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궁합 잘못 맞추면 名藥도 毒藥 된다
● 잠깐! 오렌지주스와 위장약 같이 드시게요?
고혈압약·바나나 같이 섭취하면 고칼륨혈증
항불안제, 자몽주스가 약효 과도하게 증가시켜
해열진통제, 술과 상극… 공복에 먹는 게 좋아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약의 설명서(성분명)를 자세히 읽어보고 매끼 먹는 음식의 '궁합'을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약효와 안전성이 입증된 '명약(名藥)'도 어울리지 않는 음식과 함께 섭취하면 약효는 고사하고 예기치 않은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약과 음식의 궁합에 대해선 전문가인 의사와 약사도 상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같은 약이라도 먹는 음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기관계용의약품과 서경원 과장은 "예전에는 아플 땐 무조건 잘 먹어야 기운을 차릴 수 있다고 했지만, 요즘은 특정 약물에 따라 함께 먹어선 안 되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잘 아는 것이 질병 치료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약(藥)이 독(毒)되지 않으려면 음식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주 복용하는 의약품과 밥상에 흔히 오르는 음식의 궁합을 식품의약품안전청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무좀약은 술과 상극… 오심·구토 일으켜
변비약과 우유, 복통·위경련 부작용
고혈압 치료제 : 고기·알로에·화학조미료(Ⅹ)
고혈압 치료제는 처방약 성분에 따라 주의할 음식이 다르다. 심장 박동수와 심장에 대한 부담을 감소시키는 '베타차단제'는 소·돼지·닭고기와 상극이다. 이 약을 고기와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증가돼 어지럼증이나 저혈압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공복 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체액의 양을 줄여 혈압을 낮추는 '이뇨제(利尿劑)'는 음식 조절이 특히 중요하다. 성분 중 ▲치아지드 ▲고리(loop) 이뇨제는 알로에와 같이 복용하면 체내 칼륨(K)량이 지나치게 감소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치아지드계 이뇨제는 화학조미료 성분인 MSG의 작용을 증가시켜 두통, 어지럼증, 입 주위 마름, 가슴·배 통증을 유발하므로 조리 시 화학조미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다.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조절하는 'ACE저해제' '칼륨보충 이뇨제'는 신장에서 칼륨 배설되는 것을 억제해 체내 칼륨이 증가하는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바나나, 오렌지, 푸른 잎 채소 등 칼륨이 풍부한 음식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그밖에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추는 '칼슘 채널 차단제'는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지나치게 증가해 독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복용을 피해야 한다.
고지혈증 치료제 : 자몽주스·술(Ⅹ)
중성지방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고지혈증 치료제는 자몽주스, 술과 상극이다. 자몽주스와 이 약을 함께 복용하면 혈중 농도가 증가하므로 중성지방 조절에 장애를 가져온다. 자몽주스를 그래도 마시고 싶다면 약 복용 2시간 이후에 먹어야 한다. 고지혈증 약은 간 손상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과도한 음주도 피하는 것이 좋다.
항생제 : 우유·술·커피(Ⅹ)
세균 감염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우유, 술, 커피와 상극이다. 약 성분 중 ▲시플로플록사신 ▲레보플록사신 ▲오플록사신이 함유된 '퀴놀론계', 테트라사이클린 성분의 항생제는 우유, 낙농제품, 제산제, 철(Fe)성분이 든 비타민과 함께 복용하면 약 성분이 체내 흡수되지 않고 바로 배출돼 약효가 사라진다. 이런 음식은 항생제 복용 2시간 이후 먹는 것이 좋다.
커피, 콜라, 녹차, 초콜릿과 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도 항생제와 같이 복용하면 카페인 배설을 억제해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며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메트로니다졸 성분의 항생제는 술과 궁합이 맞지 않다. 이 약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시면 오심, 구토, 복부경련, 두통, 안면홍조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이 항생제를 복용할 땐 복용 후 최소 3일 동안은 알코올 섭취를 피해야 한다.
그밖에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마크롤라이드 ▲설폰아마이드 성분이 든 항생제는 음식과는 큰 마찰이 없지만 약효를 높이기 위해선 식사 1시간 전, 또는 식사 2시간 후 공복(空腹) 상태에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단, 항생제 복용 후 위장장애가 발생하면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진통제 : 술·커피(Ⅹ)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해열진통제는 나쁜 음식은 없지만 술과는 상극이다. 이 약은 간 손상,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술을 달고 사는 사람은 이런 부작용 위험이 증가될 수 있다. 평소 자주 음주하는 사람은 의·약사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음식물이 이 약의 흡수를 지연시키므로 신속한 효과를 위해선 공복 시 복용해야 한다.
아스피린과 같은 소염진통제는 위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음식이나 우유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염증 부위를 완화시키는 부신피질호르몬제도 위장 장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음식,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약효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성분이 든 복합진통제엔 카페인이 함유돼 있으므로 커피, 드링크류 등을 너무 많이 마시면 카페인 과잉상태가 돼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골다공증약 : 고지방식·탄산음료(Ⅹ)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복용하는 칼슘보충제는 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사와는 맞지 않다. 고지방식은 칼슘 흡수를 저하시키고 칼슘 배설을 증가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탄산음료, 커피, 홍차 등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는 신장에서 칼슘 배설을 증가시켜 골다공증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탄산음료에는 다량의 인 성분이 함유돼 있어 뼈의 칼슘을 빼내는 작용을 한다. 골다공증 환자는 하루 1000~1500㎎의 칼슘, 비타민 D가 많이 든 간, 생선, 계란을 많이 섭취하고 햇빛을 자주 쬐는 것이 좋다.
천식 치료제 : 고지방·고탄수화물식(Ⅹ)
기관지 천식, 만성 기관지염에 사용되는 기관지 확장제는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품과 맞지 않다. 고기 등 고지방식은 약 흡수량을 높여 약효를 증가시킨다. 반대로 고탄수화물식은 약 흡수량을 감소시켜 약효를 저하시키므로 고기, 쌀밥을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카페인도 중추 신경계를 자극해 약효를 낮추므로 콜라, 커피, 차와 같은 음료를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술과 만나면 구토, 두통,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금주해야 한다.
위장약 : 오렌지주스·초콜릿(Ⅹ)
속 쓰림, 소화불량에 복용하는 위장약은 카페인, 오렌지주스와 상극이다. 위산 분비를 줄여주는 '히스타민 억제제'는 커피, 콜라, 차, 초콜릿에 함유된 카페인 때문에 위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술도 위 염증을 악화시켜 치료를 어렵게 만들 수 있으므로 금주해야 한다. 알루미늄 성분이 함유된 제산제와 오렌지주스를 함께 먹으면 알루미늄 성분이 체내로 흡수될 수 있으므로 함께 복용해선 안 된다. 과일주스, 콜라도 위의 산도(酸度)를 높여 약효를 떨어뜨리므로 피해야 한다. 그밖에 변비약은 우유와 상극이다. 변비약은 대장에서 약효를 내기 때문에 산성상태의 위장에서 용해되지 않도록 코팅을 하는데, 약알칼리성인 우유는 위산을 중화시켜 변비약의 코팅을 손상시키므로 약효도 내기 전에 녹아버린다. 이때 약효를 떨어뜨리면서 복통, 위경련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우유를 먹었다면 1시간 후에 변비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무좀약 : 아이스크림·제산제(Ⅹ)
무좀 등 곰팡이 균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는 항진균제는 위산 작용을 억제하는 제산제, 유제품과 궁합이 맞지 않다. 치즈, 요구르트, 우유, 아이스크림, 제산제를 항진균제와 함께 복용하면 약효 성분이 체내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므로 약효가 떨어진다. 약효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이들 제품은 약 복용 2시간 이후 먹는 것이 좋다. 항진균제 중 그리세오풀빈, 이트라코나졸과 같은 지용성 약물은 음식 중 지방성분에 녹아 약효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음식 흡수 이전인 식사 직후 바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케토코나졸' 성분의 무좀약은 술과 상극이다. 이 약 복용 시 술을 마시면 오심, 구토, 복부경련, 두통, 홍조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복용 중엔 금주해야 한다.
결핵 치료제 : 바나나·두부·소시지(Ⅹ)
결핵 치료제는 가려야 할 음식이 많다. 이 약 성분인 '이소니아짓'은 혈관 활성물질인 '티라민'과 '히스타민'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므로 이런 물질이 든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티라민이 다량 함유된 식품은 청어, 소시지, 치즈, 요구르트, 소나 닭의 간, 상어 알, 말린 생선, 건포도, 초콜릿, 바나나, 간장, 두부, 소금이나 식초에 절인 식품 등이다. 히스타민은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염증, 알레르기가 있을 때 신체조직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등 푸른 생선에 다량 함유돼 있다. 결핵치료제 복용 시 이런 음식을 함께 먹으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오한이 들거나, 두통이 생길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항우울제 : 청어·술(Ⅹ)
우울증 치료제는 혈관 활성물질인 티라민이 함유된 음식, 그리고 술을 조심해야 한다.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활성화시키는 ▲모클로베미드 ▲페넬진 ▲트라닐시프로민과 같은 항우울제는 청어, 치즈, 소나 닭의 간에 다량 함유된 티라민 성분과 합쳐지면 혈압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피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가 항우울제를 복용할 땐 티라민 함유 음식을 입에도 대지 말라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술도 항우울제와 만나면 약효가 과도하게 증가되므로 복용 기간엔 단주(斷酒)해야 한다.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하는 ▲플루옥세틴 ▲파록세틴 ▲설트랄린과 같은 항우울제는 조심해야 할 음식은 없지만 술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 약과 알코올이 만나면 약효가 과도하게 증가돼 중추신경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항불안제 : 자몽주스·콜라(Ⅹ)
과도한 흥분, 공포감을 없애고 진정효과를 내는 항불안제는 자몽주스, 카페인과 상극이다. ▲디아제팜 ▲알프라졸람 ▲로라제팜과 같은 항불안제 성분은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효와 독성이 증가될 수 있다. 콜라, 커피 등에 함유된 카페인도 예상치 못한 흥분작용을 일으켜 약물의 항불안 작용이 감소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항불안제를 복용한 후 술을 마시면 약효가 과도하게 증가돼 정신적, 육체적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이 약 복용 중에는 운전, 기계조작과 같은 섬세한 작업은 삼가는 것이 좋다.
항응고제 : 채소·콩·인삼(Ⅹ)
혈전(혈액 덩어리) 생성을 예방해주는 항응고제는 비타민K가 함유된 음식을 피해야 한다. 비타민K는 피가 잘 응고되도록 도와줘 항응고제와는 반대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비타민K가 많이 든 녹색채소,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케일, 간, 녹차, 콩류를 갑자기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고용량 비타민E(400IU 이상)를 섭취하면 혈액응고 시간이 연장돼 출혈 위험성이 증가되므로 비타민제 용량을 잘 따져봐야 한다. 천연식품 중에선 항응고제 효과를 감소시키는 인삼, 녹차와 함께 먹을 때 출혈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당귀, 감초, 마늘, 생강, 은행잎 제제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통풍 치료제 : 고등어·베이컨·멸치(Ⅹ)
단백질의 일종인 '퓨린(purine)' 대사이상 때문에 생기는 통풍은 자주 먹는 음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풍 약 복용 중엔 요산을 배설하는데 도움을 주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나 100g당 퓨린이 150㎎ 이상 많이 함유된 등푸른 생선(참치, 정어리, 고등어, 꽁치, 청어)과 연어, 생선 알, 조개, 멸치, 새우, 메주, 베이컨, 소·돼지 고기국물 등은 요산 농도를 높여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다. 통풍 약 복용 중 1주일에 3회 정도 섭취해도 좋은 식품은 돼지고기, 생선, 가금류, 아스파라거스, 대두, 버섯, 시금치 등이다.
반면 퓨린 함유량이 적어 보통 때처럼 섭취해도 되는 식품은 계란, 우유, 치즈, 도정한 곡류, 국수, 빵, 팝콘, 마카로니, 과일, 땅콩 등이다. 알칼리성 식품은 소변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혈중 요산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돕는다. 이런 식품으로는 채소·과일(자두 제외)과 아몬드, 코코넛, 초콜릿 등이 있다. ▣
바이러스와의 평생 싸움… 내성 없어야 치료 가능하다
[잊혀진 질환 아니다… 'B형 간염' 재조명] (3)
약물 내성 생기면 병 진행속도 더 빨라질 수도
보험적용 2~3년, 만성질환 중 유일하게 기간 제한
B형 간염은 예방이 최선이다. 요즘은 신생아 때 B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 예방접종을 받기 때문에 새로 B형 간염에 수직 감염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미 몸 안에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만성 B형 간염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즉 B형 간염 치료는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을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이런 치료법을 항(抗) 바이러스 치료라고 한다.
■항바이러스 치료제 선택에는 내성이 중요
현재 만성 B형 간염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먹는 항바이러스제이다.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할 뿐 아니라 간경변이나 간암 등 만성 간질환으로의 진행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간질환 진행은 약 38%, 간암(간세포암) 발생은 47% 적었다.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장기간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B형 간염 환자에게 치료제에 대한 내성(耐性)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내성이란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약물이 더 이상 듣지 않는 것을 말한다. 약물 치료 과정에서 내성이 발생하면 같은 약으로는 더 이상 치료가 되지 않으므로 장기 치료가 필수적인 만성 B형 간염에서 내성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정 약물에 내성을 보인 환자가 같은 약물을 계속 사용할 경우 간염의 진행 속도는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하지 않은 사람의 자연적인 진행 속도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 소개돼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라미부딘, 아데포비어, 엔테카비어 등이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돼온 라미부딘의 경우 오랫동안 쓰이면서 안전성이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내성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모든 항바이러스제가 내성을 갖고 있으나, 일부 약물은 내성 발생률이 최대 70%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내성 발생률이 1.2% 수준으로 현재까지 발표된 장기 내성 임상실험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바라크루드(성분명:엔테카비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자들 "보험 적용 확대해달라"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에게 절실한 또다른 문제가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의 제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 가지 약물을 제외한 B형 간염 항바이러스제는 보험적용 기간이 2~3년으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은 "보험 적용을 확대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간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간사랑동우회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간염정책 간담회'에 낸 자료에서 만성B형 간염 치료제가 ▲만성 질환 중에서 유일하게 복용기간을 제한하고 있으며 ▲내성을 막기 위한 병용 요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간염 치료제의 복용기한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 적용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간 수치' 기준이라고 환자들은 말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만으로 보험적용을 해주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간 수치(AST, ALT)가 정상(40IU/L)의 2배 이상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즉 간 수치가 정상의 2배 이상 돼야 치료에 보험을 적용해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질병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간 수치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소화기내과 김홍수 교수는 "간경변이나 간암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 만성B형 간염 환자들이 간 수치가 낮다는 이유로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술 애매한 관절 통증 '체외충격파'로 잡아
스포츠 활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운동 부상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을 하다가 또는, 헬스클럽에서 무거운 기구를 들다가 관절이나 근육에 통증을 느끼는 사례도 많다.
이런 통증은 무척 고통스럽지만 수술까지 받을 정도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통증을 수술 없이 줄이는 '체외충격파 시술'이 도입됐다. 체외충격파 시술은 손상 부위에 수천~수만 번의 고 에너지 전기파를 반복해서 쪼여 통증 유발 물질을 없애주는 치료법이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아 간편하면서도 치료 효과는 수술과 비슷하거나 더 크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운동을 무리하게 해 팔·손목·무릎 관절이나 아킬레스건 등이 반복해서 자극을 많이 받으면 몸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염증 물질을 만들어낸다. 염증 물질은 통증 완화 역할을 하는 '자유신경 종말세포'의 활동을 떨어뜨려 통증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그러면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을 심하게 느끼게 된다.
체외충격파는 염증이 생긴 부위의 피부에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충격파를 짧은 시간 내에 연속적으로 쏘아 자유신경 종말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체외충격파를 쏘면 혈관도 자극해 유사 혈관들을 많이 만들어낸다. 그러면 혈류량이 증가해 통증 유발 인자를 부분적으로 흡수한다. 체외충격파는 또 석회화, 관절의 부분적인 유착 등의 치료에도 활용된다.
심한 운동으로 힘줄이나 근육막 등이 찢어져 통증을 온다면 수술을 검토한다. 하지만 몸에 무리를 줄 정도의 운동이 반복돼 근육 주변 세포들이 파괴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포가 파괴되고 남은 부산물이 굳어져 석회화(돌)가 진행되면 그 석회 물질들이 주변 신경들을 자극하는데 이때는 수술을 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 때에 체외충격파를 쓰면 석회화된 조직(돌)을 아주 잘게 부숴 체액에 흡수되도록 해 통증을 없애준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시술은 보통 한 회에 20~30분 정도 소요되며 일주일에 3회 가량 치료 받으면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술이 간단하고 치료 뒤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폐경기 불면·우울증… "자신감 회복이 우선이죠"
● 여성 갱년기 '리얼 토크'
고혈압·당뇨 없어야 호르몬제 사용 권장
유방암 걱정되면 식물성 에스트로겐 복용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은 82.4세. 여성들의 평균 폐경 연령 51세를 빼면 31.4년. 여성들에게 폐경 이후의 삶은 인생 전체의 38%나 차지한다. 이 때문에 폐경이 '여자로서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제2의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폐경기를 맞은 여성 두 명이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를 만나 폐경에 대한 솔직하고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김경숙: 요즘 우울하고 예민해져 가족끼리 다툼도 잦아졌어요. 폐경이 오면 원래 우울해진다는데… 우울증 약이라도 먹어야 될까요?
이임순: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불면증, 우울증, 불안감, 기억력 감퇴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폐경기 즈음에는 보통 자식들은 커서 직장 생활을 할 때고, 남편도 자리를 잡아 사업 등으로 바쁜 때죠. 혼자 집에 남게 돼 그에 따른 허전함이나 상실감이 커질 수 있어요. '빈둥지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음이 울적해 우울증,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죠. 병원에서는 에스트로겐이 심리적인 증상도 경감시키므로 호르몬 요법을 먼저 시도해 봐요. 다만 폐경기 여성이 그 전부터 우울증이 있었다면 호르몬 요법과 항우울제를 같이 처방하기도 합니다.
김용숙: 코고는 소리도 듣기 싫을 정도로 남편이 귀찮을 때가 있어요. 각방이라도 써야 하나요?
이임순: 여성호르몬이 결핍되면서 질이 위축돼 폐경기 여성은 성생활 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안드로겐도 감소하면서 성욕도 감소하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년 이후에 피부 주름살, 뱃살이 늘어나면서 자신이 더 이상 매력이 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더 많아요. 운동 등 자기관리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고요. 질에다 바르는 에스트로겐 크림이나 질정제 등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경숙: 1년 전 유방 양성종양 진단을 받았어요. 호르몬제를 써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이임순: 유방암이 걱정돼 호르몬제를 이용하지 못하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괜찮아요. 그러나 너무 오래 복용하는 것보다 증상이 심한 시기에만 먹는 것이 좋아요. 갱년기 증상도 없는데 미리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고요. 간혹 호르몬제나 건강기능식품으로 폐경을 늦출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현재로선 폐경을 늦출 방법은 없습니다.
김용숙: 친구가 태반주사를 맞는데, 피부도 탱탱해지고 피로감도 덜 하다고 하네요. 효과가 있는 걸까요?
이임순: 의사 중에 태반 주사의 효과를 인정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태반제제들은 고온에서 오랫동안 가열한 것인데 호르몬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의심스럽고, 먹어서 효과가 있는지도 미지수에요.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과연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도 모르는 상태고요. 현재 대한폐경학회에서는 태반주사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김용숙: 호르몬제를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은요?
이임순: 호르몬제는 폐경기 증상이 있으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질환이 없는 사람이 5년 정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과거에는 무조건 호르몬제를 쓰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상태에 따라 호르몬제를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생리가 이제 막 끊겨 생리를 연장하고 싶은 사람은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합성제제를 쓰고, 자궁 적출을 한 사람은 에스트로겐 제제만 사용해요. 최근에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유방, 자궁을 피해 선택적으로 필요한 곳에만 에스트로겐 효과를 나타내는 호르몬제, 이뇨작용이 있어 체중 증가를 방지하는 호르몬제 등도 나와 있습니다.
김용숙: 폐경 후 조심해야 할 병이 있나요?
이임순: 여성호르몬은 그 자체가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고혈압, 뇌졸중, 심혈관 질환의 발병율이 높아집니다. 또 체내 칼슘이 많이 빠지므로 골다공증도 조심해야 합니다. 골밀도 검사, 부인과 진찰, 유방검진, 자궁경부암 검사, 갑상선 호르몬 검사 등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경숙: 폐경기 여성들에게 좋은 음식과 운동이 있나요?
이임순: 에스트로겐 함유가 높은 콩류, 버찌, 사과, 양파, 승마, 당귀, 인삼 등을 먹으면 폐경과 관련된 증상을 경감시키거나 호전시킨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의학적인 근거가 다소 미흡한 편이기는 합니다. 운동은 달리기, 걷기, 근력 운동, 춤추기 등이 좋아요. 운동량은 자신의 최대 운동능력의 60~70% 정도가 적당하며 80%가 넘는 운동은 권하지 않습니다.
☞ 김경숙(53·경기 분당): 요즘 생리가 있다 없다 한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턱 막히는 증상이 나타나곤 해 계산대 앞에서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대형 마트에도 거의 가지 않는다. 호르몬 주사를 맞아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동생이 유방암을 앓은 적이 있고 본인도 1년 전 유방에 양성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어 망설이고 있다.
☞ 김용숙(50·서울 신내동):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고 덥다. 언니가 폐경기 때 우울증으로 심하게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어 본인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이다. 태반주사, 오메가-3 등 폐경기에 좋다는 것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듣고 있지만 과연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자궁 근종이 있고 갑상선질환을 앓고 있다. ▣
초유 속 합성 감미료, 아기 건강 위협할 수도
아기들의 영양 보충을 위해 먹이는 초유(初乳)가 오히려 아기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인은 초유에 들어가는 합성 착향료와 합성 감미료 때문이다.
초유는 송아지를 갓 출산한 어미소로부터 24~48시간에 수집한 것이다. 처음 어미소로부터 수집한 초유는 분유같은 달콤한 맛이 아니라 약간 쓰고 비릿한 맛이 나 이 상태로는 아기들이 먹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판 중인 초유의 대다수에는 밀크향, 딸기향, 포도향 등의 화학물질을 조합한 합성 착향료가 들어간다.
현재 세계적으로 2000여 개 이상의 합성 향료 화합물이 있는데, 딸기향에는 합성 향료 화합물이 약 250종 이상, 포도향에는 200종 이상 함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성 착향료는 허용 섭취량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다. 제품에 'ooo향 분말'이라고 써있는 것은 과일 등 천연 재료를 농축한 것이 아니라, 합성 착향료로 만든 화합물이다.
합성 감미료는 허용 섭취량이 있으나, 개별식품 기준으로 돼 있어 어린 아이들이 초유와 음료수, 과자 등 여러 개의 가공 식품을 섭취하면 허용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려대 식품영양학과 서형주 교수는 "합성 감미료 등 식품 첨가물의 허용 섭취량은 가장 많이 섭취하는 성인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성인보다 체구가 작고 면역 기능이 약한 어린 아이가 먹는 식품은 더욱 엄격하게 규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합성착향료, 합성 감미료 등 식품첨가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용 기준 이하의 적은 양을 섭취하더라도 두통, 복통, 순환기 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성태정 교수는 "식품첨가물이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들에게 민감한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초유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으므로, 식품첨가물이 든 초유를 먹일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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