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894> 승학산
낙동강하구·낙조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가족산책길'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국제신문 기사 입력 : 2014-10-08 18:50:59 | 본지 28면
금정산, 장산, 백양산 등 부산의 여러 산 가운데 이맘때 특히 많은 이가 찾는 곳이 승학산이다. 승학산 정상에서 구덕산 방향으로 완만한 능선 사면에 넓게 펼쳐진 억새밭은 승학산의 상징과도 같지만 근래 몇 년 사이에 명성이 많이 바랬다. 은빛으로 출렁이는 무성한 억새밭은 온데간데 없고 칡넝쿨 같은 번식력 강한 풀이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옛 기억만으로 오랜만에 승학산 억새밭을 찾는다면 실망만 느끼고 돌아갈 수 있다. 그렇더라도 승학산 억새밭은 부산의 여느 산보다는 억새를 보기가 쉬운 편이다.
■학장동 구덕터널~사상구 '승학산 숲길' 따라가는 코스
사실 승학산은 억새를 제쳐놓더라도 충분히 산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동아대 하단캠퍼스 위 갈림길에서부터 능선을 타고 승학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서부산과 낙동강 하구 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고, 정상 일대에서는 오륙도와 영도, 부산항뿐만 아니라 삼각산에서 백양산을 거쳐 금정산 고당봉까지 이어지는 부산의 대표적인 산줄기가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사방으로 시원한 풍광에 더해 저녁나절이면 일품인 낙조 조망까지 할 수 있다.
승학산 코스는 오래전 소개했지만, 이번엔 산의 북쪽인 학장동의 구덕터널 옆에서 출발해 승학산의 사상구 쪽 사면에 조성된 '승학산 숲길'을 따라가는 코스를 찾았다. 주택가와 아파트단지를 살짝 벗어난 산길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승학산 자락을 돌아간다. 일부를 제외하면 경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산책길이다. 실제 인근 마을 주민들이 운동 삼아 많이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동아대 위의 사거리에 닿아 능선 길이 시작되면 비로소 산행하는 기분이 든다.
이번 코스는 부산 사상구 학장동 구학초등학교 버스정류장을 출발해 구덕산교회를 지나 산길로 접어든 뒤 숲속도서관 삼거리~거북약수터 삼거리~정자~엄호당~불심약수터~정자 삼거리~승학약수터 사거리~동아대 위 사거리~승학산 정상~약수터~승학문화마루터~너럭바위전망대~낙조전망쉼터를 지나 곧 기상레이더에서 내려오는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구덕령 꽃마을 입구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 거리는 11.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0분 안팎, 휴식을 포함하면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사면으로 계속 이어지는 완만하고 너른 길
산행은 구덕터널 방향 구학초등학교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한다. 터널 가는 길 오른쪽의 부산시립정신병원 방향 오르막 도로를 따른다. '부산시립정신병원 60m' 표지판에서 정면의 구덕산교회 마당을 지나면 나오는 계단을 오르면 '가족산책(그린웨이)안내도'를 지나 숲길로 들어선다. 곧 잔돌이 깔린 완만한 흙길이다. 곧바로 운동기구와 정자, 책이 비치된 간이 서가인 숲속도서관이 있는 곳에서 삼거리다. 오른쪽 구덕대림아파트 방향 내리막이다. 왼쪽 오르막은 승학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답사로에는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 여럿 나오지만, 동아대 위 사거리에 닿을 때까지는 계속 사면으로 이어지는 완만하고 너른 길을 따라가면 된다. 가족 산책길이란 이름답게 길은 편안하다.
꽃마을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 구학마을 방향으로 가면 가파른 콘크리트 도로를 가로질러 다시 숲길이다. 녹색 그물 담장을 질러가면 거북약수터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다. 잠시 뒤 정면 나무 사이로 낙동강이 살짝 보였다가 모습을 감춘다. 5분 정도 가면 나오는 사거리에서는 삼성목화아파트 방향으로 간다. 잠시 뒤 통나무로 물길을 만들어 둔 곳에서 이정표 없는 삼거리다. 왼쪽 오르막으로 간다. 이어 만나는 사거리에서는 가족 산책길 안내도 오른쪽의 엄궁동 방향 너른 길로 직진한다. 다시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정자 쉼터가 나온다. 여기서는 정면에 낙동강이 다시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6, 7분 더 가면 벤치가 있는 사거리에서 백련약수터 방향으로 직진한다. 곧바로 나오는 삼거리에서 정면을 보면 비로소 승학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이 잘록하게 보인다. 그곳까지는 아파트 단지 왼쪽으로 크게 돌아간다. 불심약수터 방향으로 직진해서 가면 엄호당을 지나 장승과 솟대 사이로 지나간다. 곧 엄궁동 둘레길 안내도와 숲속도서관을 지나 경사진 오르막을 100m 정도 가면 불심약수터가 나온다. 계속 오르막으로 10여 분 꾸준히 고도를 높이면 바람개비를 지나 정자 위 삼거리에서 직진한다. 곧 승학약수터다. 완만한 길을 잠시 가면 동아대 위 사거리다. 직진해서 내려가면 동아대 학군단을 거쳐 교내로 내려가고 오른쪽 길로 가면 대학 바깥쪽으로 우회해 산길로 내려간다. 승학산 정상은 왼쪽 오르막이다.
■드문드문 핀 억새 보며 오르다 보면 승학상 정상이 눈앞
본격적인 오르막이다. 드문드문 억새가 핀 길을 오르다 보면 뒤로 조망이 열리기 시작한다. 15분 정도 오르면 숲을 벗어나며 정면에 승학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국고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급경사에 덱 계단이 설치된 길을 오르면 곧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승학산 정상이다. 정면에 구덕산이 가까이 있고 그 오른쪽으로 멀리 오륙도에서 영도, 낙동강 하구, 부산신항까지 시원하게 조망이 열린다. 북쪽으로는 백양산, 고당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선 구덕산 방향으로 좌우가 탁 트인 능선을 걷는다. 2시 방향으로 골짜기에 자리 잡은 부산일과학고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억새밭으로 들어선다. 돌탑과 전망대 가기 직전에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곳으로 가도 상관없다. 두 길이 만나는 곳에서 10여 m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약수터를 지나 임도와 만난다. 이 구간은 특히 칡이 번성해 억새를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임도 왼쪽으로 가면 승학문화마루터다.
임도를 계속 가면 너럭바위전망대를 지나 낙조전망쉼터에서 길이 갈라진다. 이곳에선 낙동강 방향으로 시야가 트여 낙조를 조망할 수 있다. 왼쪽으로 올라가면 곧 기상레이더에서 내려오는 콘크리트 도로와 만난다. 도로를 따라 6, 7분 내려가 반사경이 있는 곳에서 왼쪽 산길로 내려가면 곧 도로와 만나고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기상레이더에서 내려오는 도로와 다시 만난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 꽃마을 입구 구덕령에서 산행을 마친다.
◆떠나기 전에
- 잡풀 번식하면서 억새밭 잠식… '억새 명소' 무색
승학산 정상에서 구덕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 사면은 부산의 대표적인 억새 명소다. 승학산 억새 군락지는 29만 ㎡ 규모로 부산에서 가장 넓은 면적이다. 하지만 최근 4, 5년 사이에 칡넝쿨 등이 왕성하게 번식하면서 억새밭을 잠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무더위에 강수량이 적어 억새의 성장이 억제된 반면 칡넝쿨은 더욱 확산했다. 지금은 전체 억새밭 가운데 대부분에 칡넝쿨이나 찔레 등이 퍼져 있다. 지자체가 나서 잡풀 제거작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칡넝쿨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망대 주변은 제법 많은 억새가 보이지만 이곳을 지나 약수터를 거쳐 임도로 가는 탐방로 주변은 잡풀이 무성해 억새를 보기 어렵다.
억새밭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억새밭이 언제까지고 유지되지는 않기에 인위적인 잡풀 제거와 억새밭 조성으로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터이다. 억새는 예전 같지 않지만, 정상을 전후해 보는 조망의 즐거움은 여전하다. 내년이면 억새밭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금의' 억새밭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교통편
- 출발지 구학초 정류장 8, 15, 67, 161번 버스 정차
이번 코스는 부산 시내의 산을 찾는 만큼 교통카드만으로 충분하다. 출발지인 구학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에는 8, 15, 67, 161번 시내버스가 정차한다. 동래나 해운대 방향에서 찾아간다면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에서 내려 서구청 앞에서 8번이나 15번을 타고 구덕터널을 지난 직후 내리면 된다.
산행을 마치는 꽃마을 입구 구덕령에서는 서구1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구덕운동장과 도시철도 서대신역, 동대신역 등을 거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승학산
위치 : 부산광역시 사하구 당리동 산 45-1 (당리동)
가을이 되면 하얀 억새군락이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승학산은 가을 트래킹의 필수 코스 중 하나다. 능선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승학산의 초원에는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하늘거리는 억새풀이 가득하다. 가을의 정취를 한층 더해주는 승학산의 억새를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부산의 가을을 담은 최고의 장소 승학산 억새평원,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되는 곳이다. 눈에 가득 담아온 한 컷의 평온함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곳이다.
부산 승학산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