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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영산성지를 다녀와서
권용익
여행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더구나 삼라만상 잠을 깨 녹음 짙어지는 계절
4대 종교의 하나인 원불교 발상지를 간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원불교에 대한 단상
짐짓 풍설로 들은 원불교에 대하여 언젠가 청록파 시인이신 조지훈 선생님 맏아들이
지은 <승무의 긴 여운 지조의 큰 울림>에서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얼마 전, 어머니는 아버지께
"종교를 하나 가지고 싶은데 당신이 조언 좀 해줘요" 하고 묻자 .....(중략)
"참! 며칠 전 친구 권유로 원불교 원남동 교당에 가서 법문을 들었는데 마음에 와 닿더군요."하셨다.
원불교의 창시자가 누구며 그 유래와 현황을 아버님께 아시는 대로 설명하시고 원불교 교전을 보여 드리자, 아버지께서는
이 교전을 읽어보시고 현대화, 생활화된 종교라고 칭송하시면서 "괜찮은 것 같으니 마음대로 하시오"라고 말씀하시며
허락하셨다고 한다.'란 글을 읽으며 대체 원불교란 무엇인가란 의구심이 들던차
원불교 교도이신 문우 임선영 시인과 이춘명 시인을 알고, 연 후 조환국 교무님을 청송아카데미에서 만나뵈니 인품이
다른지라 내심 대체 원불교란 어떤 종교인가에 대한 조바심이 일었다.
원불교에 대하여 들은 바도 아는 것도 문외한이던 차 임선영 문우님의 적극 추천으로 문학 기행의 한 장소로 정하고
여정에 들기 전 인터넷 공부를 하다 창시자이신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님에 대한 짧은 지식을 얻게 되었다
"......때를 당하여 전일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모든 사람의 정신이 물질에 끌리지 아니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 주기를 천지에 기도하며 천의에 감동이 있게 하여 볼 지어다. 그대들의 마음은 곧 하늘의 마음이라
마음이 한 번 전일 하여 조금도 사가 없게 되면 곧 천지로 더불어 그 덕을 합하여 모든 일이 다 그 마음에 따라
성공이 될 것이니, 그대들은 각자의 마음에 능히 천의를 감동시킬 요소가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며,각자의
몸에 또한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항상 명심하라."는 말씀이 곧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 만능 시대에 꼭 필요한 현대화, 생활화된 종교라는 것을.
서울을 벗어나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달려 기행지를 몇 곳 둘러본 후
남도를 달리는 차 창 밖은 더욱 파랗고 길가의 꽃이 반갑게 맞이하며 웃음을 넌지시 건네며
맞이하여 위풍당당 굴비의 고장 영광 법성포를 지나 영광군 백수면 길용리 영산성지에 도착했을 때 실로
느낀 분위기란 신비로운 세계요 엄숙함이 한층 가미된
'어제도 오늘이요, 오늘도 내일이며 모래도 어제였더라'라며 현재 영산성지는 묵언수행 중.
영산성지 순례길 따라
왕정달 교무님의 안내 따라 숙소에 여장을 풀고 바로 영산성지 최초의 교당인 영산원에 모여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님(1891 - 1943)에 대한 간략한 이력을 듣고 영정을 배알할제 실로 큰 인물임을 깨달았다.
'대종사님은 7세부터 옥녀봉 위에 올라 하늘의 떠도는 구름과 마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고 우주와 인생의
근본이치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20여 년 간 정진수행 하시며 구도하시다 26세 되시던 해 즉, 1916년 4월 28일
이른 새벽 동녘이 밝아오는 것을 보시며 우주 인생의 근본 이치를 깨닫고 그 깨달음의 경지를 이르길
"만유는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불생불멸의 진리와 인과응보의 위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뚜렷한 기틀을 지웠도다."라 하셨다 한다
대종사님에 대한 일화를 듣던 중 왕 교무님이 가리키는 손끝엔 조개껍질과 굴 껍질로 이루어진 화석바위가
덩그러니 놓여있는데 그 바위는 영산원에서 마주 보이는 구수산 옥녀봉 아래에 있던 것을 아홉 명의
제자와 함께 옮긴 것이라 한다
옮기신 이유인즉슨 '만유는 한 체성이고 만법이 한 근원이며 불생불멸의 위치'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닐까 하고
옥녀봉을 바라보니 옥녀봉 아래 바위에 둥그런 원이 희색으로 그려져 있어 만유가 한 체성임을.......
깨닫게 된 구도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설명을 마치고 범종이 있는 누각으로 이동하여 아침마다 삼라만상을 깨우는 범종의 위력을 듣기 원하노니
실로 어려운 부탁임에도 쾌히 수락하셔서 일행 중 네 분이 타종할 때
첫 번째 종소리에 삼라만상의 고요가 일어나니 번뇌가 줄고,
두 번째 종소리에 흩어진 기가 다시 모여들어
세 번째 종소리에 물아일체라 실로 너 나 경계없이
몸과 마음과 우주가 하나 되었나니 일체유심조라.
영산대학교 교정을 지나 순례길을 걸으며 교무님의 말씀을 듣노라니
구름 위에 오르신 대종사님도 실로 기뻐하시는 듯
바다를 막아 정관평을 이룩한 도롯가엔 키가 작은 해당화도 웃음 짓고
처음 만난 초목도 실로 반기는지라 복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저절로 흥이 나니 여정의 피곤따위야.
구수산 자락 옥녀봉 아래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니 정관평 방언 공사를 할 때
낮에는 공사하고 밤에는 마음공부를 병행하며 세상과 창생을 위하여 목숨 건 기도를 올리시던 원불교
최초의 교당이 있던 구간도실터를 지나 탄생가로 발길 향할 때
숲 속의 풀벌레 울음 그친 고요한 탄생가를 들어서니 임은 아니 계셔도 그 정기 서려 어서 와라 편히 앉아라
마른자리 내어주심에 감사하며 참배하고 구수산자락 둘러보니 용이 꿈틀거리는 형국이라
다른 분 생가 둘러보면 치장도 덕지덕지 온갖 뽐냈는데
대종사님은 정신이 물질에 끌리지 아니하시니 탄생가도 정겨운 내 고향 내 집같이 소박하니
생전 뵙지 못했으나 굴뚝에 연기 피어나듯 그리움 또한 살며시 피어오르네.
탄생가를 뒤로하고 대각터로 발걸음 옮길 때
좀 더 이른 시간에 도착했더라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며 느낄 수 있었건만 고작 두어 시간 남짓 할애 된
시간이기에 아쉬움을 남기고 숙소로 가던 중 노루목 대각터를 둘러 만고일월 탑을 바라보니
대종사님이 가부좌를 트시고 잔잔한 음성으로
"만유는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니라" 말씀하심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여 합장하고 물러서니 해는
서서히 보은강 연잎에 입맞춤하다,
멋진 식당 맛진 식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식당으로 향하는 길섶마다 어쩜 그리 나물이 즐비한지 풀 한 줌 배면 그 중의 반 나물임이 틀림없는 사실인지라
원불교 식당에선 분명 나물이 주류를 이룰 것이란 예감을 지녔건만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예상이 빗나갔다
뷔페식으로 깔끔하게 준비된 자유배식 밥은 먹을 만큼...... 찬은 골고루.
남도의 김치와 영광의 특산품인 굴비구이 그리고 육개장
간단하면서도 깔끔한 청정지역의 무공해 자연식품이라는 것에 만점을 주며 한술 뜰 때 눈에 들어오는
"덕성은 기르고
인정은 넓히고
서로 합력하라."는 표어
식사하며 이 말씀 뇌이니 대종사님께서 아홉 분의 제자와 방언 공사를 하실 때
아홉 제자에게 이 말씀 거울삼아 그 어렵고 큰일을 행하심은 아니 었을까란 의구심이 일어나나 이를 누구에게 물을꼬......
식사를 마치고, 인정을 넓히며 협력하리라 다짐하며 식사 후 계획에 따라
해넘이 풍등을 날리기 위해 풍등에 각자의 소원을 적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인 '백수해안도로'를 달려 바닷가에 이르러
구름에 가린 해를 끄집어내 와인을 마시게 한 후 취기 오를 때
풍등에 불을 붙여...... 둥둥둥 하늘 높이 띄워 보내며 합장하고
그 모든 소망 이루게 하옵소서 이루게 하옵소서 염원을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빌고 성지로 돌아와 성래원에 도착.
성래원에서
성래원에 들어서니 작은 가마와 잘 구워진 도기가 입을 모아 마중하고
단아한 한복을 입으신 교무님이 미소로 맞이하신다
교무님들께서 손수 덖으신 연꽃 차와 하얀 민들레차를 내셔서 한 입 마시니
그 순간 물아지경.......
해를 바다에 묻고 돌아와 연꽃을 맞이한다
흙탕물에 살아서도 물들지 아니한 순백의 미인
백옥 다기에 곱게 피어 고운 향으로 살아 말을 건넨다
대종사님을 알현하셨소
순례의 길은 어떠하셨소
들릴 듯 말 듯 건네는 그 말에 붉어지는 속인
속인의 입을 헹구고
이제부터 덕성을 기르리라
삶 속에 인정을 넓히고 합력하리라
시인의 마음 밭에 원을 그리고
그 원에 꽃밭 가꾸어
만유는 한 체성임을 만법이 한 근원인 향을 내리라
뜰 앞에 피어난
하얀 민들레의 덖인 몸으로도
죽어도 하얗게 돠살아나 듯
이승과 저승 하나 되어
물질보다 정신으로 살아라 살라 하시네.
차를 입에 가두고 눈을 감으니 마음 밭 작은 공간에 꽃 피어나고, 혜안의 눈 맑아지며 지친 육신에 힘이 솟아
시를 낭송하는 시인의 목소리 은쟁반 위 옥구슬이라 감히 들을만하니 심전경작의 거름이 필요할까
묵객의 휴식
하루 빽빽한 일정과 마음의 휴식을 마치고 객실로 돌아와 육신 눕히니
고요한 성지의 밤은
밤벌레의 힘찬 노랫소리
무논에서의 개구리 합창
어둠 속에 갇힌 먼 산에서 새 울음 들리나니
자규야! 너는 알겠니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객의 마음을.
정간평과 보은강
잠깐 눈을 붙였다 생각했는데 아뿔싸 타종소리를 흘려버렸다
삼라만상은 이미 어둠을 벗고 풀잎마다 진주 이슬 머금었거늘
창 밖 하늘엔 제비들의 공연 한창이고
부지런한 어미 새는 둥지에서 알을 품다 냇가에서 얼굴을 씻고
전깃줄에 앉아 재잘거리다 아침 먹이 구하러 나갈 때
중생은 넉넉한 산자락에 둘러싸여 바람의 미소를 싣고 웃음 짓는
보은강 다리를 건너 정간평에 섰다
대종사님과 아홉 제자의 거친 숨결과 땀방울이 이룩한 무논은
아직 모를 내지 않아 녹색의상을 고루 거친 대자연을 만나니
이 또한 천복이라
어떤 이는 쑥을 뜯고, 어떤 이는 민들레 머리를 움켜쥐며 친정아버지 얼굴을 떠올린다
년 전 과음으로 병환이 나신 아버님을 위한 극진한 효성으로
이 성지의 풀 한 포기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생각하니 오호라 효성 지극한 딸이여
그대는 혹 현존불이 아닐른지.
보은 강엔 수련이 산다
물속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물 위에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쉰다
더울라치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고 추우면 몸을 낮춘다
흙탕물 속에서 살아도 물들지 아니하고
어둔 밤이면 꿈속에서 날마다 아름다운 생각과 고운 멜로디를
마음속에 담았다 해가 뜨면 고운 얼굴 내밀어 세상을 밝힌다
낮아질 줄 알고 솟을 줄 아는 멋스러움을 지녔어도
절대 자만하지 않고 부족하여도 부족함이라 말하지 않으며
넘치면 넘치지 않으려 이웃과 서로 나눈다
그러기에 아래로 뻗은 뿌리는 손과 손 마주하며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기에
피어나는 꽃마다 아름답지 아니하겠는가
뿌린 자 없고 거두는 자 없으며, 배우지 않아도 자연의 순리에 절로 순응함에
일찍이 석가께서는 연꽃을 사랑하지 않으셨을까?
짧은 만남과 이별
生者必滅
去者必返 會者定離
생자필멸, 거자필반, 회자정리
산 것은 죽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고,
만나면 헤어진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원불교란 창시자가 누구이며, 어떤 종교인지에 대한 아주 적은 지식을
지니고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다
말 그대로 짧은 기행이기에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는 실로 무리임이 틀림없으나
우선 눈으로 바라본 원불교 성지의 모습은
첫째, '만유는 한 체성'이기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멩이 하나도 다치지 아니한 실체
둘째, '만법이 한 근원'이기에 객을 대하는 주인의 모습과 행동에서 주와 객이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
셋째, 위에 언급했다시피 탄생가 역시 소박함과 정갈함이 그대로이며
물질에 뜻을 따르지 않았고,
넷째, 나와 너의 구별이 아닌 합력하여야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협동정신
다섯째, 고즈넉한 가운데 기품이 우러나오는 한민족의 순수한 얼과 기풍을 엿볼 수 있었다
어디 위 다섯 가지 뿐이랴만 문외한이 본 것이 이것이다는 것일 뿐
실로 대종사님의 내리신 훈의 정신이 세계로 뻗어 나가 인류 평화와 행복에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주길 한껏
소망하며 두 손 모으고 게송을 낭랑한 목소리로 송 하나니
'유는 무로 무는 유로, 돌고 돌아 지극하면
유와 무가 구공이나, 구공 역시 구족이라.'
지면을 할애하여주신 원불교 서울.경기문학회 가족님과 기행시 안내를 해주신 왕정달 교무님과 임선영 문우님께 감사드리며
원불교 교우님들 모두 복 받는 나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약력
권용익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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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권선생님의 글 읽어들 보세요. 감동적입니다. _()_
원불교 수년은다니신듯공부를 하셨네요 ..이대로 쭈욱 마음공부도 하시면 울 단장님 멋진 연원인데 기도 해봅니다
ㅉㅉㅉ 멋지네요^^ 글도! 사람도!
회장님 여행감각감상문 너무감동적이고 가슴 뭉클 해요 소태산 실으면 좋을것 같아요 비교도로서 우리 몇십년 다녀도 그렇게 표ㅡ현 못해요
경천씨 이글이 소태산에 올라 갈 글이예요. 너무 감동적이죠, 여행에서 얻고 싶었던 성과가 이런 것이랍니다. 감사해서 어제는 눈물이 났어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