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 화성 매향리에서 평택항까지
1. 매향리 <평화 역사관>에서 답사를 시작했다. 비구름대가 남부 지방으로 이동하여 날씨는 쾌청했다. 며칠 전까지 억압적으로 느껴지던 공기와 열기가 이제 부드러워졌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시원한 냉기까지 품고 있는 듯하다. 기분좋은 출발이다.
2. 이번 코스는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지대를 통과한다. 화성 조암면 매향리에 있는 기아공장과 남양방조제를 지나 평택으로 들어서면 에너지 관련 공장들이 줄이어 나타나며, 평택으로 가는 자동차 도로를 걷다보면 평택항 주변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만나게 된다. 평택으로 들어서면 해안가를 벗어나 내륙을 통해 이동하다 도착점에 이르러서야 바다를 만다는 코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코스는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관통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3. 매향리 화성드림파크 주변에 서해랑길과 경기둘레길 안내가 보인다. 하지만 안내에 의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경험을 통해 너무도 불성실하게 만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길안내의 기본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갈림길에서 명확하게 방향을 지시하고 이어지는 길을 연결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길의 방향이 달라지지 않으면 구태여 안내를 남발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실제로 걷다 보면 갈림길에서 방향지시가 보이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뻔히 보이는 길에는 연이어 안내가 과잉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대부분 방향지시를 만드는 사람들의 성의없음과 안이함의 결과이다. 그래서 그냥 해안가를 따라 걷는다. 그러다보니 길이 막히는 불상사도 겪었다. 앱을 이용하면 방향을 잡을 수 있지만, 그것 또한 불편하다. 걷는 것은 하늘과 물과 세상을 보는 것이지, 좁디좁은 화면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4. 원래 코스가 아닌 화성 기아공장의 옆길을 걸었다. <기아자동차로>는 해안가를 따라 조성되어 있다. 넓은 갯벌과 드넓은 서해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갯벌에는 힘겨운 노동이 진행 중이다. 공장의 노동과 갯벌의 노동이 중첩을 이루는 장소였다.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는 항상 인간의 힘겨운 삶의 현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기아자동차길을 지나 남양방조제를 지나 평택으로 들어섰다. 평택 입구에서 길을 잘못 들어 체력을 소모했다. 도착지인 평택항 국제터미널까지 제법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약 5시간의 답사였다. 터미널 바로 앞에는 서해대교의 웅장한 흐름이 생생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 답사 때에는 이곳에 주차하고 답사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주차장은 무료였다.
5. 출발지로 귀환하는 과정은 복잡했다. 조암으로 가는 버스는 없었고, 택시도 눈에 띄지 않았다. 지도를 보니 평택의 안중이 매향리와 가깝게 보였다. 안중도 구경할 겸 버스를 타고 안중으로 이동했다. 안중에 도착한 후, 안중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려했지만 버스기사들은 가지 않는다고 퉁명스럽게 대꾸하였다. 알고 보니 반대편에서 타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너편에 가서 타라고 안내해주면 될 터인데, 물어본 기사들 족족 고개만 저을 뿐이다. 사나운 인심을 만난 기분이다. 결국 한참 헤메다 터미널로 이동하였지만 조암가는 차는 없었고 다른 차들도 일찍 중단되었다. 지방 터미널의 쓸쓸함이다. 다행히 택시를 잡을 수 있어 매향리로 귀환할 수 있었지만, 약간 피곤함을 느꼈다.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정보를 불친절하게 침묵하는 공공버스 기사들의 직업정신이 불편했고, 그 상황에 무관심한 동네 인심도 마찬가지였다. 매향리는 진한 어둠으로 덮혀 있었다. 식은 커피를 마시고 교하로 이동했다.
첫댓글 - 힘등 여정에 찾아드는 진한 어둠! 식은 커피를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