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148 --- 하늘엔 발자국이 없다
하루에도 수없이 하늘을 본다. 실내에 있으면 답답하기 짝이 없어 수시로 바깥으로 나돌며 곧장 하늘과 마주한다. 아니 그 하늘 속에 내가 있다. 하늘은 무한한 공간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하늘이 묵묵히 받아들이며 품고 있지 싶다. 어느 날은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한 줌 햇살도 없어 음산하다. 안개가 자욱한가 하면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다.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목이 칼칼할 정도로 공기가 탁하다. 그러나 머잖아 푸른 하늘이 드러나고 햇살이 쏟아지면 언제 그랬나 싶게 말짱하다. 그 많은 오염 물질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없다. 아주 깨끗하게 청소된 것 같다. 어디에 쓸어 모아놓은 것도 아니고, 모조리 불태운 것도 아니고, 물에 씻고 닦아낸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해말간 하늘은 다른 세상처럼 기분이 산뜻하기만 하다. 하늘이란 커다란 화판에 수시로 그림을 그리며 수없이 오고 갔던 희한한 모습의 크고 작은 구름은 누가 깔끔하게 지워버렸을까. 가끔은 공연히 궁금해도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수많은 날짐승이나 벌 나비 같은 곤충이 휘젓고 다니고 비행기까지 오갔어도 하늘엔 그 어디에도 그런 발자국이나 흔적이 없다. 지상의 모래밭이나 진흙밭 같으면 이런저런 발자국이 찍히고 뭔가 다닌 흔적이 어딘가 남아 있을 텐데 하늘엔 아무것도 없다. 올해는 갑진년으로 청룡의 해라고 한다. 용은 12간지 동물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띠 중에서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다. 예로부터 청룡은 신화 속에서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신성한 동물로 창조와 생명을 의미한다고 전해온다. 새봄 새 학년이다. 새로운 마음에 다소 들떠있다.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고 기대되는 것도 많다. 새잎 돋고 우아한 꽃이 피듯 마음에도 생각이 새싹처럼 하루 다르게 돋아날 것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즐거워할 것이다. “하늘엔 발자국이 없다.” 그래서 늘 신비스럽고 동경한다. 하늘같이 마음이 넉넉해졌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