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의 일이다.
2009년 11월 3일, 대한골프협회는 ‘올림픽 골프 정식종목 채택’을 기념해 `골프인의 밤'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골프계 인사들을 비롯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많은 국회의원들이 함께했다.
이날 행사를 주도한 윤세영 대한골프협회 회장은 골프가 더 이상 사치스런 스포츠가 아닌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대중스포츠임을 강조했다. 나아가 윤회장은 세제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단상에 서있는 가운데 “골프와 관련된 각종 규제와 세금 완화”등 진정 골프가 국가 이익에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하나같이 “골프는 국익과 한국을 알리는데 큰 외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린피 중에 8만원이나 하는 세금은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가 처음 정식 종목이 되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다면 골프와 관련된 행정과 세금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형식적인 말만 거듭 밝혔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딱 1년지 된 지금 골프는 ‘2016년 올림픽 금메달’ 보다 더한 엄청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골프종목은 남녀 단체, 개인 금메달 싹쓸이한 데 이어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남녀 단체와 개인 금메달을 싹쓸이하면서 2개 아시안게임 연속 금메달 4개 획득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종목 중에서 모든 메달을 2개 대회 연속 싹쓸이 한 것은 골프와 양궁 뿐이다.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대기록이다. 게다가 세계무대에서 열리고 있는 여러 골프투어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상금왕에 오르거나 확실시되고 있다.
신지애는 국내 KPGA와 KLPGA투어는 물론, 미LPGA 투어에서도 상금왕이 확실시 되고 있다. JLPGA에선 안선주가 상금왕으로 이미 확정했다. 그런가 하면 JGTO(일본남자투어)에서는 김경태가 22일 현재 1억7400만엔으로 이시카와 료(1억4천 2백만엔)를 3200만엔 앞서고 있어 상금왕이 확실시되고 있다. 아시안 투어에서도 ‘영건’ 노승열(19)이 상금왕으로 확정됐고, 원아시안 투어에선 양용은이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구촌에서 열리고 있는 각 투어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상금왕까지 싹쓸이하며 외화획득은 물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10월에 끝난 세계대회 아마추어 선수권에서는 한국여자 대표팀이 단체·개인 금메달은 물론, 개인전 2위와 3위까지 싹쓸이했다. 그것도 합계 30언더파 546타로 미국(13언더파 563타)을 무려 17타 차이로 압도하며 최저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100년 역사 이래 한국 골프는 최고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 각국이 한국 골프를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 중국은 한국 국가대표, 상비군 시스템을 그대로 배워갔다. 터키를 비롯해 다른 국가에서도 한국 골프를 벤치마킹하려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조차 한국 골프를 배우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골프 관련 개별소비세(전 특별소비세)가 1976년 제정된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치 스포츠란 명목이 34년간 계속되고 있다. 이미 골프는 연간 2700만명이 필드를 다녀가는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골프선수들의 활약은 전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국회 재경위원들은 “201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 싹쓸이’는 이미 그 이상의 실적을 보여준 것이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고 했다. 공자는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고 했다. 잘못된 것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보다 나쁜 것은 없을 것이다. ‘3000억원이 넘는 세수 때문’이라면 오히려 골프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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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현 시인·골퍼
◆ 이종현은 누구?
1989년 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에 데뷔한 시인이다. 문예창작학과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그는 전업작가의 길을 가려 했으나 시한부 삶의 부친 소원을 들어 모 신문과 모 여성지 연예부 기자로 첫 명함을 만들었다. 1990년 레저신문으로 옮겨 현재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1991년 국내 최초의 골프콩트집 ‘성적보고서’, 2004년 ‘골프마니아 비하인드 스토리’ ‘골프와 Y 우연과 필연’, 2008년 ‘시가 있는 골프’ 등을 출간했으며, 순수 시집으로는 ‘아리랑 산조’ ‘조용필 그대의 영혼을 훔치고 싶다’ 등이 있다. 2000년부터 서원밸리그린콘서트를 총기획·연출·진행해오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ASX, 윌슨 연예인 골프구단을 창단했다. 국내 50개 골프장의 캐디 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