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인두지(出人頭地)
남보다 뛰어나 두각을 나타내다.
出 : 날 출
人 : 사람 인
頭 : 머리 두
地 : 따 지
사람의 능력은 제각각이다.
남이 보기에 모자라는 사람이라도 한 가지 재주는 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반면 ‘날면 기는 것이 능하지 못하다’란 말대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라도
다른 분야에선 막힐 수가 있다.
그런데 같은 방면에서 뛰어나다고
모두 똑 같은 능력은 아니고 우수한 사람은
무리 속에 묻혀 있어도 누구나 알게 된다.
추처낭중(錐處囊中)이라고 주머니 속에 있어도
뾰족한 송곳은 저절로 드러나며,
많은 닭 가운데 있는 학 한 마리는 우뚝하다고
학립계군(鶴立鷄群)이라 했다.
뛰어난 학식이나 재주를 드러낼 때
두각(頭角)이라 하는데
남보다 앞서(出人) 두각을 나타내는(頭地)
이 성어도 같은 뜻이다.
중국 북송(北宋)의 문인 소식(蘇軾, 1036~1101)은
아호를 따 소동파(蘇東坡)로 더 잘 알려졌고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삼부자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들어간다.
소식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부친이 각지로 다니며 학문을 하느라
집안일에 등한한 사이,
어머니 밑에서 고금의
흥망성쇠에 관한 책을 공부했다.
어느 때 소식은 동한(東漢)의 청렴한 선비 범방(范滂)이
간사한 환관들과 맞서 부패를 꾸짖다가
옥사한 이야기를 읽고 자신도 그렇게 되겠다고 했다.
아들이 충분히 큰 인물이 될 수 있다고
격려한 그의 어머니는 그러나 명성을 얻은 위에
장수까지 바라지 않는다고 한 범방의
어머니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 했다.
현명한 어머니의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송사(宋史)' 열전에 상세하다.
이어지는 부분에 성어의 유래가 나온다.
소식은 경전과 역사에 정통하게 된 20세가 되어
중앙 개봉(開封)의 예부(禮部)에서
시행하는 과거에 응시했다.
시험을 주관했던 당시 문단의 영수 구양수(歐陽脩)는
소식의 탁월한 글 솜씨를 인정하고도
젊은 나이가 미심쩍어 2위를 줬다.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아 황제가 주관하는
전시(殿試)에서 당당히 장원을 했다.
소식은 자신의 글을 가지고 구양수를 뵈러 갔다.
구양수는 대단한 인재를 발견했다고 흐뭇하게 여기고
친구인 대시인 매요신(梅堯臣)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농담 삼아 이렇게 썼다.
‘아무래도 이 사람은 피하는 게 좋겠소,
장차 두각을 나타내겠으니
(吾當避此人 出一頭地/ 오당피차인 출일두지).’
한 가지 재주만으로 호구를 해결하는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세상에는 곳곳에 인재가 있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하는 삼면육비(三面六臂)나,
맑은 날에는 신발로 쓰고
궂은 날에는 나막신으로 쓴다는
이극구당(履屐俱當)의 재주 많은 사람도 존재한다.
문제는 뛰어난 사람의 재주를 존경하지 않고
시기하여 깎아내리는 무리가 많다는 점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주위에서 쪼아대면 달콤한 우물물이
빨리 마르는 감정선갈(甘井先竭)이 된다.
인물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면 같이 어리석어진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