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여의 경부고속철도 건설 공사가 끝나 내년 4월이면 개통을 맞는다.
사업 준비단계에서의 경제성 논란,시공중 부실공사 등으로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고속철도가 이제 21세기 교통혁명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한국고속철도공단은 국민의 꿈과 희망을 안고 달리게 될 내년 4월을 기다리며 시험 운행에 바쁘다.
서울∼대구 신선건설과 대구∼부산 및 대전∼목포의 기존선 전철화로 이뤄진 1단계 사업은 지난 92년 6월 착공됐으며 총 12억737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40분이면 도달할 수 있어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화 되는 등 경제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막바지 시험운행이 한창인 경기 광명역∼천안아산역(약 73㎞) 고속철도에 몸을 실었다.<편집자주>
◇2∼5호차 특실운영
안내요원을 따라 오른 고속열차는 총 20량(길이 388뻍)으로 이중 맨 앞과 맨 뒷부분의 동력차를 빼고 18량이 일반 승객이 이용할 객차다. 객차 중에서 2호부터 5호까지 4량은 특실이다. 특실은 우등고속버스 처럼 가운데 통로를 두고 횡으로 왼쪽에 2개,오른쪽에 1개의 좌석이 있다. 차량별로 승차정원은 32∼35명이다. 일반실은 통로 양쪽으로 2개씩의 좌석이 배치돼 있고 총 60석으로 다소 좁다는 느낌이 든다. 운임은 특실이 일반실보다 20∼30% 비싸게 책정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11시 정각,출발을 알리는 승무원의 안내방송과 함께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객차 통로 천정에 설치된 2개의 모니터 화면에는 기관석에서 보는 전방의 풍경과 속도가 기록되고 있다.
열차는 광명역을 벗어나자 마자 곧바로 10㎞나 되는 일직터널로 들어갔다. 광명역 플랫홈이 지하 2층에 건설된 것은 서울에서 안양천을 지하로 통과하면서 경사도를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지하에 설치한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출발 6분만에 시속 300㎞ 돌파,천안∼아산 20분만에 주파
광명역을 출발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열차 모니터의 속도계는 시속 270㎞를 훌쩍 넘었다. 열차는 6분(주행거리 20㎞)만에 300㎞를 돌파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83뻍를 달린다. 워낙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니 비행기 운항때 발생하는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 현상도 종종 발생한다는 게 기관사의 말이다.
헬기(시속 250㎞)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리는 데도 흔들림이 없고 속도감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몇해 전 경부고속철도 기술을 우리나라에 제공한 프랑스의 고속열차 TGV를 탔던 생각이 난다. 지선인 스위스에서 출발해 리용에서 본선으로 프랑스역까지 가는 열차였는 데 그 때의 진동이나 속도감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승무원은 “이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는 데도 안전벨트가 필요 없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일반 열차 처럼 덜컹거리지 않는 것은 전 구간 선로가 끊김없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데다 열차 자체의 완충기능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열차에 있는 식당차도 없다.대신 5호차와 16호차에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스낵카 시설이 돼 있고 비행기 기내식처럼 앉은 자리에서 메뉴를 주문해 식사할 수있도록 했다.
바퀴이상 실시간 체크
92개에 이르는 고속열차의 바퀴 온도는 중앙의 통제실에서 실시간으로 전달돼 안전성 여부가 체크된다. 이상이 나타나면 기관사에게 바로 전달돼 긴급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경부고속철도 전 구간(2단계 구간 포함 연장 412㎞)에는 터널이 83곳 189㎞로 46%나 된다. 2단계 구간의 부산 금정터널은 무려 18.53㎞에 이른다.이로인해 많은 구간에서 시야가 가려지고 광명∼대전 구간의 평택평야 부분은 고가철로에다 평지여서 시야가 튀였다.
열차는 그 뒤에도 속도를 더해 최고 307㎞까지 내달렸다. 출발 15분 정도가 지나서야 속도를 늦추기 시작,11시20분이 되자 천안아산역에 도착했다. 새마을호 열차(평균시속 110㎞)로 40여분을 달려야 하는 73㎞의 광명∼천안아산역을 그 절반도 안되는 20분만에 주파했다.
열차가 달리는 동안 승무원이 들려준 얘기가 재미있었다. 천안아산역으로 가는 여행자가 1호차로 좌석을 배정받았는 데 맨 뒷칸의 차량을 타고 자기 자리인 1호차에 도달할 때 쯤이면 열차는 천안아산역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천안아산역에서 10분간 정차한 뒤 고속열차는 돌아오기 위해 다시 광명역을 향했다. 광명∼천안아산의 왕복 146㎞에 대한 운행시간은 정차시간 10분을 포함해 총 50분이 걸렸다. 내년 4월 개통되면 서울∼부산(409.8㎞)이 2시간40분, 신선구간인 서울∼대구(292.4㎞)는 1시간39분이 걸린다.
기존 경부선을 전철화해 달리는 대구∼부산(117.4㎞)은 현재의 새마을호 속도수준인 시속 120㎞ 안팎으로 달린다. 이곳 운행에만 1시간 1분이 걸린다.
동시에 개통되는 서울∼대전∼목포는 2시간58분으로 예상된다. 기존선을 전철화한 대전∼목포(약 250㎞)는 전철화 과정에서 상당부분 직선화돼 최대 시속 170㎞로 달리게 된다. 이 구간들은 기존선을 활용하기때문에 일반 열차 수준의 요동이 따른다.
■광명역사 가는 길
고속철도 광명역사는 시흥대로를 타고가다 대로옆 광명시 소하리 기아자동차를 끼로 시내로 진입해 안양 방향으로 10여분정도 달리면 왼쪽에 비행기 격납고를 닮은 유선형 투명 역사가 보인다.개통후에는 서울?^용산역에서도 열차를 탈수 있어 괜찮지만 시승을 위해선 광명역까지 오는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 광명역사는 전체적으로 가설 건물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곳이 오는 4월 축제분위기속에 개통을 맞게 되는 경부고속철도 광명역사다.
투명유리와 철골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과 비슷하지만 속도감을 나타내는 유선형의 미려함은 전통적 이미지를 살리고 있다.
출입구에서 자동문을 통과해 역 구내로 들어서면 전체적으로 자연채광이 잘되도록 한데다 웅장하기 까지 하다. 규모나 시설면에서도 기존 철도역사와는 완전히 차별화되고 있다.
역 구내에는 ‘21세기 고속철도시대를 열어가는 세계속의 Korail!’,‘경부고속철도 1단계 공사 완료’,‘Speed 300 ! 미래를 여는 KTX,철도청이 고속철도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등 고속철도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역사 1층에 마련된 매표소에서 승차권을 구입하고,지하 1층으로 내려가 개표를 받은 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지하 2층에서 열차를 타도록 돼 있다. 지하 1층에는 휴게실과 소규모 상점,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광명역의 철로는 가운데 2개,양쪽으로 각 두개씩 모두 6개다. 가운데 2개는 직통라인이고 양쪽의 2개씩은 탑승용 플랫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