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무소유'에 대하여...
2023년 1월 24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초사흗날
예보와는 달리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여느 고장에 비해 이 정도는 엄청 추운
날씨이다. 영하 17도, 어제 한낮엔 영상 2도까지
올랐는데 불과 하루 사이에 사정없이 곤두박질을
했다. 영하 20도 이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하여
걱정을 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바람이 가볍게
불어서 그런지 체감온도는 꽤 낮을 것 같다. 춥긴
춥다. 매우 추운 아침을 맞이한다. 예보에도 없는
가는 눈발이 흩날린다. 땅바닥을 살짝 덮어버렸다.
강추위에 눈까지... 예측불가의 산골 날씨다.
부랴부랴 급히 난롯불부터 지폈다.
오늘은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 나오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화두로 삼아 볼까 한다. 선각자의 삶과
생각을 어찌 평범한 촌부가 감히 논하고 따를 수가
있을까 마는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고 최소한 그런
삶을 영위해 보려는 의지를 다져본다. 현대를 살아
가는 없는 자의 변명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소유(所有)'는
사물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 바로 "집착"이며,
이 집착은 사람의 마음을
얽어매고 자유를 구속하게 되어
번민에 이르게 하는 업(業)이 된다.
우리의 일상에서 생기는 불행은
모두 다 소유욕에서 생긴다고 했다.
소유를 하게 되면 집착이 생겨나고
결국 그 집착은 업(業)이 된다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 마음에 있고
바로 우리 일상에 있다.
그러니까 늘 우리곁에 머무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소유(無所有)'란 무엇일까?
전혀 갖지 않는다는 의미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 갖는다는 뜻이라고 여겨진다.
바꿔서 말하면 불필요한 것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욕심은 부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하지만 말이나 글로 다짐을 하면 뭐하겠는가?
그보다 실천이 더 중요한 것을...
법정 스님께서는
'무소유' 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라고...
책을 보면 스님께서 애지중지하며 기르시던 난을
다른 분께 드리고 난 후 집착에서 비롯된 구속에서
벗어나게 되어 마음이 가벼워지는 진정한 무소유를
깨달았다고 하셨다. 쉬운 듯 느끼지만 아무나 감히
실천을 못하는 선각자의 깨달음이겠지 싶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1989년 6월 24일
서울 명동의 어느 서점에서 문고판 '무소유'를
구입해서 처음 읽었다. 세월이 흘러 법정 스님께서
2010년 3월 11일 입적하신 이후 그해 4월 4일
아내와 함께 조계사에 들려 추모를 겸해 부처님을
찾아뵙고 나오는 길에 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
'무소유' 양장본을 구입했다. 그 당시에 아내와는
주말부부로 지내던 때였다. 아내는 산골에, 촌부는
주중엔 서울, 주말은 산골에서 지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이따금씩 서울에서 만남을 갖기도 했었다.
그때 아내는 '무소유' 책 뒷면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남편과 한가로이 조계사에 들려
부처님 뵙고 인사동 거리를 눈으로 쇼핑하고
청계천을 걸으며 사진도 찍고 시청앞 '유림국수'
집에서 변하지 않은 맛의 냄비우동으로 점심까지...
동서울 터미널에서 둘만의 애절한 헤어짐으로
하루의 데이트를 한 날이 2010. 4. 4...'
'꼭 소장하고 싶었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책을
사면서 스님의 뜻에 어긋남을 알면서도 책을
가슴에 품고 서점을 나서는 마음은 기쁨과
죄스러움의 두 가지로 조금은 무겁기도...
남편이 좋아하니 좋은 마음으로 스님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편히 잠드시길 빌어본다.'
2010. 4. 4
*이 글은 아래의 책을 읽으며 일부를 인용했으며,
촌부의 생각을 약간 덧붙여 쓴 글임을 밝힙니다.
- 법정 스님의 '무소유'
- 백금남 소설가의 '소설 법정 아름다운 날들'
- 이복희 박사의 '혜암선사의 무소유 사상'
첫댓글 좋은글.사진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 덕분에
무소유를 열독하시는군요.
올해 날씨는 하루전과 뒷날이 너무 달라요.
예측이 불가능한 셰상이 되는듯합니다.
오늘은 연휴의 마지막 날,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도 요즈음
하루 한시간 정도 독서를 하는데
마음에 안정이 오고 스스로 기분도 좋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