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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태 교수의 재미있는 마케팅 이야기 ]
고객 취향만 따르다가는 망한다
장사꾼들이 하는 말 가운데 장사가 재미있다는 것은 곧 장사가 잘 된다는 말과 통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장사가 잘 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틀을 잡아가면서 마케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마케팅 개념을 잘못 이해하면 기업경영에 득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점에서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 과제다. 신동아는 새천년을 맞아 소비자 행동과 마케팅 전략을 전공한 홍성태 교수의 재미있는 마케팅 이야기를 연재한다. 이는 곧 잘 되는 마케팅 이야기 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는 우선 마케팅의 핵심 내용인 고객 중심 마케팅 개념에 대해 오해하는 점들을 짚어보고, 마케팅 전략의 본질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편집자>
홍성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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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고객중심 마케팅 신화에 대한 오해
고객이 왕이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이른바 고객 중심 마케팅은 마케팅 원론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으로 인식되어 왔다. 고객의 욕구(needs)를 찾아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흔히 고객 중심 마케팅을, 가능한 한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의미를 잘못 받아들인 기업들은 해답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문제에 봉착하곤 한다. 먼저 고객지향 마케팅에 대한 오해 사례들을 살펴보자.
오해 1- 소비자의 욕구는 알고자 하면 알 수 있다
주부들을 겨냥한 월간지 마리안느가 창간 17호 만에 부도를 내고 말았다. 기업경영에서 부도는 병가지상사이며 한 잡지사가 문을 닫은 사건 또한 대수로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부도를 내게 된 이유가 눈길을 끈다.
이 회사 기획실장에 따르면, 마리안느는 창간을 앞두고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를 보면, 주부들은 낯뜨거운 섹스 이야기나 루머 일색의 잡지에 식상해 있어 유익한 정보만 전해 주는 잡지가 나올 경우 95% 이상이 구독하겠노라 응답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리안느는 자신있게 무섹스, 무스캔들, 무루머의 3무(三無)정책을 표방하고, 그 정책을 고수했다. 그런데도 이 잡지가 독자들의 외면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최근 들어 소비자의 욕구가 무엇인지 미리 예측하려고 마케팅 조사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마리안느의 폐간은 이와 같은 마케팅 조사의 유용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 만들었다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들. 펩시의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한 코카콜라는 85년 400만 달러의 개발비를 들여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맛의 콜라를 만들어냈다. 20만 명이 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엄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그야말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 뉴-코크(New Coke)가 시장에 나오자마자 직면한 것은 소비자의 거센 반발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 지프를 군납하여 크게 성장한 아메리칸 모터스(AMC)는 전쟁이 끝난 후, 일반 소비자에 대한 판매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마케팅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는 일관되게 부정적이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어 지프를 상용화했는데 뜻밖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아메리칸 모터스는 오히려 고객 욕구조사 결과를 무시함으로써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처럼 마케팅 관리자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려고 애를 쓰지만, 고객 자신도 자기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욕구를 제대로 의식했다 해도 잘못 표현하기 일쑤다. 물론 마케팅 조사가 불필요함을 역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밀하게 조사했다 하더라도 고객의 진정한 욕구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임을 인정해야 한다.
오해 2- 소비자의 욕구는 소비자 자신이 잘 안다
기업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욕구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항상 제대로 의식하는 것은 아니며, 기업만큼 장래에 대해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30년 전에 어떤 소비자가 캠코더․팩스․무선 전화기․e-메일․노트북 컴퓨터 등을 요구했겠는가? 오히려 기업이 아이디어를 다듬어 신제품을 만든 다음 광고 등을 통해 잠재고객을 교육시키고 시장을 창출해 왔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기업은 훌륭한 기업이다. 그러나 더 훌륭한 기업들은 고객 자신이 알아채기 전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일본 소니사의 아키오 모리타 회장은 소비자를 새로운 제품으로 리드해야 한다. 소비자는 무엇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제품 개발은 고객 욕구의 관찰(market pull)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과학 발전의 결과(science push)에 의해서도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욕구 충족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세세한 문제 해결에만 급급할 뿐 창조적 과학발전에 따른 이노베이션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미래에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인데도 즉각적인 시장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술의 연구 개발이 무시될 염려가 있다.
고객지향 마케팅이란 기업이 고객들보다 그들의 욕구를 더 잘 인식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들의 문제 해결과 욕구 충족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고객은 모를지라도 기업은 알아야 한다.
오해 3- 소비자도 적절한 비용 개념을 가진다
소비자들도 가끔은 제품의 제조비용을 의식한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소비자들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제품을 쓰고 싶어한다. 그래서 소비자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다품종 소량생산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원가가 상승하고 결국 고객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와 같이 고객의 욕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오히려 고객에게 이롭지 못한 마케팅 활동이 되기도 한다. 기업들은 끝없는 신모델 개발과 그에 따른 투자로 물건은 팔리지만 이익은 남지 않는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생산품목과 부품 숫자를 대폭 줄이고, 모델변경 기간도 늘려 잡는 탈(脫)다품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품의 품목 줄이기, 모델변경 기간 연장하기, 공통부품 사용하기 등으로 비용을 줄이고,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생산방식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일본에서 해마다 새로 나오는 자동차 모델은 평균 90종으로 40종인 미국의 갑절이 많다. 모델 숫자를 줄이면 공장 및 유통현장에서 재고가 줄고, 신모델 개발을 위한 설비투자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운전석의 계기판 종류만도 437가지고, 라디에이터는 110가지, 실내 카펫이 1200가지, 핸들은 87가지, 재떨이만도 300가지에 이르렀다. 결국 닛산의 디자인 부서는 모든 부품의 종류를 40%까지, 모델 종류도 35%까지 대폭 줄이도록 전략의 일대 전환을 단행했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Simple is Beautiful)는 슬로건은 판매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품의 모델과 디자인을 자주 바꾸다 스스로 무덤을 판 자동차업계에서 이심전심으로 일고 있는 새로운 다짐이다.
일본 가전업계도 모델이나 디자인을 자주 바꾸다 멍이 든 상태다. 마쓰시타는 90년에 내건 슬로건 새로운 유형의 사고 대신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s)라는 새로운 기치 아래 오디오와 카세트 등 각종 제품의 모델을 6000개에서 1000개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니나 히타치와 같은 대형 가전업체들은 비디오카메라 한 품목에서만 매년 5~6가지씩 신제품을 쏟아내는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소비자를 외면한 개발경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각 사는 소형화․경량화를 위해 밤낮으로 애쓰지만 소비자들은 비디오 카메라를 휴가철에 한두 번 사용하는 게 고작이고, 최첨단 기술로 개발된 새로운 기능들을 활용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제품의 전체 제조원가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랐다. 또 소비자 쪽에서는 모델과 디자인이 자주 바뀌자 오늘의 신모델이 얼마 가지 않아 곧 구모델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구매심리가 도리어 위축되기도 한다.
오해 4- 고객지향의 관점은 장기적인 가치가 있다
고객과의 선의(goodwill)를 위해 단기적이나마 이익의 희생을 감수하는 데는 실질적인 문제가 따른다. 다른 이해집단의 양해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고객의 만족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주주나 하청업자 등 다른 이해집단을 등한히 하기 십상이다. 그리하여 자칫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기업은 또한 치열한 경쟁 상황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의 아메리칸 모터스(AMC)는 승용차 부문은 시장에서 모두 사라져 버렸고 지프만이 크라이슬러에 흡수되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의 실패는 고객관리를 장기적으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자동차 기업들과의 경쟁에 직접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었다.
고객지향 마케팅을 추구하면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보상받는다는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2부-마케팅전략 수립의 실체
앞에서는 고객지향 마케팅의 문제점을 두루 살펴보았다. 물론 고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쟁우위를 유지하며 기업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더 넓은 시야를 필요로 한다. 이렇듯 포괄적이며 실제적인 전략의 방향제시가 요구됨에 따라,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전략형성의 핵심 철학에 대한 이해 없이 기법에만 치중하는 바람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면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밑에서부터 짜 올라가는 마케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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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전략은 밑에서부터 짜 올라갈 때 더 큰 실천적 의의를 갖는다. 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진 장군만이 효과적인 전략을 짤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베트남에 가보지 않은 장군이 서울에서 베트남전의 전략을 짤 수 있겠는가?
훌륭한 마케팅 전략은 고층 빌딩의 기획실로부터 나오는 것도, 한적한 리조트 호텔 방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시장바닥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마케팅 전략은 아래에서부터(bottom죚 up) 개발되어야지, 위에서부터(top죚down) 지시되어서는 안 된다.
창업주가 처음 시작할 때는 의사결정이 바닥에서 이루어지지만, 기업이 커질수록 바닥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기 쉽다. 드러커(Peter Drucker) 교수는 한국기업들이 시장에서 멀어져가는 현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은 가장 크게 성공한 H기업을 내다버린 거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H기업이 시장에 밀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룹 차원의 결정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곳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제너럴 모터스(GM)가 한창 발전을 거듭할 당시 경영진은 한 달에 일주일을 세일즈맨이나 서비스맨과 함께 보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재벌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세계석학에게 듣는다, 사회평론 1994)
시장은 고객이 있는 곳이며 또한 경쟁자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전략적 의미에서는 경쟁자와 맞닥뜨리는 최전방을 전선(front)이라고 부른다.
전략 담당자들은 전선으로 내려가 보아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그러나 유능하다고 인정되는 전략 담당자일수록 다른 더 중요한 일이 많아서 가 봐야지하면서도 직접 전선에 가보지 못한다. 다만, 전선에 나가 본 것처럼 상상하여 기획도 하고 전략도 짠다.
그러나 전선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처럼 여겨지더라도, 전선에 나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마케팅 전략 형성과정에 매우 중요하다. 또 시장에 가서는 소비자의 불평에 귀를 기울여야지, 자기 생각을 단순히 확인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판단하려 하지 말고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조그만 불평에서 마케팅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쟁은 마음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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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은 제품의 전쟁이 아니라 마음의 전쟁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승용차간 경쟁이 엔진 크기와 마력수, 연료 효율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본차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단연 혼다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혼다의 판매량이 도요타, 닛산에 이어 겨우 세 번째로, 도요타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만약 마케팅이 제품만의 전쟁이라면, 미국에서든 일본에서든 판매 순위가 비슷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쟁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같은 제품이라도 이를 대하는 소비자의 마음이 다른 것이다. 70년대부터 수입이 늘어난 일본차 중 가장 먼저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에 새겨진 것은 혼다의 시빅과 어코드라는 모델이다. 미국인들에게는 혼다가 고장 안 나는 일본차를 대표하는 셈이다. 반면 일본 사람들은 혼다 하면 오토바이를 먼저 떠올린다. 혼다는 오토바이로 일본 사람들과 친숙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오토바이 회사가 만드는 자동차를 은연중 꺼리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펩시의 끈질긴 도전에 직면한 코카콜라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로 결정한다. 철저한 시장조사 결과, 사람들이 더 달고 부드러운 맛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코카콜라가 창립 99년 만에 새로 만들어 낸 것이 뉴-코크였다. 코카콜라가 2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맛 테스트에서 뉴-코크는 기존 코크와 펩시를 젖히고 1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펩시에 이어 3등에 머문다. 반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기존 코크는 맛 테스트에서는 3등이었지만, 시장에서는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음료수 마케팅 또한 맛의 전쟁이 아니라 마음의 전쟁임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마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마케팅의 전쟁터는 바로 마음인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사실(fact)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 눈에 편평해 보인다면(인식: perception), 나에게는 편평한 것이 진실이다.
그렇다면 마케팅 상황에서의 진실이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고객의 인식이 그야말로 진실이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여하튼 마케팅 전쟁을 치를 때는 고객의 인식이 진실이라고 가정해야 한다.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진실을 수용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비디오 레코더 중에는 소니의 베타멕스가 VHS보다 더 우수한 기종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VHS를 선택했다. 베타멕스는 이제 시장에서 사라져버린 패자이고 VHS가 승자다. 제품의 진실된 품질이 어떠했든 언제나 승자가 더 좋은 제품으로 기록될 것이며, 그들은 또한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마케팅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전쟁인 마케팅 전쟁에 승리해야 좋은 제품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환경분석 내부분석 산업분석 경쟁분석 고객분석 등 각종 분석에 매달리는 경우를 본다. 과연 과학적인 분석 단계를 거친다면 마케팅의 성공이 보장될까. 많은 사례를 살펴보건대, 합리적인 과정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버나드 쇼는 진보(progress)는 불합리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마케팅 조사를 잘하고, 치밀한 전략 기획을 수립한 회사가 승리의 영광을 차지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좋은 마케팅 전략은 그 본질상 비정상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남을 설득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경영자의 사고방식에는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마케팅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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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한 남자가 벤-프랭클린(Ben Franklin)이라는 할인점의 일부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교외에 사는 사람들이 유통비용 때문에 제품을 비싼 가격에 구매한다는 것을 알고 벤-프랭클린의 중역에게 지방 소도시에 할인점을 열 것을 제안하였다. 벤-프랭클린의 경영진은 상식에 벗어난 제안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5만 명 이하의 소도시에서는 할인 가격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남자는 자신이 1962년 아칸소의 조그만 도시에 첫 상점을 열었다. 30년 후, 이 상점은 42개 주에 걸쳐 1720개로 불어났으며, 해마다 150개 상점을 새로 열고 있다. 90년에 이미 세계 최대 산매점인 시어즈의 매출을 추월하였고, 97년에는 1000억 달러 이상을 판매하는 거대한 조직이 되었다. 이 상점이 바로 월마트(Wal-Mart)이며, 그 사람이 샘 월튼(Samuel Walton)이다. 월튼은 벤-프랭클린 할인점을 경영하는 유능한(?) 경영진의 상식을 뛰어넘었기에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현재 월마트가 영업을 하는 도시의 평균 인구수는 1만5000명이다.
페더럴 익스프레스를 만든 프레드릭 스미스는 대학교에 다닐 때 이미 자기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스미스의 아이디어는 매우 독특하였다. 중심축과 바퀴살로 된 수레바퀴 형태를 띤 우편배달체계였다. 즉 모든 우편물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직접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중심축(hub)에 해당되는 멤피스로 모이게 된다. 지리적으로 멤피스가 미국 전체의 중앙이 되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수거된 우편물은 당일밤 비행기에 실려 멤피스로 집결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수신지역별로 분류된다. 분류된 우편물은 멤피스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배달될 지역으로 떠난다. 이러한 방법을 쓰면, 어디서 어디로 우편물을 보내든 다음날 오전까지 배달할 수 있는 것이다.
예일대학 시절 스미스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경제학 리포트로 제출하였을 때 그는 C학점을 받았다. 그러나 스미스는 실망하지 않고 그의 꿈을 추구하여 특급 속달우편 분야에서 가장 지배적인 기업을 창출해 냈다.
조사와 분석이 사실을 어느 정도 밝혀줄 수는 있다. 그러나 사실을 알았다 해도 그 자체가 해결책은 아니며, 사실들을 대입하면 정답이 나오는 전략 공식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만약 널리 신봉되는 그런 법칙이나 공식들이 있다면, 바로 그것을 깨부수는 데 오히려 승리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영국의 로렌스 중위가 12명의 아랍인을 프랑스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 아랍인들은 난생 처음으로 외국여행을 하게 된 것인데 로렌스는 몹시 당혹스러운 사태에 부딪혔다. 아랍인들이 목욕탕에 들어가서 좀처럼 나오려 하질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몇 시간이고 욕조에 들어앉아 있었으며, 외출했다가도 서둘러 호텔로 돌아와 목욕을 즐기곤 하였다.
흉내로는 이길 수 없는 마케팅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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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짐을 꾸려 공항으로 떠날 차비를 모두 갖추었는데 아랍인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초조해진 로렌스는 부랴부랴 그들을 찾아나섰다. 그러다가 돌연 그들이 욕실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아랍인들은 모두 욕실에서 수도꼭지를 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로렌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니, 대체 뭣들 하고 있는 거요?라고 물었다. 그들이 대답했다. 수도꼭지를 가져가려고요. 아라비아에 가서도 목욕을 즐기게요.
벤치마킹을 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런데 수도꼭지를 가져간다고 해서 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듯, 겉으로 드러난 시스템을 흉내낸다고 해서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마다 기질이 다르고 기업마다 문화가 다른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의 경영기법에 대해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그것들이 미국 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문화적인 차이를 간과한 채 피상적인 기법만 흉내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소위 대기업들은 정부의 여러 가지 보호와 혜택 안에서 성장해왔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라 해도 한두 제품에 집중해서 커진 것이 아니라 갖가지 업종의 매출을 모두 합하여 대기업 반열에 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기업들이 포춘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에 속하는 기업의 운영방식을 흉내내는 데 문제가 있다.
월맹의 호치민이 자신의 게릴라 부대 요원을 미국 육군사관학교에 보내서 훈련시켰더라면 오히려 전쟁에 졌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에게 걸맞은 전략과 전술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국 대기업은 포춘 100대 기업들과 정반대 전략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마케팅 전쟁에서는
스타 플레이어보다 팀워크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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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전략은 그야말로 실전을 고려한 실천적인 것이어야 한다. 기업 수준의 전략은 모방할 수 있을지라도 마케팅 전략은 흉내로 성공할 수 없다. 마케팅에서 성공의 열쇠는 창의성과 융통성임을 유념해야 한다.
마케팅 전략에 있어 힘의 원리를 잘못 이해하는 전형적인 예는, 인재가 많으면 이길 수 있으리라는 착각이다. 그렇다고 우수한 인재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사원들의 수준이 낮아 마케팅 전쟁에서 패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기업이 커지면 인재도 많이 들어오지만 전반적인 사원의 평균 수준은 점차 낮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마케팅 전쟁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창의력과 이를 수행할 구성원들의 팀워크다. 명문대학의 졸업장이 결코 창의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짝이는 창의력이 요구되는 마케팅 전략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를 많이 본다.
스포츠에서는 경기시즌을 마친 후, 각 팀의 가장 좋은 선수들만 뽑아서 올스타전을 벌이곤 한다. 이러한 스타 플레이어들의 팀은 전력이 매우 막강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는 때가 많다.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보다 팀워크가 훨씬 중요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전략을 수행할 때도 한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 활용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어떻게 하면 전체가 뭉쳐서 팀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팀워크의 중요성을 인식한 기업들은 기업문화 기업철학 사풍 등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을 전파하려고 애를 쓴다.
서툰 경영자는 전략을 수행하는 데 흔히 적극성 내지 공격성을 강조한다. 제품을 하나라도 더 만들고, 판매원을 한 명이라도 더 늘려서 더 열심히 판매하고, 광고를 더 많이 내고, 회의를 많이 하고, 보고서와 자료를 더 준비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겨야겠다는 의욕과 집념만으로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사원 결의대회를 하고, 무작정 열심히 뛰기로 다짐하는 것은 눈감고 아무 데로나 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머지 않아 더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의욕과 집념만 가지곤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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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많지 않은 유치원 보모는 아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흥분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즐거워진 아이들은 그 다음 좀더 큰 자극이 있지 않으면 즐거워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극의 강도를 높이다 보면 보모도 지치고 아이들도 자극 수준이 충족되지 못해 짜증을 내게 된다. 반면 경험이 많은 보모는 아이들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려 애쓴다. 그 차분함 속에서 교육도 이루어지고 아이들은 진정한 즐거움을 찾게 된다.
요즘 어떤 기업들은 신바람 내는 것을 전략집행을 위한 기업문화 형성의 일환 인 양 생각한다. 신바람 대회 한마음 운동 신풍 운동 등을 내세우며 단합대회도 거창하게 치르지만, 일과성 행사로 끝나고 마는 것은 웬일일까.
신바람 자체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적 치료요법인 것이다. 신바람을 연거푸 일으킬 수는 없다. 이는 마치 유치원생들을 계속 흥분시켜 기분을 돋우려는 것과 같다. 마음만 앞서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마케팅 전략에서 창의력이나 생명력을 강조하는 것을 신바람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마케팅 전략의 수행은 우- 하는 기분이나 밀어붙이기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실천의 문제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침착하게 경쟁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객의 눈으로 보아야 기업이 산다
마케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대체 우리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느냐(What business are we in?)를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해야 한다. 이는 곧 기업(Corporate)의 정체(Identity)가 무엇이냐를 밝히는 것(CI)으로, 이것을 잘못 규정하면 실패를 자초하게 된다.
홍성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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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이 자신이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사업을 한다. 마케팅의 기본은 사업의 성격을 고객 측면에서 정의하고, 그 성격을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를 위해 우선은 기업의 정체성(Corporate Identity: 일명 CI)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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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성격을 파악하라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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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에 스프링벅이라는 산양이 살고 있다. 이 산양은 보통 20~30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지만 계절이 바뀔 때는 수천 마리가 떼를 이루기도 한다. 거대한 산양 떼가 천천히 이동하는 장면은 가위 장관이리라.
그런데 앞서 가는 산양들이 풀을 먹고 지나가면, 뒤에 오는 양들은 먹을 풀이 없다. 그러니 뒤를 쫓는 산양들은 풀을 먹기 위해 앞으로 나서려 하고, 앞에 가는 양들은 뒤지지 않으려고 차차 발걸음이 빨라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큰 무리가 모두 다 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풀을 뜯어먹기 위해 앞서려고 했지만, 그 다음엔 앞서기 위해 앞서려 한다. 그 다음엔 왜 뛰는지도 모르는 채 그대로 내달리다가 낭떠러지에서 바다로 떨어져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가격에서든 서비스에서든 무작정 경쟁만 의식하여 죽는지 사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내달리는 산양같이 어리석은 기업이 많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열심히 내달리기만 하는 기업은 곧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과연 무슨 사업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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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대체 우리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느냐(What business are we in?)를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해야 한다. 이는 곧 기업(Corporate)의 정체(Identity)가 무엇이냐를 밝히는 것(CI)으로 이것을 잘못 규정하면 실패를 자초하게 된다.
미국의 앰트랙(Amtrak)은 19세기 중반에 생겨난 철도회사로서 매우 번성하였다. 그 당시 서부를 개척해 나가는 데 철도운송에 대한 수요는 거의 무한하여 1세기 동안 철도산업은 화물과 승객 수송을 독점하여 왔다. 그런데 1960년대에 이르러 경쟁자가 나타난다. 2차 세계대전 중 발달한 항공술 덕분에 항공 운송이 일반화하고 웬만한 소도시에까지 비행장이 들어선 것이다.
앰트랙은 자신의 사업을 철도사업(rail road business)이라고 규정하여 왔다. 그래서 경쟁자인 항공사들과 차별화하느라 되도록이면 비행장을 멀리 피해 철로를 깔아 경쟁력을 가져보려 하였다. 그러나 결국 고객의 외면으로 오늘날 도산 직전에 놓이게 되었다. 작년의 손실만도 10억 달러에 이른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고객의 눈으로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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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기차를 타는가 : 사업 내용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의 욕구 측면이다. 앰트랙의 사업은 기업 측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히 철도사업이다. 그런데 고객 측에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마차를 타던 사람(고객)들이 왜 기차를 탈까?
그렇다. 마차에 비해 기차가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앰트랙은 자신의 사업을 철도사업이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빠르고 편리한 운송수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생각했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었더라면, 비행기가 등장했을 때 전혀 다른 대응을 했을 것이다.
기차와 비행기 중에 어떤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한 운송수단이 되는가? 비행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비행기와 경쟁하게 된 앰트랙이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은 둘 중 하나다. 첫째는, CI를 바꿔 비행기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하는 것이다. 예컨대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운송수단을 CI로 삼고 시간을 다투지 않는 제품의 운송 또는 관광을 포함한 여가 여행 등을 주 제품으로 내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빠르고 편리한 운송수단에 집착하고 싶다면 항공사업에 진출할 일이다. 그래서 오늘날 앰트랙 에어라인이 날아다니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비행기와 철도를 조합하여 비행장에서 시내까지 직접 연결되는 철로를 깔아 다른 항공사가 제공할 수 없는 더 빠르고, 더 편리한 운송 수단을 제공했더라면 앰트랙이 오늘날처럼 도산 위기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업의 성격을 제품의 기능과 형태가 아니라 고객의 욕구를 중심으로 보아야 함을 말해 준다.
대부분의 기업이 자신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what a company is best at)를 잘 모른다.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라. 해답이 거기에 있다.
사람들은 왜 영화를 보는가 :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진 영화사 MCA나 콜롬비아 등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사업은 제품 면에서만 보면 영화사업이다. 그들은 영화사업을 통하여 20세기 초반에서 중반에 이르는 시기를 풍미하였다. 불경기에도 오로지 번성한 것은 영화사업이었으며, 2차 세계대전 중은 물론 전쟁 후에도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영화사업은 계속 번창하여 왔다.
이러한 영화사업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70년대에 출현한 VCR 때문이다. VCR가 출현하자 사람들은 극장에 가는 대신에 집에서 비디오를 빌려다 보았다. 제품의 형태만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영화사업을 한다고 생각한 콜롬비아, MCA 등은 VCR의 출현을 안타까워하며, 고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려고 애를 썼다. 그들 나름대로 고객의 욕구도 조사해 보았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영화 선택의 여지를 주기 위해 대형 극장을 4~5개의 소극장으로 나누어 개조하였다. 표를 구입해 극장에 들어선 고객이 자기 취향에 맞는 영화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집에서 비디오를 볼 때처럼 편안한 자세로 관람하도록 극장 의자를 더욱 편하게 만들고 앞뒤 간격을 넓혔을 뿐 아니라, 바닥에 고급 카펫도 깔아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관객들은 극장을 찾지 않았다.
이번에는 극장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을 찾아보았다. 미국 사람들은 극장에 가면 십중팔구 팝콘을 즐긴다. 그런데 집에서 튀긴 팝콘은 아무리 맛있게 만들려 해도 극장 팝콘에 미치지 못하였다. 낭만적 요소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는 즐길 수 없는 극장만의 낭만을 살리기 위해 더욱 좋은 팝콘과 스낵 등도 개발하였다. 그러나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은 날로 줄었다.
이와 같이 극장을 어떻게 개조하여 손님을 끌 것인가에만 신경을 쓰던 MCA나 콜롬비아는 90년대 초, 주인이 바뀌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영화사들이 자신의 사업을 고객의 눈으로 파악했다면 그러한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왜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일까? 재미있기 때문이다. 영화사들이 만약 자신이 즐거움을 주는 사업(entertain․ment business)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면 VCR는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주 잘 된 영화라도 개봉관에서 3~6개월 후면 중고품이 되고 마는데, 비디오의 보급으로 이러한 중고품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업의 성격을 제대로 인식했더라면 갓 개봉관을 떠난 영화들은 물론, 다시는 극장에서 상영 못할 30~40년대의 흑백영화들을 녹화하여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즐거움을 주는 사업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 먼저 눈을 뜬 기업은 의외로 디즈니다. 현재 전세계 비디오 판매량 1위에서 10위까지 중 9개가 디즈니의 작품이다. 반면에 거대한 시장이 생겼는데도 새로운 기회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VCR를 경쟁자로만 인식한 MCA나 콜롬비아 같은 영화사들은 파탄에 이르게 된다.
사람들은 왜 TV를 보는가 : 일본의 마쓰시타나 소니 같은 회사들은 이런 점을 깨닫고, 기능과 형태를 중심으로 사업성격을 규정하던 구태를 탈피했다. 즉 자신들이 제품 면에서는 전자사업을 하지만, 고객의 측면에서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컨대, 왜 TV 드라마를 보는가? 재미있으니까. TV를 보거나 워크맨을 듣는 사람들이 결국은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사업을 즐거움을 주는 사업이라고 규정한 것은 매우 현명한 처사다.
마쓰시타와 소니가 자기 사업의 정체를 인식한 후 미국의 MCA와 콜롬비아사를 각각 61억 달러, 46억 달러나 지불하고 매입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제품 형태 면에서는 전혀 다른 사업 같지만, 고객 욕구 면에서는 동일한 사업이라고 본 것이다. 결국 그들은 일본에서 생산한 전자제품들을 통해 가장 좋은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미국의 영화사를 통해 가장 좋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겠다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마쓰시타의 타니이 데루오(谷井照雄) 사장은 이를 하드와 소프트의 이상적인 결합이라고 일컬었다.
기업 정체의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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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업의 성격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기능이나 형태보다 고객의 시각을 중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사업을 시장욕구 충족의 과정으로 보아야지 제품생산의 과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제품과 기술은 진부해지지만 기본적인 고객의 욕구는 영원히 지속되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만드는 레블론(Revlon) 회사의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세 단어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WE SELL HOPE(우리는 기대감을 판다)
그렇다. 레블론 회사가 파는 것은 화학제품이 아니다. 아름다움 자체도 아니다. 그들은 이 화장품을 바르면 예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파는 것이다.
이제, 귀사에서도 과연 무엇을 판매하고 있는지, 고객 위치에 서서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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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정체를 표현하라
CI를 규명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최근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90년대를 중심으로 강조점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이전의 CI 작업은 기업 내부의 조직풍토를 잘 파악하고, 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90년대 이후의 CI는 외부의 고객 및 일반 대중에 비치는 기업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즉 예전에는 인사․조직 면이 강조된 데 반해, 오늘날에는 마케팅이 CI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정체성(CI)은 <표>에서 보듯이 기업 내부의 CI와 기업 외부의 CI로 분류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기업의 사풍이나 철학 등 개성을 명확히 하는 기업문화 정립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한편 외부적으로는 고객을 의식한 기업의 이미지 표현을 위해 부심하게 된다. 즉 규명된 CI를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바로 창의성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여기서는 기업 내부의 CI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 후, 설정된 CI의 내용을 고객들에게 창의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들을 알아보겠다.
기업 내부의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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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 기업 내부의 인사․조직 측면에서 기업의 철학이나 풍토(또는 社風)라 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뚜렷한 조직문화가 없는 기업은 성공을 지속하기 힘들다. 현대그룹의 우직한 추진력, 삼성그룹의 깔끔한 관리력 등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 풍토로 자리잡았다.
제품은 진부해지고 시장은 변화하며 신기술이 출현하고 새로운 경영기법과 용어가 난무할지라도 기업의 문화는 이어져 간다. 그리하여 기업이 성장하고 다각화해 전세계로 확산되더라도 그 조직을 묶어 놓는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마치 유태인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더라도 유태인 정신이 그들을 붙잡아 놓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각 기업은 자신의 조직문화가 어떤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도대체 자연발생적으로 드러나는 조직문화가 존재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조직문화가 뚜렷이 규명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설정하여 구성원들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정신적 정체성(MI: Mind Identity)을 설정하여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게 한다. 즉 전사적(全社的)으로 동일한 마음가짐을 가지려는 시도로 사훈이나 경영이념, 사원정신 등을 정하게 된다. 다만, 예전에는 기업주의 개인적인 철학 내지 가치관 또는 가훈을 상의하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오늘날에는 모든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과정을 거쳐 MI를 설정하게 된다. 설정된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MI 설정 과정에 참여하였다는 사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정된 MI는 사훈 등의 제목하에 액자로 만들어 걸기도 하고 구성원에게 교육도 하지만, 마음 다짐만 가지고는 행동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MI와 일관된 행동의 지침들, 즉 행동적 정체성(BI: Behavior Identity)을 설정하게 되는데, 이는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의 행동에 일체감을 형성하고 기준을 세우는 작업이다. 좁게는 전화 받는 요령에서부터 넓게는 의사결정 과정의 세부지침까지 행동강령들을 교육하게 된다.
어떤 여성이 아름다워 보이려면 우선은 마음이 건강해야 할 것이다. 건강하지도 않으면서 화장만 진하게 해서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의 불편함을 밝히고 바람직한 처방을 하는 것이 바로 MI와 BI를 설정하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이제 건강해진 여성이 적절한 메이크업을 하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이러한 메이크업 활동이 바로 기업 외부의 고객을 의식한 CI 전파작업이며, 마케팅이 해주어야 할 일이다. 여기에는 다시 시각 및 언어적 정체성을 설정하는 두 가지 CI가 있는데, 마케팅 역할과 관련되므로 좀더 상세히 설명한다.
시각적인 정체성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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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시각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심벌 마크, 로고에서부터 유니폼 또는 회사 차량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통합을 시도할 수 있다. 즉 시각적 정체성(VI: visual identity)을 도모하는 것인데, 기업이 이러한 시도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손다이크(E.L. Thorndike)라는 심리학자는 학창 시절에 미국의 정부기관에서 실업자들의 직업을 알선하는 부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가 대공황 시기여서 마땅한 일거리가 없었으므로 손다이크는 이러한 실업자들을 위한 한 가지 아이디어로, 잡지나 신문 등에 나온 각 단어의 수를 세어 정리하게 하였다. 그 일을 한 사람들이 센 단어가 총 450만 개에 달했으며, 오늘날 영어사전에 수록된 각 단어 앞에 별표(*)로 빈도수를 표시하는 것이 바로 이 조사에 기초한 분류다.
후에 그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게 되었을 때, 이 조사결과를 이용해 사람들이 각 단어를 얼마나 좋게 생각하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의미와는 관계없이 자주 쓰인 단어일수록 더 좋게 생각하고 자주 쓰이지 않은 단어들은 덜 좋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그림>은 각 단어의 빈도수와 그 단어에 대한 호감도를 그래프로 그린 것인데, 빈도에 따라 그 호감도가 거의 일정하게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단순히 어떤 단어를 자주 접함으로써 그 단어가 공연히 좋아지는 신기한 현상인데, 이를 단순노출(mere ex -posure)에 의한 호감형성이라 한다. 후에 많은 실험을 통해 입증이 된 이 이론은 사람들이 어떤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그 정보에 친밀감이 생기고, 그 결과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얼굴 사진을 찍어, 하나는 정상적으로 인화하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인화하였다고 하자. 즉 가르마를 비롯해 오른쪽과 왼쪽이 바뀌어 보일 것이다. 친구들은 정상적으로 인화된 사진이 더 잘 나왔다고 말하지만, 본인은 반대로 인화된 사진이 더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익숙한 얼굴을 더 좋아하는데, 본인은 항상 거울을 통해 거꾸로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에 반대로 나온 사진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왕가의 공주가 자신의 신분에 걸맞지 않은 승마 선생과 눈이 맞았다거나, 유명 여가수가 보디가드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뉴스가 흥미를 끌곤 한다. 의아하게 들리지만, 누구든 가까이 자주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이 점점 좋아지기 십상인 것이다. 이처럼 반복된 노출은 친근감을 가져오고 결국 우호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고운 면은 물론이지만 미운 면도 자주 보면 정(情)이 든다는 것을 우리는 미운 정이라고 표현한다.
소비자들이 매번 광고를 눈여겨보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저 스쳐 지나간다 하더라도 한 번 스쳐간 광고보다 두 번 접한 광고의 제품을, 두 번 접한 광고보다 세 번 본 광고의 제품을 더 잘 기억하고 더 친근감을, 더 나아가 호감을 갖게 되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제과업계의 선두주자인 구리코(Glico) 제과는 초등학교에서 칠판이 낡거나 농구대, 철봉 등이 망가졌다고 연락만 하면 언제든지 무료로 교체하여 준다. 다만 한쪽 구석에 구리코 제과의 상표를 새겨 넣었다. 학생들이 칠판을 쳐다보거나 밖에 나가 놀 때 자연히 그 상표에 노출되므로, 이 아이들이 가게에서 과자를 사게 되면 구리코 과자에 손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연말에 각 기업은 사은품으로 달력을 배포한다. 소비자가 달력을 집에 걸어 놓는다면, 달력 밑의 상표를 1년 내내 보게 되는 셈이다. 그저 지나칠 뿐이라도 자꾸 보게 된다면 그 상표를 더 잘 기억하고 친근감, 더 나아가서 호감을 갖게 되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통일된 이미지의 상표, 심벌, 로고(logo) 등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기업이나 제품에 대해 친밀감과 호감을 형성하는 것이 시각적 정체성(VI)을 추구하는 의의다.
언어적인 정체성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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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만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슬로건 등 언어로도 소비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언어적 정체성(verbal iden-tity)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를 알아보자.
기억하는 원리 중에 재생기억(repro- ductive memory)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정보를 반복적으로 되뇜으로써 정보를 주어진 그대로 정확히 기억해 낼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국민교육헌장을 외울 때 의미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되면 토씨, 쉼표 하나 빠뜨리지 않고 원문을 그대로 외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생기억의 원리는 연쇄작용(associationism)이다. 다시 말해, 앞의 말이 자극(S:stimulus)이 되어 바로 뒤의 말(R:response)이 튀어나오고, 그 말 때문에 그 다음, 또 그 다음 말이 연쇄적으로 생각난다는 것이다. 무지개 색깔을 빨주노초파남보라고 기계적으로 외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재생기억이다.
그런데 재생기억을 위한 연쇄작용을 촉발하려면 순서에 따라 첫번째 말부터 외우기 시작해야 한다. 맨처음부터 시작하면 쉽게 외울 수 있지만 중간부터 시작하려면 재생이 잘 안 된다. 이를테면 무지개의 색깔 중 초록색 다음이 무슨 색인지 얼른 기억해내기 쉽지 않다. 국민교육헌장도 중간부터 시작하면 외우기 힘들다. 처음 외운 순서대로가 아니면 재생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단어가 시작되면 뒤따르는 말들은 매우 정확하게 기억해낼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재생기억의 연쇄성과 정확성을 이용해 기업 이미지를 쉽게 전달하곤 한다.
예를 들어 AT&T라는 전화통신 회사의 광고에는 상표 다음에 The Right Choice(올바른 선택)라는 말을 항상 붙여 준다. 따라서 AT&T 하면 누구나 The Right Choice를 연쇄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외국 광고에서 Cars That Make Sense를 Hyundai라는 상표 다음에 반드시 붙인다. 그럼으로써 현대자동차가 저렴하면서도 쓸모 있는, 적절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쉽게 기억시키려는 것이다.
재생기억을 용이하게 하려면 첫째, 기억시켜야 할 문구를 상표와 함께 수도 없이 반복하여 광고해야 한다. 재생기억은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연쇄작용을 촉발시켜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재생기억은 연쇄작용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므로 상표명과 기억되어야 할 문구는 항상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델몬트 오렌지 주스가 따봉이라는 재미있는 말을 유행시켰지만 사람들이 이 말을 델몬트 상표에 연결시키지 못해 선전문구의 유행만큼 매출이 오르지는 않았다. 또한 상표가 먼저 나와야 연쇄작용에 따른 이미지 전달효과를 높여준다. 따라서 우리의 날개, 대한항공에서처럼 우리의 날개 때문에 대한항공이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항공은 우리의 날개입니다처럼 대한항공 때문에 우리의 날개가 생각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따라붙는 문구는 간략해야 한다. 금성,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문구는 의미는 좋지만 상표명까지 합치면 다소 길다. 상표명(S) 다음에 나오는 슬로건(R)은 조건반사와 같이, 자동적으로 쉽게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재생기억의 원리를 잘 활용하여 기업이 내세우고자 하는 이미지를 간략한 문구로 만들어 항시 상표명과 함께 반복 제시할 때,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자사의 상표와 핵심적인 이미지를 쉽게 기억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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