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권이나
수상작: 방문객
재불화가, 조각가
53호부터 현재까지 <창작의 언저리> 연재
e-mail: inakkparis@gmail.com
수상소감/권이나
방문객=도둑. 이런 허벌난 이야기를 사람들이 믿기나 할까. 어쩌면 오해를 살지도 모른다.
우려했던 나의 도둑사. 쓰기 전에 주저했고 쓰면서는 황당했고 쓰고 나니 우스웠고 뽑히고는 신기했다.
내 사랑 도둑님이 만약 이 일을 안다면 얼마나 반가워할까. 역시 당신나라는 좋은 나라군요, 할거다.
시상식엔 내 바로 옆자리에 그를 앉혀야지. 우리가 얼마나 자기를 보고 싶어 하는지 알면, 아마 얼굴을 파묻고 흑흑 울거다.
이 세상 어느 하늘 아랜가에 그가 아직 살아있다면 나는 이 소식을 제일 먼저 그에게 알리겠다.
이 상을 그에게 바친다.
수상작: 이밖에
충북대학교대학원에서 현대문학석사
에세이스트 이사
2007년 『에세이스트』 등단
2010년 2011년 올해의작품상 수상
2015년 정경문학상
2008년∼2010년 『에세이스트』 <들녘에서 부르는 노래』연재
수필집 『들녘에서 부르는 노래』
e-mail: inikaro1@hanmail.net
수상소감/ 김베로니카
무엇을 했는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2007년에 등단했습니다. 우리는 2018년을 살고 있습니다. 줄잡아 12년, 뒤뚱뒤뚱 힘겹게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너지기를 수도 없이 했습니다. 단 하나 대견한 것은 넘어졌다간 즉시 일어났다는 겁니다. 아니, 그렇지도 못했습니다. 만 4년 동안 <들녘에서 부르는 노래>를 연재했습니다. 잘나서가 아니라 갖은 역경을 겪으면서도 농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가면 갈수록 자신에게서 바닥이 보였습니다.
그걸 만회해보려고 대학원에 등록했습니다. ‘현대문학전공’ 남의 글을 죽어라 읽고 정리하고 어줍지 않게 비평도 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뒤쳐질까봐 늘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2년, 단 두 편의 글을 완성했습니다. 사실 완성이라는 말이 맞지는 않습니다. 쓰다만, 더 이상 이어갈 재간이 없어 사장된 수백 편의 글이 있기 때문에 그리 말한 것입니다.
‘맑고 순수한 영혼과의 대화’라고 하더군요. 아미엘의『인생일기』를 흉내 내어 일기를 써보기도 했습니다. 그 행위로 자신의 바닥만 봤습니다. 넘어졌다가도 일어나던, 가장 믿었던 근성의 문제마저 의심스러웠습니다. 다윈이 말했습니다. “생명은 기본적으로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 경쟁하는 것이고, 경쟁에서 뒤쳐져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요.
수필 마당 12년, 침체 4년의 경험으로 말합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에세이스트』는 그 유명한 다윈의 이론이 맞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로 고쳐야 맞습니다. 바닥에서 기고 있을 때, 이 무슨 네트워크인가 할 정도로 상하좌우 가로세로 할 것 없이 격려와 위로와 채찍을 주었습니다. 그러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는 오랜 기간 남을 미워한 죄를 고백한, 아니 고해성사를 할 때조차 이밖에로 돌리고 숨기는 찌질한 나를 만천하에 밝히는 내용입니다. 자칫 작품 속의 인물들에서 어떤 색깔을 읽으셨다면, 그건 누굴 미워한 죄를 미화시키기 위한 장치였음을 밝힙니다. 그래도 미안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수상자: 김청산
수상작: 내 유년의 창(窓)
1942년 제주 산
필명 김청산 (본명 김광우)
군복무 36개월
초등 교직 생활 36년
제주도초등교원미술인협의회 회원
백록수필문학회 회원
2016년 『창작 수필』에서 등단
에세이스트 작가회의 이사
e-mail: kkw6629@hanmail.net
수상소감/김 청 산
제 수필 소재의 원천과 정신적인 배경이 되는 고향과 부모님을 조금 소개하겠습니다. 제 글 속에 등장하는 복덕개는 제주시 한림읍 귀덕 1리 바닷가 동네를 달리 부르는 이름인데 제가 사랑하는 막강한 홈그라운드입니다. 20여 년의 삶의 기억과 추억의 보고이기도합니다.
복덕개와 어머니와 저는 알 수 없는 어떤 단단한 생명줄 같은 끈으로 이어진 채 유년의 추억 속에 깊이 잠재 되어 글쓰기에서 채굴되어 나타나곤합니다. 유년의 생활은 무척 어렵고 무섭고 힘든 세월이었지만 어머니는 우리들을 따뜻하고 넓은 품으로 감싸 안아주셨고 용기와 삶의 의지를 가르쳐주셨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인술을 열심히 폈지만 수입은 거의 없는 가난한 의사였습니다. 어머니는 한 뙈기 화산흙 자갈밭을 일구며 우리들의 식량을 책임지고 마련해 주신 위대한 농부였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갈옷에선 항상 풀 냄새, 땀 냄새, 두엄 냄새와 찔레꽃 향기가 폴폴 났습니다. 어머니는 호미 한 자루와 어느 시인이 말한 ‘하늘냄새’를 평생 달고 사셨습니다.
가스통 바슐라르가 말했었나요. ‘사람들은 지나가고 우주는 남는 것인가’라고. 어머니는 가셨고 어머니가 사랑했던 화산흙 자갈밭은 남아있습니다
끝으로 저의 소감은 수상작과 이어지는 「해무(海霧)」라는 졸시 한 편을 소개하고 마치겠습니다.
파도와 갯바위가 만나 비상하는 하얀 물꽃이
유년의 꿈을 질식케 했던 복덕개 드넓은 새벽 바다를
철썩철썩 푸르게 깨워 우렁우렁 울게 한다
해저에 오랜 세월 무겁게 갈앉았던
침묵마저 깨워주려나
수평선 너머 낯선 세계에 닿기 위해
차오르는 푸른 바다 거죽에
담방담방 그려 놓은 수많은 물수제비 원들은
그 곳에 가 닿았으려나
회한의 시간이 롤빵처럼 굴러오는 밀물이 지워버린
빛 고운 백사장에 남긴 판화 같은 발자국, 그
우주의 모래성을 다시 쌓을 수 있으려나
해녀들이 모여 앉은 불턱에서 먹었던
구운 미역귀의 푸른 바다 향과
초록빛 바다를 휘덮던 숨비소리는
해풍에 흩어져 없어지지를 않고
화석이 되었다 왜 이제야 깨어나는가
백사장에 뒹굴며 바다가 키워준 그 갯가 아이는
아직도 내 안에 있으려나
바다와 태양의 조응을 해무가 방해놀지만
아슴아슴한 내 유년의 몽상들은 바다안개를 헤쳐 나와
찔레꽃 향기 밴 옹이진 추억들을 줄줄이 엮어
언제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려나
―졸시 「해무(海霧)」 전문
수상자: 백남경
수상작: 바닥
부산대학교 행정학 박사
부산일보 편집국 경남본부장
한국기자협회 기자의 세상보기 공모전 입상(2015년)
에세이스트작가회의 이사
부산가톨릭문인협회 회원
진등재문학회 대외협력이사
e-mail: nkback@busanilbo.com
수상소감/ 백남경
수필에 입문한 이후로 나의 하루는 오른 손과 왼 손 사이에서 맴돈다. 한 손엔 기사, 한 손엔 수필. ‘지킬 앤 하이드’가 되는 건 정말 싫은데. 더 복잡해졌다. 수필을 쓰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글에 웬 타입(type)이 그리도 많은지.
한 30년 동안 신문기자를 하면서 2만여 건의 기사를 썼지 싶은 데, 내가 썼어도 내가 없는 글들뿐이다. 수필은 그렇지 않다. 세상 얘기를 해도 결국 내게로 회귀한다. 익명의 사회에서는 확실히 부담이다. 그런데도 나는 나의 가장 아프고 부끄러운 한 가지를 뱉어버렸다.
「바닥」이 그것이다. 나는 이 아프고 부끄러운 것을 아마 3~4년 동안 가슴 속에만 삭혀 왔을 것이다. 아픔보다 부끄러움이 더 컸을 것이다. 불면의 밤이 많았고 체중이 이유 없이 빠졌다.
살기 위해서는 결국 몸 밖으로 배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럴 즈음 수필에 입문하였고,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내 귀는 괴상한 당나귀 귀!”라고 크고 분명하게 외쳐버린 것이다. 주워 담을 수가 없게 됐다.
하지만 이 아픔과 부끄러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신 것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운동장 가장자리 왕벚나무의 검고 울퉁불퉁한 뿌리가 별빛 아래에서 내게 희망을 주었듯이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려 한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그날, 그 친구로부터 “바닥에는 그 밑에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바닥은 바닥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세상의 바닥은 자신이 관념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일 뿐이라고. 그 또한 용기를 갖게 된 확실한 동기다.
바닥은 결코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 모든 것을 지탱하고 있는 뿌리는 바닥에 존재한다는 깨달음. 추락한 것과 실패한 것만의 세계가 아니라는 발견. 이런 것들이 내 마음을 담담하게 만들더라고. 이게 치유라는 걸까?
심사위원님들과 관심 가져주신 여러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수상자: 안규수
수상작: 댓꽃 피는 마을
에세이스트 전라지회 현 사무국장
에세이스트작가회의 이사
2016 올해의 작품상 수상
e-mail: dhotjd23@hanmail.net
수상소감/ 안규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내 작품 「댓꽃 피는 마을」이 베스트 텐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유명한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이 생각났다. 어두운 긴 터널을 빠져나와 눈부신 은세계로 막 나온 듯 환한 기분이었다.
내 삶에서 애써 모른 척 간과하고 지내온 치부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나’에게 정직하지 못했고, 한사코 자신을 외면했다는 사실이다. 내 안에 못난 내가 있을까봐 무섭기도 했고, 내 안에 시커먼 괴물이 살고 있을까봐 두렵기도 했다.
눈 내리는 겨울밤 그 판도라 상자를 열었더니 그 안에서 온갖 추한 면모들이 튀어 나왔고, 허름한 모시옷을 입고 기와집 대밭에 우뚝 서있는 일곱 살의 내 모습이 보였다. 긴긴 밤 웃고 울면서 내 안에 쌓여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표출할 수 없었던 감정과 욕구들을 드러내 치유하고, 회피했던 감정, 외면했던 경험들이 오버랩되면서 ‘나’라는 새로운 존재를 만날 수 있었다.
소설가 김형수 님은 그의 저서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에서 글은 쓰는 것이 아니고 낳는 것이라고 했다. 엄마가 애를 낳는 것이 아니라, 애는 때가 되면 스스로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작품도 쓰는 것이 아니고 낳는 것이라면, 작가는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방법밖에 없고, 잉태 후 열 달이라는 성장의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 생명의 탄생은 사랑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 그 때문에 모든 생명의 그림자에는 사랑의 역사가 드리워져 있고, 그래서 생명이 소중하다면 사랑 또한 고귀하고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치관은 문학 창작에 상당히 중요한 영감을 준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세상에 펼쳐진 환한 눈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함께해준 여러 작가선생님들께, 그리고 뽑아준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수상작: 내일은 뭐하지?
에세이스트작가회의 회장
2017 올해의 작품상 수상
전) kbs 피디, 수원드라마센터장
경주 예술의전당 관장/
경주문화재단사무처장 역임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 역임
경주문화엑스포 전문위원 역임
e-mail: umkbs@naver.com
수상소감/엄기백
치열하게 살아온 날 들 앞에 부끄럼 없기를 소망했다.
당당해지려고 애쓴 날 앞에 허세 없기를 소망했다.
그런 날 들 앞에 무언가 보상받기를 소망했다.
그 보상이 치사하게 부가 또 명예만이 아니길 간절히 소망했다.
힘들고 어렵지만 최소한의 부끄럼 없고 또 진솔해 질 수 있게 여기까지 오게 해준 수필 쓰기에 감사한다.
어린 시절 일기를 쓰게 하고 수시로 검사하신 내 아버지의 그 행위가 미웠다. 나만의 비밀스런 그런그런 행위와 반성마저도 들켜버린 아이는 일찍이 일기 쓰는 것을 포기하고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언제 무엇이 동했는지 내 이야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냥 넋두리를 해대며 시작된 글쓰기가 이제 에세이가 되었단다. 그렇게 회개와 반성과 관조가 내 삶의 보상으로 남았다.
오늘의 수상은 나에게 아름다운 선물로 다가왔다. 그 선물로 비록 철학은 없어도 부끄럼 없는 삶 후회 없는 삶을 진솔하고 당당하게 기록으로 남기며 멋있게 살아가고 싶다.
감사합니다.
수상작: 짚 인형
제약회사 근무
『에세이스트』 등단
에세이스트작가회의 이사
e-mail: lee9390667@naver.com
수상소감/ 이문봉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마문예 신인상 수상소감에서 “상은 작품이 받는 것이니 나 개인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처지는 못 된다”고 했습니다. 저가 받는 이 상도 「짚 인형」이라는 작품에 주는 상이기에, 저도 작품에 관한 이야기만 간단히 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서 있었던 사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에 저도 평범한 사원의 입장이었다면 공장에서 일어난 비참한 사고정도로만 인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간부사원의 입장에서 사장으로부터 사태수습의 전권을 위임받고 나니 그 ‘사고’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 사고에 내 자신이 깊숙이 끼어들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내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고를 바라볼 때의 시선은 객관적이고 평면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자신이 깊숙이 개입된 사건은 주관적이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고가 사건이 되었을 때 비로소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흔히 수필을 논픽션의 장르라고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짚 인형」도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지극히 사실적이어야 했습니다. 더욱이 당시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나,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었던 인물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작품을 쓰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냉혹할 정도로 사실만을 쫓아가다 보면 문학적인 감동이 덜할 것 같았고, 괜히 긁어 부스럼 낸 듯한 감정조절이 매우 힘들었으며,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나의 사유가 끼어들 여지가 옹색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라는 소설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짚 인형」의 사건은 오래된 일이지만 나의 의식 속에 언제나 트라우마로 잠재해 있었습니다. 그 트라우마의 성향은 다분히 외향적이어서 기회만 되면 머리를 내밀려고 하는 두더지와 같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짚 인형」은, 어쩌면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은 내 자신에 대한 씻김굿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짚 인형」을 쓰면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는 문학의 힘만 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상자: 이애란
수상작: 모래성
2013 젊은 수필 선정
e-mail: angella1503@hanmail.net
수상소감/ 이애란
저는 평소에 만남의 축복을 받고 산다는 생각을 곧잘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글에 문외한이었던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온전히 훌륭하신 선생님들과 문우님들 덕분입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뭘 써야 하나, 어떻게 써야 하나 하는 고민으로 막막해합니다. 글 쓰는 일에 대한 갈등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저에게 변화된 것이 있습니다.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글의 소재가 되고, 글의 소재가 된 이야기는 나의 깊은 곳에 숨어서 나에게조차 감추고 있던 내면의 소리를 듣게 합니다. 글은 곧 사람이라지요?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의 인격과 살아온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니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잘 살지 못하면서 글을 쓴다면 필시 읽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니까요. 그래서 요즈음엔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지,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일단은 나를 알고, 이해하고,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는 노력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것이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일이 될 것이고, 좀더 나은 글을 완성해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 끝이 있습니다. 끝이란 이별을 의미하게 마련이지요. 우리가 영원하기를 소망하는 것은 아마도 이별이 두렵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모래성이 바람에 날리고 파도에 밀려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누군가의 기쁨이 되며 완성되어가듯이, 누군가의 가슴 속에 남아 추억 속에 살아있다면 이별이 아닌 새로운 완성이 되는 것 아닐까요?
완벽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약속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독자의 마음속에서 새롭게 완성되어가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상자: 조성자
수상작: 셜록 조
1956년 전주생
2015년 『에세이스트』 신인상 등단
2016, 2017년 『에세이스트』 올해의작품상 수상
<광주여류수필> 부회장
에세이스트작가회의 전라지회 회장
e-mail: thatami@hanmail.net
수상소감/ 조성자
순수한 호기심의 발동인데, 미래 예측 서적들을 꽤 읽습니다. 물론 SF 영화 팬이기도 하고요. 현재에 충실하란 성현들의 말씀도 있지만, 편한 자세로 누워 십 년, 이십 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것에서부터,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게 된다면 어떤 하루를 살까에 이르기까지 별별 공상을 다 해보는 재미가 큽니다. 미래에 충실하고 있는 것입니다.
벌써 연주는 물론 작곡까지도 AI가 해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신춘문예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예술과 창작은 기계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분야라고만 생각해온 우리에게 심각한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놀라운 예측이 있습니다. 2030년쯤 가능할 거라는데, BBC, MMC라고 불리는 인간 소통 방식입니다. 글과 말이 필요 없고 과학기술의 힘으로 뇌에서 뇌로, 또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바로 연결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의 수상소감도 이 자리에서 말로 할 필요 없이 제 광주 집에서 머리로 생각만 하고 있으면 전국 각지의 『에세이스트』 작가님들이 그대로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상상이 되시는지요.
수필을 쓰는 사람으로서 작품 한 편을 인공지능이 단 몇 초 만에 써낸다면 좀 비참한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류사에 있어서 모종의 과도기에 있음이 분명합니다. 수필이야말로 문학의 효시였으며 최후에 남게 될 장르라 믿는 일인으로서, 우리에게 내재하는 수필혼이 방식이야 어떠하든 인간 존재와 더불어 영원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상상, 호기심, 감동, 수필 한 편을 읽고 저절로 우러나는 미소. 이런 영역까지 과학이 차지하려 들지는 않겠지요? 설마.
수상작: 끝내주는 의사
동아대 의대 방사선과 교수
2005년 『에세이스트』 3호 등단
2006년 제 2회 보령수필문학 금상
2007년 제 7회 한미수필 문학 우수상
2008년 한국 문화예술진흥기금 수혜
2009, 2011년 올해의 작품상 수상
2013.10-2014 4. 조선일보에
〈허원주의 병원 에세이〉 칼럼 22회 기고
2015 제15회 한미 수필 문학 우수상
저서: 『가상환자』 외 공저 다수
e-mail: twjhur@dau.ac.kr
수상소감/ 허원주
주부든 전문 요리사든, 음식을 조리하다 보면 그런 날이 있을 것 같다. 특별히 양념의 비율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고 화덕의 불 조절까지 기막히게 되는 날. 고기든 야채든 뒤집고 익히는 타이밍까지 제대로 맞아 떨어지면서 ‘요리 참 쉽지요’하는 멘트가 절로 나오는 날. 덧붙여 그런 요리의 완성도를 예리하게 눈치챈 귀한 손님이 회심의 미소로 한입 가득 베어 물며 그 식감에 진심어린 감탄사를 내뱉는 그런 날.
글을, 수필을 쓰다보면, 일 년에 한두 번쯤 그런 날이 올 때가 있다. 문단의 어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고 적재적소에 원하는 단어가 저절로 채워지는 날. 독자의 입장으로 쉽게 빙의되면서 여백과 생략, 반전의 기법이 눈앞에 훤하게 보이는 날. 하지만 경험상 대부분의 날은 허탕이고 맹탕이다. 재료가 시원찮든 양념과 불 조절이 난감한 날이 태반이다. 잘된 것 같아도 2% 부족할 때가 훨씬 많다.
프로 야구에서 잘 나가는 투수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승리 투수가 되는 요령을 체득해야 된다. 그래야 한 시즌 10승 이상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나는 컨디션이 조절되어도 2% 부족한 글이 대부분이다. 컴퓨터 바탕화면, ‘미완글’이라는 폴더에는 지면에 발표하기 민망한 글들로 가득하다. 2%가 아니라 20% 부족한 글들이다.
이 글들을 어떻게 해야 되나.
수필도 요령이 필요할까. 영원한 숙제일 것 같다.
수상작: 에피파니
서울출생
2013 『한국산문』 등단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
e-mail: yene91@naver.com
수상소감/ 홍정현
천호동 수필창작교실에 등록하고 몇 달 지났을 때입니다.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 중이었는데, 모니터 앞에 긴 털 뭉치 같은 것이 어른거리더군요. 직감적으로 저는 그것을 잡아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재빨리 확 잡아챘지요. 그것은 수필의 꼬리였습니다.
제가 잡은 꼬리를 보고 ‘꽉 잡고 몸통이 보일 때까지 잡아당기세요’라고 조언하는 분도 있었고, ‘그거 수필 같지 않은데요?’라고 걱정하는 분도 있었습니다만, 저는 놓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제 쪽으로 그것을 힘껏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녀석은 슬쩍 당겨오는 척하다가도 단단히 버티며 몸을 숨기고 있네요. 수필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꼬리는 쉽게 내어주어도, 온전한 몸체는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 도도한 녀석이었습니다.
꼬리를 잡은 저의 손은 수시로 불안합니다. 이 꼬리가 수필의 것인지 걱정되기도 하고, 계속되는 ‘밀당(밀고 당기기)’에 지쳐 힘이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잘 압니다. 삶이라 불리는 시공간이 저를 통과하고 있는 매순간, 저의 손이 텅 비어있는 것보다 이 꼬리라도 단단히 잡고 있는 것이 훨씬 의미 있다는 것을요.
그러니 저는 계속 꽉 움켜잡고 열심히 당겨보려고 합니다. 물론, 글의 미로에 빠져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정신없이 헤매는 경우도 허다하겠지요. 그런데 다행히도 제게는, 똑바로 눈을 뜨고 이것을 잡고 나오라고 줄을 던져주실 스승님과 서로 응원해주는 글쓰기 친구들이 있습니다. 수필을 쓰는 것, 좋은 분들과 같이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참 멋지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이렇게 수필의 꼬리를 힘껏 잡고 있습니다. 어쩌면 곧 뒷다리가 보일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서요.
첫댓글 와우, 쟁쟁하네요. 올해의 작품상 수상 작가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긴 과정에 참여하셨던 작가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
새 봄에 반갑게 뵙겠습니다.^^
올해의 작품상 수상자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려운 경쟁을 뚫어내신 선생님들, 정말 애쓰셨습니다.
한 분 한 분께 축하드립니다. 수상식 날 뵐게요. ^^
거듭 축하드립니다. 수필로 더욱 행복하시고 더 좋은 작품으로 우리들을 감동시켜 주시길 바랍니다. ^^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하신 선생님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하여 더 아름답고 빛나는 상입니다
축하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크고 멋진 교복같이 좋은 옷을 선듯 물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옷이 품새에 걸맞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품선정과 편집 등으로 노심초사하며 앞에서 이끌어가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경의를 표합니다.^^
올해의 작품상 정말 받을 만한 분들이 받으셨네요. 대단하신 필력과 열정에 감명을 받습니다.
올해의 작품상을 받으시는 선생님들께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수상자님들 면면이 더욱 빛나 보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올해의 작품상으로 선정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78호가 빵빵하네요.
여러 작가님들이 축하해주시니 이 몸을 어디다 둬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땡큐 에브리바디.
와우~ 영광스런 2018 올해의 작품상 수상자님들 축하드립니다.
노고가 빛난 상으로 재삼 축하 드립니다^^
올해의 작품상 수상을 축하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상을 받는다는 게 내 깜냥에 과분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쑥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선생님들의 성원에 보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분 한 분 출중한 글과 사유가 빛납니다. 축하드립니다.
님들로 인해 에세이스트와 한국 수필이 한단계 높아졌습니다. 고맙습니다. ^^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하신 작가님들께 큰 박수를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짚 인형'의 작가 이문봉 선생은 저와 '시민대학' 동기생이자 에세이스트 제36호 등단 동기이기도해서 더욱 기쁩니다. 드디어 8년만에 큰 일을 해냈습니다. 문봉 이문봉, 이제 문봉을 맘대로 크게 휘들러 보이소. 홧팅!!!
나의 8년 지기 휴운 임무성 문우, 그대가 있어 나 여기까지 온 것 같으이. 힘든 문학의 여정에서 그대와 같은 도반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네. 작품상의 8할은 아낌없이 성원해 준 휴운의 몫인 것 같네. 우리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세.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