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당서점 56년 역사 계속 됩니다"

[화기치상]

(지난해 10월 폐업한 문우당서점의 상호와 자산 등을 인수해 다시 문을 연 조준형 씨가 문우당서점 앞에서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폐업을 공식 선언한 문우당서점이 한 직원에게 상호가 승계되면서 재출범의 닻을 올렸다.

상호를 이어받은 직원은 문우당서점에서 23년 근무한 조준형(46) 씨. 문우당서점이란 상호명과 3만 명에 달하는 고객 카드, 각종 지도, 해양도서 등의 자산을 최근 넘겨받아 새 주인이 됐다. 이로써 56년 역사의 문우당서점은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23년 근무 조준형 씨
상호·자산 승계 재출범
장소 옮기고 규모도 줄여
해양도서 전문 서점 의욕

그러나 과거처럼 큰 규모로 운영되지는 않는다. 그와 다른 직원 1명만 달랑 남았다. "종전의 종합서점이 아닌 전문서점을 지향할 계획입니다." 그가 염두에 둔 것은 해양도서와 지도의 특화사업. 특히 해양도서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진단했다. "지금도 여수, 속초, 인천 등 항구 도시의 서점에서 해양서적을 찾는 문의 전화가 종종 걸려옵니다. 문우당서점에 없는 해양도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믿음 때문이죠."

서점 운영도 변화가 예상된다. 오프라인 서점 운영에 일단 주력하나 해양도서 수요자가 꼭 부산에만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 전국적인 온라인 영업도 전략화 할 계획이라고 조 씨는 설명했다. "이익이 금방 실현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수익 모델을 구체화 해 안정 경영을 모색하면 머지 않은 시기에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서점도 이전을 앞두고 있다. 기존의 5층 건물을 그대로 임대하기에는 여력이 없고 특화된 서점인만큼 작은 규모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달이나 3월 중 옮길 예정으로 현재 몇 곳을 물색 중입니다. 그러나 오랜 터전인 남포동을 벗어날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이 문우당서점을 다시 찾을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그는 강조했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대형서점'의 명성을 이어온 문우당서점은 지난 1955년 부산 동구 범일동의 5평 남짓 작은 책방으로 출범했다. 30여 년 전 남포동으로 옮겨 대형서점으로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이후 유명무실한 도서정가제와 온라인 서점 활성화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지난해 10월 31일 폐업했다.

한편 전국의 많은 서점이 고의부도를 내고 책값을 떼어먹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문우당서점은 단돈 3천 원짜리 부채까지 청산하는 '우직한' 마무리로 최근 출판계에 훈훈한 미담을 남겼다. 문우당서점은 폐업 이전에도 어음 결제를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상호를 넘겨받은 것도 영광이지만 그런 신용 문화를 이어간다는 자부심이 더 큽니다."

글·사진=백현충 기자 ch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