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소개하는 연소법(軟酥法)은 백은선사(白隱禪師: 1686~1769)가 상기병(上氣病)으로 심
한 고생을 할 때 교토 부근의 백천촌(白川村) 과생산(瓜生山: 35° 2'6.40"N, 135°48'10.90"E)에 살고 있던 백유자(白幽子)로부터 전해받은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백은선사가 야선한화(夜船閑話)라는 작은 책자로 세상에 소개한 것이며, 우리 나라에서는 1989년 초롱출판사에서 번역 출판했었다.
연소(軟酥)의 소(酥)란 버터(butter)를 말한다. 따라서 연소란 부드러운 버터를 말한다.
백유자가 전한 연소법은 아래와 같다.
"수행자가 좌선을 하고 있을 때, 몸의 조화가 나쁘고 심신이 매우 피로하다고 느끼면 마음을 떨치고 곧 이 관법(觀法: vipassana)를 하라. 예를 들어 빛과 향기보다 더 청정한 연소(軟酥)가 오리알만한 크기로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하라. 그 기분은 극히 미묘해서 둥근 머리통 전체를 적시며 천천히 내려와 차츰 양쪽 어깨, 양팔, 양 젓가슴 사이, 폐장, 간장, 위장, 척추 엉덩이로 적시면서 흘러간다. 이렇게 해서 몸 속의 오장육부에 이르면 산(疝: 기가 막혀 생기는 병), 벽(癖: 고질병), 괴통(塊痛)등 국부적인 병이 심기의 내림에 따라 내려가는 것이 마치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과 같다. 이는 역력히 소리를 내면서 전신을 돌며 흘러 양 다리를 적시고 또한 따뜻하게 하여 발바닥에 가서 멎는다.
수행자는 두 번 세 번 거듭 이 관을 해야 한다.
촉촉히 적셔 내리는 연소(軟酥)가 쌓이고 고여 따뜻하게 되는 것이 마치 세상의 명의가 가지가지의 진귀한 약을 모아 달인 탕을 욕탕 속에 퍼넣고 신체의 배꼽 아랫 부분을 담가주는 것과 같다.
이 비파사나를 하면 마음 속으로 생각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고, 코는 별안간 세상에서 맡기 드문 향기를 맡고, 몸은 갑자기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부드러운 감촉을 받게 된다. 심신이 조화롭게 되어 쾌적한 것이 이 삼 십 세의 젊은이보다 훨씬 낫다.
이 때 오장육부의 잘못된 것들(像)은 모두 사라지고 장과 위가 조화되어 모르는 사이에 살갖이 반들반들 윤기가 난다. 어떠한 덕행(德行)이라도 쌓지 못함이 없고, 어떤 선술(仙術)이라도 성취 못함이 없다. 다만, 그 효능이 빠르고 늦게 나타나는 이유는 수행자의 정진하는 자세가 얼마만큼 치밀하고 게으른가에 달려 있다.
내가 젊었을 때는 병이 많아 그대의 병보다 열 배나 더 심했다. 의사라는 의사는 모두 돌아보지도 않았고 갖은 수단 방법을 다 써봐도 구제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신에게 기도해 보이지 않는 도움을 간절히 빌었었다. 그런데 이 무슨 행운인가. 생각지도 않은 이 연소(軟酥)의 비책을 전수받은 것이다. 나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태만하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 수행했다. 그랬더니 한 달도 못되어 많은 병이 거의 쾌유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몸과 마음이 경쾌하다.
바보처럼 이 달이 큰지 작은지 올 해가 윤년인지, 세상사도 점점 잊어 인간
의 욕망도 습관도 언제부터인지 잊고 말았다. 내 나이 금년들어 몇 살인 줄도 모른다. 앞서 어떤 인연으로 약주(若周: 幅井縣) 산중에 들어와 30년이 지났는데 세상 사람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지난 일을 돌이켜 보건데 마치 중국의 황량반숙(黃梁半熟)이라는 고사성어와 같다.
지금 사람도 없는 이 산중에 살면서 말라빠져 뼈만 남은 몸에 큰 포대 두 서너 장 걸치고 맹렬한 엄동 추위의 밤을 보내지만 늙어빠진 창자를 추위로 상한 일은 없다. 산열매도 없어지고 곡식을 입에 대지 않은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얼거나 굶어 죽지 않은 것은 모두 이 내관(內觀)의 힘이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 그대에게 일생을 써도 못다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