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마저 독살하는 여자 카트린/안희환
대단한 여자들(6)
![ZZWERWRTW.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04%2F29204%2F2%2FZZWERWRTW.jpg)
카트린 드 메디시스는 프랑스의 왕 앙리 2세의 왕비입니다. 그녀는 그리 아름다운 외모가 아니었는데 코가 크고 입술은 너무 얇고 몸매도 예쁘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왕이 가까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결혼 후 10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에 대한 반작용인지는 몰라도 카트린은 왕비라는 자신의 지위를 즐기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카트린은 미신을 무척 좋아했던 여자로도 유명합니다. 카트린의 주위에는 늘 점성가나 요술사 등이 모여들어 있었는데 그들은 카트린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임무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카트린 주위에 모여 있던 사람들 중에 유명한 사람은 노스트라다무스인데 그는 앙리 2세의 갑작스런 죽음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2000년도를 맞아하기 전 그의 이름을 많이 들어보기도 했을 것입니다.
점을 치고 마법을 거는 사람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카트린은 후에 5명의 아이들을 출산합니다. 세 명은 남자 아이이고 두 명은 여자 아이입니다. 그 아이들이 모두 왕의 아이들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제 와서 DNA검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누가 왕의 자녀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앙리 2세가 병들어 죽은 후 카트린의 아들인 프랑수아 2세가 그 뒤를 이어 왕이 되는데 이때부터 카트린은 정치무대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프랑수아 2세는 말이 없고 어두운 성격이며 허약한 체질이기 때문에 늘 병에 시달렸는데 왕 위에 오른 지 1년 만에 갑자기 쓰러져 죽고 맙니다. 그 죽음에는 의혹이 따르고 있는데 그 어머니 카트린이 독을 써서 죽였다고 합니다.
프랑수아 2세가 죽은 후 그 동생인 샤를 9세가 9살의 어린 나이에 왕이 되는데 그 역시 몸이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연 사람은 콜리니 제독입니다. 그러나 카트린이 개입하여 콜리니 제독을 제거하게 됩니다. 카트린은 기즈 공과 힘을 합하여 콜리니 제독만이 아니라 2천명의 신교도들을 학살하였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성 바르톨로뮤 축일의 대학살]입니다.
샤를 9세는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더구나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수대에 매달려있는 콜리니 제독(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의 시체에 모욕을 가하고 나서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왕이 되었으면서도 자신의 친구를 구하지 못할뿐더러 그 친구의 시체에 모욕을 가하고 생명을 유지해야 했으니 비운의 인물이라고 할 것입니다. 샤를 9세는 그 후 쾌락을 통해 고통을 잊고자 몸부림치다가 죽고 마는데 그 역시 카트린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샤를 9세의 죽음 이후 카트린은 막내아들인 앙리 3세를 왕으로 세웁니다. 앙리 3세는 여성적인 심성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팔찌, 향수, 목걸이 등을 좋아하였는데 그 형들에 비해 물러터진 왕은 아니었습니다. 카트린은 그를 조정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오히려 앙리 3세는 카트린을 도와 대학살을 자행했던 기즈 공을 암살해버리고 맙니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고 카트린은 공포를 느끼게 되었고 상황 또한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섭정을 할 수 없었던 카트린은 블로아에 은퇴해 살다가 죽는데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권력을 놓은 후 초라하게 죽는 것을 보면 인생이 참 무상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렇게 초라하게 죽을 인생을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심지어 자기 몸으로 낳은 자식들마저 그토록 잔인하게 대했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