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사리
시: 최영욱
야윈 곳간이 늘 문제였다
비우면 언젠가는 채워질 거라는 말은
꽃이 피면 다시 올 거라는 말처럼
헛된 것이라서 쓸쓸했다
날이 저물면 저녁이 찾아들 듯
날이 새면 어김없이 오르던 평사리- 行
늙은 자동차도 길을 다 외워 차도 나도 편안했던
평사리- 行 이십여 년
이젠 늙어 기다릴 사람도, 받을 기별도 더는 없어
빈 곳간들을 사람으로, 문장으로 채워놓고
내 언젠가는 최참판댁 솟을대문을 등 뒤로 두고
개치나루 쯤에서 나룻배 하나 얻어 타고
흐르듯 떠나가겠지
나는 늘 평사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렸지만
이제 평사리가 나를 기다려도 좋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평사리- 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