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낳은 알은 20~30일간의 사육을 거쳐 나비로 태어난 뒤 다시 한번 번식, 4월 30일 개막될 나비대축제 때 15만 마리의 나비와 번데기, 애벌레가 되어 관광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렇게 매년 봄이면 함평은 ‘나비 세상’이 된다. 축제가 열리는 9~10일 동안 인구 4만의 작은 고을에 120만~150만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함평이 나비를 타고 날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나비대축제 성공
함평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3.5%, 1차산업 비중이 67%에 이르는 전형적인 낙후지역. 가장 높은 불갑산이 해발 516m에 불과하고 변변한 관광자원도 없다.
1998년 민선2기 출범 직후 군은 지역을 일으켜세울 경쟁력을 찾아나섰다. 방송사 PD시절 생태 다큐멘터리를 많이 제작했던 이석형(李錫炯·47) 군수가 ‘깨끗한 환경에서만 사는 나비를 소재로 대규모 축제를 열자’는 제안을 내놨다. 수달·먹황새·황금박쥐 등 희귀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 함평의 깨끗한 환경을 널리 알리고, 이를 지역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구상이었다. 나비 전문가 정헌천(51)씨를 영입해 ‘곤충연구소’를 설립하고, 들판 100만평엔 보랏빛 자운영과 노란 유채꽃을 심었다.
1999년 5월 제1회 함평나비대축제 때는 5일간 60만명이 찾아왔다. 연간 관광객이 20만명에 불과했던 평범한 농촌은 단숨에 전국 최고의 생태관광지로 떠올랐다. 이후 관광객은 2002년 131만, 2003년 143만, 지난해 154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여섯 차례의 축제를 통해 입장료와 나비상품 판매, 음식·숙박업소 소득, 지역 농산물 홍보 등 500억원대의 직·간접 수입을 올린 것으로 군은 분석하고 있다.
▲ 매년 5월초 열리는 함평나비축제. | |
◆친환경 농산물 불티
나비는 함평의 이미지도 바꿔놓았다. ‘함평=나비’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함평은 ‘친환경농업군(郡)’으로 각인됐다. 자연스레 함평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은 판로가 트였다. 군은 1999년 ‘오리쌀’, 2000년에는 ‘자운영쌀’, 2001년부터는 ‘나비쌀’이라는 브랜드로 친환경 쌀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미에 비해 20㎏ 1포대에 6000원 가량 높은 값에 출하된다. 1999년 2억3000만원에 그쳤던 친환경쌀 판매액은 지난해 56억원으로 늘었다.
‘나비쌀’ 가공·판매를 맡고 있는 학교농협 노종석(46) 조합장은 “나비축제로 알려진 함평의 친환경 이미지가 나비쌀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됐다”며 “다음달 경기 고양에 ‘전남쌀 갤러리’가 개설될 예정이어서 나비쌀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쌀뿐이 아니다. 함평에는 최근 2년 새 친환경 이미지를 활용해 복분자주와 아이스홍시, 녹차송이버섯 등을 생산·판매하는 농업벤처업체들이 잇달아 문을 열고 성업 중이다.
◆나비브랜드 상품 개발·판매
군은 ‘나르다(Nareda)’라는 나비 브랜드를 개발, 2002년 299개 품목에 대해 상표등록을 마쳤다. 넥타이·스카프 등 섬유류 111종을 비롯, 도자기류 13종, 액세서리 85종 등 223종의 상품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 중이다. ‘나르다’ 상품은 5년간 38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엔 매출 3억원으로 불경기를 헤쳐 나온 뒤 올해엔 신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재정(49) 경영수입계장은 “올해는 나비 실물을 넣은 열쇠고리 등 신상품을 선보여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세계나비·곤충엑스포 추진
지난 1월 정부는 국제행사심사위원회를 열어 ‘2008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승인, 국비 71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군은 환경·곤충 산업을 육성하고 해외 관광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엑스포 준비에 온힘을 쏟고 있다. 국내·외 홍보를 위해 독일 폴크스바겐사의 ‘뉴비틀’(일명 ‘딱정벌레’)을 군수 관용차로 구입하기도 했다. 행사는 2008년 4월 10일부터 42일간 21만여평 규모로 조성될 함평나비산업특구에서 열린다.
이 군수는 “나비 마케팅은 불리한 여건을 역이용해 지역의 활로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군민들이 노력하면 농산물 개방의 파고에 당당히 맞서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귀중한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