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굉장해...그러니 살아있어 줘"...'
당근밭'에서 시인 안희연이 생각한 것
[생각을 여는 글귀]
“각자의 우산이 있었음에도
하나를 나눠 쓰자 청했어 //
그렇게라도 새로 산 우산의
쓸모를 구하다보면 /
걸음이 나란해지고 /
서로의 몸속에서 피가 도는
박자를 알아봐주면 //
단 한 사람 / 멀리서 구하지 않아도
이미 도착한 것일지 모른다고 //
그때 알았네 /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
한 사람 안에 포개진 두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거 (하략)”
안희연 시인의 시집 ‘당근밭 걷기’에
실린 시 ‘긍휼의 뜻’에는 “백지 앞에서
마음이 한없이 캄캄해질 때”
나 걸고 쓰느라 부서진
마음 알아봐주는”
’단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인생의 운명적인 구원자와도 같아
보이는 단 한 사람이지만,
그가 하는 일들은 그리 대단하진
않습니다.
“등 뒤에 집채만한 나무 그림자를
매달고 나타나 /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
거나 “서로의 목격자 되어주기”
”서글픈 농담하고 싱긋 웃기” 등의
소소한 일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너’의 행동들은
‘나’의 생기(生氣)가 되고,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곤 합니다.
어쩌면 인생도 이런 것 아닐까요.
매일을 살아가게 하는 건 대단히
그럴싸한 무언가가 아니라 소소하지만,
분명히 곁에 있었던 누군가와 함께했던
순간들일 겁니다.
또 이렇게 살아난 존재는 또 다른
존재를 살리”(이재원 문학평론가)며
“여럿이 살아나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