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소 - 라우터브루넨, 벤겐 스위스 알프스를 음미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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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1.09. 07:26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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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소
라우터브루넨, 벤겐
스위스 알프스를 음미하는 방법
감동에는, 추억이 절반이다. 스위스 알프스를 음미하는 방법은 이렇다. 될수 있으면 한적한 마을을 선택해 사나흘 묵는다. 아침 치즈가게에 들려 "Guten morgen!(굿모닝)"도 해보고, 해질 무렵이면 허름한 노천바에 앉아 맥주도 들이켜본다. 어슴푸레 달이 뜨고, 그 달빛에 흰 봉우리가 뽀얗게 속살을 드러내면 한 잔 술에도 얼굴은 달아오른다. 봄이 무르익은, 교회당 너머 야생화길에는 종소리와 젖소들의 방울 소리가 따사롭게 뒤섞인다. 베르너 오버란트 알프스의 라우터브룬넨(Lauterbrunen)과 벤겐(Wengen)은 그런 정경들이 펼쳐지는 마을이다.
알프스 산악마을의 젖소들. 해발 1000m 넘는 목초지에 방목되며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두 마을 모두 융프라우, 아이거, 묀히로 대변되는 베르너 오버란트의 4000m급 봉우리에 몸을 기대고 있다. 융프라우와 연결되는 융프라우요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이라는 매혹적인 수식어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휙 한번 열차로 올라보고 알프스를 답습한 냥 의기양양하게 내려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라우터브룬넨이나 벤겐 등은 산악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딛고 가는 간이역쯤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한 템포 숨을 고르고, 무심코 스쳐 지난 마을에 애정을 쏟으면 웅대한 산봉우리는 오히려 조연에 가깝다. 가슴에 ‘나만의 추억’으로 남는 진짜 주인공들은 산아래 작은 마을들이다.
베르너 오버란트의 산악마을들은 다양한 트레킹 코스로 연결된다.
야생화 피어나는 협곡의 마을
라우터브루넨 마을 위로 쏟아지는 슈타우프바흐 폭포.
라우터브루넨 캠핑장에서의 첫 번째 조우는 1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이야 한국에 캠핑열풍이 불었지만 그때만 해도 오토캠핑은 낯선 문화였다. 한 겨울 뜨끈한 물이 나오는 샤워장에는 애완견을 위한 별도의 샤워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알프스의 봉우리들은 밤새 별빛을 받아 냈고. 점퍼를 벗으면 번잡한 도시의 탁한 냄새 대신 향긋한 흙 향기가 진하게 배어났다.
라우터브루넨 역 건너, 교회당이 내려다 보이는 샬레풍 민박집에 머무른 게 그 다음 기억의 편린이다. 아침이면 새소리와 계곡 물소리에 잠을 깼고, 느지막이 게으름을 피우다 창문만 열면 폭포와 교회당이 '엽서 한 장'처럼 다가섰다. 낮은 골목길로는 소들이 머리에 화관을 꽂고 다녔고, 테이블 서너 개인 노천바는 이방인을 위해 밤늦도록 문을 열었다. 그 때 마신 맥주가 이 지역 태생의 '루겐 브로이'다.
라우터브루넨에는 인근 인터라켄이나 그린델발트처럼 화려한 숙소들이 즐비한 것은 아니다. 협곡에 들어선 마을은 건물도 낮게 웅크려 있다. 오히려 그런 모습에 정감이 간다. '울려 퍼지는 샘'이라는 뜻을 지닌 라우터브루넨으로는 세계자연유산인 알레취 빙하에서 녹아 내린 물이 흘러 든다. 빙하가 만든 크고 작은 폭포들은 마을 인근에만 수십여 개에 달한다.
야생화가 피어나는 샬레 가옥의 정원.
괴테가 시의 영감을 얻었다는 슈타우프바흐 폭포는 마을 가운데 교회당 너머 절벽에서 가늘게 쏟아져 내린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낙차다. 인근 김멜발트의 트뤼멜바흐 폭포는 빙하에서 쏟아지는 물의 량이 엄청나다. 폭포 아래는 봄이 깊어지면 야생화 천국이다. 4월초까지 이어졌던 스키시즌이 막을 내리고 야생화들은 마을 곳곳을 탐스럽게 장식한다.
청정고장의 산악열차, 전기자동차
라우터브루넨은 엄격하게 따지면 스쳐가는 마을이 맞다. 이곳을 정점으로 톱니바퀴 열차와 노란색 포스트버스는 청정마을인 벤겐과 뮤렌, 슈테헬베르크, 김멜발트 등으로 이어진다. 그중 벤겐과 뮤렌은 전기자동차가 오가는 무공해 마을이다. 앙증맞게 생긴 소형 자동차가 다니는 길목에는 거친 소음도, 먼지도 없다.
벤겐의 마을 깊숙이 들어서면 오래된 영화관이 들어서 있고 교회당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멘델스존을 기리는 음악제가 열린다. 그 옆에는 마을단위의 치즈가게와 야채가게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젖소를 사육하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제조해 분배하고 남은 것들만 판매한다. 치즈 1kg을 만들어내는데 젖소의 우유 100kg이 필요하다는데 이곳 주민들이 말하는 진정한 '알프스 치즈'란 해발 1400m 이상의 목초지에 방목된 소들에서 나온 것만을 의미한다. 치즈가게 지하벙커에는 세수대야만한 알프스 치즈들이 퀴퀴한 냄새로 미각을 자극한다.
라우터브루넨에서 곤돌라와 열차를 번갈아 올라야 닿는 뮤렌은 산악마을의 가장 정점에 위치한 곳이다. 1639m에 자리 잡은 마을에서는 베르너 오버란트의 3대 봉우리인 아이거, 융프라우, 묀히를 가깝게 볼 수 있다. 100년이 넘은 고풍스런 가옥 지붕에는 집이 세워진 년도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창문들은 방울과 산양 머리뼈로 장식됐다. 겨울에 스키 마니아들이 몰려들 뿐, 봄,가을에는 인적이 뜸해 밀애를 즐기려는 신혼부부들에게 사랑 받는 마을이다.
아이거가 배경이 된 락페스티벌
클라이네샤이덱에서 펼쳐지는 스노우펜 에어 락페스티벌
라우터브룬넨에서 벤겐을 경유한 열차는 클라이네샤이덱으로 거슬러 오른다. 클라이네샤이덱에서는 매년 4월초 설원 위 '스노우펜 에어' 락페스티벌이 펼쳐진다. 가장 높은 고도에서 펼쳐지는 락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청춘들은 스키복과 방한화로 무장하고 눈썰매에 앉아 공연을 감상한다. 락페스티벌이 펼쳐지는 클라이네 샤이덱역 뒤편으로는 험준한 아이거가 병품처럼 드리워져 있다. 예전 아이거를 오르며 목숨을 잃었던 숱한 산악인들의 도전 정신은 '락 스피릿'과 묘하게 닿아 있다. 아이거와 무대 사이의 먹먹한 공간은 느리게 흐르는 붉은 열차와 육중한 베이스음으로 채워진다. 클라이네샤아덱 다음 간이역인 아이거글레처에는 해발 가장 높은 고도(2320m)에 초콜릿 공방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거의 빙벽을 테마로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낸다.
스위스 전통악기인 알펜호른을 연주하는 주민들.
이 일대의 산악열차들은 간이역과 산악마을의 숨겨진 사연을 간직한 채 달린다. 역과 역을 잇는 길은 봄이 무르익으면 트레킹 코스로 변장한다. 단언컨대, 감동에는 추억이 절반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고, 추억과 감동이 되는 길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붉은색 산악열차가 오르는 아이거글레처역.
여행정보
항공으로 취리히, 제네바에 도착한 뒤 베른을 경유해 인터라켄으로 이동한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라우터브루넨으로 향하는 열차가 다닌다. 산악마을을 이동하며 2,3일간 쓸수 있는 VIP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 지역 맥주는 루겐 브로이가, 와인은 화이트와인이 맛있다. 융프라우 철도 한국홈페이지(www.jungfrau.co.kr)를 통해 열차시각 및 역, 숙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라우터브루넨, 벤겐 - 스위스 알프스를 음미하는 방법 (세계의 명소, 서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