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곡 신성에 폭력을 가한 자들, 남색의 죄를 지은 자들
우리는 이미 숲을 멀리 벗어나 있었습니다.
단단한 강둑이 우리를 인도했는데 이 강둑은 플레게톤(피의 끓는 강)과 불타는 모래밭 사이를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한 무리의 망령들과 마주 쳤습니다.
나의 지성은 그를 알아보았다.
나는 그의 얼굴을 향해 머리를 숙여
대답했다. “부루네토 선생님을 여기서 만나다니요?”
단테의 선생님인 브루네토 라티니는 학자, 작가, 정치가로 단테를 포함한 당대 청년들의 지도자였습니다.
브루네토 라티니는 단테와 같이 걷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단테는 둑 위로 라티니는 둑 아래 모래받으로 위 아래로 나란히 걸어갔습니다. 이 혼령들은 불비가 내리는 뜨거운 모래사장을 걸어야 하는데 만약 잠간 발을 멈추면 백 년 동안 모래사장에 누워 불비를 받아야 했습니다.
나는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선뜻 둑길에서 내려오지는 못했지만
머리를 숙여 존경의 마음을 표시하며 걸었다.
단테는 브루테토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시하며 걸었습니다.
그가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어떤 운명 혹은 숙명이
너를 죽기도 전에 이곳으로 데려왔느냐?
길을 안내하는 자는 누구냐?“
이렇게 묻습니다.
단테는 저 위 세상의 골짜기에서 35세의 젊은 나이에 인생의 길을 잃고 헤맬 때 베르길리우스를 만나 그가 이 길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루네토는 단테의 앞날을 예언합니다.
너의 별을 따라 가거라
행복하게 살아 있는 동안 내가 널 정확히 본 거라면
넌 영광의 하늘에 닿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 전에 피에솔레에서 내려와
아직도 거칠고 야만스러운 기질을 갖고 있는
비열하고 악독한 사람들은
피에솔레에는 에트루리아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로마인들이 정복하여 피렌체를 세웠고 그때 피에솔레 사람들도 피렌체로 내려와 정착했습니다. 단테는 이들이 피렌체 내분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의 선행 때문에 너와 원수가 될 것이다.
쓰고 떫은 나무들 사이(피렌체 정치 파벌들)에서
달콤한 무화과(단테)가 열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
선생님께 분명히 말씀드릴 것은
양심이 절 꾸짖지 않은 한 저는
운명의 뜻에 다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예언은 제 귀에 새롭지 않습니다.
운명의 여신은 원하는 대로 제 바퀴를 돌리고
농부도 자기 괭이를 원하는 대로 휘두르지요.
단테는 운명의 변화 앞에서도 만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때 선생님은 나를 돌아보며
“잘 듣는 사람이 마음에 새기는 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단테는 동행자 중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봅니다. 브루네토는 몇 사람 이름을 댈 만한데 모든 이름을 다 말하기를 꺼려합니다.
요컨대 네가 알아야 할 것은 그들 모두가 성직자였거나
위대한 문인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세상에 살면서 똑같은 죄를 지었다는 사실이다.
프리키아누스는 6세기의 라틴 문법학자였고, 프란체스코는 동시대의 법율학자인데 남색의 무리들과 함께 앞서가고 있습니다. 죄 많은 육신이라 표현된 안드레아는 피렌체 주교였으나 품행이 악하였기에 교황 보니파시우스 8세(노예 중의 노예)에 의해 바르킬리오에로 옮겨졌으나 다음 해에 죽은 비정상적인 탐욕자였습니다.
라티니는 나의 책 <보전>을 기억하라하며 몸을 돌렸습니다.
순례자와 이야기하느라 무리와 떨어진 라티니가 다시 무리에게 가는 모습이 마치 베로나에서 개최되던 달리기 시합의 선수처럼 달립니다.
달리는 그는 패배한 자가 아니라 승리한자처럼 보였습니다.
※15곡에서 동성애에 대한 죄로 불비가 내리는 뜨거운 모래사장을 걸어야 하는데 단테가 살던 당시의 중세 기독교적 세계와 현 시대(기독교인이 아닌)에 생각에 차이를 두어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