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치료를 위한 서서학 강의안
제 1강 敍事에 대한 개관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시어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진리를 세상에 보냈다. 그러나 그녀는 벌거벗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당황한 사람들이 배척하고 말았다. 우화라는 소년이 지쳐 쓰러져있는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가 정성껏 보살핀 다음 이야기(narrative)라는 옷을 입혀주었다. 이야기라는 옷을 입은 진리는 다시 마을로 나갔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녀를 너무나 좋아하여 집으로 초청하여 매일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일찍이 이야기의 위대한 힘을 깨달은 유대교 랍비들은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해 이야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사실 유대교의 경전인 탈무드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탈무드는 권수로 모두 20권이며, 12,000페이지분량의 방대한 문헌이다. 기원전 500년부터 시작되어 기원후 500년에 걸쳐 천년 동안이나 구전되어 온 것들을 수많은 학자들이 10여년에 걸쳐 수집 편찬한 것이다. 5000년에 걸친 유대인의 지혜이며, 지식의 보고인 탈무드가 이야기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인류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도로 발달된 언어를 가지고 의사소통하는 것은 인간의 매우 독특하고 탁월한 능력이다. 서사(敍事)란 사전적 의미에서 “사건을 기술하는 것”이다. 그러나 깊은 의미에서 탐구하자면 서사란 결코 간단한 말은 아니다. 사건(事件)을 놓고 생각해 볼 때 이치가 명확해 진다. 사건 속에는 사건을 저지르거나 당한 주체가 있고 시간과 공간이 있으며 시대적 배경이 있다. 그 사건들을 인과적으로 엮어내면 소설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은 아무리 작을지라도 하나의 우주라고 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서사는 우주를 인간이 소통(communication)할 수 있는 말로 바꾸어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행위, 내용, 전략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I. 서사의 기능
1. 이야기는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이다.
서사의 어떤 면 때문에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일까? 먼저 서사는 인간의 존재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을 정체성(正體性)성이라고 하자. “이 아무개”는 음성이나 문자 기호로 나를 지시하는 것이요, ‘사장님’, ‘선생님’혹은 ‘아무개 씨의 아내나 남편’은 사회적 역할과 지위로 나를 규정하는 정체성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친구 사귀기를 즐겨 하는 사람’ 등 자신의 인간적 한 측면으로 ‘나’를 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나’라는 존재의 횡단면(橫斷面)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는 과정의 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정지된 한 단 면을 ‘나’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10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나와 또 다른 10년 후의 나를 하나의 나임을 보여주는 길은 무엇인가? 옛날 그리스 철학자들 가운데 한 궤변론자(sophist)있었다. 그는 친구에게 많은 돈을 빌린 다음 갚지 않는 것이었다. 돈을 빌려준 친구가 갚기를 다그치자 갚겠다고 하며 한 가지 조건을 내 걸었다. “몇 년 전 돈을 빌린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면 빚을 갚겠다”라는 것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없이 변화하고 있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야기”(narrative)라는 방법 외에 어떻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비록 책이나 비디오 같은 딱딱한 물체에 문자의 형태로 기록될망정 엄연히 이야기는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실체이기에 한 사람의 종적인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보라면 반드시 자신의 삶의 이야기(narrative)를 꺼낼 것이다. 도은미는 말로써 풀어내지 못한 상처들, 삶의 경험이 사연이 되어 한 사람과 한 가족을 지배한다고 하였다. 이야기하기는 세상과 우주와 자신의 경험에 대해 해석하는 행위요, 그 과정을 통해서 우주 안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 우주의 미아가 되지 않는 것이다.
2. 이야기는 교훈과 가치를 전달하는 강력한 수레이다.
이야기의 교육적 기능에 대해서는 인류가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사용해 왔다. 어린아이들은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서 옛날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들었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지만 또 듣고 싶은 것이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에는 그 시대의 가치관과 우주관이 담겨져 있다. ‘청개구리는 왜 비가 올 때 우는 이유’라는 전래동화가 있다. 어머니 말씀에 꼭 반대로만 하는 아들 청개구리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의 반항 끼를 고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죽으면서 산에 묻히지 못하고 냇가에 묻힐까 두려웠다. 유언하기를 ‘나를 산에 묻지 말고 냇가에다 묻어다오’라고 하였다. 어머니 생각에 반대로만 하는 아들이기에 그렇게 유언하면 산에 묻힐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아들 청개구리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그때야 크게 뉘우쳐 마지막 어머니의 유언을 들어 드리기고 하고 비만 오면 어머니 무덤이 떠내려갈 것을 걱정하여 운다는 것이다. 이 동화 속에는 효(孝)를 기본 가치관으로 세워진 유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탁월하게 전달하고 있다. 효도하라고 열 번 강조하는 것보다 하나의 이야기가 얼마나 깊이 효를 어린 가슴속에 아로새기는가 보라. 이 이야기를 창의성을 강조하는 정보화 시대의 가치관을 담을 수 있도록 바꾸어보면 이렇다. 늘 거꾸로만 행동하는 아들을 잘 분석한 어머니는 어떻게 유언을 하든지 간에 산에 묻힐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드디어 이렇게 유언하였다. “아들아, 내가 죽거든 부디 앞산에다 묻지 말고 뒷산에다 묻어 다오.”
특히 어린 아이들일 수록 이야기의 교육적 힘은 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지도와 독서치료에 문학작품이 많이 활용되는 것이다. 비문학적인 글들은 사람의 논리에 호소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문학작품은 머리와 가슴에 동시에 호소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훨씬 큰 법이다.
3. 이야기는 사람을 치료하는 힘이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전래 동화를 기억하실 것이다. 어느 나라 임금님이 당나귀 귀를 가졌는데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늘 터빈 같은 모자를 쓰고 다녔다. 그렇지만 이발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벗어야 했다. 한 이발사가 임금님께 불려가 이발을 하게 되었다. 터빈을 벗는 순간 그는 너무나 놀라 기절할 뻔 했다. 임금님은 이 사실을 누구에게든지 알리면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엄하게 명하였다. 많은 수고비를 받았지만 이발사는 이 충격적인 사실을 자기만 알고 있기에 너무나 괴로웠다. 그는 드디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한 그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이 사실을 혼자 말하리라 생각하고 동네 대나무 밭에 몰래 가서 소리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렇게 소리치고 나니 가슴이 후련하면서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후 바람이 불때마다 대나무 밭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동네사람들이 들었다. 그 소리는 이러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이.....”
사람은 자신의 당한 충격적인 경험을 충분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가슴의 병이 된다는 사실이 익히 알려져 있다. 분노와 좌절, 깊은 슬픔을 자신의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면 신기하게도 그 감정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카타르시스라 해도 좋다. 어쨌든 사람은 사연을 말로 풀어내지 않으면 병이 든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치료하는 힘을 응용하여 문제 해결을 돕고자 하는 상담 분야가 이야기 치료(narrative therapy)이다. 이야기 치료에서는 기본적으로 존재와 문제가 되는 이야기를 구별한다. 문제되는 이야기가 곧 그 사람 자체는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자서전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 매일 삶으로 자서전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 자서전이 소통될 수 있는 이야기(narrative)라면 얼마든지 다르게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야기 치료 상담자는 먼저 문제가 되는 이야기와 내담자 존재 자체를 구별할 수 있도록 돕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문제되는 이야기와 자신을 구별할 수 있게 되면 대안적 이야기를 개발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치료에 응용한다.
사실 모든 상담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내담자는 상담자라는 거울에 자신의 이야기를 비추어 보면서 자아를 통합해 가는 것이다.
4. 이야기는 아름답다.
이야기에는 심미적 기능이 있다. 문학이라는 장르는 이야기의 이러한 심미성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것이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후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감탄하신 것처럼 작가는 서사라는 우주를 창조한 후에 “심히 아름답구나”라고 경탄하는 사람이며 독자 또한 그런 아름다움에 심취하기를 기대한다.
서사(敍事)는 작가가 지은 작은 우주이다. 작가는 인물을 창조하고 서사적 공간과 시간을 창조하여 거기에 인물들을 살도록 한다.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고 에덴동산을 건설한 다음 그곳에 살면서 동물을 다스리도록 하신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작가는 서사 속에 맥락(脈絡)을 설정하고 창조한 인물이 살도록 하기 때문에 서사 분석의 기초가 그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서 출발점을 삼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특히 이야기는 심미적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사람의 깊은 정서를 터치한다. 여기에 치료와 서사가 접목되는 점이 있기도 하다. 사람은 단순히 정보만 습득한다고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라는 동력을 공급받아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람들을 감동시켜 가슴에 불을 지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5. 이야기는 즐거움을 준다.
이야기의 오락적 기능은 현대에 들어와서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 한 편을 만들어 유통시키면 현대자동차 수 십 만대를 만들어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한다.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매체는 과거 구전(口傳)에서 문자와 책(冊), 그리고 공중파 매체들(라디오, 텔레비전), 전화라는 진화의 단계를 거쳐서 영화, 비디오, 그리고 인터넷으로 확장되었다. 지구 한 편에서 탄생된 이야기는 빛의 속도로 지구를 돌아다니며 소통되고 있다. 이런 매체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재미를 주는 이야기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자리매김 된 것이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야기가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오락적 기능은 다른 모든 기능들의 바탕이 된다. 다시 한 번 서두의 탈무드 이야기를 상고해 보시기 바란다. 벌거벗은 진리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논문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없다. 이야기가 재미있기에 교육적, 치료적, 산업적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듣는 것을 즐겨한다. 누가 경청해 줄 사람만 있으면 자신의 이야기를 몇 날 밤을 지새면서 할 용의가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짓는 것 또한 즐긴다. 작가가 이야기 짓는 것이 재미없다면 어찌 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II. 서사의 응용분야
위와 같은 서사의 강력한 힘을 깨닫고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간이 소통하는 모든 이야기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려는 야심찬 목적으로 출발한 것이 서사학이다. 그림처럼 서사가 응용되는 분야는 심미성을 추구하는 문학과 예술, 교육적 기능을 응용한 교육(서사교육론, 독서지도 등), 치료적 기능을 응용한 상담, 그리고 신학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조직의 비전을 공유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기술로서 서사가 부각되고 있다.
본 연구자는 서사를 개인적으로 교육과 상담, 그리고 목회에 응용하기 위하여 학제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사실 서사학은 문학비평 영역에서 크게 발전시킨 학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다른 영역의 연구자들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세기까지 학문의 큰 흐름이 분화에 있었다면 21세기는 통합되어 학제 간 연구가 활발해 지고 있는데 몹시 바람직한 일이다. 서사는 인간의 고유한 속성으로 어떤 특정 영역의 학문의 울타리에 갇혀 있을 수 없다. 인간 자체가 이미 서사적 존재로서 서사를 소통하며 서사를 몸으로 쓰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바라기는 문학에서 발전시킨 서사학이 좀더 알기 쉬운 대중적인 개념으로 재해석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자녀들을 가르치며 상처 받은 이들을 치료하는데 활용된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제 2강 서사학 개관
I. 서사적 요소들
II. 서사학의 이론적 근거로서 통신모형
인간의 의사소통 행위는 매우 복잡한 요소들이 동시에 작용하는 사회적 행위이다. 따라서 말하는 행위 자체가 곧 의사소통은 아니다. 말하기는 소리의 발성이나 음성기호를 만들어내는 생물학적인 행위로서 의사소통의 한 요소이다. 인간사이의 의사소통은 이보다 훨씬 많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과정이다. Berko, Wolvin, Wolvin(1998)는 이러한 인간의 의사소통 과정을 다음과 같이 네 개의 모형으로 제시한다.
[인간의 의사소통 환경]-Berko, Wolvin, Wolvin(1998)의 11쪽.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은 문화, 의사소통 기술, 신체적인 상태, 정서적인 상태, 경험, 태도, 기억, 그리고 기대와 같은 것들이다. 이는 발화자의 환경과 수신자의 환경이 각자 다르다. 이런 환경들을 "입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발화자의 입장과 수신자의 입장은 항상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환경적 요소들, 즉 입장은 두 사람간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근거가 되면서 동시에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요컨대 입장은 지각(perception)적 필터로서 세계를 보는 방식을 결정한다.
다음은 의사소통의 배경적 요소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붙여둔다.
* 문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의 배경. 특히 비언어적 메시지는 문화마다 공통적인 것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 있다.
* 의사소통 기술: 경험과 훈련을 통해서 발달한다.
* 육체적, 감성적 상태: 같은 메시지라도 몸의 상태나 정서적인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 기억: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생각해 내는 능력
* 경험들: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메시지나 발화자에 대해서 좋은 경험, 나쁜 경험 등이 메시지 해석에 영향을 준다.
* 태도들: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 개인의 부정적, 긍정적 경향이나 습관들
* 기대감: 예상했던 것이 이루어지거나 좌절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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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의 선형적 모델]-Berko, Wolvin, Wolvin(1998)의 21쪽.
발화자는 자신의 입장에서 메시지의 원천이 되는 생각(source)를 부호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가 메시지이다. 이 메시지를 채널을 통해서 수화자에게 전달한다. 수화자는 발화자가 보낸 메시지를 해독하여 의미를 파악한다. 이 모델은 의사소통의 가장 심플한 하나의 단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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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의 상호작용 모델]-Berko, Wolvin, Wolvin(1998)의 24쪽.
의사소통의 선형적 모델에 수용(adation)과 피드백(feedback)과정을 더했다. 실제 의사소통은, 발화자가 보낸 메시지를 수화자가 수용하여 해독한 다음 알아 들었다는 신호를 발화자에게 보낸 것을 수화자가 인지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따라서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말하는 것은 듣는 것과 짝말임을 알 수 있다. 내가 아무리 말을 잘 했어도 상대방이 충분이 이해하지 못했다면, 더 나아가서 상대방이 내 말을 이해했는지 어떤지 인지하지 못했다면 온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다.
[의사소통 다방향 교류모델]-Berko, Wolvin, Wolvin(1998)의 24쪽.
이 모델에서 메시지는 소통자에 의해 동시에 처리된다. 소통자 A는 메시지를 부호화하여 보낸다. 소통자 B는 피드백을 부호화하여 이를 해독할 A에게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에서 쌍방 모두는 독점적이지 않다. 보호화하고 해독하는 것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말하는 사람들은 청자들로부터 비음성적인 피드백을 받고, 그것을 해독함과 동시에 음성적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메시지는 동시에 전달되고 수신될 수 있기 때문에 다방향적이다. 이 모델에서는 한 사라미 발화자이고 다른 사람이 수신자라고 불리지 않는다. 쌍방 모두 부호화하고 해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III. 텍스트의 구조
<서사 텍스트의 구조>
서사를 독서지도와 독서치료에 응용하기 위해서 서사의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독서치료와 독서지도는 모두 독서를 중심으로 사람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책 자체에 마술적인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정보가 들어 있기 때문에 변화의 힘을 갖게 된다. 책 속에 담겨 있는 정보는 넓은 의미에서 모두 서사(narrative)이다. 차이는 좀더 문학적인 서사와 직설적인 서사로 분류된다. 즉 비문학적인 서사는 실제 저자가 책을 통하여 실제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보다 직접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문학적인 서사는 본문 속에 다층의 의사소통 구조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림은 문학적인 서사의 다층 구조를 보여준다. 맨 위의 층은 의사소통의 구조에서 보면 발신자에 해당되며 역사적 작가-->허구외적 작가-->공적 작가-->사적 작가-->초점화자-->인물-행위자로 수렴되고, 왼쪽 면은 본문의 층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텍스트-->허구-->스토리-->장면-->행위-->인물-행위자의 층위를 이루고 있다. 아랫방향은 위의 발신자에 대립되는 수신자로서 역사적 청중--> 허구외적 독자-->사적 피화자-->공적 피화자-->관중-->인물-행위자로 수렴된다.
이제 서사의 구성 요소들을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자. 그림에서 보듯이 서사의 구성요소는 세 가지이다. 즉 스토리(story)와 강화(discourse), 그리고 텍스트(text)가 그것이다. 전문적인 서사용어라 어렵게 보이지만 영화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영화를 만들 때 제일먼저 스토리를 개발하는 작업을 한다. 즉 영화의 내용개발이다. 하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서 점점 복잡한 이야기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좋은 이야기가 구성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다음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즉 한 편의 이야기를 영상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단한 인력과 비용과 장비들이 동원된다. 감독, 영화배우, 기타 소품과 장비를 준비하는 사람, 촬영, 편집, 음향(음악) 등등. 이들이 협력하여 영화를 만드는 행위가 곧 서사에서 강화(講話)에 해당된다. 이렇게 해서 제작된 필름이나 비디오가 서사의 세 번째 요소인 텍스트(Text)가 되는 것이다.
서사 각론을 이론에서부터 스토리(story), 디스코스(discourse), 그리고 텍스트(text)를 모두 상세하게 다루자면 한 수레의 책을 써야할 만큼 방대하고 넓은 분야이다. 예컨대 이어령 교수는 서사적 공간구조(그것도 청마 유치진의 시를 중심으로 분석한 것임)만을 가지고 400여 쪽의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플롯이나 시점과 같은 한 가지 요소들 만 가지고도 수많은 단행본들이 나오고 있다. 서사의 각론들은 또 다른 주제로 공들여 공부해야한다. 그러기에 서사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을 연구하는 것이요 우주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자동차를 속속들이 모두 알아야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듯이 서사역시 모두 알아야(알 수도 없다)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 연구자는 서사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는 그것을 활용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데 보다 더 큰 관심이 있다. 서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부분들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간다면 머지않아 서사적 사고방식을 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이와 같은 서사의 구조를 세심하게 분석하는 까닭은 책 속에 담긴 서사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여 독자나 내담자를 본문 안으로 더욱 깊이 안내하기 위함이다. 독서지도 교사나 독서치료자는 독자(내담자)가 책과 더욱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길을 모르는 사람이 길을 잘 안내할 수는 없는 이치이다.
문학작품과 비문학적인 글은 저자가 자신의 중심 생각을 전다를 하는 방식이 전혀 반대이다. 후자가 될 수 있는 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중심 생각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설명하고자 애를 쓴다면 전자는 오히려 감추려고 애를 쓴다. 즉 문학 작품의 주제는 직설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본문 안에 자신의 상상력으로 우주(시간, 공간, 인물, 시대적 배경...)를 창조하고 그 우주 안에 일어나는 사건과 등장인물, 플롯, 배경, 문체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서사체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은 곧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생각을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인 셈이다. 특히 인물, 사건, 배경은 소설의 3대 요소라고 알려 졌으며 작가가 가장 정성들여 창조하는 영역이므로 주의 깊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서사체의 구조를 분석하여 주제가 파악되면 독서치료 쪽이든 독서지도 쪽이든 자유자재로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질문은 책과 독자가 상호작용하도록 돕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전략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책은 서사체를 담는 하나의 그릇에 불과하다. 물론 매체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릇이 아니라 그릇 속에 담긴 내용물이다. 여기에 서사를 연구해야하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IV. 공간∙인물∙사건이라는 삼박자
서사적 공간분절과 등장인물들의 동선(動線)에 따른 의미, 사건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서사적 텍스트의 의미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공간 배경과 인물, 사건을 연계하여 입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공간 분절의 기본적인 관습>
일상의 삶 속에서도 공간의 분절은 개인적인 관습과 문화적 관습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분절된 공간에서의 움직임은 일정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공간의 분절과 등장 인물들의 움직임>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문학적 텍스트는 현실적 문화의 공간분절 습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부동적 공간은 등장인물들의 움직임과 직결되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서사적 텍스트는 비문학적 텍스트와 달리 등장인물이나 사건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간접적인 의사소통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맥락 속에서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말, 행동 등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서사적 텍스트에서 공간을 분절하는 표적인 유형은 다음 그림과 같다. 이러한 대표적 유형들을 익혀 두면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서사적 공간분절의 대표적인 유형들>
V. 시점
시점은 “누구의 시각으로 사건을 서술하는 가”의 문제로 화자의 시각과 일치할 수도 있고 일치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화자는 ‘이야기를 누가 말 하는가’와 관련된 문제라면 시점(視點)은 누가 보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넓은 의미에서 화자 역시 시점 설정의 한 요인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작가는 시점을 다양하게 설정함으로써 같은 이야기를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심미적 효과를 거두려고 한다. 이야기의 시점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① 사건을 보는 시각의 문제
② 화자 설정
③ 수화자 설정
⑤ 화자와 수화자의 관계 설정
⑥ 화자와 이야기의 관계 설정
⑦ 화자의 사회적 지위 설정
화자와 시점에 관한 교과서적인 분류는 실제 작품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너무 단순하여 몸을 옷에 맞추려는 것처럼 무리가 있었다. 즉 1인칭으로 기술되는지 아니면 3인칭으로 기술되는지 하는 인칭의 문제, 화자가 작품의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 그리고 화자가 등장인물보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관찰자인지 전지적 입장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러한 양 극단 사이에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있으며 화자와 등장인물들 간의 심리적 거리, 톤, 태도와 같은 요소는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김민수(2002)에 따르면 화자란 작가가 소설 속에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전략적 장치이다. 다시 말해서 화자는 소설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어떤 역할(role)이자 기능(function)이다. 또한 제라르 주 텍스트가 주장하는 화자의 다섯 가지 기능을 소개한다.
화자는 첫째,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서술적인 기능(narrative function)을 담당한다. 어떤 화자도 이 기능을 외면하면 화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둘째, 화자는 스토리의 접합, 연결, 상호 관계 등 내적 조직에 대해 무대 감독처럼 지시해 주는 '지시적적 기능'(directing function)을 한다. 셋째, 화자는 수화자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전달하는 '목적행위기능
'(conative function)을 한다. 넷째로 화자는 어떤 감정을 드러내거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적인 기능'(emotive function)을 한다. 다섯째로 화자는 어떤 행위나 사건에 대해 설명이나 해석, 논평, 정당화 등을 시도하는 등 '증명하는 기능'(testmonial function)혹은 이데올로기적 기능(ideological function)을 담당한다. 물론 이러한 기능들이 하나의 소설에서 모두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며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소설은 화자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하는 서사물이다. 다시말하여 화자는 소설이라는 가상세계와 독자가 놓인 현실 세계의 경계선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화자의 위치, 인식능력, 인격성, 신뢰성 등은 각각 다양한 가능성의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결합될 수 있기 때문에 화자의 모습은 무한히 다채로울 수 있는 것이다. 화자는 스토리 세계 안에 자리잡을 수도 있고 스토리 밖에 위치하여 목소리만 들릴 수도 있다. 화자가 스토리 세계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전지적 능력을 부여받을 수도 있고 스토리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거나 제한적으만 알고서 서술할 수도 있다. 화자가 인격적 존재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경우는 '극화된 화자'로 부르고 그 반대편에는 화자의 존재성 자체가 은폐되어 있는 '극화되지 않은 화자'가 있다. 화자가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어느 정도 신빙성 있게 설정되는가에 따라 '신빙성이 있는 화자'(reliable narrator) 일수도 있고 '신빙성이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정도만 고려하면 화자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위에서 말한 양극단 사이에 수 많은 스펙트럼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자의 문제는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화자와 혼동하기 쉬운 개념으로 시점이 있다. 시점은 스토리의 세계에 대한 인식의 문제로서 소설에서 서술하는 주체와 스토리 세계를 인식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인식에 기초한 개념이다. 즉 '누가 보는가'와 '누가 말하는가'를 구별하는 문제이다. 화자가 서술의 일차적인 주체라고 할 때, 반드시 그 화자가 스토의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주체인 것은 아니다. 화자는 직접 스토리의 세계를 인식하고 서술할 수도 있지만 특정한 인물의 위치나 시각, 그리고 관점을 활용하여 서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점은 단순히 시각적인 위치만이 아니라 관점의 의미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육체적 지각뿐만 아니라 심리적, 세계관의 차원도 포함한다. 김민수(2002)는 신경숙의 [외딴 방]이라는 소설을 예로 들면서 일인칭으로 등장하는 '나'라는 '서술적 자아'와 인물 역할을 하는 '나'를 '경험적 자아'로 설명하고 있다. 서술적 자아가 누가 말하는가에 상응한다면 경험적 자아는 누구의 시각으로 보는가의 질문에 대응한다. 시점은 '서술의 초점'이나 '초점화'라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초점화의 주체가 되는 인물을 '초점화자'라고 부른다. 시점에 관하여 정밀하게 분석한 학자는 수잔 스나이더 랜서(1998)라는 여성 서사학자이다.
시점(視点)이란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는 시각으로 결코 몇가지 단순한 틀을 가지고 다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시점의 시학' 저자인 수잔 스나이더 랜서(1998)는 인간의 인지 행위를 '인지자의 인지대상에 대한 관계'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즉 서사물에 있어서 화자의 언화행위와의 관계, 수화자(narratee)의 관계, 그리고 '말해진 내용'과의 관계라는 맥락에서 각 요소들을 탐색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상세하게 다루어 줌으로써 시점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녀는 텍스트의 의사소통 구조와 시점의 세가지 차원인 자격(status), 접촉(contact), 그리고 입장(태도)를 결합시켜 오른쪽과 같이 서사물의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왼쪽 밑으로는 줄에는 발신자 그룹을 나타내는데 역사적작가-->허구적 목소리-->공적화자-->사적화자-->초점화자-->인물 순으로 늘어서 있고 오른쪽 밑으로는 수신자 그룹으로서 역사적(현실적 청중)-->허구외적 독자-->공적 피화자-->사적 피화자-->관망자-->인물이 서로 대응된다. 발신자와 수신자는 어떤 관계가 설정되어 있는데 이를 '접촉'(contact)라 하고 발신자 그룹은 수신자 그룹에 대하여 어떤 자격(status)과 입장이나 태도(stance)를 가지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메시지는 수신자와 발신자의 층위에 따라 다르게 이름이 붙여지는데 역사적 작가가 역사적 청중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텍스트'(text)이고 허구적 목소리가 허구적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허구'(fiction), 공적화자가 공적 피화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스토리'(story), 사적 화자가 사적 피화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장면', 초점화자가 관망자(관중)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행위묘사', 등장인물이 등장인물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대화'로 명명하였다.
1. 자격(STATUS)
여기서 자격이란 소설에서의 화자가 자신의 발화에 대하여 어떤 자격이나 권위를 부여받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랜서(1998)는 우선 진술적 권위와 모방적 권위로 구별하고 다시 진술적 권위는 작가적 권위와 사회적 정체성이 어떠한지를 살핀다. 작가적 권위는 화자가 작가와 동일한 권위로 등장할 수 있고 분리되어 있을 수도 있다. 화자의 목소리는 3인칭과 1인칭의 양극이 있는데, 이 사이에 적어도 다섯가지 정도의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즉 화자가 소설 속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 목격 참여자로 등장하는 경우,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경우, 부인물로 등장, 단일 주인공, 화자 자신이 주인공인경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 것이다. 작가적 권위를 부여받은 화자는 사건의 진행에 있어서 어느 정도 아는지에 따라 전지와 제한의 양극단이 있다. 전지는 모든 사건을 다 알고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이고 제한적인 경우는 특히 화자가 소설 속의 등장인물 가운데 한 캐랙터로 설정되어 있을 경우이다. 전통적으로 화자가 3인칭 외부 시점인 경우는 소설의 모든 전말을 다 아는 것으로 설정되며 소설 속에 한 인물로 설정된 경우는 인지적 제약을 받는다. 예컨대 "공원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동화는 네 명의 다른 화자가 등장하여 자신의 관점으로 공원에서 경험한 것을 서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화자가 바뀜에 따라 같은 사건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고 기술되는지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또다른 예로 '사랑방손님과 어머니'라는 단편에서 화자는 어머니의 어린 딸로 설정되어 그녀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를 묘사함으로서 미묘한 효과를 살리고 있다. 만약 이 소설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다 아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기술된다면 영판 다른 소설이 되고 말 것이다.
작가적 권위가 부여된 화자와 관련하여 또 하나 고려할 요소는 지시물과 관련된 것이다. 즉 화자가 보고하는 것이 역사적 사실인지 혹은 완전히 창조된 것인지 양극단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화자의 보고가 역사적 사실, 혹은 현실적으로 경험한 경험담에서, 형식적 리얼리즘, 환상, 패러디의 기생적인 형식, 맨 반대쪽에는 창조(패러디)가 위치한다.
화자는 모방적 권위가 부여되어 있는데 이는 다시 정직성과 신뢰성, 그리고 서술적 능력의 정도에 따라 평가될 수 있다.
2. 접촉(CONTACT)
접촉은 화자가 그의 청중과 맺고 있는 관계의 양태를 말한다. 같은 메시지라도 누가, 누구에게, 어떤 관계에서 말했는가 하는 것이 의미를 결정한다. 같은 발화자와 수화자라 할지라도 관계의 질에 따라 의미는 또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접촉의 문제는 서사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매우 핵심적인 요소이다.
접촉과 관련하여 고려할 요소들은 관계를 맺는 방식이 직접적인지 혹은 간접적인지, 수화자에 대한 태도, 그리고 피화자의 듣는 태도 등이다. 방식은 화자와 피화자가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지 하는 것으로 집적 대화에서부터 일방적인 전달, 간접적인 전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화자가 수화자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지니고 말하는지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꼭같은 말이라도 관계의 질과 종류에 따라서 전혀 다른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문장이 금슬이 무척 좋은 남편이 아내에게 한 말인 경우와 이혼 직적의 부부사이에게 오고간 말은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다. 수화자의 정체성 문제 역시 메시지의 의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라는 말을 꼭 같은 인물이 발화 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연인에게 한 말과 자동차에게 한 말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 입장(STANCE)
입장(STANCE)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태도를 일컫는 말로 서사에서는 화자가 말해진 내용(텍스트나 스토리)에 대한 태도를 가리킨다. 화자가 말하는 태도는 진술인지 모방인지, 시-공간에 대한 태도, 심리적 거리나 친근성, 이데올로기적인 입장 등을 밝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연구가 적은 편인데 수잔 스나이더 랜서는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4. 영상 서사의 화자와 초점 문제
영상 서사에서의 화자와 초점의 문제는 문자서사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차원을 포함한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문자 서사와 달리 영화에서는 카메라의 싯점과 음향의 싯점, 그리고 화자의 시점이라는 차원이 서로 어울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에다가 영화의 다양한 카메라 기법들이 연결되면서 참으로 다양한 시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VI. 플롯
플롯은 이야기의 뼈대로서 사건과 사건을 인과관계로 엮어주는 아교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플롯은 기승전결(起承轉結)이라든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등의 패턴이 있다고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류가 독서치료 현장에서는 그다지 유용한 개념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플롯의 다양한 패턴을 익혀 두면 작품을 분석하고 내담자의 이야기 분석과 대안적 이야기 개발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와 '플롯'은 다른 것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작업 현장에서는 스토리와 플롯이란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용어들을 엄밀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야기의 시간적 경과나 진행 정도가 기초적인 것을 '스토리'라 부르고, 인물이나 사건의 인과관계가 확실히 묘사된 것을 '플롯'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오해하기 쉬운 것은 스토리와 플롯 모두 같은 형태의 문장으로 씌여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플롯이란 무엇이며 어떤 것들이 있는가? 플롯에 관한 논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에 따르면 플롯이란 인과 관계가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각 사건은 개연성 또는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 그 앞의 사건에서 기인하며, 동일한 법칙에 따라 그 다음의 사건을 낳는다. 이 인과율의 연쇄에서 최초의 사건은 원인이 없는 유일한 사건이며, 최후의 사건은 그 다음의 행동을 유발시키지 않는 유일한 사건이다. 이러한 잘 짜여진 플롯에서는 불필요한 사건이 하나도 없으며 모든 사건들이 필요한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다음은 안영순, 노시훈이 소개하는 36가지 플롯이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위한 36가지 극적 플롯 /안영순, 노시훈/ 동인>
현재 국내에서는 '문화 산업'을 가장 유망하다고 꼽고 있으나, 현황을 보면 풍부한 기술인력에 비해 자본력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기획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미래의 역량 있는 작가들이 참조할 수 있도록 스토리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그것을 이론화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시나리오와 스토리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침서로 삼을 수 있도록 문화산업분야의 소중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문학을 전공한 저자들이 프랑스의 연극 비평가인 조르주 폴티의 저서 『36가지 극적 상황 Les Trente-six situations dramatiques』의 분류를 빌어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플롯에 따라 분류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예시로 들어 그 플롯의 특징을 밝히고 있다.
[ 목차 ]
제1권
[1권]
1. 간청
2. 구출/탈출
3. 복수를 부르는 범죄
4. 혈연을 위한, 다른 혈연에 대한 복수
5. 도망/추적
6. 재앙
7. 희생자
8. 반란
9. 대담한 시도
10. 납치
11. 수수께끼
12. 획득
13. 혈연간의 증오
14. 혈연간의 경쟁
15. 살인을 부르는 간통
16. 광기
17. 치명적인 경솔함
18. 본의 아닌 사랑의 죄악
[2권]
19. 알지 목하는 가족이나 친구의 살해
20. 이상을 위한 자기 희생
21. 혈연을 위한 자기 희생
22. 사랑을 위한 모든 것의 희생
23. 가족이나 친구의 희생
24. 우월자와 열등자의 경쟁
25. 간통
26. 사랑의 죄악
27. 사랑하는 사람의 수치의 발견
28. 사랑의 장애
29. 적에 대한 사랑
30. 야망
31. 신과의 싸움
32. 빗나간 질투
33. 오판
34. 후회
35.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36.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참고문헌]
고미영(2004). 이야기 치료와 이야기의 세계. 서울: 청목
김민수(2002). 이야기: 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형식. 서울: 거름
서정남(2004). 영화서사학. 서울: 생각의 나무.
수잔 스나이더 랜서(1998), 김형민 역 . 시점의 시학. 서울: 좋은 날.
이영식(2006). 독서치료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 학지사
정한숙(2000). 현대소설 창작법. 서울: 웅동
Berko, Wolvin, Wolvin(1998). 언어커뮤니케이션(이찬규 역, 2003). 서울: 한국문화사.
제 3강 서사분석 및 발문 실습
▣ 분석대상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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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 앤 프린세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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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s et Princesses | |
프랑스 | ||
전체 관람가 | ||
70분 | ||
애니메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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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은 여섯 편의 단편이 들어 있는 데 가운데 세 번째 이야기인 마녀(La Sorciere’)를 시청한 후 서사적으로 분석하고 치료적 발문을 만들어 보자.
▣ 등장인물 관찰 ▣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관찰해 보자. 외모, 성격, 이름, 사는 곳, 습관, 특이한 행동, 사회적 신분........
① 마녀
② 젊은 이
③ 왕자들
④ 구경꾼들
⑤ 여왕
⑥ 공주
⑦ 신하
⑧ 기타 인물들
▣ 서사적 공간 분석과 의미 ▣
이야기에서 제시하는 공간의 조감도를 그려보자. 특히 공간의 분절과 의미, 인물들이 움직임의 방향과 의미 등에 주목해보기 바란다. 예컨대 마녀의 성이 의미하는 바는? 마녀의 성을 보호하는 성곽은 어떤 심리적 의미가 있는가? 젊은이가 올라가서 관찰하는 나무의 상징적 의미는? 왕궁과 마녀의 성은 어떤 대조를 이루는지 등등.
※ 여기에 서사적 공간의 윤곽과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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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문 실습 ▣
위에서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①동일시를 초진하는 발문, ② 카타르시스를 촉진하는 발문, ③ 통찰을 촉진하는 발문을 구별하여 만들어 보자. 발문의 형식은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 한 다음 각 유형에 맞는 질문을 하면 된다.
①동일시를 초진하는 발문 |
① “마녀를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직접 만나서 보는 것이 어떻게 다릅니까?” ② ③ ④ ⑤ ⑥ ⑦ ⑧ ⑨ |
② 카타르시스
촉진
발문 |
① “ 마녀가 많은 왕자들로부터 공격을 당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② ③ ④ ⑤ ⑥ ⑦ ⑧ ⑨ |
③ 통찰 촉진
발문 |
① “많은 왕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이며 왜 효과가 없었습니까?” ② ③ ④ ⑤ ⑥ ⑦ ⑧ 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