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엔 구리아트홀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연주회장이 생긴 거라 호기심이 생겨 (또 한가지는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요.^^)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맞긴 하네요.
구리아트홀 역시 하남문예회관이나 의정부아트홀처럼 음향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냥 소편성이나 확성장치를 쓰는 대중적인 공연엔 괜찮겠지만 이런 오케스트라 연주엔 모자람이 많았습니다.
무대도 좁은 편이라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어렵겠더군요. 특히 합창과 함께 연주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967년 설립된 오케스트라로 레닌그라드 지휘학교의 니콜라이 라비노비치, 칼 에리아스버그, 에드워드 그리쿠노프 등의 교수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이들의 설립 취지는 'Orchestra of ancient and modern music'였습니다.
최초 지휘자는 에드워드 세로프로 그는 이 오케스트라를 무려 15년간 지휘하면서 소련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에서 연주활동을 하면서 이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향상시켰고, 그동안 12장의 LP를 녹음하기도 했다네요.
이후 1985년 레닌그라드 시립오케스트라로 승격되었는데 당시 단원 중 유리 테미르카노프, 마리스 얀손스, 스비야토슬라프 리히터, 나탈리아 구트담, 엘레나 오브라초바, 그레고리 소콜로프 등은 후에 유명한 연주가로 발전해서 활동 중인 걸 보면 이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합니다.
현재는 베르셀스키-베로제르스키 궁 안에 있는 밀러 홀에서 상주하며 연주하고 있습니다.
지휘자 블라디미르 란데는 특이하게도 러시아가 아닌 미국 볼티모어 메릴랜드 대학에서 구스타프 메이어(피바디 대)에게 사사했으며 여기서 음악학 박사학위도 수여받았습니다.
2004년 여름, 백야축제에 개막식 지휘자로 초대받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랜드 홀에서 공연하였고 이후 2009년 미국 워싱턴시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페스티벌에서 음악총책임자와 지휘자로 미국 무대에 데뷰하였습니다.
그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객원지휘자, 워싱턴 솔로이스트 챔버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의 전공인 오보에 연주에도 열심이라 Poulenc Trio의 오보에 주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협연자인 시아윈 왕은 이름 그대로 중국 상하이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상하이음악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푸조우 국립피아노 콩쿠르, 항조우 콩쿠르, 즈지앙 콩쿠르, 베이징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습니다.
중국에선 잘 알려진 여성 피아니스트로 2000년부턴 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맨하튼 음대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이날 연주된 프로그램은 비교적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곡들로 짜여져 있었습니다.
1.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2.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3.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
앞서 말한대로 이 연주회장이 비교적 좁아선지 오케스트라 구성도 생각보다 소규모였습니다.
현악부의 구성은 제1바이올린이 11명, 제2바이올린이 9명, 비올라 6명, 첼로 6명, 더블베이스 4명에다 목관(퓰륫,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은 각 2명씩이고 금관부는 호른 4, 트럼본 3, 트럼펫2, 튜바 1, 타악 2명(팀파니 고정)이었습니다.
첫곡인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의 연주는 이 오케스트라가 러시아의 유전자를 가진 오케스트라임을 잘 보여 주었습니다. 부실한 음향 환경이지만 그런대로 충실한 연주였습니다.
두번째 곡인 라흐마니노프 역시 피아니스트인 시아윈 왕의 연주는 기대보다 나았습니다. 힘도 있고 터치도 무게감있어 앞으로 꽤 성장할 연주자란 느낌이 드네요. 곡의 해석도 상당히 분석을 한 것 같았습니다. 요즘 많이 알려진 우리나라 젊은 피아니스트 들과 비교해도 뒤지지않을 음악성과 기교를 갖추었더군요. 모자라게 느껴진 부분(감성적인 면)은 앞으로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요.
어쨌든 기교로는 거의 완성된 연주자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어진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은 연주회장의 열악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 연주였습니다. 물론 오케스트라의 인원이 적은 것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울림이 없는 메마른 음향을 들어야했습니다.
그래도 청중들의 수준은 높은 편이라 악장 중간에 박수치는 일도 거의 없이 조용히 감상하였고 연주 후에는 아낌없는 박수로 연주자들을 성원했습니다.
이어진 앙콜은 차이콥스키의 발레곡 중 스페인 춤과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을 연주하여 성원해준 관중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로 보답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 오케스트라는 전국 순회연주를 하더군요. 지방의 음악 애호가들에겐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봅니다.
첫댓글 최상의 환경이 아니어도
최선을 대해 연주하신 분들에게
듣진 못했어도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