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m 이상 고봉능선의 설경(雪景) 장관
오대산 비로봉-상왕봉 설경산행
2012년 12월 22일(토), 전날 서울에 눈이 제법 내려 갑자기 설경산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겨울산행은 출발 전에는 추워서 망설여지지만 막상 산에 오르면 환상적인 설경에 매료되고 만다. 눈덮힌 산 경치에 취하고 나무에 핀 눈꽃 상고대에 넋을 잃기 예사이다. 뽀독뽀독 힌 눈을 밟으면서 산을 오르는 맛도 낭만적이다. 눈에 취하다 보면 추위는 어느새 잊어버리고 만다.
그동안 한라산, 설악산, 태백산, 덕유산, 소백산, 계방산, 능경봉, 대둔산 등 설경산행으로 유명한 산들은 대부분 다녀왔기 때문에 기왕이면 새로운 곳을 찾아보고싶었다. 여기저기 궁리 끝에 생각난 곳이 오대산 비로봉. 갑자기 산행 결심을 하다보니 나홀로 산행이 돼 버렸다. 오랜만에 혼자 오르는 겨울산. 이 또한 색다른 여유일 것 같다.
아침 7시 30분에 서울을 떠나 3시간 15분 만에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의외로 이곳엔 눈이 오지않았다. 실망감이 컸지만 어쩌랴. 다행이 이곳은 고도가 높아 그동안 내린 눈이 쌓여 무릎 이상의 적설량을 보여줬다. 등산로 주변은 아직도 50cm 이상의 눈이 쌓여있다. 산행 들머리인 상원사 주차장 자체가 해발 890m 정도 높이이기 때문이다.
오늘 산행예정코스는 상원사주차장-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상원사 주차장 원점 회귀로 약 5시간 반 정도 예정. 등산로가 외길이기 때문에 이정표 만 제대로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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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은 크게 월정사지구와 소금강지구로 구분된다. 월정사지구는 불교유적을 중심으로 한 문화자원의 보고로서 여성스러운 산세를 지닌,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산세가 특징이다. 반면에 소금강지구는 수많은 기암괴석의 폭포, 소(沼)와 담(潭)이 조화를 이루는 남성스러움과 화려함을 함께 갖춘 곳이다. 월정사 지역은 내륙성기후 특성을 보이는 반면, 소금강 지역은 동해와 인접한 해안기후 특성을 보인다. 오대산은 백두대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비로봉을 주봉으로 1천미터 내외의 봉우리가 열지어 있는 고지대이다.
오대산은 1975년 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비로봉(1,563m)을 비롯,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호령봉 등 다섯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으며, 동쪽으로 따로 떨어져 나온 노인봉(1,338m) 아래로는 천하의 절경 소금강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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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스팻츠를 채고 아이젠을 신는 등 산행준비를 마치고 11시에 상원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들머리에서 비로봉 정상까지는 3.3km. 통상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눈밭산행이라 이보다는 좀더 지체될 것 같다. 등산로 입구 우측에는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이라고 한자로 쓰여진 표지석이 우람하게 세워져 있다. 상원사는 들머리에서 30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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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비된 숲길을 조금 걸으니 우측으로 상원사가 보인다. 이곳의 대표적 불교문화재인 적멸보궁은 들머리에서 1.8km 정도 더 가야 하기 때문에 상원사는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평지길을 20여분 걸으면 길이 우측으로 굽어지면서 비탈계단길이 나타난다. ‘중대사자암’이라고 쓰여진 도자기 모양의 표지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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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가파른 계단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중대사자암에 이른다. 중대사자암은 5층으로 제일 상위층에 법당인 비로전이 있고 4층 수행처, 3층 기도방, 2층 공양실 그리고 1층에는 해우소가 있다. 50m 떨어진 곳에는 산신각도 위치해 있다. 중대사자암 지붕 단청이 화려하다. 기와지붕이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지붕 위에 남아 있는 눈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중대사자암은 조선 태종 1400년 11월에 중창되었으며 1466년(세조 12) 10월 상원사 중수낙성 때 세조가 보궁에 올라 예배하고 공양과 보시를 하였다고 세조실록에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는 절이다. 이후 왕실의 내원당(內願堂)으로 명종 대에도 승영(僧營)사찰로 보호되었다. 비로전에는 삼존불상과 목(木) 탱화가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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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사자암을 둘러본 후 적멸보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적멸보궁은 이곳에서 약 600m, 15분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
암벽 아래 호젓한 돌계단길을 돌아가면 소나무가 울창한 숲능선길이 이어진다. 중간에 약수터도 보인다. 겨울에는 사용을 하지않는지 뚜껑이 덮혀 있는데 물바가지가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약수터가 틀림없는 것 같다. 적멸보궁이 가까워진다. 입구에는 적멸보궁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드디어 적멸보궁 도착. 수십개의 계단을 오르면 조그만 암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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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寂滅寶宮)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봉안한 불전(佛殿)을 가리킨다. 적멸보궁의 적멸은 번뇌의 불꽃이 꺼져 고요한 상태, 즉 열반의 경지에 이름을 말하고 보궁은 보배스러운 궁전을 의미한다. 보궁의 유래는 비로자나불께서 화엄경을 설법한 인도 마가다국 가야성 남쪽 보리수 아래 금강좌(金剛座)에서 비롯되었으며, 이후 석가모니불의 사리를 봉안함으로써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서 적멸의 법을 법계에 설하고 있음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부에는 불상을 안치하지않고 불단 만 설치하며 대신 보궁 바깥 쪽에 탑을 세우거나 계단(戒壇)을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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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불사리 신앙이 태동하게 된 것은 오대산의 산문을 연 자장율사로부터이다. 그는 당에서 돌아올 때인 643년, 중국의 오대산 태화지(太 和地) 곁에서 문수보살로부터 불정골(佛頂骨)과 치아사리(齒牙舍利) 100과를 얻어서 돌아왔다. 지니고 온 사리는 먼저 경주 황룡사와 울산 태화사, 그리고 양산 통도사에 나누어 모셨으며, 후에 태백의 정암사와 오대산 중대에 모심으로써 모두 다섯 군데의 적멸보궁을 세워 사리신앙을 퍼뜨린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현재 5대 적멸보궁이라 함은 양산 통도사, 오대산 중대,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그리고 영월의 법흥사를 꼽는다.
오대산 적멸보궁은 1466년에 창건된 속건물이 1878년 풍우와 추위를 막는 방풍, 방한 구조물로 증건된 겉건물에 씌워진 채 보존되다가 2000년에 보수공사를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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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 뒤쪽을 돌아가면 낮은 봉분과 함께 비석이 세워져 잇는 데 이 비석은 제작시기는 알 수 없으나 땅 속에 뭍혀 있던 것을 한암스님(1876-1951)께서 찾아내어 다시 세워놓은 것이라 한다. 이곳 적멸보궁의 사리탑은 국내 유일의 봉분토탑(封墳土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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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을 둘러본 후 다시 산행길에 나선다. 이곳은 상원사와 비로봉 정상의 중간지점이다. 아래로 상원사까지 1.5km, 위로 비로봉 정상까지 1.5km 거리이다. 산 허릿길을 4분 정도 걸어가면 적멸보궁 공원지킴터를 만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다. 눈덮힌 능선숲길을 계속 걸어간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비탈길도 점점 가파라진다. 능선 등산로 만 눈이 다져져 길이 나 있을 뿐 좌우 바로 옆에 발을 디디면 무릎 위까지 눈이 차오른다. 그동안 내린 눈이 쌓여 녹지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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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밭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작은 풀나무들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죽은 듯 겨울잠을 자고 있는 식물들. 내년 봄이면 이들 풀나무들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 새파란 잎을 만들고 꽃을 피우겠지. 힘든 산행길에서도 잠시 여유를 찾아 우주만물의 신비로움과 오묘함에 취해보곤 한다. 옆으로 늘어진 소나무 가지 위에 녹지않고 붙어있는 눈조차 겨울풍경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뜨믄뜨믄 구상나무 고사목들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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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비로봉 정상(1,563m) 도착. 천천이 여유있게 오르다 보니 적멸보궁에서 1시간 가까이 걸렸다. 비로봉 정상은 제법 넓은 편이다. 날씨가 풀리니 여기저기 점심식사를 하는 등산객들로 정상이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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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는 ‘오대산 비로봉’이라 쓰여진 표지석과 함께 오대산과 비로봉을 설명하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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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五臺山)은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설에 의하면 신라 선덕여왕 14년(645년)에 자장율사가 왕명을 받아 당나라에 유학하였는데, 이 산이 중국 상서성 청량산의 별칭인 오대산과 매우 유사하다 하여 오대산이라 명명하였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비로봉이라는 명칭을 가진 산봉우리들이 많은 데 이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한 불교신앙이 자연을 숭배하는 고유신앙으로 녹아 든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원래 풍로산 또는 지로산이라 불리던 이곳 오대산의 주봉이 비로봉으로 바뀐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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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 정상에 서면 사방이 확 트이면서 발 아래 산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다가온다. 조금 전 올라온 상원사 방향으로 멀리 노인봉, 동대산, 발왕산까지 보이고 좌측으로는 이제부터 가야 할 상왕봉과 두로봉 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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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간단히 점심요기를 한 후 2시경 상왕봉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상왕봉까지는 2.3km 거리이다. 상왕봉 높이는 1,491m이기 때문에 거의 평지능선이다. 비로봉에서 낮은 관목숲길을 500m쯤 가면 1차 봉우리에 이르고 주목군락지 등을 거쳐 약 50분 정도 걸으면 상왕봉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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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봉 역시 표지석과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상왕봉에서 지나온 비로봉을 되돌아본다. 운해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한 비로봉이 마치 하늘나라에 솟아있는 듯 신비로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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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봉에서부터는 본격적인 내리막길. 상왕봉에서 800m, 20분 정도 가면 갈림길을 만난다.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두로봉 방향. 이곳에서 두로봉까지는 2.7km 거리이다. 상원사 주차장은 우측방향으로 아직 5.8km 남았다. 우측으로 산허릿길을 계속 따라간다. 갈림길에서 800m, 약 15분 정도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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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갈림길에서 상원사 주차장까지는 4.7km. 산행은 사실상 이곳에서 끝나고 이제부터는 평지내리막길이다. 오후 4시 30분에 상원주차장 도착. 약 1시간의 평지트레킹으로 총 5시간 반의 산행을 마무리했다.(글,사진/임윤식)
첫댓글 저도 꾸준히 몸관리하여 존경하는 서초 선배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스패치 색상이 이쁩니다.
에고,별말씀을 요. 용마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대답하십니다,, 멋지십니다,, 혼자서 선뜻 나서는 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