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온이나 습도 같은것들이 기억나는 건 아니다.
내가 기억하는 그 날의 기억이란건 붉게 해가 지고 있던 하늘밑으로 무릎까지 오는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다.
반팔 원피스였고 묶은 머리가 얼굴 뒤로 찰랑거리며 길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와 준이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데리러 가기위함이였을것이다. 그녀가 오지 않았다면 우린 저녁시간때가 온것도 모르고 놀았을테니.
바쁜 부모님들과 조용한 형이 있는 집보단 준이네 집에 함께 노는 것이 좋았고 그녀가 좋았다.
그냥 처음 보는 순간부터 좋았다.
그 날도 우리에게 걸어오는 그녀를 보며 나는 놀이터 모래에서 일어나 달려갔었고 푹푹 빠지는 모래바닥에 아직 덜 자란 발이 빠지며 벌러덩 엎어졌었다.
괜찮냐며 나에게 달려온 그녀가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일으켜 옷과 손바닥 무릎에 잔뜩 묻은 모래를 털어주었고.
얼굴을 매만져주며 다친데는 없는것 같다며 웃어주었다.
꽤 쓰라린것 같은 손바닥의 통증도 그녀의 웃음을 보니 참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었다.
아프지 않은척 했지만 그렁그렁한 내 눈을 보아서일까.
그녀가 손을 뻗어 내게 말했다.
"위험한데 손잡을까?"
나의 그녀에 대한 첫 기억.
그렇게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초등학교때도 늘 누나와 결혼을 하겠다 공개적으로 말을 하곤했는데 어른들도 그녀도 농담으로 넘기는 분위기로 상황은 지나가버렸었다.
단지 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그래서 나는 어렸지만 어리고 싶지 않았다.
"이거"
"?"
"마시면서 해~"
"아...고마워"
그녀를 따라 서울로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난 후론 어찌되었건 꽤나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성장도 시작되어 키도 커졌고 내가 따라갈 수 없는 나이를 가진 그녀를 보고 자라 그런지 또래보다 차분하고 어른스러워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여자애들의 관심을 꽤나 받았었다.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첫 여자친구는 선택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영이가 준거야?"
"어"
"....."
"왜?"
"여자애들은 니가 도대체 왜 좋은거야?"
나와 같은 반이 된 준이 녀석은 뭐가 맘에 안 드는지 뾰루퉁해져선 툴툴댔고 눈치로 녀석이 하영일 맘에 두고 있었나싶어 나는 관심이 없다고 얘기하자 녀석이 하영이 주고 간 음료수를 가져가며 물었다.
"넌 좋아하는 여자애 없어?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잖아. 다른 애들은 여친 사귀겠다고 난린데. 솔직히 니가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나 좋아하는 여자 있는데?"
"오올~?누구?"
준이가 음료수 캔을 따며 입술을 적시고 있었다.
"너네 누나"
녀석이 내 말을 듣자 풉하며 음료수를 내뿜었고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었다.
"미쳤어?"
"왜?"
"우리 누나?"
"어"
"미쳤구나?"
"나 니네 누나랑 결혼할껀데?"
"이 미친!"
준이가 벌떡 일어나며 내 멱살을 잡고 흔든다.
"정신차려 미친놈아.인생 말아먹을꺼야?"
"?"
"니가 뭐가 아쉬워서 우리 누날 만나?"
그 말은 누나에겐 평생 비밀로 해야할것 같아 말하지 못했었다.
사실 시간이 꽤 더디고 지루하게 흘러감에 드문드문 그녀의 존재가 희미해지기도 했었다.수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잊고 나는 나대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하긴 했었다.
어린 내게 너무 버거운 마음이고 두렵기도 했다는건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계획이란걸 짠다고 해봤자 나는 겨우 열넷,열다섯 소년,서른살까지는 아득해보였다.
적어도 내 고3 마지막 방학에 그녀를 다시 만나기전엔 그랬었었다.
겨울치곤 꽤 따뜻한 날씨였고 대학교를 합격한 후라 마음도 너무나 편했었다.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제 헤어져야 하는 익숙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그렇게 바라던 성인을 앞둔 설레임까지 더해져 나는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내 친구 녀석들과 졸업까지 남은 기간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낼껀가에 대해 얘길하고 있었고
중간에 멈춘 정류장에서 누군가가 올라탔고 삑 소리와 함께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평소대로라면 신경도 안 쓸 순간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내 쪽으로 걸어오는 그녀때문에 시선을 거둘수가 없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느껴지는 향기라던가.
아직 잠이 덜 깬 듯한 졸린 눈에 건조하고 하얀 피부.
햇빛에 비춰진 밝은 갈색 눈동자에 풍성하고 긴 검은 머리카락.
안으로 걸어들어와 손잡이를 잡는 길고 하얀 손가락.
손목에 감긴 보호대.
손목이 안 좋아서 일 그만두고 당분간 대구 와 있는다는 준이의 말이 생각났다.
앉아있던 친구녀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한 후 그녀를 앉혔다.
졸린듯 해 보이지만 혹시나 내릴곳을 놓칠까 싶어서 그런건지 졸음을 참으며 밖을 내다보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수가 없었다.
내 시선을 느낀것인지 그녀가 흘끔 나를 쳐다보더니 묘한 눈빛으로 다시 고개를 돌린다.
아마도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있나보다.
그럴만한게 초등학교때 이후로 날 보지 못했을테니...
좋아해야하나 서운해해야하나.
집앞 정류장이 다다르자 그녀가 일어나 출입구쪽으로 나간다.
그녀를 뒤따라가며 나는 내 오랜 의문과 고민의 시간을 접고 인정하기로 하였다.
포기할수도 없고 잊혀지지도 않을 사람.
그리고 굳이 이제 뒤로 물러설 필요는 없을것 같아 앞서서 걸어가는 그녀에게 말을 붙였다.
"누나 진짜 내 못 알아봤나보내? 내 좀 서운하데이~"
놀란듯 눈이 커지는 그녀에게 나를 알아달라 이름을 말해주었다.
이제 곧 성인이 되어 당신에게 달려갈테니 당신도 내게 와주길.
"누나.내 동윤이다.장동윤이"
손에 들어왔던 모래알처럼 손쉽게 빠져나갔다.
더 꽉 잡았어야했건만 나는 어렸고 잘 몰랐다.
차라리 사랑이 끝나 헤어지자고 했다면 마음이 덜 아팠었을까. 남자로 날 사랑했다는 그 말을 듣기만 했다면 적어도 단 한순간도 남자로 느끼지 않았다는 그 말보다는 나았을텐데.
눈 내리는 겨울밤을 우두커니 한참동안 골목길에 서 있다 돌아서며 그녀를 생각했었다.
적어도 날 사랑하지 않았다하니 그녀는 나만큼 마음이 아프지 않아 다행이겠다.
내 인생에선 전부였지만 그녀에겐 내가 한순간 지나간 사람일테니
아파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주었으면.
다른 누군가와라도 상관없이 사랑했던 그 웃음을 간직하고 앞으로도 웃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랬었다.
목적지를 잃고 난 후엔 삶이 어찌흘러가야 하는지 알수가 없어져 방황했고
적어도 가야할 곳이 확실할땐 열심히 달려볼 수 있지만 나는 사춘기때도 겪지 않았던 혼란스러움에 하루하루 무너져내렸다.
"정신 좀 차려! 한두달도 아니고 지금 1년째야! 복학 안해?너 인생 포기했어? 이제 24살이야! 다른 사람 만나봐도 되잖아!"
"...."
새벽녘 해가 뜨는 걸 보며 집에 돌아오던 길이였다.
왠일로 형이 깨어있는 상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를 무시한채로 방에 들어가려다 내 팔을 붙잡고 소리를 치는 형에게 붙잡혀 나는 피곤함에 짜증을 냈었다.
술에 취했었고 시비가 붙었던 술자리가 끝난 이후라 예민한 상태이기도 했었다.
다른 사람이라니.
24살이니 기회가 많다는 이야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가장 잘 알고있는 사실이였다.
가만히 있어도 내가 혼자라는 걸 알면 접근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중고등학교때 친구들의 말처럼 나는 선택만 하면 되는 거였었다.
나 역시 그렇게도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동생으로만 생각한다는 그녀의 말에 더 이상 매달려보았자 그녀를 괴롭히기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번은 포기해야하지 않을까.
나보다는 그녀를 위해 그렇게 해주고 싶다 생각을 했기에 선택이란걸 해보려 주변을 둘러보고 누군가를 만나기도 했었고 아예 낯선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기도 했었다.
공허하고 영혼없는 만남은 사람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는 걸 그때 깨닫게 되었었다.
눈앞에 있어도 아무 느낌이 없고 다정하게 내게 속삭이는 그 어떤 말에도 반응이 없는 내 감정들.
나만 아니라 상대방도 상처주는 일들이란것을 깨닫고는 그만두었다.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형말대로,사람들의 말대로 어리니 가능할테지.
이십년 가까이 간직한 마음이니 잊혀지는것도 그 정도 걸리려나. 그래도 언젠가 눈이 오고 꽃이 피고 해가 뜨거운 계절이 몇십번이 지나고 난 후 나도 그녀를 벗어날때가 올수 있을까.
형의 말에 팔을 뿌리치고 인상을 쓴채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술을 마셔도 갈증난 날뿐 정신이 또렷해져 그것 또한 짜증이 난다.
"그거 내가 누나한테 부탁했어"
"뭐?"
형의 말에 뒤를 돌아보며 그를 쳐다보았다.
잔뜩 긴장한 채로 형은 말을 이어나갔다.
"널 위해서라고 생각했어. 네가 훨씬 많은 선택지를 버려두고 하나만 보고 가는게 너무 아쉬워서 그랬어"
"무슨 말이야? 알수 있게 말해"
"제주도..갔다와서 누나랑 만났어"
"...."
"널 위해서 생각 다시 해달라고 말했어. 너랑 헤어진거 누나도 원하던 게 아니였다고!"
"야아!장동진!"
처음으로 형을 때리면서 이별후 쌓여이던 모든 감정들이 폭팔했던 것 같았다.
차가운 겨울 내 연락을 피하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설마 조금이라도 이별을 연장하기 위해 그랬던 것일까. 내가 너무 빨리 찾아가서 마음이 아팠었을까.
그 밤,밖에서 기다리며 행복했던 내 마음과 달리 그녀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며 그 골목길에서 걸어가는 나를 바라보았을까.
겨울을 녹여주던 그 포옹도.
이별의 말치곤 너무나 다정했던 그 말투도.
나는 알아채지 못했었다.
그녀 역시 아팠었음을.
사랑을 했지만 부정해야 했던 그 말들이 얼마나 본인에게 상처였었을지.
형이 내게 사실대로 털어놓기전까지 그 수많은 날들이 매일 나를 떠나던 그 날을 떠올리며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두려웠어도 잡아야지.
또 기회가 온다면 다시는 놓아주지 않아야지.
이제 다 잊고 잘 지낼수도 있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위해 잡히지 않을수도 있지만
이직한 회사를 형이 알려주었고 그녀 역시 아직 혼자라는 말을 듣고 난 후론 딱 한번만 더 라는 생각이 들어 멈출수가 없었다.
형은 그나마 죄책감을 덜기위해 주변에 물어물어 최근 소식을 알게된거라고 본인도 후회중이라며 다시 돌아가보라 했다.
멀리 돌아 길을 잃어도 결국 그 끝에 그녀가 있을수 밖에 없다는 걸 또 다시 느끼며 난 그녀에게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시간이 아무리 길게 흘러도 가는 길이 정해져있다는건 훨씬 모든것이 수월해짐을 얄려주었다.
복학을 했고 그녀를 위해 라이프가드 자격증도 땄고 어찌되었건 미래를 위해 취업준비도 열심히 했다.
부모님과 형은 내심 금융업쪽을 바라고 계셨지만 그건 내게 중요한게 아니였기에 합격만 하고 내가 원하던 곳으로 향했다.
입사가 확정되고 처음 회사를 방문한 날 혹시나 우연처럼 마주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영화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은채로 인턴교육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루한 교육만 이어졌다.
교육을 받는 와중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건 그녀였다.
삼년만에 보게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막상 보고나서 오히려 미련이 없어질수도 있지 않을까.
보지못해서 더 그리웠을수도 있다.
그래도 한번만 보고나서 결정하자 생각했다.
사업 1팀 소속으로 최종 확정이 된 후 교육실에 함께있던 팀장이 아트팀과 회의를 위해 가니 잠깐 인사라도 해보지 않겠냐고 권해 인턴동기인 태오와 회의실로 향했다.
이 회사 어딘가 그녀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설렐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단 두려움도 컸다. 인내의 시간이 길었음에도 다시 만날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도 조급해져왔다.
나를 볼 그녀의 표정과 반응들이 예상할수가 없었기에 그랬던것 같다.
나를 상처입힌만큼 그녀 역시 그랬을거라 생각하니 미움만 남아있을수도 있을텐데.
시간이 지나니 그런 생각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하고 만나야할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싶단 생각도 들 정도였다.
적어도 그 문을 열고 회의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꿈에서의 모습이 아닌, 현실속 여전히 눈이 부신 그녀가 그 조그만 입으로 본인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아트팀 김소드입니다"
그날 저녁 그녀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자고 한 이유는 거짓말을 해야만 했기때문이다.
표정변화없이 냉정해보이던 그녀가 예전처럼 경계하지 않고 다시 내 손을 잡아주기 직전까지.
삼년만에 다시 만난,
이제는 마치 남이라는 듯 내 눈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그녀에게 나 역시도 별게 아니었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녀도 나에게 거짓말을 하며 이런 기분이였을까.
내가 아무리 어른스러운척 해도 그녀를 이길수가 없음은 매번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무나 어리고 철없었다. 모든걸 다 잊었다 말하는 순간 복잡해보이는 그녀의 표정이 처음으로 읽혔다.
그 복잡함이란게 긍정적인건지 부정적인건지를 모를뿐.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하고 골목길로 향해 차를 타는 내게 차문을 열어보라고 똑똑 두드린 그녀가 차 창문을 열자 나즈막히 속삭인다.
"생일...축하해"
스무살 성인이 된 그 해 생일.
나는 그녀에게 성인이 되었다고 연락을 했었다.
스무살 생일이 되기까지 가장 두려웠던 일이 실제로 생겼고 남자친구가 생긴 그녀에게 성인이 되면 하고팠던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입대를 했었다.
어차피 가야하는 군대고 2년의 기다림은 그 전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별 게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이대로 날 떠나버릴것 같진 않은 확신도 조금은 있었다.
다시만나 짧게 서로를 안았다 헤어졌지만
나는 그녀의 그 한마디에 알수 있는것들이 있었다.
나를 잊지 않고 있었구나.
골목을 빠져나가 집으로 향하며 생각이 잠겼다.
어찌하면 다시 잡을 수 있을까.
또 도망을 가버릴까 마음이 조급해져왔지만 이번만큼은 다시 벗어나지 못하게
품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상태로 통째로 삼켜버려야 하지 않을까.
사실 본부장이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조금은 더디게 갈수도 있었다.
같은 층을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팀이 아예 다르고 인턴인 나에게 그녀와 일할 기회가 바로 오진 않았을테니.
그는 본인의 생각보단 도움이 되는 존재이기도 했었다.
그의 결정덕분에 워크샵이 급하게 결정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찌되었건 회사밖에서 이틀정도는 볼수 있는 기회니 예전만큼이라도 거리를 좁혀야겠다는 것이였다.
건물밖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내 눈앞에 보이는곳까지 왔다.
"재밌을것 같아요. 그쵸?"
"그러게요"
어느새 옆에 다가온 다현이 말을 붙였다.
사실 그녀의 관심이 달갑지는 앖았지만 회사내에선 사수인 사람이고 무시를 할 순 없어서 어떤 식으로 거절의 반응을 보여야 하나 고민중이였다.
"어? 본부장님 차 따로 타고 가시나보네요"
다현의 말에 시선을 돌리자 본부장이 길가에 차를 대고 운전석에서 나와 조수석 문을 열고 그녀에게 타라는 듯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때까지 누군가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꺼라곤 생각지 않고 있어서 여유를 가지고 길게 생각하고 있던 중이였건만 망설이는 듯해보이던 그녀가 차를 타는 순간 마음을 고쳐먹었다.
확신할 수 없는 그녀의 마음을 천천히 확인하고자 했지만 이대로라면 선수를 뺏길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예상보단 빠르게 관계설정을 변경해야하겠다.
"본부장님 소드님한테 관심 엄청 많으신가보네요. 소드님도 그냥 차타고 가시네? 혹시 우리가 모르는 사이 뭔가 있었나?"
"글쎄요..."
"근데 이번에 풀빌라라 수영장 있는거 알아요? 수영 할 수 있어요?"
"뭐...조금?"
"그런 수영할 때 같이 놀아요~저도 수영복 챙겨왔거든요"
"전 따로 수영복 안 챙겨와서"
"아~아쉽다~"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으로 매우 미인인 그녀가 밝게 웃었다. 누구든 기분 좋게 만들어줄 웃음이였지만 내겐 본부장과 함께 차를 타고 간 그녀가 신경쓰여 대화를 길게 이어나갈수가 없었다.
버스안에서 숙소까지 가는 1시간 넘짓한 시간에도 예상치 못한 본부장의 행동을 고민했다.
분명 그가 그녀에게 관심있는건 맞는것 같고, 뭐 이런 상황 자체가 없을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회사내에서 그녀가 굉장히 방어적이란 소문을 익히 들어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몇일간 접한 본부장은 어찌보면 나와 닮은꼴인 사람이려서 불안해져온다.
그는 목표가 확실하고 계획적이며 행동력이 강한 사람이다. 표면적으로 이 워크샵은 사업팀과 아트팀의 친분을 만들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관심이 있다면 얘기가 조근 달라진다.
의도적 접근을 위해서라고 만든 자리라고 할 수 있고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는 걸 보니 경쟁자가 없다고 판단을 내린 상태인 것이다.
숙소에 도착해 방배정을 관리실 앞쪽에서 기다리는 사이 일부러 주차장이 보이는 자리로 가서 먼저 간 그들이 왜 아직까지 오고있지 않는지 쑥덕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앉았다.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들리고 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여 눈을 돌렸다.
아까와 처럼 운전석이 열리고 본부장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분명 조수석 문도 열렸 그녀가 내릴려는 듯 했는데 본부장이 손을 내민다.
그녀가 손을 잡고 조수석에서 나오고 짐까지 본부장이 들자 옆에서 한마디씩 더한다.
"와.워크샵에서 눈 맞은 커플 1호 되겠네"
"잘 어울리는데?"
"나이대도 맞지 않아? 소드님 결혼 적령기긴 하잖아. 그 동안 눈에 차는 남자가 없어서 그랬나?"
언뜻 계단을 오르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던 것 같았지만 나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어찌되었건 조금 빨리 속도를 내야하겠다.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는데 오히려 잘 된걸수도 있다.
여름바람이 뜨겁게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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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외전1> <외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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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윤이 시점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길래 엔딩 서비스로 2편 정도 분량으로 남길 예정이긔.
새로운 사건이 있다기보단 원래 있던 스토리를 동윤이 시점으로 보는거라 새로울 것은 없긔 ㅎㅎ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라겠긔 ㅎㅎㅎ
선생님 감사드리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 돌아오셨냐긔 ㅠㅠㅜㅜ 격하게 환영해드리긔!!! ㅠㅠㅠㅠ
왉! 선생니이이이임~~~~ 갑자기 쨘이라니 넘넘 반갑긔ㅠㅠ담엔 예고도 주시긔...기다리는 시간마저 얼마나 행복한지모르긔!! 이 무슨 어린왕자 사막여우냐긔!! 돌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긔ㅠ
크 ㅜㅜㅜㅜ 최고긔!!!
꺄악♥♥♥
와우!! 선물받은거 같긔 ㅜㅜ
너무 감사하긔ㅠㅠ 2편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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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야근모드라 ㅠㅠ 내일 오겠다긔 ㅎㅎ 기다리게해서 죄송하긔
외전 외전이라니 내적비명 그림도 직접그리신거긔? 정말..... 못하는게 뭡니까 선생니임!!!!!!!!!!!!!!!!!!!!! 로또길만 걸으소서
외전 약속드린게 있어서 글쪄왔긔 ㅎㅎ 그림은 그냥 컨셉화로 슬쩍 넣어봤긔 ㅎㅎ 좋아해주셔서 저도 넘 기쁘긔 ㅎㅎㅎ
@게임회사여직원 정말 그림최고긔
오늘 오시나요? 기다리고 있긔!!
이따 저녁에 올리겠긔 ㅎㅎ 좀 늦을수도 있긔 ㅠㅠ
2탄 기다려지긔ㅠㅠㅠㅠ외전으로 뵙길 너무너무 기다렸는데요, 외전까지 끝내시면 또 아쉬워서 저는 돌긔ㅠㅠ
훠우 진쯔 매력넘치는 캐릭터긔 ㅎㅎ
선생님 정말 글 잘 쓰시긔 막 제가 동윤이가 된 것 같고 그래요 감사하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