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자동차에 대한 단상 4

[풍딩이]

일본자동차는 품질과 신뢰도가 높고 운송수단으로서의 상품성이 높습니다. 자동차가 일본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00년으로 우리나라에 고종황제 어차가 도입된 시기와 비슷하죠. 하지만 일본은 곧바로 자동차

제작에 관심을 보였고 20세기 초부터 미약하나마 자동차 공업이 태동되었습니다. 군부정권하에서 자동차

산업을 본격육성하기 시작하여 30년대부터 2차대전때까지는 상용차 위주로 발전하였죠. 승용차 제작은

유럽차를 조립생산하는 것부터 시작되었고 60년대 이후부터 서서히 일본차만의 색채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2차대전 패전 이후 한국전쟁으로 군수물자 생산기지가 되어 경제부흥을 맞이한 뒤 군용차나 비행기 개발에

참여했던 인재들이 승용차 제작에 참여하면서 기술적인 면에서도 진보된 다양한 차들이 양산되게 되었습니다.

일본차들은 철저히 상품성 위주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일본 제일의 자동차회사인 토요타가 그러하죠.

기술적인 수준은 어느 정도 이상 되면 자동차에 심취한 카매니아나 아주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차이를

알지 못하므로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 짓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몸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신경을 써서 처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유럽차, 특히 독일차들은 소음도 주행정보의 하나로 인식하므로 차의

속도에 걸맞는 주행소음이 차내로 전달되지만 일본차들은 소음을 성가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요.

소음과 승차감, 성능 등에서 적당히 밸런스가 맞는 경우가 많으나 반대급부로 보면 개성이 떨어지는 무덤덤한

운송수단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토가 좁고 흐린 날씨도 많기 때문에 차를 멀리서 보는 경우보다는

가까이서 보는 빈도수가 훨씬 높다 보니 전체적인 비례감보다는 부분적인 디테일의 조화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일본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향이죠. 축소지향적이며 남 앞에 나서는 것보다 조용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

주된 추세인 일본인들의 생활양식에 맞게 요란한 스타일의 차보다는 이쁘면서도 무난한 스타일이 많으며

내외장의 마무리수준이 높습니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디자인의 일제차들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시대적인

트렌드를 예측하여 거기에 맞는 디자인 컨셉을 잡기 때문에 데뷔당시에는 신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식상해지는 경우도 많죠. 도로폭이 좁기 때문에 차폭도 과세기준이 되어 길이나 높이에 비해 폭이 좁은

차들이 많은 것, 경차가 활성화 되어있는 것도 일본차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하겠네요. 기계적인 면에서

보면 유럽차나 미국차를 벤치마킹하여 보다 나은 기계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토요타는 상품성이 뛰어난 차를 만들어 지금은 미국시장에서도 본토기업인 포드를 제치고 있습니다.



토요타는 기계적으로 우수한 운송수단을 많이 만들지만 두터운 라인업에 비해 매니아를 감동시키는 차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혼다는 컴팩트하면서도 파워풀한 엔진을 만들어내므로 차 앞부분을 낮게 만들어

스타일이 날렵하고 시야가 넓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술력도 뛰어나고 상품기획력도 우수하지요. 일본

최초의 써킷 건설및 F-1 진출등 모터스포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 진취적인 회사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닛산은 기술적인 완성도는 높으나 토요타에 비해 기획력이 뒤져왔고 기술력을 과시하려다가 마케팅에서

밀리는 성향이 많았습니다만 르노에 인수된 이후 출시되는 차들을 보면 제품 개발컨셉이 상당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크고 방대한 조직에서 효율적인 회사로 거듭났으며 같은 엔진과 플랫폼을

이용하면서도 상당히 다양한 차종을 시장의 요구에 맞게 내놓고 있지요.



마즈다 또한 기술적인 완성도를 추구하는 회사중 하나입니다.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로터리 엔진차를

양산하는 메이커이기도 하죠. 포드에 편입된 이후 주춤하다가 현재는 포드 그룹 내에서의 비중도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새모델인 마즈다 6나 마즈다 3의 평도좋구요.

스바루는 일본 메이커 중에서 가장 개성이 강한 업체로 상시사륜구동차를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업체중 규모 면에서는 작으나 많은 매니아를 보유하고 있으며 WRC 출전 이후 이미지관리에도 성공했지요.

기계적인 면에 비해 스타일링이나 마무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듯 했으나 최근들어 약점이 보완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미쓰비시의 경우 일본 자동차 공업 초기부터 차를 만들어왔을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벌 계열사인만큼 다른 계열사와 연계된 성과도 많지요. 전자제어나 터보쪽으로는 꽤 명성이 있습니다만

재벌이 가진 문제점을 타결하지 못해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문어발식

경영으로 지나치게 많은 모델을 양산해오며 관리가 허술해졌던 데다 최근 계열사인 미쓰비시 후소의 설계결함을

은폐하려다가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리콜 의무를 다하지 않고 결함사실을 숨기려는 조직적인 시도가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일본 내수시장에서 거의 회복불능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미국시장 내에서도 미쓰비시의

브랜드 인지도는 그리 높지 못하죠. 최근들어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고성능모델인 랜서 에볼루션을 출시하며

다른 모델의 판매까지 늘고는 있으나 자국시장에서의 추락상황이 심각하여 회생불능이지 않을까 하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쓰비시의 기술도입이후 자체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한 현대가 오히려

미국시장에서의 위상이 높아져가는 추세입니다.

다이하쓰는 경차전문메이커로 일본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당시 시판되던

샤레이드와 록키의 판매가 부진했다죠.

스즈키의 경우 GM과 토요타가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시장에는 자체모델인 XL-7과 비타라,

에리오와 함께 대우의 매그너스를 베로나라는 이름으로, 라세티를 포렌자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륜차보다는 이륜차쪽으로 명성이 높지요.









우리나라는 아직 확연한 아이덴티티가 정립될만큼의 연륜이 쌓이지는 않았으나 기본이 되었던 일본차나

유럽차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신의 개성을 찾아나가는 중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술제휴선이 유럽업체와

일본업체들이었던 만큼 양쪽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지리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영향이

좀 더 컸겠죠. 현대그룹의 경우 건설업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현대건설의 모태가 된 것이 자동차 정비소였던

만큼 초창기부터 기술자립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자전거제작부터 모터사이클, 삼륜차, 그리고

사륜차로 발전해온 기아산업도 자동차 전문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발전했습니다.

반면 자동차 공업의 여명기에 설립된 신진은 제휴선이 바뀌고 지분이 넘어가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술자립의 의지가 희박한 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거화자동차와 동아자동차를 거친 변신) 로 남았습니다.

대우자동차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오래된 유럽차를 조금씩 개선하며 제작해왔고 그 이후부터 기술개발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으니 현대나 기아에 비해 역사는 길어도 출발 자체가 늦었다고 볼수있지요.

현재 GM에 인수된 대우는 지난 몇 년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개발부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으나 그 이전에

그런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더라면 지금의 상황이 조금 다르지는 않았을까 싶네요. 한국차들은 세금문제로

차체 크기에 비해 엔진이 작고, 플랫폼은 그대로 둔 채 차가 커보이게 하기 위해 몸집을 부풀리다 보니 바퀴가

안으로 쑥 들어간 불안정한 모습의 기형적인 차들이 적잖이 있었으나 최근들어서는 균형잡힌 스타일의 차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2차대전 이후 자동차공업을 작하여 자체개발 및 미국에수출까지 하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초록수첩]

각나라별 자동차에 대해 간결하게 특징들을 말씀해 주신 것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얼른 서구 선진국과 같은 아이덴티티가 생겼으면 하고 바람을 실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