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썸머비치울트라마라톤
그리고 신영우
문 홍 규
-부산썸머비치울트라는 올해 열 살입니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에서도 선수 여러분들의 성원덕분에 10년동안 빠짐없이 행사를 계속하면서 해마다 전국최대규모의 울트라대회로 선두를 지켜왔습니다.
최근 울트라인구는 늘어나는데 대회가 자꾸 줄어드는 추세라 우려됩니다.
사실 울트라대회는 참가자가 많지 않아 외부의 지원 없이 의욕만 가지고 자체 운영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저가 소속한 한백마라톤클럽은 자원해서 주로 봉사를 맡았습니다.
주최측이나 봉사요원에게 미흡한 점이 많더라도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고 여름휴가 끝물을 즐기시는 기분으로 무사완주하시기 바랍니다.-
김진석대회장의 인사말이다.
우리 한백의 자산인 새미골풍물패거리가 한바탕 지신을 밟으며 휘짓고 다니자 축제 분위기가 고조된다.
조직위원장 신영우가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나타나 모두들 의아했다.
행사장에서 천막을 치다가 쇠막대기에 부딪쳐 응급처치를 받고 나왔다.
그는 봉합술을 받으면서 연신 울려오는 전화를 받아야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원봉사를 맡은 한백마라톤클럽은 자봉을 앞두고 잘 해보자면서 여러 번 운영회의를 가졌다.
하늘비는 반환점과 결승점의 식사를 도맡아 멀리 있는 노령의 친정아버지와 두 자매를 도우미로 긴급호출했다.
10킬로, 25킬로, 40킬로, 50킬로. 60킬로. 75킬로, 90킬로, 95킬로 지점 요소, 요소에 스무 명이 넘는 한백대원들을 분산 배치했다.
25킬로 기장군청에서는 청사 뒷마당에 있는 수도에서 물을 끌어와 선수들이 뒤집어쓰도록 해야 하는데 전에 있던 호스가 안보였다.
대회장이 애가 달아 철시한 인근 시장 일대를 샅샅이 뒤지던 끝에 50미터짜리 호스를 겨우 사와서 연결했다.
관할 지자체가 이런 행사에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좀 좋을까.
후원은 고사하고 소 닭 쳐다보듯이 한다.
자원봉사는 사전에 짠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잘 나가다가 방심하는 순간에 식수가 동이 나 보충할 때까지 일부 주자들에게 욕 좀 얻어먹었다.
이건 운영미숙에서 오는 단순해프닝인데 말이다.
주변정리를 하면서 빈 페트병을 수거하다보니 반 이상 담긴 물병이 수두룩했다.
부산썸머비치는 초창기에 참가자가 2000명을 육박하는 울트라사상 전무후무한 대박을 터트렸다.
그때는 완주자 전원에게 이름과 기록이 새겨진 고급크리스탈 기념패를 돌렸다.
이제 협찬은 옛말이고 움직이면 돈이다.
원래 울트라의 정석은 신영우의 지론대로 서바이벌이다.
무지원이 맞는데 참가자 유치과열로 서비스와 먹거리가 경쟁적으로 늘어났다.
외부지원은 줄고 참가자는 한정되어있어 채산이 맞지 않아 포기하는 대회가 속출하고 있다.
어두운 소식이다.
작금의 사태는 꼬시래기 제살 뜯어먹기로 예견된 결과다.
올 들어 그동안 명품으로 각광받던 포항울트라가 하차했고 작년에 반짝 뜬 영천별빛은 400명 넘게 참가자를 받아놓고 경찰서장이 안전을 들어 취소를 권고한다는 이유 같지 않는 이유로 대회취소를 전격공고하고 잠수해 버렸다.
울고 싶은 찰나에 뺨 때려준 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가 참가하여 호감을 느꼈던 고성, 팔공산, 강진, 충주, 한강일주, 동백섬울트라가 없어졌다.
참가를 별렀던 대구-광주 220킬로, 남해보물섬 160킬로, 전주, 경산무지원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모두 다시 살리고 싶은 아까운 대회다.
현재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대회도 심각한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줄 안다.
울트라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이러다가 울트라를 즐길 기회가 자꾸 줄어들어 공멸할지 모른다.
서비스에 익숙해진 일부 참가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대회를 비교하면서 다양한 요구를 하게된다.
내 집 잔치에 오신 손님을 융숭하게 대접하여 만족한 기분으로 돌아가시게 하고 싶지만 사정이 이러하니 마음뿐이다.
캡틴 신영우!
그는 투철한 스포츠맨이지 마라톤대회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때는 나도 안티 신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비난해도 변호하지 않았다.
다른 지방 울트라에서 후한 대우를 받을 때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부산대회가 민망하고 속상했다.
그는 대회를 치를 때마다 욕을 많이 먹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개념없는 독불장군인가 했다.
막상 자원봉사를 하면서 살림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떼돈(?)을 버는 줄 알았는데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빤하지 않는가.
참가비 5-6만원 가지고 기념티(그는 기념티제작에 유독 공을 들인다), 행사장 사용료, 장비 대여료, 단체보험, 메달, 기록증, 두 끼 식사, 식수와 간식, 청소비, 진행요원들의 교통비 기타 등등을 지출하면 남는 게 없다.
그런 가운데서 일정금액을 불우이웃장학금으로 기탁해 왔다.
그가 울트라 애호가를 위하여 해마다 잔치멍석을 깔아주고 헌신적인 수고를 하면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속사정을 이번 자봉을 통해 알았다.
일방으로 매도당할 때는 할말도 많고 외로웠을 것 같은데 그는 의연했다.
그는 울트라와 산악마라톤의 개척자로 많은 공헌을 세웠다.
부산만 해도 썸머비치 외에 낙동강-물사랑200킬로, 부산비치, 동백섬12시간주를 창설했다가 이양하거나 잠정 중단했다.
나는 그가 아직 주위에 충직한 참모들이 있어 힘을 얻고 있지만 썸머비치의 진로에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장수교체없이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이끌어 온 10주년 대회의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기념하고자 손기정 초상화를 새긴 기념티에 깜찍한 도안의 메달을 제작하였다.
그는 장교출신이다.
울트라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환자가 주로를 순회하며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시 평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의 목에 화랑무공훈장같이 생긴 이번 완주메달을 걸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다보면 상황판단착오로 본의 아니게 난감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작년에는 50킬로 반환점에서 밥이 똑 떨어져 햅반을 사오기까지 발을 동동 굴렀는데 올해는 하늘비가 손 크게 준비하여 150여명분의 백반과 된장국이 남아돌아 처치곤란이었다.
100킬로를 신청하고 싶었는데 자봉으로 발이 묶인 나는 50킬로지점 간절곶 스포츠파크에서 배식임무를 완수하고 새벽 2시에 출발하여 후반코스를 따라 달렸다.
남해안을 끼고 야트막한 구릉을 몇 구비나 넘고 송림숲길을 지나면서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즐겼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밤의 경관이 꿈길인 양 끝도 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기장군청앞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였다.
초저녁과는 달리 식수가 넉넉하게 비축되어 있고 달려오는 선수들을 반강제로 엎드려 뻗쳐를 시켜놓고 호스를 들이대어 시원한 물줄기로 열기를 식혀주고 있었다.
송정해수욕장에서도 밤을 하얗게 새운 우리 대원들이 막걸리까지 준비하여 한잔 하시고 가라고 밝은 표정으로 내 일처럼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흐뭇했다.
달맞이언덕 해월정에서는 한백유니폼을 걸친 대원들이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담긴 쭈쭈바를 돌리며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남은 거리 5킬로 지점에서 쭈쭈바는 대단한 인기였다.
울트라에 처음 참가했다는 23세의 청년이 누나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절뚝거리며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고 있었다.
여담 하나 하고 물러가야겠다.
지난 유월 울산대회에 울트라를 처녀 출전한 부산의 김닥터와 마지막 30킬로를 계속 동반하였다.
K-욕이 다 튀어나올라 캅니다.(시바스 리갈). 두 번 다시 이런 짓 안할랍니다. 맹세합니다.
M-아닐 걸요. 며칠 지나면 또 어디 울트라대회가 없나하고 틀림없이 살피게 될 걸요.
K-저는 절대로 아닙니다. 절대로.
M-<다음>에 들어가 <마라톤중독증후군>을 치면 2007년에 제가 노컷뉴스에 실은 초대수필이 뜹니다. 원장님은 이제 울트라중독이 시간문젭니다.
바로 며칠 후 그가 문자를 보내왔다.
K-문선생 말이 맞았습니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안으로 울트라 하나 더 뛰어야겠습니다.
(울트라는-달리면서 길 위에서 도를 닦는 인간수양이다.
울트라는-나만의 종합건강검진테스트다.
이건 그의 말에 속으로 한 내 대답이나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
첫댓글 ㅎㅎㅎ 녜...자봉하신다고 수고 하셨구요...
부산에서 그나마...앞으로 이대회가 잘 진행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이번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도 내년에도 계속
참가하시기를 바라면서 우리 모두 파이~~팅
그리고 끝까지 이행사를 책임져줄...신영우님
에게도 파이팅...입니다.
항상 썸머비치가 지속되길 기원하며 썸머비치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밤새 자봉하신 덕분에 무사 완주를 하였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1회대회 2005년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줄었죠. 선배님 자봉덕에 맛잇는 밥도 먹고
잘뛰고 고통을 즐기며 완주하고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