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자: 송새봄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
모임일시: 12월 17일~18일
모임장소: 공주 담담
김혜정
초반만 읽고 속이 안좋아서 읽을 수 없었다. 근데 꼭 읽고 싶은 작품이라 곧 읽을것이다. 기대해주세요.
별점(예상별점)- ★★★★☆(4.5)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글 / 문학동네
김현주
15p.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다.'
50p. '그 기간 동안 먼저 거리를 둔 쪽은 인선이었고 내 개인적인 상황도 좋지 않았지만, 내가 더 노력할 여지가 정말 없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82p. '이상하게도 그 어머니 만큼이나 인선이가 안쓰럽게 느껴졌었다. 만 열일곱 살 아이가 얼마나 자신이 밉고 세상이 싫었으면 저렇게 조그만 사람을 미워했을까? 실톱을 깔고 잔다고. 악몽을 꾸며 이를 갈고 눈물을 흘린다고. 음성이 작고 어깨가 공처럼 굽었다고.'
151p.
(새의 차가운 몸을 만질 때 + 인선이의 이모가 엄마에게 잘 보라며 시체들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냈을 때.)
(인선이의 손가락을 찌르는 모습조차 보기 힘들어 했던 경하였다. 그리고 하지만, 살아있었으면 하는 작은 기대가 순간의 무서움을 극복한 것 같았다.)
159p. "속솜허라."
"숨을 죽이라는 뜻이에요. 움직이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는 거예요"
166p.
(그녀의 고통에 이입되어 나도 모르게 체했을 때의 기분을 느끼게 됐다. 내 몸이 너무 무거워서 일어서는 것조차 힘든 기분을 글을 통해 느꼈다.)
212p. '이상한 건, 그러고 있으면 어느 순간 방의 온다고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던 거야.'
227p.
(나라면? 나에게 낯선 사람이 찾아와 그 때의 일을 묻는다면? 일이 일어난 직후 - 경계, 두려움, 무서움 / 3년 정도 지났을 때 - 여전한 두려움, 기억이 흐려짐, 말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 / 수십년이 지난 후 - 이제는 말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
-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생각은?
1. "나라면?"
내가 인선이, 경하, 인선이의 엄마였다면?
혹은 내가 인선이의 삼촌의 상황이었다면?
나에게 친구의 전화가 온다면 나는 그 어려움을 지나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감히 상상하는 것초자 엄두를 낼 수가 없는 상황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의 파트가 끝날 때마다 찍힌 * 표시가 나에게는 작가가 한숨을 쉬어 간 구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세계에 사는 어린 아이가 내뱉은 '머리가 왜 그래?'라는 말에 삼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심코 내뱉은 어린 아이가 큰 사람이 되었을 때 사무치게 후회되는 말이 되었을 때 또 하나의 돌이 파도에 무너졌을 것 같았다.
2. 이게 진짜 사랑이지!
나도 모르게 김멜라가 말하는 사랑과 비교하게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사랑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도 행동하게 되는 것. 답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어도 놓지 않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라고 생각되었다. 한강의 글에서 나는 사랑을 인정하게 되었다.
3. 여러 매개체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인선이의 잔상이 경하에게 와 어머니의 일을 전달하는 장면이 길게 이어진다. 현재 살고 있는 환경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그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희생자와 그 가족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입으로 전해 듣지 않고는 알 수 없고, 제대로 된 기록조차 없는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답답함을 글로 표현한 것 같았다. 사람이 발로 뛰어서 간신히 조각 하나 찾아야 하는 상황을 나타낸 느낌이었다.
별점(김현주) - ★★★★★(4.98)
전체 의견 (토론 중 나눈 의견으로 취합하여 정리합니다.)
문장이 읽기 어려웠는데 표현들이 예뻤다. 오랜만에 순수 문학을 제대로 읽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어려운 단어들을 어떻게 영어로 번역하여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했는지 궁금해졌다.
아마(새)를 묻어줄 때 작은 새인데도 예의를 차려 명주실로 감싸고 통(관)에 넣어 묻어준게 4.3 사건으로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매장되어버렸을 피해자들을 제대로 된 장례를 치뤄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픔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눈보라가 일고 버스가 언제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마를 찾기 위해 고난과도 가까운 길을 행하는 것이 묻혀진 4.3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 하였던 사람들의 노력을 물리적,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앵무새, 인선, 경하의 생사 여부를 궁금해하며 읽게 되었다. 지금 주인공이 보는 환영이 실재인지 아니면 죽기 직전 상대의 환영을 보는 것인지 걱정하며 읽었는데 책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4.3 사건으로 헤어진 가족들의 안부를 계속 걱정하던 유가족의 심정을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따라갈 수 있도록 보여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