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마냥 무서운 기세로 왔다간 가을비!
이젠 하늘마저도 짧고 굵게 살려함인지 여름의 장마가 그렇고
영호남의 가뭄이 극한의 한계를 시험한다.
우수에 젖어 레인코트라도 걸치면 신사랄까? 가을비 우산속에 ~
풍성한 오곡백과 이면으로 가을의 감성을 훔쳤던 가을비마저도
이젠 폭우로 대변한다.
세상의 변화와 더불어 하늘의 변화도 심상챦은 기운을 마구잡이로
던지는걸 보면 우리들의 아들 딸들을 위해서라도 아파하는 지구.
이제 아껴써야 할 일이다.
어쨌든 가을비에 촉촉한 땅과 하늘과 사람은 이제서야 기운을
차린 듯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살아난다.
경북에서 올라온 포도도 가뭄에 시달리며 포도송이가 아닌 앵둔가
했더니 비를 머금으며 금새 제 모습을 찾는단다.
장호원 복숭아 '천중도'는 역시 복숭아 중의 으뜸이라 한입 깨물어
단물이 볼을 타고 팔꿈치에서 제 씨앗을 잉태함이런지
땅으로 땅으로 물줄기를 이룬다.
햇배는 어떠랴.
작열하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은 배는 크기가 어린아이 머리통만
하다.
그 중에서도 샛방살이 흥부네처럼 주렁주렁 사과네가 아직 기를
펴지 못하고 경북에서, 전북 장수에서, 제천에서
사과네는 한가위 공급부족을 걱정하여 얼굴이 바짝바짝 마른단다.
링거라도 맞고 복숭아네처럼, 포도네처럼, 배처럼 얼른 제모습을
찾길 바란다.
전날 폭우 중에도 응암동 부녀회는 건고추 더미 600여근을
풀어헤치고 고객봉사를 지속하였다.
말 그대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을 선보이는 금요일 아침!
안면도로부터 도착한 2,500여근의 건고추 추가물량이 이른아침
직원들의 수고 속에서 각 부녀회 행사장으로 급히 배송된다.
다음주까지 진행될 건고추 판매행사는 이미 작년의 판매물량을
후딱 넘어섰다.
각 부녀회마다 내 가족의 음식처럼-
정성들여 고추꽁다리를 따고 씨를 추출하며 구입한 고객의 마음마저 따버린다.
훈훈한 정이 그득한 고추판매 행사장은 이미 한가위이다.
유통종합센터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다소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CIP파일을 굴착하며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은 공사 과정에서
어찌할 수 없는 최소한의 과정인데 잠시나마 상황을 배려하지
못하는 인심이 사뭇 아쉽다.
내 집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그 누군가의 배려와 이웃의 정이
담겼을진데 이젠 내가 또다른 이웃을 맞이할 차례인데..,
현장상황을 슬기롭게 수습하기 위하여 지혜를 모은다.
중앙본부를 다녀오는 길!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SUV차량이 그대로 입맞춤을 해버린다.
막힌 도로탓에 다행히 저속. 가해차량의 운전자를 보니
애구머니나 스님이시네.
붕붕의 작은 흠집 이외 별다른 이상없어 '괜챦습니다'로 안심을
건넨다.
견물생심(見物生心)! 주시는 전화번호를 마다하고 웃음으로 화답한
까닭은 유통종합센터 공사가 준공까지 술술 잘 풀려가길 바라는
새주의 기원제이리라.
어머니의 수술이 무사히 끝나 회복실로 왔다는 동생녀석의 전화~
들삼재 날삼재 한꺼번에 몰아닥친 업신의 장난 중에 하나가
끝난 셈이다.
저녁 뵙기로 하고 간호를 부탁한다.
중 3학년.
제 스스로의 외로움을 이기기 위하여 회장님이 된 당찬 딸래미는
북한산 등반으로 임원수련회를 대한단다.
광기서린 태양 아래에서의 등산이 즐겁겠는가 마는
딸래미의 카톡 카톡 카톡~
'산위의 바람이 넘 시원해!' 아빵도 얼른 오랜다.
그래! 모든 것 내려놓고 그대로 산 위에 서고싶구나..,
한가위 막바지 상품홍보전을 일찌감치 마치고 퍼져있는 딸래미를
보쌈하여 병원으로 향한다.
공룡 SUV에게 한방 먹은 붕붕. 빈혈기가 있는지 안뀌던 방귀를
연신 내뿜는데 간김에 확 입원시켜 버려~ 엄포로 붕붕을 다스린다.
막혀 막혀 도착한 건대병원.
심야시간이라 6인실의 환자분들 모두 고단한 잠을 청하고 있다.
인기척에 놀란 동생녀석.
새우잠으로 제 엄마를 지키고 있지만 또한 제 새끼들과 떨어져있는 시간!
고마움과 위로로 격려한다.
수술은 잘 되었지만 아직 정확한 병명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떼어낸 조직의 검사결과가 10여일 후에나 나온다하니 그 또한
걱정이 앞선다.
어머니의 부어있는 얼굴만을 살펴보고 귀가!
시계추는 벌써 새벽 2시를 향하고 있다.
자식이 왔다간 느낌을 알면서도 애써 주문시는척하는 어머니는
그렇게 아들에게 미안함이 많으신가 보다.
미안함과 가슴한켠 꼭 막혀있는 홧덩어리와 그리고 모든 허전함이 한데 뒤섞여
공허한 불금의 밤은 그렇게 새벽으로 새벽으로 별무리를 밀어낸다.
고단해하는 딸래미는 벌써 코를 드르렁드르렁 ^^
별무리와 산들바람과 공허한 벗에 이끌려 마구잡이로 구파발로를
뛴다.
암벽에 가로놓인 가파른 산등성이!
무탈하게만 넘어가자.
서있기에도 벅찼던 하루 - 그래! 해보자.
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