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처리법 / 진우 스님
[오늘의 명상]
잃는다고 생각하지 말라, 본래 돌아가는 것이다.
얻는다고 생각하지 말라,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다.
세상사 모든 것 들고 나는 인과(因果)의 모습이니,
얻고 잃음에 초연하여 스스로 마음을 편안히 하라.
[덧붙임]
종교란 일차적으로 원하는 바램을 성취하려고 믿는다.
불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웬만한 것은 다 성취될 수 있으니,
인간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모두가 이루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므로,
일체가 유심조(唯心造-오직 마음이 만들어 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늘 설명해 왔듯이
세상에는 공짜란 있을 수 없는 법이니,
그에 상응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는 법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는 하나,
구더기도 살아가는 방법이 있는 것처럼,
인과 인연에 의해 저절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니,
그리 노심초사할 사안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생의 업(業)인 마음이다.
이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을 얻으려 하고,
이 즐거움보다 더 큰 즐거움을 얻으려 하며,
이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을 얻으려 하는 것이 중생의 욕심이다.
그러나 더 큰 기쁨은 더 큰 슬픔을 낳고,
더 큰 즐거움은 더 큰 괴로움을 낳으며,
더 큰 행복은 더 큰 불행을 낳는 것이 사바세계 인과의 법칙이거늘,
이를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중생들의 끊임없는 욕심에 의해,
그 과보에 의해 끊임없는 괴로움을 받게 되는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마음은 업(業)이요, 업은 분별(分別)이며, 분별은 고락(苦樂)의 인과요,
고락의 인과는 육도(六道-지옥,아귀,축생,천상,인간,수라) 윤회(輪廻)요,
육도 윤회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해(苦海)요,
생로병사는 무상(無常)이요, 무상은 공(空)이요, 공은 색(色)이요,
색은 마음의 현현이요, 마음의 현현은 업(業)이요…
문제는 무엇을 성취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는 욕심에 의해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변화무쌍하게 일어나는 기분과 감정의 문제이니,
과연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우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 신경을 꺼야 한다.
인연 따라 이루어진다는 믿음으로 마음을 놓고
분별하는 감정을 가라앉히다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다음은 상대 또는 현상에 대해 바라는 마음을 접어야 한다.
이 또한 인과 인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내가 바라는 대로 집착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거대한 인연의 흐름으로 봐서 매우 건방진 태도라 할 것이니,
그저 순리를 따르는 마음으로
감정을 낮추고 기분을 하심(下心)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안에 있어서
감정의 기분을 순일(純一)하게 하여
감정의 업(業)이 쌓이지 않게 하며,
인과(因果)의 과보(果報)를 더 이상 받지 않고,
편안하고 평안한 적멸(寂滅)의 마음을 갖도록,
기도 참선, 보시 정진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 진우 총무원장 스님 -
출처: 학림사 오등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