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읽고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에서 여러 갈래를 나눠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누어 문학에는 그림책, 동화, 청소년문학, 옛날이야기, 동시, 생활글로 나누고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인간문화,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창립 초기부터 ‘우리동화’와 ‘외국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7세), 초등(초저/초중/초고), 청소년(13~15세/16~19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수에 따라 발달 차이가 큰 유아는 소개 글 끝에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 시기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는데, 모두 ‘시작나이’라는 뜻입니다.
평가 결과는 네 단계로 평점을 매깁니다. 우수한 작품은 ◎, 부족한 점이 있으나 장점이 많은 작품은 ○, 읽을 만하나 평이한 수준의 작품은 △, 부족한 점이 많아 읽을 만하지 못한 작품은 ×로 적습니다. 여기에는 우수한 작품과 장점이 많은 작품을 소개하고, 때에 따라 나머지 작품들도 소개합니다.
소개할 때는 한눈에 알기 쉽게 책의 서지정보 앞에 평점을 표기하고, 소개하는 글을 붙입니다. 평점은 목록위원회에서 합의하지만, 글에는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기므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해마다 연말 ◎∼△ 평점을 받은 작품들을 종합 검토하고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다시 조정을 거칩니다. 정리한 목록은 그 해의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용 목록’으로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모두 9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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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목욕
김신화, 김영애, 김현군, 박경덕, 박순열, 양준혁 글·그림
바람의아이들 | 2014.4.20 | 44쪽 | 11,000원 | 그림책 | 6세
가뭄으로 물이 끊기자 마을 전체는 물 소동을 겪는다. 딱 세 사람만 빼고.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신 나게 공놀이를 한다. 공놀이를 마친 세 사람은 덥고 갈증이 나 찬물 목욕을 하러 목욕탕에 간다. 수도꼭지를 아무리 돌려도 물이 나오지 않자 세 사람은 비로소 당황한다. 그것도 잠시 뿐. 이내 냉장고에 가득 든 사이다를 발견하고는 욕조 가득 사이다를 콸콸콸 붓는다. 거품이 보글보글, 온몸이 짜릿짜릿. 사이다 목욕은 시원하고 신기하고 맛있는 지상 최대의 목욕이 된다. 그런데 목욕 후의 끈적임은 어떡하나? 목욕 후의 끈적임을 없애려고 벌이는 소동은 사이다 목욕만큼이나 유쾌하다. 발가벗은 세 사람의 뒷모습에 강조된 엉덩이 선도 깜찍한 볼거리다. 낙천적이고 기발한 발상의 이야기와 서투름이 매력인 그림이 어우러졌다.
이 책은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평균 연령 30대 중반의 장애를 지닌 여섯 명의 저자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끈 복지사들의 노고가 담겼다. 같은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행복한 우산 마을》도 있다.(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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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지경애 글·그림
반달 | 2014.3.20 | 40쪽 | 12,000원 | 그림책 | 초저
집과 집을 잇고 아이들을 품어주던 옛 골목길 낮은 담이 주인공이다. 높은 건물과 아파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그때 그 시절의 풍경과 추억을 들려준다.
담쟁이덩굴이 드리워진 담, 깨지거나 갈라져 울퉁불퉁한 낙서투성이 담, 화분이 조르륵 올려있는 담, 칠이 벗겨지고 거친 질감이 느껴지는 담, 새들이 앉아 있는 담……. 배경을 생략한 펼친 면 가득 길게 이어지는 다양한 담 그림은 담백하면서도 정감 있다. 그림 속 여자아이에게 담은 ‘내 손 꼬옥 잡아주는 친구’ 같은 존재다. 또 담은 숨바꼭질 놀이터기도 하고 새들의 쉼터면서 엄마를 기다리는 등대기도 하다. 밥이 끓는 냄새, 엄마가 왔다는 기척에 뛰어가는 아이를 따라 담 안쪽으로 들어가면 집안 풍경이 펼쳐지고 아련한 기억들과 가족의 이야기가 피어난다. 담은 이 모든 것을 품고 밤이면 별들까지 안아준다.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고양이의 움직임도 담과 조화를 이룬다. 담은 고양이의 이야기도 품고 있는 셈이다.(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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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섬
이명애 글·그림
상출판사 | 2014.3.20 | 40쪽 | 12,000원 | 그림책 | 초저
새는 알록달록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섬에서 산다. 그곳은 강물을 통해 조금씩 바다로 흘러들거나 때론 큰 태풍이나 해일이 일으킨 파도를 타고 엄청난 양으로 밀려드는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바다 한가운데에 쌓여 생긴 플라스틱 섬이다. 섬을 지나는 철새와 주변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이러한 낯선 환경에 곧 적응하지만 이것들을 신기해하는 동물들의 목숨과 생태계는 위태롭기 그지없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을 물고기들이 먹기도 하고, 저도 모르는 사이 새들도 먹게 된다. 물고기가 점점 줄어들고 새들도 죽어간다.
그림은 서술자인 새가 있는 공간을 처음부터 바로 보여주지 않는다. 먼저 빌딩과 탈것, 물건과 사람들로 가득 찬 도시와 그곳에서 나온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서서히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며 차츰 알록달록한 잡동사니로 가득한 섬이 되어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몰려와 치우려고 하지만 금세 다른 것들로 채워지는 속도가 더 빠른 플라스틱 섬. 서정적인 그림과 담담한 어조로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불편한 진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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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사용 설명서
공진하 글 | 김유대 그림
한겨레아이들 | 2014.3.31 | 180쪽 | 9,000원 | 우리동화 | 초중
‘도토리’는 자람학교 2학년 유진이의 별명이다. 유진이는 근육이 온통 굳어 발성도 힘겹고 몸도 가눌 수 없는 장애아지만 호기심과 탐구심이 넘치는 에너지 덩어리다. 실험맨이 되어 온 세상을 누비고 싶지만 정작 자신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엄마 품과 자람 특수학교뿐이다.
어느 날, 유진이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서를 만들어 ‘도토리 사용 설명서’라 이름 지었다. 보다 넓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마침내 유진이는 이 사용 설명서에 의지해 엄마 없이 캠프에 참가해 잊을 수 없는 기쁨의 순간들을 누린다.
유진이가 내뿜는 생명력이 활기찬 일상 속에서 시종일관 빛난다. 작가는 유진이의 장애를 드러내어 보호의 대상으로 그리는 대신 유진이의 개성을 생생하게 펼쳐냈다. 유진이와 엄마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이 책 안 가득하다. 장애는 그저 ‘특별함’일 뿐, 유진이가 장애를 딛고 자신의 방식대로 아름다운 삶을 펼쳐갈 것이라는 믿음이 차오른다.(이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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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
임지윤 글 | 조승연 그림
창비 | 2014.3.25 | 200쪽 | 9,800원 | 우리동화 | 초고
6학년 정마니는 씩씩하고 긍정적이며, 바쁜 엄마를 대신해 다섯 살 난 동생 차니를 돌보는 착한 딸이다. 단짝 친구가 토라져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반 아이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평범한 아이기도 하다. 어느 날 차니가 아빠 회사 사장님 댁에서 키우는 앵무새를 몰래 가방 속에 넣어 데리고 온다. 부모님은 앵무새를 사장님 댁으로 감쪽같이 돌려보내기 위한 작전을 짠다. 마니도 부모님을 도우려 하지만 마음을 닫았던 차니가 앵무새와 가까워지면서 노래도 하고 말도 하는 것을 보며 갈등한다. 또 마니는 앵무새의 습성을 연구하며 정이 담뿍 든다. 그런데 마니에게 귀찮은 일들이 자꾸 생긴다. 엄마가 아빠의 승진을 위해 사장님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같은 반에 전학 온 사장님 아들까지 챙기게 만든다.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은 어떻게 될까?
마니가 들려주는 자신과 가족, 친구, 주변의 이야기가 진솔하면서도 유머 있고, 가볍지 않은 울림을 준다.(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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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 제인
루머 고든 글 | 에이드리엔 아담스 외 그림 | 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 2014.3.10 | 134쪽 | 9,000원 | 외국동화 | 초중
인형 이야기 두 편이 담긴 책이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튼튼 제인은 작은 도자기 인형이다. 인형가게에서 팔려 집으로 갈 때 할머니 호주머니에 담겨 간다. 너무너무 눈이 작은 제인은 호주머니의 올 사이로 밖을 내다볼 수 있었고, 거리를 달리는 말, 자전거 종소리,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깃털 공 등 온갖 것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제인은 50년 동안이나 인형의 집안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어느 날 기드언이라는 개구쟁이 남자아이가 제인 앞에 나타난다. 제인은 자신을 데리고 가달라고 간절히 원하고, 기드언은 제인을 호주머니에 넣어간다. 기드언과 함께하는 놀이와 모험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신 나게 펼쳐진다. 기드언은 제인과 함께하면서 더 용감하고 씩씩해진다. 개구쟁이들과 튼튼한 도자기 인형 제인이 펼치는 놀이는 신 나고 활기차다. 호기심 많은 제인이 새로운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도 감동적이다. 작가의 다른 책 《캔디플로스》도 함께 권한다.(권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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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다이애나 콘 글 | 프란시스코 델가도 그림 | 마음물꼬 옮김
고래이야기 | 2014.5.30 | 32쪽 | 12,000원 | 사회 | 초중
카를리토스의 엄마는 청소노동자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높고 유리창이 많은 건물에서 밤새 열심히 일해도 아주 힘들게 살아갈 만큼 밖에 돈을 벌지 못한다. 그래서 청소노동자들이 모여 파업을 하게 되고 카를리토스도 엄마를 돕는다. 엄마와 청소노동자들은 임금도 올리고 더 좋은 노동조건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 책은 200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8,000명의 청소노동자 파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파업이 왜 시작되는지를 알게해주고 파업의 진행과정과 파업의 목적이 이루어지면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라는 카를리토스의 팻말처럼 노동자의 파업은 관심 없이 지나치던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 낸다.
노동조합의 결성과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내어 단결하면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지 보여준다.(김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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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비행기 여행
감 글·그림
시공주니어 | 2014.4.1 | 51쪽 | 11,500원 | 인간문화 | 초중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비행기의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보는 그림책이다. 겨울방학을 맞아 할아버지와 동윤이는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고 있는 삼촌을 만나러 뉴질랜드로 비행기 여행을 떠난다. 처음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밟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탑승한다. 동윤이는 타고 갈 기종이 보잉 747-400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만큼 비행기에 박식하다.
작가는 비행기를 커다랗게 그려 내부 구조뿐 아니라 비행기의 운항 준비를 돕는 여러 장비들까지도 그림을 하나하나 그려가며 짚어준다. 비행기도 하늘에 다니는 길이 있고 비행기 창문의 작은 구멍은 성에가 생기지 않게 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제트 엔진의 원리도 풍선과 비교해가며 쉽게 설명한다. 책의 전체적인 색이 파란 하늘색을 유지해 비행기가 푸른 하늘을 나는 것을 연상시킨다. 속표지에 현재, 세계의 하늘을 날고 있는 여러 기종의 그림도 특징을 잘 잡아 그렸지만 기체의 크기는 감안하지 않아 비슷한 크기라고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표지의 커다란 비행기를 타고 함께 비행기 여행을 떠나보자.(류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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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최열, 김익중, 이원영, 한홍구, 우석균, 강야구, 소복이 지음
철수와영희 | 2014.3.11 | 12,000원 | 자연의 세계 | 13세
이 책은 2012년 평화박물관에서 진행한 <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강좌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핵발전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다섯 명의 강사들이 탈핵이 유일한 선택임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입담 넘치는 강의와 청중들의 반응은 독자에게 강의 현장에 있는 느낌을 준다.
경주 방폐장 문제나 국내 핵발전소 점검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을 근거로 우리나라 핵발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하는 김익중 교수의 강의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왜곡되고 조작된 사실들, 알면 불편한 사실들을 보여주며 핵발전은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독일의 사례를 통해 탈핵의 대안을 보여주는 강의는 탈핵이 가능한 미래임을 알려준다. 역사적, 사회적, 과학적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핵에 무지했는가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홍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