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장,
수아는 이층의 자신의 침실을 오빠 부부에게 내어 주고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작은 방에 자신의 짐을 옮기고 엄마와 함께 기거를 하고 있다.
그것은 시시때때로 엄마에게 찾아드는 통증에 약을 챙겨주기도 하고 엄마의 모든 것들을 거들어 주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기름지고 딱딱하고 질긴 음식은 먹지를 못하는 현숙을 위해서 일일이 갈고 찢어 가면서 엄마의 먹을 것을 손수 마련하는 수아였다.
“수아야! 네가 나 때문에 하던 일을 멈추고 나에게 매달려 있는 것이 엄마는 불편하구나!“
“엄마! 딸자식이 엄마를 돌보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불편하실 것이 무엇이 있어요? 내가 어려서 엄마가 얼마나 잘 해 주셨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거야 에미로서 당연한 일이지 뭐를 잘해주었다고 그러니?”
“엄마! 지금 저도 자식으로서 엄마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아무리 엄마에게 잘 해드린다 해도 제가 받은 것에 비하면 평생을 엄마를 위해서 해 드려도 반도 갚지를 못할 겁니다. 그때 저는 얼마나 힘들고 모진 세월이었는지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어요.“
수아는 지난날들이 떠오르는지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아버지의 술주정으로 인해서 매를 맞아 가면서 할머니의 미움을 받고 오빠나 언니에게는 말 할 수도 없는 미안하고 죄인 같은 심정으로 살아야 했고.....
“지난날들을 애써 무엇 때문에 기억을 하고 있니?”
“엄마가 오셨어도 엄마도 나를 미워하시겠구나 생각했어요. 왜냐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저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얼마나 미운 아이였겠어요? 내 안에 갇혀서 내 나름대로 나를 지켜야만 했으니까요.“
”넌 얼마나 귀여운 모습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니? 참으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였다. 너를 지키려는 네 모습이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웠지!“
현숙은 어린 수아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몸부림이 애처롭기는 했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항상 도전적이던 수아의 눈이었다.
그런 수아가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몇 시지?”
“엄마! 언니 도착하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해요.“
수아는 현숙이 언니인 수지를 기다리고 있는 마음을 알고 있다.
자신들 삼남매에게는 한결같이 사랑을 주고 걱정을 해주는 엄마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수지가 도착을 하려면 아직 서 너 시간은 기다려야만 한다.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처럼 더디고 갑갑한 시간은 없을거다. 그나저나 내 모양이 너무 흉하지 않니?“
현숙은 수지가 없는 동안에 자신이 너무 많이 변한 모습이 마음이 걸린다.
“엄마! 아직도 엄마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세요?“
“정말? 거짓말이라도 듣기엔 너무 좋구나!“
현숙은 언제부터인지 수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을 느낀다.
수아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말이 없이 조용하게 살고 있는 듯하면서도 언제나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그런 마음이 넓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다.
두 모녀는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수아의 손끝에서 현숙은 하루 종일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이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수지가 도착을 한다.
“엄마!”
“수지야!”
두 모녀는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재회를 나눈다.
“어디보자! 내 큰 딸!“
현숙은 수지의 얼굴을 보고 만지며 그리움을 나타낸다.
“엄마!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요? 오지도 못하고 얼마나 마음을 태웠는지 아세요? 이제 절대로 아프지 말아요!“
“미안하구나! 멀리 나가 있는 네게 그런 걱정거리를 만들어 주어서 미안하다.“
“미안하긴? 엄마! 아프지 마시고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주셔야 해요. 우리가 조금이라도 엄마의 은혜를 갚기 전에는 절대로 아프지도 말아야 해요.“
수지는 엄마의 야윈 모습이 가슴이 아파온다.
당당하고 항상 자신이 넘치던 엄마의 모습이 어디론가 간 곳이 없다.
너무나 수척해진 엄마의 모습이 갸녀리고 힘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그들은 모처럼 온 가족이 다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제 일주일 후면 수영의 결혼식이다.
수지의 귀국을 기다리기 위해서 결혼식을 잠시 뒤로 미룬 것 외에는 순조롭게 결혼 준비는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현숙이 잠이 든 것을 보고 나서야 이층으로 올라간다.
그들만의 나눌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다.
“수지야! 촬영은 무사히 마친거지?“
수영이 오빠답게 먼저 일을 하고 온 결과를 묻는다.
“그럼! 일이야 무사히 계획대로 잘 끝냈어요.“
“항상 네가 고생을 하는구나!”
“고생은 무슨? 오빠도 결혼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어요?“
“그럼! 우리 수아가 어머니 때문에 고생이 많지.“
“오빠! 고생은 무슨 고생이에요?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
삼남매는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위로하고 감싸준다.
“오빠! 그 사람 만나보았어요.“
“그래? 가능성은?”
“모든 것들이 외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하고 일치가 되긴 하는데........”
“그런데?......"
수지의 얼굴에 잠시 어두운 그늘이 지나는 것을 수영은 알아차린다.
“너무 사람이 냉정해 보이는 것만 같아서........”
“그거야 너무 서구적으로 성장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럴까요? 그래도 너무 냉정하면 혹시라도 엄마를 거부하면 어쩌지요?“
“그럴 리가 없을 거다. 아마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라서 당황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낳아주신 생모가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살아 계시다고 생각을 하니 당황스럽겠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더군요. 양부모가 자식을 낳지 못하는 분들이시고 게다가 양자도 그 사람 하나로서 만족을 하시고는 모든 정성을 다해서 키우셨더라고요. 어려서부터 한국인임을 일깨워 주시면서 학원엘 보내면서까지 한국어를 가르치실 정도로 애정이 많으신 분들이셨대요.“
“그럼 한국어를 한다는 말이니?”
“네! 그것도 아주 유창하게 구사를 하고 있어요.“
“우선 다행이구나! 그 사람이 확실하다면 어머니를 만나서도 서로 의사가 통할 수가 있으니 정말 다행이야!“
“마음이 결정이 되면 우선 유전자 검사를 해 볼 생각이더라고요.”
“그야 당연한 일이지.”
“내과 전문의인데 양부의 병원을 물려받을 계획이고요.”
“아주 잘 성장한 사람이구나! 정말 그 사람이 맞는다면 어머니가 얼마나 행복해 하실지......“
“우선 조용하게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그런 말을 했어요. 지금의 엄마의 상태하고 어쩜 오래 기다릴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오빠! 그리고 언니! 절대로 엄마는 우리들 곁을 그렇게 쉽게 떠나시지 않아요. 그렇게 되도록 내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를 않을 겁니다.“
잠자코 이야기만을 듣고 있던 수아의 말이다.
“그래! 우리가 그렇게 되도록 바라는 마음은 아니다. 혹시라도 그 사람의 마음이 너무 늦게 결정을 할 까봐서 조바심이 나서 하는 말이지.“
그들의 마음은 너무 초조하고 답답했다.
어머니의 병세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어머니가 항암치료를 잘 견디어 주셔야만 할 텐데.......”
수영의 근심은 어머니를 향해 있다.
“언제부터 항암치료가 시작이 되는데요?”
수지의 물음이다.
“이제 내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바로 해야만 한다. 그래서 나도 신혼여행을 가까운 수안보 온천으로 잠시 다녀오려고 한다.“
“오빠! 그러시지 마세요. 평생에 한번 있는 결혼인데 그렇게 하면 새 언니가 서운할겁니다.“
“이건 내 뜻이 아니고 그 사람의 뜻이다. 여행은 두고두고 다닐 수가 있으니까 어머니의 곁이라도 지켜서 정성을 다 해드리고 싶다고 말하는구나!“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지요. 허지만 엄마는 수아와 내가 있으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시고 제대로 신혼여행을 다녀오세요.“
수지는 새로 시집오는 새 언니의 마음이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세 남매는 오랜 시간을 이야기를 나눈다.
한결같은 현숙의 걱정이다.
현숙은 자식들이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깊은 잠 속에 빠져있다.
수지를 만나고 나서 마음이 많이 안정이 되고 편했기 때문이었다.
수영의 결혼식 날 현숙의 모습은 참으로 화사하다.
엄마의 병세를 숨기기 위해서라도 아니, 다른 사람들에게 엄마의 야윈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수지와 수아가 평소보다 화사한 모습으로 현숙을 가꾸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처음 결혼을 시키는 아들의 일에 현숙 자신이 많은 흥분을 했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현숙을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모두 현숙의 성실함과 진실 됨을 잘 알고 있었다.
수영의 결혼식은 조촐하고도 조용하게 진행된다.
그들 삼남매는 어머니의 병세로 인해서 모든 일들을 간소화 시키고 조촐하게 하기로 합의로 보았던 것이다.
거기에는 며느리가 될 주영경의 마음 씀이 많이 포함이 되어 있었다.
주영경은 되도록 간소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도 포기하고서 시어머니의 병환을 위해서 간병을 맡아서 하리라 마음을 다진다.
시어머니인 현숙을 만나면 만날수록 마음이 포근해진다.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시어머니였다.
그런 시어머니의 모습이 주영경은 너무나 좋아하고 있다.
남편을 낳으신 분은 아니시지만 함께 모시고 살면서 정성을 다해 받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들은 가까운 수안보온천으로 신혼여행을 간다.
“우리 여기서 오늘밤만 지내고 내일 집으로 올라가요.”
“그래도 일생의 한번 뿐인 신혼여행인데 후회하지 않겠소?”
“후회라니요? 어머님이 저렇게 병환중이신데 신혼여행을 온다는 것이 사치스러운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가씨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어머님께 매달리고 있으니 하루라도 내가 어머님을 돌봐드리고 아가씨를 다시 일을 하시도록 해야지요.“
“영경! 너무 고맙소! 당신의 그 마음 살아가면서 평생을 다 갚아가면서 살겠소!“
수영은 영경의 마음 씀이 너무나 고마웠다.
처음부터 수영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을 했다.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와 아버지의 술주정에 자신들을 끝까지 보호를 해 주었던 어머니의 정성과 고마움에 대한 자신의 마음도 함께 말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다음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주영경은 살림을 도맡아서 하면서 시어머니의 간병을 맡으려했다.
“언니! 어머니의 간병은 내가 알아서 할 께요. 어머니에 대한 신경은 쓰지 마시고 두 분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세요.“
“애기씨! 이제 저도 어머니의 자식입니다. 그리고 이제 어머니를 제게 맡기시고 애기씨 하시던 일을 하셔야죠!“
“아니에요! 어머닌 아직 언니보다 제가 더 편하실 테고 저 또한 그 어떤 일보다도 어머니가 더 소중하고 어머니께 제 모든 것을 바치고 싶어요.“
주영경은 그런 수아의 마음을 받아 드린다.
그리고 주영경은 그런 수아가 건강이라도 해칠까보아 수아의 먹거리와 수아를 보살피는 일에 전심을 다한다.
그것이 시어머니에게 해드리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집안을 맡아서 이끌어 가고 있는 주영경이다.
그런 주영경의 노력을 현숙이도 잘 알고 있었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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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습니다
즐감 하고 갑니다
즐독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