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한복을 곱게 입고 사회를 보는 그녀의 동작 하나 하나에 나는 그만 넋을 잃었다.
내가 그녀로 인해 넋을 잃은 경우가 어디 한 두 번이랴 마는, 이 날은 전혀 달랐다.
눈 깜박이는 것 조차 그저 아까울 정도였다.
아름다웠다.
평소 수수한 차림도 아름다웠거늘 한복을 곱게 입고 나온 그녀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어여쁜 조약돌이 이슬로 베를 짜서
펼치니 청강이라 콧노래 절로 나네
사공아 노만 저어라 어깨춤에 혼 줄 난다
어느 날이였던가?
엄연히 남녀석이 있건만 당돌하게 바로 내 앞좌석에 앉아 머리를 매만지던 그 모습도 아름다웠으나
오늘의 그녀는 너무 황홀하였다.
나는 그녀가 좋다.
첫인상도 좋았고, 여성스러운 행동거지도 좋았다.
그녀는 주위 사람도 눈치 챌 정도로 여러 번 나에게 암시를 보냈으니 그녀도 나를 좋아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차나 한 잔 하자고 그녀에게 말하리라 마음을 다잡았지만 막상 그녀만 보면 말하지 못 한다.
오늘은 기필코 말하리라 굳게 다짐했지만 오늘의 일요일은 늘 상 미덥지 못한 또 다른 일요일을 끌고 왔다.
미적미적 미루다 어느 날 본사로부터 귀국명령을 받았다.
귀국하여,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려 하였으나 도대체 쓸 수가 없었다.
평소 편지 쓰는 것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으나 꼭 필요할 때면 이렇게 막혀버린다.
불현듯 그녀가 보고 싶을때면 그녀가 있는 일본으로 달려가서 “사랑하노라” 말하고 싶지만 그때는 지금과 같은 여행자율화가 아니 었다.
들에도 피었어라 산에도 피었어라
천리 길 계곡에도 달리며 피었어라
고운 님 잊지 말라며 한사코 피었어라
10년 만에 일본출장을 가게 되었다.
업무보다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들떳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10년 전 피차 가지고 있는 그 감미로운 감정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을까?
나는 이렇듯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을.....
그녀와의 시간을 보다 많이 확보하려고 웬만한 것은 일본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야간에 신깐센으로 도꼬, 시즈오까. 오사까등을 분주히 오가며 열흘 만에 일을 마쳤다.
닷새정도 말미가 생겼다.
'오쯔' 한인교회에 가서 그녀에 대해 물었더니 나고야로 이사 갔다한다.
이선생님께 그녀의 안부와 주소를 부탁드렸다.
님 향한 일편단심 너와 나 같을 지고
님 주신 잔이관데 달님에 혹 할 손가
청산에 건져 놓으리다 뻐꾹아 우지 마라
이제 그녀를 만날 일만 남았다.
혹, 시집은 가지 않았을까?
타서타서 재만 남은 나의 하이얀 눈동자에서 붙 타오르는 뜨거운 열정을 그녀는 감지할 수 있을까?
황홀한 무지개에 휩싸여 뒤척거리며 잠 못 들다 겨우 잠들었는데, 전화벨 소리가 단잠을 깨운다.
모닝콜은 아니다.
이차장 전화다.
대우와 시급하게 체결해야 할 계약이 발생했으니 잠시 귀국하라한다.
차일피일 하던 계약이 운 나쁘게도 지금 이루어지려 한다.
낚시대 드리우니 붕어는 아니 물고
일없는 달빛들만 줄줄이 입질이라
애통타 피리소리에 낚일 만도 하여라
그녀를 만나면, 오래 전부터 마음 깊숙한 곳에 고이고이 간직한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꼭,
꼭 들려주고 싶었는데.................
시침은 자정을 넘어 가고 있다.
사랑이여!
사랑이여!
오!
나의 사랑이여!
자정을 넘어 가는 시침처럼 그렇게 그렇게 가는가!
고운 님 환희 오라 비단 길 깔았나니
강물이 유혹터라 배 띄우진 마소서
제 아니 청하였노라 아니 올까 하여라
첫댓글 참으로 아름답고 애틋한 사연입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간직될 사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