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주는데 우윳값 또 인상?..'원유가격연동제' 속 수십억 배당 챙긴 서울우유

[띵동]

8월 1일부로 원유 1L 기본가격, 926원서 947원으로 인상
우유 가격 올리자니 소비 위축 부추길까 우려
'원유가격연동제' 손봐야 목소리 크지만..업계 1위 서울우유는 '침묵'

8월 1일 예정된 원유(原乳) 가격 인상을 앞두고 유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해 7월 한국유가공협회와 낙농가는 2021년 8월 1일부터 원유 기본가격을 기존 926원(1리터 기준)에서 947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원유값이 오르면 커피, 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우유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소비 위축을 더욱 부추길 수 있어 우유 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마시는 사람 줄어드는데도...시장 원칙 반영되지 않는 우유 가격

‘수요가 주는 데도 가격을 올린다?’ 우유 가격 인상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가격을 낮추면 우유 소비 위축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소비자 다수의 목소리다.

대부분의 상품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만, 국내에서 우유는 예외 대상이다. 바로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업체에서 생산한 원유의 가격의 증감을 우유업체에서 생산하는 우유의 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국내 25개 우유 회사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할당된 원유를 정해진 가격에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가격이 결정돼 있기 때문에 수요에 따른 공급량 조절도 원활하지 않다. 한 우유회사 관계자는 “낙농가에서 생산한 원유를 전량 정해진 가격에 매입하도록 제도가 돼 있어, 낙농가 입장에선 굳이 공급량을 조절할 이유가 없다”면서 “원유가격연동제와 원유 전량 의무 매입 방식을 보완해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원유가격연동제’를 손봐야 한다는 유업계의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실제적인 움직임은 지금까지 없는 상태다. 여기엔 업계 1위 사업자인 서울우유가 한 발 빼고 있는 영향도 있다는 게 유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서울우유는 낙농업자들의 협동조합 형태로 회사가 운영된다. 낙농업자들이 출자금을 내서 조합을 만들고, 출자금을 자본으로 사업을 한 뒤, 당기순이익을 배당금으로 출자자들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작년엔 124억8100만 원의 당기순이익 중 58억 원을 출자자에게 배당했다. 출자구좌 1좌(출자금 5000원) 당 배당액은 196원. 배당률은 3.92%였다. 이처럼 회사의 근간인 낙농업자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서울우유는 낙농가 권익 보호장치인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해서도 다른 우유 회사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 고부가가치 상품·식물성 우유서 ‘미래 먹거리' 찾는 유업계

유업계는 남는 원유 문제를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긴 탈지분유나 멸균우유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탈지분유는 기호성이 있는 초코 우유나 딸기 우유, 바나나 우유 등의 원료로 쓰인다. 원유를 멸균 처리한 멸균 우유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재고 부담이 덜하다.

원유 가격 인상에 대비해 특수 공정으로 상품성을 키운 프리미엄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기존 흰 우유 ‘나100%’에 후레시공법과 친환경성을 더한 ‘나100% 그린라벨’을 출시했다. 1리터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은 3380원으로 기존 ‘나100%’(권장소비자가격 2650원) 대비 27.5% 비싸다.

매일유업(267980)은 핀란드 발리오사의 유당 제거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의 제품군을 확대 중이다. 한국인의 유당불내증 문제를 해소한 제품이다. 기존 흰 우유에 지방 함량을 줄인 저지방, 초콜릿맛, 바나나맛까지 제품군을 늘렸다. hy(한국야쿠르트)는 오메가3와 오메가6의 최적 배합비율을 강조한 ‘내추럴플랜’ 프리미엄 우유 마케팅이 한창이다. 930ml 제품의 가격이 6500원으로, 일반 흰 우유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출산율 하락 등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우유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 발굴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식물성 대체 우유’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식물성 우유는 귀리, 아몬드, 흑임자, 콩 등 식물성 원료에서 단백질과 지방을 추출해 우유처럼 만든 제품을 말한다. 서울우유의 귀리·흑임자우유, 매일유업의 아몬드브리즈, 코카콜라의 아데스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낙농업자 사이에선 식물성 우유의 성장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유 소비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식물성 우유’라는 표현이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고, 낙농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대표자 회의는 최근 ‘대체단백질 식품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태스크포스에선 대체육과 함께 식물성 우유 문제도 함께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식물성 우유의 ‘네이밍’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낙농업계가 “식물성 우유는 우유가 아니다”며 ‘우유(milk)’ 표현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식물성 대체 우유에 ‘우유(milk)’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음료(drink, beverage)’와 같은 중립적인 표현으로 표기할 것을 권고했다.

https://news.v.daum.net/v/2021062409022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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