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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이장 작업 착수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이장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날도 젊은 자손들은 참석하지 못하고 본인과 正鎬 형님, 그리고 막내 매제인 하경규씨가 참석하였다.
본래 묘소를 해체하여 유골을 수습하는데 本孫은 참석하지 않는다는 전래 풍습 때문에 본인은 이장지의 현장에서 작업지휘를 하였고 미심쩍어 正鎬 형님과 매제를 동행시켰다.
이유는 묘지의 길 안내도 필요하였지만 조상을 모셔오는데 자손이 참석 않는 것은 풍습보다 도리를 중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이 판단이 얼마나 잘 한 일인지 두고~ 생각하였다.
이장지의 사전 작업
당초 하관시간을 사시(巳時)로 11:00분에 예정하였다. 유골을 모셔오기 전에 미리 작업을 해 두지 않으면 시간에 쫒길 것 같아 사전 작업을 진행하는 도중, 매제 하경규씨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부터 자손들은 아마도 할아버지의 유골은 120여년이나 되었으니 수습할 부분이 없을 것 같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그렇다고 적당히 흙만 담아 올 수도 없으니 성심껏 찾아 수습하도록 지시하였다.
비문을 복사하던 날에 봉분을 해체하여 평면 상태로 하고 푯말을 세워두었다.
그런데 막상 푯말 지점을 파들어 가도 유골이 안치된 자리가 나타나지 않아 작업이 어렵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포클레인을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아마 경사가 심해 아래쪽으로 봉분이 이동하였을 것이므로 위쪽을 굴착하라고 지시하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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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을 모시고 봉분을 조성
그러나 또 다시 걸려온 전화는 2m정도 위쪽을 굴착하여도 흔적이 없으니 포클레인을 보내지 않으면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이었다.
할 수 없이 포클레인을 보내고 地官에게 시간을 늦추도록 부탁하였던바 미시(未時:13:00~15:00)로 연장하기로 하였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유골을 수습해야 한다는 당부를 하고 포클레인을 보냈다.
포클레인이 도착할 즈음 다시 전화가 와서 이제 간신히 자리를 확인하였다는 것이었다.
푯말로부터 오른 쪽 45도 각도로 2m정도 위쪽에서....
현장가까이 간 포클레인을 철수시키고 기다렸는데 12:20분경에 칠성판 두 개에 韓紙로 정성껏 싼 두 분의 유골을 모시고 오는 것이 아닌가!
10년 감수라더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바로 이런 문제를 두고 유골을 수습할 때 자손이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자손이 아니고서는 어느 누가 바위같이 굳어버린 땅을 몇 시간이나 파서 유골을 찾으려고 노력하겠는가! 흙 한줌만 싸서 들고 온다 해도 그것을 풀어 유골을 확인할 자손이 어디 있겠는가? 설령 이것이 유골이라고 한들 그것을 풀어헤쳐 확인할 수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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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을 세우기 위하여 1
누가 뭐라 해도 반드시 조상의 묘소를 옮길 때에는 자손이 반드시 패묘현장에서 유골수습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개 이장의 패묘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시키는데 만약 이번에 자손이 옆에 없었다면 할아버지의 유골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한 줌의 흙만 갖고 오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다.
물에 빠진 듯 땀을 흘리며 모시고 온 하경규 매제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120여 년 전에 돌아가신 두 분 중 할아버지는 대퇴골(大腿骨)을 수습하였고, 할머니는 하악골(下顎骨)을 수습하였으며, 그 이외 작은 부분의 유골도 함께 수습하였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계셨던 자리도 꽤 명당이었던 것으로 짐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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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을 세우기 위하여 2
하관시간 변경을 하였기에 점심식사를 하고 정상적인 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13:30분 하관을 하였는데, 갑자기 이게 웬 일인가!
오전 내내 쾌청한 날씨였는데 갑자기 하늘에 까마귀 떼가 무리지어 날아가는 것과 같이 사위가 어두컴컴한 것이 아닌가! 쳐다보니 무당벌레가 그 넓은 묘역 상공을 완전히 뒤덮었으며, 사람들에게는 물론 포클레인 운전석에까지 들어가 작업을 할 수 없어 포클레인의 모든 문을 닫고 연기를 피워 무당벌레를 쫒아내고 작업을 할 정도였다.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왜 일어났을까? 좀 과장한다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숫자였다.
무당벌레를 쫒는다고 경황이 없는데도 지관이 未時 下棺이요! 라고 소리를 지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당벌레는 해충이 아니라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상서로운 일이라고 위안하면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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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을 세우기 위하여 3
앞에서 잠깐 언급한바와 같이 할아버지의 號를 바치기로 하였다.
아들 녀석과 많은 고심 끝에 심천(深泉)이라는 글자를 결정하였다.
深泉(깊은 샘물)
必자翼자 할아버지의 호로 사용한 深泉은 <용비어천가> 제2장에 나오는 문구 ‘샘이 깊은 물’에서 따온 말로 우리 집안의 오랜 전통과 자손의 번창을 함께 뜻한다.
<뜻풀이>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니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며,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니 내를 이뤄 바다로 흘러간다.
<용비어천가>
조선 세종 27년(1445년) 정인지, 권제, 안지 등이 지은 훈민정음으로 기록한 최초의 문헌. 조선 개국을 찬송하는 내용으로, 국가와 왕조의 무궁한 발전과 문화의 융성함을 기원하고 있다.
<용비어천가> 안에서도 제2장은 순우리말만 사용하면서 중국 고사를 전혀 인용하지 않았고, 비유가 돋보여 문학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는 할아버지의 이 號를 퍽 만족하게 생각한다.
가문의 내력과 그리고 조동골의 역사와 어울리는 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훌륭한 글자를 할아버지에게 바치게 해 준 아들 녀석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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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을 세우기 위하여 4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