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륜동에서 익선동을 거쳐 서촌까지, 일제강점기 조선 한복판에 한옥을 대량으로 지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익선동 한옥과 북촌 한옥마을, 서촌의 한옥 등이 모두 당시에 지어진 것들이다. 이런 대규모 한옥 단지를 조성한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의 부동산 개발업자로 알려진 정세권 선생. 그는 저렴한 한옥을 지어 일본인 거주지 확산을 막은 인물이다. 그러고 보니 종로 일대의 한옥은 대부분 비슷한 규모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눈에 들어온다. 혜화로터리에서 명륜동 방향으로 훌쩍 올라와서야 만나는 골목, 그 안에 혜화1938이 있다. 이 공간 역시 정세권 선생의 흔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낡은 한옥에 불과했지만 한옥 공간 기획사 한옥사림의 김원천 대표가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대청을 낮추고 모던한 인테리어를 더해 주방과 거실로 꾸몄는데,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의 생활 습관에 맞춘 선택이다.
청록색 인테리어
고무신과 타일
곳곳에 쓴 청록색이 세련미를 살렸다. 가구와 거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까지 모두 손수 제작한 것이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공간은 파우더 룸. 한옥의 화장실도 이처럼 넓고 쾌적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 특히 욕조가 화룡점정이다. 덕분에 1930년대를 살았던 멋쟁이를 만날 것만 같은 공간이 됐다.
서울에서 이런 입지 조건을 갖춘 곳도 드물다. 앞으로는 인왕산과 북악산이 우뚝 솟았고, 그 아래로 경복궁과 삼청동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길 건너 미국대사관저가 있던 자리는 오랫동안 비워져 있었지만, 그사이 온갖 야생이 생태계가 푸르게 자리를 잡아 오히려 더 볼만한 풍경이 됐다. 그런가 하면 한쪽 곁에는 조계사가 있어 절집 지붕의 운치가 돋보인다. 서머셋 팰리스 서울은 국내 최초의 레지던스 중 하나다. 레지던스가 주거 기능을 강화한 숙소다 보니 중장기 이용객이 많은데, 기꺼이 머물며 멋진 파노라마를 오래 두고 즐기고 싶어진다. 400개의 객실은 크기와 구성이 다르지만 조리가 가능한 주방과 세탁 기능은 모두 갖췄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웬만한 호텔보다 저렴해 가족 단위로 며칠간 머물기에 적합하다.
호텔 내 수영장
루프톱의 테이블
구석구석 둘러볼수록 이곳은 가족 단위 이용객을 위한 숙소에 가깝다는 판단이 선다. 루프톱의 바비큐 시설은 가족과 함께하는 여름밤의 파티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루프톱 한편에는 수영장도 있는데, 수심이 얕아서 아이와 물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피트니스 센터는 어린이 실내 놀이터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어 운동하면서 아이가 잘 노는지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비즈니스 출장을 온 기업인이나 인근 기업의 주재원이다. 외국인 관광객 비율도 높다. 그만큼 편하고 아늑한 공간이 어반 플레이스 강남의 특징이다. 객실 수는 254개. 주방과 세탁 공간을 갖췄고 오로지 휴식에 초점을 맞춰 인테리어를 꾸몄다. 요란한 치장에 신경 쓰기보다 눈이 편하고 몸이 편안한 객실을 만드는 데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호텔 1층은 로비와 카페테리아로 구성했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객실과 달리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멋지고 감각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건물 밖 테라스 공간은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빵은 직접 구워 맛이 좋다. 오후 4시까지 제공하는 브런치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이곳의 명물은 커피. 입안을 가득 채우는 고소한 향이 일품이다.
명동역 주변은 서울에서 가장 번잡한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숙소가 명동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르와지르 호텔 서울 명동은 그 많은 숙소 중에서도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곳 중 하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수도권 전철 4호선 명동역과 바로 이어진다는 점. 이 호텔은 유명 쇼핑몰이었던 밀리오레 빌딩에 자리하고 있다. 대로변에 위치해 어디서든 찾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호텔로 들어서는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3층 로비 맞은편으로 늘어선 코인 로커. 캐리어를 끌고 온 관광객은 체크인 전이나 체크아웃 후에도 코인 로커에 짐을 넣어 두고 가볍게 관광을 나선다. 물론 객실도 흠잡을 데 없다. 커튼을 걷으면 창밖으로 남산의 풍광이 펼쳐져 감탄이 나온다. 인테리어는 튀는 구석 없이 점잖다. 이곳에서 잠을 청하는 관광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아는 호텔이다.
계동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북촌으로 걸어 올라가다 보면 한 번쯤 이런 곳에서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풍광의 한옥마을이 나온다. 삐걱거리는 나무문 뒤로 아담한 중정이 보이고, 처마 쪽으로 따스한 햇살이 쏟아질 때쯤이면 대청마루에 앉아 나른한 오후를 만끽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게스트하우스 서울삼촌은 그런 마음을 해소하기 좋은 숙소다. 중정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행랑채와 안채가 소박하다. 방마다 들어갈 수 있는 인원에 맞춰 1인용 방은 '도', 2인용은 '개', 3인용은 '걸', 4인용 방은 '윷'이라고 이름을 붙여 놓았다. 도, 개, 걸, 윷. 기발한 아이디어에 웃음이 나온다.
아름다운 북촌의 모습
반찬이 매일 바뀌는 조식
이곳의 원래 이름은 '모농끌 아 세울(Mon Oncle à Séoul)'. 프랑스어다. 그런데 주민센터 직원부터 옆집 아저씨까지 누구 하나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서울삼촌이라 부른다. 주인장인 김태형 씨와 이야기 몇 마디 나눠 보니 털털하고 위트 넘치는 성격이 정말 우리 삼촌같다. 그는 손님과 함께 북촌을 산책하고, 때론 한옥마을 가이드를 자청한다. 종로에서 안줏거리라도 사 오는 날에는 숙박하는 이 모두 모여 파티를 연다. 서울삼촌의 인기를 드높인 건 조식이다. 매일 반찬을 바꿔 가며 직접 준비하는데, 푸근한 정이 느껴진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계동4길 15-3
문의 : 010-9753-5432
홈페이지 : www.facebook.com/mon.oncle.a.seoul
글 : 정태겸
사진 : 장은주
출처 : KTX매거진 2018년 8월호
※위 정보는 2018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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