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야구소년 24>님이 대부도에서 열리는 KLPGA 선수권대회의 티켓을 원하는 회원들에게 무상으로 주었지만 그 경기를 방바닥에서 뒹굴며 지켜보았다. 요새는 척추관 협착증이란 지병을 얻어서 골프를 치는 대신 티비에서 직업 선수들의 경기 관전하기를 즐긴다. <한국경제 신문>에서 주최한 그 경기는 1등 상금이 1억4천만에 달하는 메이저 경기로서 <정희원>이란 신인 선수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정희원>은 KLPGA 투어 3년 차로 이름과 얼굴이 모두 생소하였다. 의상은 오히려 촌스러운 편이고 신인이기에 옷이나 가방에 스폰서 딱지가 더덕더덕 붙어있지 않고 얼굴은 자연산으로 미녀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유도 선수 출신이라서 체격은 다부지고 사흘간 내내 스윙이 견고하여 우승 확정 직전까지도 흔들림이 없이 챔피온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서 경기 관전 후 뒷맛이 개운했다. 특히나 우승의 부담감이 극에 다다랐을 18번 홀에서도 힘차게 드라이버를 뿌리고 그린에서 침착하게 버디를 잡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요새 KLPGA 경기는 갤러리에 오빠, 아저씨 팬들이 구름같다고 한다. 김자영, 김하늘, 양수진, 윤채영, 홍란 등과 같이 골프도 잘 치고 잘생긴 예쁜 미녀 골퍼들을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모든 면에 박식한 내 친구에게 왜 이리 미녀 골퍼들이 많으냐고 물으니 스폰서 기업에서 자기네 기업의 이미지가 걸린 일이라고 거액을 들여 장기간에 걸쳐 선수들을 성형수술을 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요새는 모든 일에서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생각했다. 운동선수는 운동을, 가수는 노래를, 국회의원은 정치를 잘하면 되는데 그 모든 것에 앞서서 여자라면 우선 얼굴과 몸매가 이뻐야 하는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연예프로에 나와서 입담을 자랑한 다음에 연예계의 스타가 되는 것이 정해진 코스 인것 같다. 그렇다면 그 것은 正道에서 이탈하는 것이란 생각이다.
물론 나도 휘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와 리듬 체조의 <손연재> 왕펜이다. 그러나 그들의 예쁜 자태에 열광하기 전에 두 부분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전연 불모의 종목인데 초인적인 노력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된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종목 자체가 고운 몸매와 예쁜 얼굴 표정이 뒤따라 주어야 하는 종목이기에 그들은 미모라는 천혜의 선물을 받았고 거기에 범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각고의 노력을 더하여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른 이유로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미모가 아닌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의 실력만으로 평가 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희원>이 챔피온이 된 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 기사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부친께서 “너는 프로니까 네가 벌어서 훈련비와 참가비를 마련해라”라고 말씀하셨는데 프로 입문 초년병이 돈이 있을 수 없으니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없어서 좋은 운동 방법과 마음가짐을 찾지 못하고 오래 방황을 했다고 한다.
미국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박세리 선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프로선수의 부친은 딸들의 캐디백을 메고 캐디로 나서고 미국 대륙의 여기 저기서 열리는 투어에 시간 맞추어 대느라고 밤새어 달리는 밴의 운전기사 노릇을 하며 딸들의 뒷바라지에 열성인 사실은 오래 전부터 유명하다.
이런 세태에 정희원 선수의 부친은 정말로 남다르다. 사랑하는 딸을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바람 부는 황야에 내몰고 거기서 자기 분야의 일등이 되라고 했다니 정말로 멋진 분이시다. 내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교육방법을 실천하신 분이다. <정희원> 선수의 펜이 되려고 했는데 우선 그 부친의 펜이 되고 싶다.
첫댓글 의식있는 아버지가 딸을 강하게 키운것 같습니다. 이제는 스폰서가 많이 붙어 운동에만 전념해 일본,미국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혔으면 합니다.^^
다음날 <신지애> 선수가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했습니다. 정선수도 대한민국의 지존을 거쳐 세계의 지존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성형 수술 얘기가 정말이라면 몹시 실망스러운데요...
여자는 물론 남자까지 성형했다고 자랑하는 세상이니 그 정도로 실망하시면 안됩니다.
길섶님 척추가 요즘 불편하시군요 ㅠ.ㅠ 날씨 좋은 계절인데 한두번쯤은 더 필드에 나가실 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 하면 되는데 말이죠... 스폰서도 문제라고 봅니다. 외모지상주의 >.<
다 상업주의에 휘둘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는 운동선수 뽑을 때 얼굴부터 본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 중에 얼굴까지 나으면 좋다고요. 좀 씁쓸합니다. 얼른 쾌차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역시 <비주얼>이 대세이군요. 티비탓일까요?
경험상... 딸의 입장에서 보면, 나를 황야로 내몰고도 염려하지 않으시는 것은 물론, 전적으로 믿고 화이팅을 외쳐주는 부모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 지난번 연필퀴즈 상품, 연구실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시면 우편으로 보내드릴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만....
자식을 믿고 내버려두는 간 큰 부모는 많지 않겠지요.
을지로 연구소에 가서 수령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