요.
속리산, 대야산, 조령산, 주흘산 등 주변 유명 명산들의 산줄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저 속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도 되고...
댓골산장 갈림길에 도착하니 잔뜩 찌푸리던 하늘이 비를 뿌리기 시작합니다.
헐~ 벌써 이러면 아니되옵니다.
암릉구간을 넘어야 하는데 비가 오면 미끄러워서...
암릉구간 초입에 촛대처럼 솟아있는 바위가 손녀마귀통시바위입니다.
통시는 경상도 사투리로 '화장실'이라는 뜻인데,
옛날에는 화장실이 전부 '푸세식'이라 두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은 상태로 볼일을 봤거든요.
그런 모양새를 닯아서 '통시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모양인데...
왜 하필이면 손녀마귀통시바위일까요? ㅎ
손녀마귀통시바위를 시작으로 암릉구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바로 윗쪽에 있는 두꺼비같은 바위가 젖꼭지바위인 듯 하고...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연속되지만 비는 쏟아지고 앞서가고 있는 대장님을 놓쳐서는 안되겠고.
헐 바쁘다 바뻐...
직벽을 넘어야 하는데 손발도 미끄럽고...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들이 연속됩니다.
자세히 보면 어떤동물이나 사물의 형태처럼 보일텐데,
비속에서 마음이 바쁘니 도통 제대로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많이 읽어보고 오는 건데ㅉ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산행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니네요...
큰 암석들이 연속되는데 가까이 봐서는 그 모습이나 특징을 알기 쉽지 않고,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보자니 안개에 가려, 위험해서 또 서둘러야 하는 걸음때문에 자세히 살펴볼 상황이 안되네요ㅠㅠ
숲도 안보이고 나무도 안보이고...ㅋ
안개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자라같은 바위가 보입니다.
몸통까지 제눈에는 아무리 봐도 자라바위 같은데, 물개바위라고 한답니다.
선답자들의 사진을 찾아보니 머리부분이 물개처럼 생겼네요^^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고, 덩달아 안개도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몇년전 이부근을 지났던 대간길이 생각납니다.
그때도 한여름 우중산행이었는데.
징크스라고 해야 할지, 평행이론이라고 해야 할지....ㅎ
더 큰 규모의 암석들이 안개속에서 흐릿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한송이 꽃망울처럼 보이는 큰 바위가 마귀할멈통시바위입니다.
도데체 어디에 두발을 두고 볼일을 봤다는 건지ㅎㅎ
분위기는 진짜로 마귀할멈이 튀어나올것 같네요.
보일듯 말듯한 신비로움과 보면서 느끼는 경외감은 어느 것이 더 클까요?
마귀할멈통시바위를 지나면 암릉구간은 끝이나고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직진하면 밀재에서 조항선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을 만나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용추계곡으로 하산하게 됩니다.
시간은 넉넉하니 날씨만 좋으면 직진하여 밀재를 거쳐 대야산까지 갔다왔으면 좋겠는데...
할미마귀통시바위 삼거리에서 용추계곡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대여섯번 계곡천(계류)을 왔다갔다 건너야 하는데, 비가 많이오면 이곳으로 하산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다행히 오늘은 아직 그정도는 아니라...
계곡 주변에도 수많은 바위들이 널려있습니다.
그중에서 층고가 높은 지붕형태의 거대한 바위가 떡바위라고 하네요.
마귀할멈이 통시바위에서 본 볼일의 배설물(변)이라고도 한다는데ㅎㅎㅎ
아직 용추계곡물이 넘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용추계곡을 따라 월영대와 용추폭포를 구경하며 하산을 하는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필사적으로 사수(^^)하던 등산화에도 물이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비에 온몸을 맡겨 버렸네요^^.
오랜만에 비흠뻑 우중산행을 했습니다...
억겁의 시간과 물과 바위가 만들어낸 걸작품 용추계곡은 그림의 떡입니다.
저속에서 알탕을 해야 하는데 빗물로 목욕을 하고 있으니...
주차장 화장실에서 임시방편으로 땀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었지만 축축한 느낌은 떨칠수가 없네요.
비가 계속 내리니 비에 젖은 베낭이랑 등산화를 어찌하지도 못하겠고...
여하간 300명산 하나는 지웠네요^^
산속에서 또 하산해서도 옥수수랑 먹을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신 워너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