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섭 시인의 새로운 시집, "사막의 장미석"을 읽고
신기섭(SHIN,Kee Sup)
지난 5월 중동에 근무하는 대학 후배이자 詩人인 신기섭 박사가
국문, 영문 번역이 동시에 실린 자신의 시집 한 권을 보내왔다.
“사막의 장미석” 이라는 제목. 흔히 우리가 Rose Sand Stone 이라고
부르는 모래가 굳어지며 장미꽃 무니를 이룬 돌이다. 중동 근무 시
자수정 만큼이나 귀하게 여기며 수집했던 장미 문양의 Sand Stone.
이는 중동의 자연적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산 화석이다.
가볍게 책장을 넘기다 이내 몰입하게 된다.
그 후 틈틈이 잠자리에서 몇 편 읽다가 잠들곤 한다.
인간은 체험을, 특히 해외 생활의 체험을, 여러 가지로 표현한다.
그림, 음악, 소설, 희곡,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러나 이를 시로서, 詩語로 승화하여 표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우리와 비슷한 생활을 하면서도 저렇게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구나.
그것이 시인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라는 것을 느낀다, 사물을 보는 시인의
눈과 마음과 머리는 우리와 다르다. 일부만 읽어 본 소감으로도,
우선 실린 시작품 수가 대단하다. 언제 그렇게 많이 시를 썼는지,
150여 편이 넘는 詩作. 인생을 살면서도 꾸준히 번뇌하고, 성찰하며
자연을 관조하며 얻은 작품들.
둘째, 시언어가 군더더기 없고, 풋 내음도 없다.
다분히 일상적이면서도, 재주 부림이 없이, 매우 깔끔하고 한마디 한마디가
정제되고 마음에 와 닿는 詩語들이다.
셋째, 철학이 들어 있다. 이는 시인이 의도적으로 내 비치지 않더라도,
자신이 관찰하고 내 뿜는 시어 속에 자신의 세계관, 인생관 그리고 철학이
들어 있다는 증거이다.
넷째, 중동이나 인도네시아, 그리고 이슬람, 사막 환경 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애정이 들어 있어, 그 속내를 따뜻한 시어들로 발산한다.
다섯째, 원어인 국문 시를 번역한 영문 번역본이 감칠맛이 있다. 영문학을
전공한 신기섭 시인이 믿고 감수받은 英譯이겠지만, 보며 읽는 우리들도
영문 번역본은 새로운 감동과 맛을 선사한다. 한국어 시를 한 단계 Upgrade
시키는 듯한 여러가지 아름다운 표현은 또 하나의 읽는 재미를 준다.
번역한 이동진 전임 대사이자 시인인 역자의 실력과 또 하나의 정서는
이 작품집의 불가분한 역작이요 부분이 되었다. 한국어를 읽고, 이어서
영문을 읽으면 또 다른 감흥과 재미를 준다. 그 절묘한 표현과 애둘러
사용한 영문 단어들이란...
여섯째, 시로 표현하고 다룬 주제가 무척 다양하고 풍부하다.
중동의 자연, 사막, 모래, 砂丘, 전갈,
동남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인도, 말라카, 등의 사람들, 정글, 화산,
한국의 바다, 산, 섬마을, 시골, 산골 ...
시인이 살아온 국내외 여정이 그대로 들어나는 작품 마당이 이채롭다.
일곱째,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시작품을 읽어 나가면, 그 저변에 일관되고
뚜렷한 여러 가지 흐름을 감지할 수가 있다. 아직 독자는 그러한 도도한
흐름의 실체와 내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읽는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그 무엇이 있다. 따스함, 비애, 애틋함, 아련함, 허무, 이상, 사랑....
이러한 여러 감정을 하나로 아우르는 그 무엇.
언젠가는 시인도 이러한 감정을 하나로 묶어서, 어떤 방법으로든 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전체를 다 읽고 또 읽어 보면 느낌이 올까.
그 일부를 잠깐 꺼내어 보면, “장미석” 이란 작품에서,
~“ 척박한 이 땅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나로 결합될 수 있는가.
달의 인력을 빌려 오오랜 뒤채임 끝 흩어진 낱낱의 제 분신 뜨겁게
포옹하며 새롭게 탄생한다.... 그 화려한 절정 온몸으로 밀어 낸다.
아, 이 세상 그 어느 향기로운 꽃보다 더 아름답고 찬연한 돌꽃이여 ~ “
사막에 지천으로 흩어진 모래가 그 무언가에 의해 결집되어 아름답고
찬란한 장미석으로 태어나는 그 인고의 과정을 이처럼 표현했다.
정제되고 적확한 시어 선택, 그리고 그 속에 내포된 영겁의 시간과
우주의 섭리, 그리고 드디어 인류에게 찬란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형상화된 장미석의 오늘... 사막을 쳐다보며, 그냥 보기 좋은 장미석을 보며,
역사와 섭리와 자연의 위대함, 그리고 우리 인간을 한꺼번에 조망하는 시인의
눈과, 마음과 머리를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 어느 날의 아라비아 사막 ” 이란 시작품 속에서는,
~ “ 늘상 빈 공간이 전부였다. 다 함께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밤이면
서늘한 별빛과 달빛 속에 주검처럼 고요히 묻혔다. 그 사막에 나는
누더기가 된 내 영혼을 묻어놓고 떠나왔다. “
이 얼마나 처절한 표현인가. 시인이 보는 사막, 그 적막함, 허무, 빈 공간,
그러나 아름다움. 독자에게 많은 숙제와 고민을 남겨주는 한마디 한 마디 詩語들.
연작시 “ 사막의 노래 ” 여러편을 보면,
~ “ 황혼을 등에 이고 그들은 (낙타와 사람) 다 같이 물을 마셨다.
낙타가 길게 목을 빼 하늘을 휘저으며 해갈의 트림질을 걸러내고...“
~ “희미하게 멀어져가는 실루엣 마저 쓸어 덮어 지표없는 砂丘에 잠 재우고
沙塵이 채 가시지 않은 순결한 젖가슴 파헤치며 깊숙이 꽂히는 납빛 毒牙 “
~ “ 사막이 사막다움을 잃어 그만이 간직한 절대 고독과 적막을 잃는다면
무엇이 우리의 고독과 적막을 대신해 줄 것인가 “
어느덧 독자는 시인과 함께 사막 한 가운데서 같이 헤메이고 있다.
오랜 옛날 받아 본 신기섭 시인의 “해무경보” 라는 시집에서는 강렬하게
느끼지 못한 다양한 경험과 넓은 폭이 녹아있는 이번 시집이라 생각된다.
인생 60을 넘기며 완숙해진 시인의 오늘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는 신기섭 시인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그가 우리와 잘 아는 지인이란 사실이 뿌듯하다.
-김호영 사장(현대건설 부사장, 경남기업사장 역임)- 감 상 글
제4부 :이국시/한국시-Part Four: Exotic Poems/Korean Poems
<英韓詩 全文:The Place to Dry Alaska Pollacks/황태 덕장>
辛基燮(SHIN,Kee Sup)
Water drops fall one by one. 뚝뚝 떨어져 내린다.
Sins that stained their organs, 오장육부 절은 죄
their futile relations in this world, 부질없는 이승에서의 인연
discarded on the sand pit without a speck left behind. 한 점 남김없이 모래판에 부린다.
Wide open mouths... 딱 벌어진 아가리...
Glaring eyes, a procession of eyes... 부릅뜬 눈, 눈들의 행렬...
If dead bodies, like this, were gathered, 이렇듯 주검도 한꺼번에 모아
and neatly hung out to dry, 가지런히 널어 놓으면
would it not be an absurd comedy? 우스꽝스러운 희극을 연출하는 것일까?
The solemn military parade of alaska pollacks, 동해바다 수평선에
noses pierced by the horizon of East Sea. 코 꿴 황태들의 장엄한 열병식.
Bathed in the withering winter sun, 꺼져가는 화톳불 곁불 쬐듯
their bodies melt and freeze, repeatedly, 아쉬운 겨울해로
as if warming themselves beside a dying bonfire. 얼어 박힌 살 풀었다, 녹았다 하며
They discard themselves completely 더 버릴 것 없을 때까지
until nothing more is left to discard, 누렇게 뜬 살이 뼈다귀를 바를
at the moment when their flesh, 마지막 순간까지
separating from bones, turns yellow. 철저히 너를 버린다.
How blessed is their death, 캄캄한 어둠 속
more than that of men 관 속에서 온 몸의 물 썩어 내리는
whose bodies decay in coffins 인간에 비해
of total darkness! 얼마나 축복받은 죽음인가!
The sun and moon, moonlight and starlight, 해와 달, 달빛과 별빛
day and night, sea and land, their hollow souls 낮과 밤, 바다와 육지
lightly sway at a point of contact 우주 순환의 접점에서
for the universe's rotation, 추녀 끝 풍경처럼 가벼이 흔들리는
like wind-bells hanging from the corners of eaves. 허허로운 너의 영혼.
2016年4月15日(金)
김용옥(KIM YONG OK)拜上
몬트리올,캐나다 漏家에서
청송(靑松)카페<http://cafe.daum.net/bluepinetreesenior >
운영위원(KIM YONG OK)이 2022년1월12일(수)에 다시 옮김
계속해서 신기섭 작가의 英韓 시집
辛基燮 詩사막의 장미석:Rose Stone in Arabian Sand를
연재 하오니 많이 구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워요.
몬트리올,캐나다 漏家에서
청송(靑松)카페<http://cafe.daum.net/bluepinetreesenior >
운영위원(KIM YONG OK)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