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남아공(Republic of South Africa)의 케이프타운(Cape Town) (하)
케이프타운에서 맞는 아침은 상쾌하기만 했다.
해맑은 햇살이 욱어진 푸른 나뭇잎을 싱그럽게 입 맞추며 화사하게
테이불 마운틴 봉우리를 비추면서 아침을 상큼하게 열었다.
이렇게 깔끔한 아침을 맞기란 여행하면서 늘 바라는 바지만
오늘처럼 기분이 날을 듯 가벼운 것은 천혜의 청정한 맑은 공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하는데 있어서 날씨는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일기불순으로 인하여 계획했던 여행 일정이
얼마나 많이 바뀌거나 취소되어 아쉬워했던가?
비가 오는 것도 문제지만 이곳은 바람이 몹시 심하다고 하여 은근히 걱정을 하였는데
비온 뒤 갠 날처럼 맑고 상쾌하니 기분이 들떠졌다.
역시 여행만족 여부를 가름하는 것은 일기가 좌우한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오늘은 아침부터 웬일인지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큰 기대를 안고
서둘러 우리 일행은 Camps Bay로 향 했다.
-----채프먼스(Chapman's) 해안도로-----
차는 계속해서 남쪽을 향해서 달렸다.
왼쪽으로는 폴스 베이(False Bay)의 넓은 바다가 끝없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테이불 마운틴(Table Mountain)의 산줄기가 한동안 고저(高低)를 조절하면서
완만한 경사의 산기슭을 지나갔다.
비교적 키 큰 나무는 보이지 않고 처음 보는 다양한 관 목류의 초목들이
광활한 평원을 이루면서 주위를 변화 시켰다.
조금은 낯선 생태계의 대평원을 지나면서 가이드는 마이크를 들었다.
멀리 차창 밖으로 구릉지(丘陵地)에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olomeu Dias 1450~1500)의 기념비이고
<포루투칼의 탐험가이자 항해가. 1488년 유럽인으로서는 최초로 희망봉을 발견함>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olomeu Dias 1450~1500)의 기념비(Monument)-----
반대쪽 차창 밖 높은 구릉지에 검은색으로 보이는 것이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1460~1514)의 기념비라고 했다.
<포르투칼의 항해가. 디아스가 탐험한 9년 후 1497년 11월 22일 두 번째로 희망봉을 돌음>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1460~1514)의 기념비(Monument)-----
이윽고 우리 일행을 싫은 차는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근처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점이 있었는데
우리는 밑에 있는 Restaurant로 점심을 먹기 위해서 들어갔다.
투 오션(Tow Oceans)이라고 이름 하는 이 Restaurant는 케이프 포인트에 있는
유일한 식당이라고 하였다.
북동쪽으로 향하여 지형적으로 좀 높은 곳에 자리해 있어 그런지 안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탁 트인 파란 바다(False Bay)와 테이불 마운틴의 산맥들이 줄 지어 펼쳐 가물거렸고
따갑게 쏟아지는 햇볕이 잔잔한 폴스 베이(False Bay)의 수면을 어루만지며 눈부시게 지나갔다.
몰려오는 손님들을 수용하기에 좌석이 부족하여서 일까 양쪽 주위에는 비취 파라솔이
무척 많이 설치되어 있어 관광지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도 하였다.
-----점심으로 나온 Lobster 요리-----
점심 메뉴는 특별히 마련된 랍스타(Lobster) 요리였는데 이렇게 경치 좋고 분위기
있는 명소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음식을 즐긴다는 것이 어쩐지 나의 신분으로선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제치하(日帝治下)하에서 조국이 일본 인줄만 알고 초등학교를 다녔던 나로선 다른 연하의
전후세대 동료들과는 남다른 감회가 가슴속을 훓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케이프 포인트 주차장 주위와 Restaurant 풍경-----
케이프 포인트에 오르려면 산책로를 따라서 걸어서 갈 수도 있지만
우리 일행은 퍼니큘라(Funicular)라는 이름의 전동차를 타기로 했다.
이차는 우뚝 솟아 있는 등대가 있는 봉우리 까지 하나의 레일로 두 대의 전동차가
중간지점에서 교차하면서 번갈아 운행하는 궤도차였다.
레스토랑에서 나와 몇 계단을 오르면 퍼니큘라의 스테이션이 있었는데
조금은 비좁게 여겨졌지만 잠시 차례를 기다려 승차하고 레일을 타고 올라갔다.
그런데 의외로 왼쪽 구석에서 말없이 운전하고 있는 이는 혼혈의 젊은 여자였다.
-----전동차운행하는 모습과 설치된 레일-----
드디어 아프리카 대륙의 땅 끝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 정상(249m)에 섰다.
여기에서 케이프 포인트라 함은 케이프 반도가 남쪽 바다 방향으로 송곳처럼
쭉 뻗어 나간 끝을 말하는 곳인데 이 절벽 위 정상에는 등대가 있었다.
이 등대는 1860년부터 1919년 까지 불을 밝혀 대서양과 인도양의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의 길을 안내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이 등대는 엄밀히 말해서 등대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관광지서로의 역사적 기념물로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1911년 포르투갈의 정기선 “루시타니아”(Lusitania)호가 좌초된 후 249m의
높은 케이프 포인트 정상에 있는 등대를 폐쇄하고 절벽으로 이어진 남쪽맨 끝
파도치는 해안가 해발 87m의 디아스 포인트(Dias Point)에 아프리카에서
제일 우수하게 새로 등대를 세웠다고 한다.
1919년부터 오늘날 까지 이 등대는 이곳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길을 인도한다고 한다.
-----케이프 포인트에서의 풍광-----
케이프 포인트 등대 옆에는 세계 각국의 수도와 주요도시의 방향과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이정표에는 남극(6248kn). 뉴욕(12541km). 리오데 자네이로(6055km).
뉴델리(9296km). 시드니(11642km). 파리(9294km)등이 있고.
싱가폴. 베르린. 런던. 예루살렘. 베이징등이 보였는데 대한민국의 서울은 아쉽게도 없었다.
여기에 이정표를 끼워 넣으려면 우리나라가 동북방향이니 몇km나 될까 궁금하여 지면서
빨리 국력이 신장되어 선진대열에 합류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프 포인트 정상의 이정표-----
여기 케이프 포인트 전망대에서 4방을 둘러보았다.
대서양과 인도양이 저 앞 바다에서 맞나 멀리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만이 아스라이 가물거렸다.
검푸르게만 보이는 저 넓은 바다에 항해하는 배라도 한척 있을 법 한데
엷은 운무만 하늘을 낮게 드리운 채 망망대해만 끝없이 펼쳐졌다.
여기는 땅 끝. 이곳에 서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우리나라 해남의 땅 끝 마을이나 포르투칼의 로카 곶(Roca Cabo da)의 서쪽땅 끝에서
느꼈던 감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왔다.
특히 등에 지게를 져 본 세대로선 너무나 벼르고 와 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남다른 감격에
가슴이 벅차 주체할 길이 없었다.
내생애에 이곳에 발을 디뎌본다는 꿈이 너무나 요원했기에 그렇다.
이것이 진부하고 퇴색된 연륜에서 오는 값싼 감상일까?
-----케이프 포인트 주위의 풍광-----
내려올 때는 산책로를 따라 주위를 돌아보면서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이 지역은 생태계의 보호구역으로 2000여종의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었는데
타조. 원숭이. 몽구스등 희귀한 동물들도 많이 서식하여 테이불 마운틴과 함께 남아공 정부에서
1939년 자연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했다.
산책 기슭엔 이름 모를 낯선 식물들이 눈길을 끌었으나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희망봉 표지판(Cape of Good Hope)-----
<표지판이 없었다면 이 해안가의 나지막한 바위봉우리가 희망봉이라는 것을 몰랐을 것 같다>
케이프 포인트에서 대서양 쪽으로 낮게 삐죽 뻗어 나온 곳이 희망봉이다.
케이프 포인트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희망봉 까지는 약 2km 정도의 거리인데
길주위에는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여 걸으면서 이국적 장취를 맛보는 것도 인상에 남는다고 한다.
사정없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를 보면서 바닷내음 먹음은 해풍을 마시며
비탈진 산책길에 그림 같은 자연과 하나 됨을 맛볼 수 있어서이다.
우리에게 “희망봉(希望峰)“으로 알려진 곳은 "Cape of Good Hope" 희망곶(希望串)이다.
상식적으로 봉(峰)이라 하면 산봉우리로 인식하기 때문에 바다의 곶(串)은 상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希望串을 希望峰으로 표현한 것은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는
봉우리라는 말이 갖는 상징적 의미 때문일 것이다.
1488년 처음으로 발을 디딘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olomeu Dias)는 파도와 바람이
너무 거세어 절망하면서 “폭풍의 곶(Cape of Storms)" 이라 이름 하였는데
이 말을 전해들은 포루투칼 왕 주왕2세(1466~1496)는 바로
”카보 다 보아 에스페란사(Cabo da Boa Esperana)" 희망의 곶이라고 이름을 바꾸게 했다.
이유인즉 디아스는 아프리카 최남단까지 갔으나 폭풍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동방으로 가는 실패한 장애물이라 하여 “폭풍의 곶”이라 불렀고
주앙2세는 아프리카의 끝을 발견했으니 그곳만 돌아 동쪽으로 가면 희구하던 동방의 신천지가
열릴 것이니 “희망의 곶(Cape of Good Hope)”이라고 바꿔 부르게 했다는 것이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역사는 달리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험한 “폭풍의 곶”에서 디아스가 절망을 보았다면
주앙2세는 오히려 희망을 보았던 것이다.
10년 뒤 1498년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는 이 희망봉을 지나
동방으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여 결국 성공을 했으니 금과 향료를 찾기 위한 포르투칼의
오랜 꿈이 실현된 것이 아닐까?
희망(希望)은 미래를 향한 긍정과 도전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 할 것이다.
풍랑을 맛나도 희망을 잃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데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가는 여기에서도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희망봉(Cape of Good Hope)의 풍광-----
<희망봉풍경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성난 파도도 없었고 평범한 바닷가였는데 근처 바위섬에는
새와 물개들이 노닐고 있었고 물가에는 미역줄기가 출렁댔다>
일반적으로 희망봉은 아프리카의 최남단으로 모두들 알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최남단(Southernmost)은 희망봉에서 동남쪽으로 160km 떨어진
“케이프 아굴라스(Cape Agulhas)"이고 여기에서 대서양과 인도양이 나눠진다.
‘아굴라스“는 포르투칼어로 ”바늘”이란 뜻인데 수많은 범선들이 풍랑에 뾰쪽한 암초를
맞나 좌초할 수 도 있다는 위험한 지역(Danger Point)의 의미를 지닌 이름이다.
분명 “아굴라스 곶”은 지리적으로 볼 때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아프리카의 최남단 경계인 땅 끝임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역사적 의미와 해양생태계적 측면에서 볼 때 여기 희망봉이
두 대양이 만나는 끝 지점이라고 해서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케이프 포인트와 희망봉 팻말에 분명히 밝혔듯이 시간과 위도가 달라
희망봉은 “아프리카의 서남쪽 끝”이라고 했지 최남단이라고 고집하진 안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굴라스 곶”은 암초가 많아 항해자들의 피난처 구실을 하는 항구로서 역할을 충분히
못했고 케이프 반도는 만(灣)이 잘 형성되어 선박들이 정착하는데 제몫을 다 해줬기에 그렇다.
그래서 희망봉은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 희망을 갖게 하고 오랫동안
아프리카와 동서양의 문물이 교류하는 역사가 축적되었기에 단순히 지리적 위치만을 확인해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곳이 품고 있는 역사적 소중한 꿈과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olomeu Dias)”와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의 불굴의 개척정신이 서려있어
아프리카 땅 끝의 상징으로서 사랑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펭귄서식지(Boulders Beach) 간판-----
돌아오는 길에 볼더스 비치의 펭귄(Penguin) 서식지를 들러 보았다.
볼더스 비치( Boulders Beach)는 케이프 반도(Cape Peninsula) 동쪽 중간쯤
폴스 베이(False Bay)에 있는 해변으로 펭귄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매표소 입구를 지나 나무로 만든 통로를 따라 하얀 모래사장 바닷가로 나가니
따가운 햇볕을 피해 숲속 그늘에 펭귄들이 숨어 있었다.
우리 일행이 다가 가도 겁을 먹지도 않고 피하지도 안했는데 이는 오랜 세월동안 관광객들의
시달림에 나름대로 신경이 무뎌져 단련된 것 같았다.
여기에서 서식하는 펭귄은 자카스(Jakass)라는 이름을 가진 펭귄이라고 한다.
자카스(Jakass)는 당나귀를 뜻하고 이들이 당나귀의 울음소리를 낸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불랙 풋티드(Black Footed)펭귄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펭귄들의 발이
검기 때문이라고 하며 이 펭귄은 세계에서 오직 아프리카에서만 서식한다고 하여
아프리카 펭귄(Africa Penguin)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황제펭귄에 비해 10분의 1정도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는 이 펭귄은 수명은
보통 10~20년 까지 산다고 하며 이곳에 약10만 마리가 서식한다고 한다.
체구는 작지만 한껏 관광객들에게 많은 귀여움을 받고 있는 이곳
자카스 펭귄(Jakass Penguin)들은 둥글게 풍화된 화강암 바위와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에
어울려 볼더스(Boulders)란 이름 못지않게 예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작구만 오염되어 가는 생태계에 심각한 환경변화가 없길 바래본다.
-----펭귄 서식지(Boulders Beach) 풍광-----
-----뮤젠버그 해변(Muizenberg Beach)-----
<보이스 드라이브(Boyes Drive)라는 길로 오다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 촬영을 했다>
뮤젠버그 해변(Muizenberg Beach)은 케이프 타운에서 35km 떨어진 곳에 있다.
보이스 드라이브 길을 달리다 보면 뮤젠버그(Muizenberg)에서 전망대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내려다보는 폴스 베이와 뮤젠버그 해변이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폴스 베이(False Bay)는 지도상으로 보면 커다란 만(灣)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옛날 선박들이 서쪽 바다인 테이불 베이로 착각하고 들어갔다가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가짜 만”즉 잘 속는다는 뜻의 폴스 베이(False Bay)로 이름 하였다 한다.
정말 눈부시게 황홀한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산 밑엔 철길이 보이고 마침 기차가 지나가니 한 폭의 그림이다.
멀리서 연달아 밀려오는 파도가 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햇빛에 빛났다.
이곳은 해변에서 몇 백 미터를 들어가도 무릎정도 깊이 밖에 안 되는 수심이 이어지고
파도는 높게 쳐 올라와 서핑(Surfing)하는데 가장 적합한곳이라고도 했다.
언덕과 주위에 예쁜 집들과 호수가 어울려 폴스 베이(False Bay)의 환상적인 바다는
케이프 타운 여행의 마지막 Menu로 뮤젠버그의 해변이 인상 깊게 마무리 지었다.
상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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