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고요한 적막을 깨는 마찰소리가 명성 고등학교의 명물인 검도부 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한국의 청소년 검도라면 명성고의 검도부를 꼽을 정도의 명성고의 검도부는 70년 전통과 막강한 실력, 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탁탁-----
"‥‥‥."
각 혈과 신경이 자세하게 쓰여있는 실물 크기의 연습용 철제 인형의 머리
부분이 검도복을 입은 이지적인 느낌의 여자에게 죽도로 가격을 당하고 있다. 검도는 힘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고 안전하게 내려치는 것이다. 크게 울리는 마찰음과는 달리 죽도는 금속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내려치고 있었다.
"‥‥‥쯧쯧 시험이라고 정신이 흐트러지다니, 시험만 끝나면 기합이라도 줘야겠어."
연습을 마친 그녀의 시선이 언뜻 미친 곳은 호구를 보관해 놓는 곳이었다. 대충 매어 놓은 호구의 기다란 끈이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는 것과 함께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검도부에 내려질 기합을 예고하고 있었다.
"‥‥‥."
검도부 실은 쾌적하고 탁 트인 디자인으로 심플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원목 바닥재, 한문이 갈겨 써진 누르스름한 벽지, 벽에 붙여 놓은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검도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역대 검도부 주장들의 사진들.
"저도‥‥‥ 선배들의 뒤를 따를 수 있을까요‥‥‥?"
많은 의미들을 포함하고 있는 중얼거림이 제 1대 주장의 사진을 응시하는 시선과 함께 나직히 검도부실에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