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은 채 나의 두 눈은 빛나고 있었고
나의 두 귀는 아직도 남도 명창들의 판소리 들리는 소리로 가득 차있다
수없이 많은 지역별 답사여행은 빠듯한 일정에 여유한번 못 느낄 정도로 강행군의 연속 이었다
그러나 인천회의에 이어 이번 남도답사 임원회의 에서는 남도에 걸 맞는 멋과 맛을
담뿍 담아올 수 있었다
이른 새벽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외로운 한량이 되는 기분을 잠재우지 못했다.
늘 언제나 출발과 종착을 혼자서 시작하고 혼자서 마감해야하는 고독한 일정에
치를 떨듯이 싫었지만 그 싫은 기분을 거역할 수 없는 것이 이상하게 싫지 않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각 시군 대표들의 자리에 고춧가루처럼 끼워 있는 자신이 어느 때 보다
초라하게 느껴지던 날이다.
文林의 鄕 이라 일컫는 문화예술의 고장 그곳에 감히 나는 있었다.
딱딱한 학문을 논하는 강의 일정과 회의 형식을 못 벗어난 틀을 모두 깨고
문화를 엿보는 기회에 전에 없이 더한 감동과 진한 동지애를 모두 경험했으리라 본다.
광주에 도착과 동시에 불법적으로 집권을 회책하던 신군부세력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어섰던 시민봉기! 그 앞에 처절히 희생되었던 선량했던 시민들의 영령이 잠들어있는5.18 묘지에서
참배한 뒤 해설을 하시는 동료에게 당시의 상황을 숙연한 가운데 경청할 수 있었다.
김 삿갓
할아버지를 탄핵했던 대가로 일생을 하늘을 우러러 보지 못해 평생을 삿갓만 쓰고
풍자적인 시를 쓰며 상류사회의 사대부를 희롱하는 방랑시인 김 병연 마저 이곳에 적 벽에 반해
오랫동안 풍유를 즐기다 숨진 곳 그 적 벽에 해가 지고 있었다.
광주 조선대학교 교수로 계시는 서순복 전남회장님의 인솔로 진행된 수준 높은 행사일정은
막연한 남도의 여정 길에 커다란 활력과 신선하고 감동적인 충격을 우리 모두에게 안겨주었다
저녁은 화순 "색동 두부 집" 이었다
이 음식점 주인의 숙원 이었던 손님을 위한 음악회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데
우리를 위해서 요일을 변경하여 최대한의 배려와 귀한 대접을 받았다
전남 도립 국악단 까지 초청하여 전국에서 문화를 알리는 파수꾼들인 우리들을 위하여
이렇게 성대한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그 앉았던 자리가 민망할 정도로 송구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멋진 공연을 어디서 볼 수 있을지 갑자기 내 작은 존재를 잠시 잊었다.
인도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온 박양희 선생님의 차분하고도 애절한...
인도문명을 함께 공유하는 듯한 악기와 함께 한 인도에서 만난 음악들을 들려주시는데
나는 생전 처음 듣고 보았던 음악회였다
중요 무형문화재 8호 이신 진도명창 박공숙 선생님의 소리는 TV에서 보는 것과 달리
이렇듯 가까이에서 몸동작 손동작 흘리는 땀방울 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잡가와 강강수월래 12가지 중 중머리 장단 자진머리 장단을 모두 함께 참여하고
우리는 그 열기에 푸욱 빠졌다.
휜색 소복을 입고 한 과 액 을 풀어준다는 살풀이 무용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람이 아니고 신이 내려와 공연을 하는 듯 눈 표정 손가락 움직임 버선발 모양까지 나는
한번도 한눈을 팔수가 없어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김희연 선생님의 눈망울에서 뚝 한 방울의 서러움을 받아 낼 것 같은 그 미세한 동작의 예술
앞에 감히 경이로웠다
가장 애절하고 슬플 때 효과음으로 나타내는 악기 아쟁!
이 아쟁의 소리에 정통 판소리를 들었다
절개를 상징하는 춘향가는 대한민국 판소리의 꽃 이란다. 어사와 춘향이가
사랑을 나누는 대목에서 얼마나 웃고 감동하고 모두 하나 되어 남도의 멋과 맛이 진해져 간다.
성주풀이와 남한산성 등 귀에 익은 소리들을 이렇듯 눈앞 국악인의 발아래서
직접 듣고 있노라니 우리만 보고 즐기는 자리가 문득 너무 아까워 안타까울 뿐 이었다.
남도음식 맛을 정갈하게 설명하시던 김정숙 선생님의 요염스러울 만큼 아름다웠던 목소리
선생님이 체험하셨던 어느 가을보름밤 한재 골 풀벌레소리 들리는 그 밤의 달 그리고 茶 한 잔 처럼
그 구름모자 같은 분위기의 김정숙 교수님은 잊을 수 없다
하일 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닌 동료 해설사 오소후 교수님,
반짝이 초록색 드레스 속에서 흰 머리카락마저도 너무 멋지던 님!
직접 지으신 시로 우리 모두 자축하는 글로 마무리 하셨던 주옥같은 글, 한지속의 세로 글들...
일찍이 인천 회의 때 감은 잡았지만 역시 한 인물 하시는 멋지고 아름다우셨던 시인이셨다
최차호 전국 회장님께 한 아름 꽃다발을 안겨 드리며 남도의 멋을 한껏 보여주신 추억은
조그만 내 눈과 아픈 내 귀를 밝혀 주었다.
남도 땅의 별은 총총하고 한기마저 느끼는데 음악회의 열기는 무르익어만 간다.
밤도 깊어만 간다. 그러나 시작은 아쉬운 끝을 남기는 것!
주인의 고운 한복에 앞치마를 두른 모습은 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는 결국
주인의 노래처럼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들이 되었다 . 잊지 못할 색동부두집의 음악회...
숙소로 돌아오는 길
아련한 엣 추억여행의 미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밤이 되고 말았다
그 밤이 길어지는데 한쪽에서는 계속되는 밤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아침은" 짱뚱어 탕" 이라고 했다
전에는 이 생선은 유용가치가 없어서 버려졌던 물고기였다는데
이렇게 훌륭한 맛을 내는 음식일줄이야
물고기를 실제로 보면 먹을 수 없을 것 이라는 광주선생님들의 이야기에도 나는 정신없이
먹었는데 미꾸라지 추어탕 같았다
조광조 유배지에서 유창하신 해설과 아울러 고인돌 유적지
그리고 운주사를 답사하는 과정에서 흐트러지는 단체의 모습에서 약간 아쉬움을 느꼈다
이야기 하는 자와 들어주는 자의 일치가 안 되기도 했지만 결국 같은 생각들이 모이니
화합은 금방 이루어지기도 한다.
전국 어느 곳이라도 실력 있는 동료 해설사들이 든든하고 힘 된다.
우리가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었구나, 거울이 되었다
참, 대단하신 분들이 너무나 문화유적지 일선에서 탁월하시구나,
새삼 부족함이 많은 나는 머리끝이 섬뜻했다. 저분들이 나의 사랑하는 동료라니
소중하고 귀하신 사람들이 모인 곳 우리 조직력은 너무나 막강하다
너무나 스스로 자랑스러웠던 조직 앞에 나는 자랑스러웠다
남도의 맛있는 음식을 기어이 더 느껴보는 점심의 기회 앞에 우리는 미식가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탄복을 하면서 처음 만났던 자리 광주에서 우리는 헤어져야만 했다
다음은 3개월 후 다음해 1월 경상도 광양 땅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주최 하시느라 애쓰신 전남해설사 서순복 선생님 그리고 박상용 선생님 해설 맡아주신 선생님들
수고 많으셨고 감사를 드린다/ 끝
와우!! 님 살풀이 공연에 한눈못팔고 숨도 제대로 못쉬셨다듯, 저 역시 숨도 못쉰체 다른이들에겐 그저 어제와 다른 색다른 일정으로 흘려버렸을지도 모를 행보를 세세히 참여한듯 풀어헤치신 님의 필력에-기억에-감성에 연신 감탄하며 잘 읽었습니다. 님 바쁘신 만큼 건강에 유의하세요~
첫댓글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은희님 대단하십니다.부라보^*^
와우!! 님 살풀이 공연에 한눈못팔고 숨도 제대로 못쉬셨다듯, 저 역시 숨도 못쉰체 다른이들에겐 그저 어제와 다른 색다른 일정으로 흘려버렸을지도 모를 행보를 세세히 참여한듯 풀어헤치신 님의 필력에-기억에-감성에 연신 감탄하며 잘 읽었습니다. 님 바쁘신 만큼 건강에 유의하세요~
님의 글에 취하며 님도의 한 과 액 을 풀어준다는 살풀이를 들어며... 갑니다.
잘 하였군요 그래도 님이가야 우리 도가 빛이난 다니까 내년에 샘한데 중요한 임무 부여 할겁니다
관심과 열정은 은희님 최고!! 남도의 멋과맛 ^^* 잘 보고갑니다
저희 해설사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무서운 여자라고...혹평?ㅎㅎㅎ 이....왜 무섭지? 순한 순덕을....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