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프: 로키산맥의 절정, 야생의 천국

[운영자]

캐나다 밴프: 로키산맥의 절정, 야생의 천국

밴프 인근 투잭 호수의 그림같은 풍경.

밴쿠버를 경유, 10시간 하늘길을 날아 도착한 캘거리 공항에서 브루스터 버스를 타고 밴프(Banff)로 향한다. 밴프. 자연의 절경에 폭 잠긴 알버타 주의 아름다운 도시. 병풍처럼 다운타운을 휘감은 만년설 봉우리들은 티없이 맑은 하늘을 뚫고 첨탑처럼 솟아 있다. 여기가 바로 캐나다 대자연의 핵심인 캐나디안 로키(Canadian Rockies)의 절정이자 로키 여행의 베이스캠프다. 여기서 모든 나그네는 로키의 참모습을 보게 될 것이며,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될 것이다. 스위스의 알프스가 여성적인 산이라면, 캐나다의 로키는 남성적인 산이다. 캐나디안 로키는 미국의 로키보다 훨씬 아름다워서 미국인들조차 캐나디안 로키를 보러 이 곳 밴프를 찾곤 한다.

설파산 꼭대기에 올라 내려다본 밴프 시가지와 도심을 휘돌아나가는 보우 강자락 풍경.

밴프는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1885년)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알려져 있다. 거주민 7천명. 한해 관광객수 500만 명. 39개의 호텔이 있으며, 200개의 레스토랑이 있지만, 전혀 번잡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곳. 밴프는 한 바퀴 돌아보는데 채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작은 도시다. 그럼에도 밴프에는 4개의 박물관이 있다. 자연사 박물관, 파크 박물관, 화이트 박물관, 럭스턴 박물관. 이 중 인디언 생활사 박물관인 럭스턴 박물관이 가장 볼만하다. 여기에는 인디언의 의상과 사냥도구, 가옥, 무속과 무구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의 박제까지도 만나볼 수가 있다

로키의 최고급 호텔이자 캐나다에서 가장 낭만적인 호텔로 손꼽히는 밴프스프링스 호텔은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호텔로도 손꼽힌다.

다운타운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잔잔하게 흐르는 보우 강과 만난다. 과거 마릴린 먼로가 출연했던 <돌아오지 않는 강>의 영화 촬영지가 바로 이 곳이다. 당시 마릴린 먼로는 밴프 스프링스 호텔에 머물며 영화를 찍던 중 다리를 삐끗했는데, 호텔 직원들은 매일같이 제비뽑기를 해서 행운의 사나이를 뽑았다고 한다. 그 행운의 사나이란 다친 마릴린 먼로를 호텔방까지 부축하는 영광스런 임무를 부여받았다. 밴프의 봄 아침은 손이 시릴 정도로 쌀쌀한 날씨지만, 춥지는 않다. 이런 날씨는 몇 시간만 지나면 섭씨 25도를 넘어버린다. 연교차 또한 커서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고 여름이면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다. 겨울이 긴(10월 말~4월 초) 밴프에서는 햇빛 좋은 날이면 모두들 보우 강가로 나와 일광욕을 한다. 이 보우 강을 건너면 밴프 거리가 한눈에 보이는 캐나다 플레이스. 밴프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꼭 한번은 들러서 기념사진을 찍는 장소다.

밴프 시가지 풍경.

캐나다에서는 새도 다람쥐도, 산양이나 엘크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람이 동물에게 무서운 짓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밴프에서 야생동물을 제대로 보려면 가을에 와야 한다. 가을이면 특히 회색곰과 흑곰을 어렵사리 볼 수가 있다. 볼 수 있다고 꼭 좋아할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곰에게 사람이 희생당하는 불상사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등산을 갈 때 3명 이상 다녀야 하며, 반드시 ‘비어벨'을 들고 다녀야 한다. 만일 곰이 나타날 경우 벨을 흔들어 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은 곰을 볼 수가 없나요?” 브루스터의 드라이버 가이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곰을 깨워야 하는데, 미안하지만 지금 곰을 깨우는 것은 11시에 잠든 나를 3시에 깨우는 것과 같아요!" 재치있는 비유였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로키의 곰은 5월 중순쯤에나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캐나다 플레이스에서 만난 다람쥐(위)와 미네완카 호수에서 만난 큰뿔산양(아래).

다운타운을 벗어난 구경은 브루스터 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버스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보우폭포(Bow Falls). 만년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낼만큼 잔잔한 강물은 이 곳에 이르러 세찬 폭포로 바뀌며, 강폭도 제법 넓어진다. 보우폭포 건너편인 버팔로 거리를 따라가면 밴프 스프링스 호텔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서프라이즈 코너’가 나온다. 1888년에 지어진 밴프 스프링스 호텔은 침엽수 숲속에 폭 잠긴 오래된 유럽풍 고성의 모습을 띠고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이 그만인 이 호텔은 캐나다 최고의 로맨틱한 호텔로도 손꼽힌다

밴프 인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온천수. 이곳에 미지근한 물에만 사는 희귀생물이 살고 있다.

밴프는 레포츠의 천국이다. 스키는 기본이고, 클라이밍과 산악자전거, 래프팅, 낚시, 골프, 승마, 트래킹 등 온갖 레포츠를 밴프 인근에서 즐길 수 있다. 또한 온갖 야생동물도 밴프 국립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산양과 비버는 물론이고 엘크, 회색곰, 흑곰 등은 이 곳에서 흔히 만나는 동물들이다. 실제로 서프라이즈 코너를 벗어나 찾아간 미네완카 호수에서 큰뿔산양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녀석은 길가에 나와 무언가를 열심히 핥아먹고 있었는데, 드라이버 가이드에 따르면 녀석들이 도로가에 녹아 있는 흙을 핥아먹으며 염분을 섭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설파산을 오르는 곤돌라.

미네완카(Minewanka)는 인디언어로 ‘영혼의 호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인디언의 정신적인 영혼이 깃든 호수가 바로 이 곳이다. 호수 건너편으로는 밴프의 다운타운과 인접한 캐스케이드 산이 우뚝 솟아 있다. 미네완카에서 흘러내리는 강줄기는 투잭 강으로 이어져 런덜 산과 침엽수림이 그림처럼 펼쳐진 투잭 호수를 이룬다. 역시 이 곳에도 큰뿔산양이 흔해서 아예 산양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밴프를 좀더 거시적으로 보려면 곤돌라를 타고 설파 산(2285미터)을 올라야 한다. 설파산에서는 숲에 잠긴 스프핑스 호텔과 굽이굽이 휘돌아나간 보우 강과 밴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만년설로 뒤덮인 로키스의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런 풍경을 감상하며 전망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 글/사진: 이용한  http://blog.naver.com/binkond 

설파산 정상 눈목욕을 하던 관광객들.

<여행정보>

항공편 밴쿠버-캘거리 2시간. 버스로 갈 경우 13~15시간. 캘거리-밴프 1시간 30분(브루스터(www.brewster.ca) 요금: 캘거리-밴프 42C$). 브루스터의 밴프 투어는 보우 폭포, 캐나다 플레이스, 서프라이즈 코너, 밴프 스프링스 호텔, 미네완카 호수, 투잭 호수, 케이브앤베이신, 설파 산 곤돌라 등으로 이어지며, 소요시간은 5~6시간이 걸린다. 밴프 근교 투어는 브루스터 투어나 랜터카를 이용한다. 마운트 로얄(www.mountroyal.hotel.com/): 성수기(6~9월) 240~345C$, 비수기 120~265C$. 밴프 스프링스 호텔(www.fairmont.com): 성수기 1059~1464C$, 비수기 219~650C$. 설퍼 산 곤돌라: 21.50C$. 파크 패스: 1명 7C$. 럭스턴 박물관 입장료: 6C$. 서울옥: 403-762-4941, 주메뉴 10~22C$.

출처 : 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