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비극과 치열한 삶의 의지를 소설화하다
작가정신의 승리라고 불릴 만큼 자신의 일생을 문학에 온전히 바쳐온 작가가 있다. 서울대학생 1천 명이 뽑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소설 1위, 판매부수 1천 5백만 부 돌파로 한국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한 작가, 바로 조정래이다. 그는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 3부작을 비롯한 여러 작품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역사와 치열한 극복 의지를 형상화해주었다.
조정래(趙廷來, 1943~현재)는 1943년 순천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1949년 순천남국민학교에 입학했다가 부모를 따라 논산으로 이사를 하여 이듬해 6.25 전쟁을 만났고, 전쟁이 끝난 뒤 부친의 형제가 살고 있던 벌교로 내려왔다가 교단에 선 부친의 이동에 따라 광주를 거쳐 서울로 옮겨갔다. 광주서중학교를 나와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문과에 진학했으며, 같은 과 동기 김초혜를 만나 1966년 대학을 졸업하고 1967년 결혼하였다.
동구여자상업고등학교 국어교사로서 근무하던 1970년 『현대문학』에 오영수의 추천으로 <누명>과 <선생님 기행(紀行)>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1972년 중경고등학교로 옮겼으나 체제 비판 작품으로 보수적인 학교장과 마찰을 빚고 박정희 정권의 10월 유신 이후 교직을 그만두었다.
1973년 《월간문학》 편집장이 되었고, 1976년 문예 월간지 《소설문예》를 인수 발간하였으며, 1977년 민예사 대표를 맡다가 1985년에는 《한국문학》의 주간으로 옮겼다. 소설집 『황토』(1974), 『대장경』(1976),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1977), 『한, 그 그늘의 자리』(1978), 『유형의 땅』(1982), 『불놀이』(1983), 『어머니의 넋』(1988) 등을 펴냈다. 그의 작품은 혼란한 시대적 질곡 속에서 억울하게 짓밟히는 민중의 고단한 삶을 주로 그렸다.
1983년 9월부터 왜곡된 민족사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보여 준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현대문학》에 연재하여 1만 6천여 매의 원고 분량으로 1989년에 마무리하여 전10권의 책으로 출간하였다. 국가보안법 위반 논쟁을 일으키며 11년이나 작가를 힘들게 했지만 1980년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설, 20세기 후반 최고의 베스트 셀러로 떠올랐다. 2005년 5월 <태백산맥>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음으로 일제의 폭압에 맞서는 우리 민족의 저항과 투쟁을 그린 대하소설 <아리랑>을 1990년 12월부터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다. 4년 8개월간의 집필 끝에 1995년 8월 광복 50주년을 맞아 완간하였다.
이어서 4·19혁명과 군사독재, 급속한 경제성장 등의 뒤안길을 다룬 소설 <한강>을 1998년 5월부터 《한겨레신문》에 연재를 시작하여 2002년 1월 완결하고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그밖에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2002)와 『황홀한 글감옥』(2009), 『조정래의 시선』(2014)을 내고, 장편소설 『허수아비춤』(2010), 2013년 『정글만리』(2013), 『풀꽃도 꽃이다』(2016), 『안중근』(2018), 『천년의 질문』(2019) 등을 펴냈다. 그의 소설이 영어와 프랑스어를 비롯하여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스웨덴어 등 세계 각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1994)도 제작 상영되었다.
그동안 받은 상으로는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성옥문화상, 동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산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동리문학상, 만해대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이 있다.
2005년 전라북도 김제에 아리랑문학관이 건립되고, 2008년 11월 전라남도 벌교에 태백산맥문학관이 세워졌으며, 2017년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에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이 문을 열어 많은 관람객을 맞고 있다.
[순천의 인물 100인] 저자 장병호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수필가, 문학평론가로 등단하여 수필집 『코스모스를 기다리며』(2008)와 『부엉이 기르기』(2021), 영화 이야기『은막의 매혹』(2021)을 비롯하여 평론집 『소외의 문학갈등의 문학』(2008)과『 척박한 시대와 문학의 힘』(2019) 등을 펴내는 한편, 향토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연자루에 올라 팔마비를 노래하다』(2013)를 펴낸 바 있다.
현재 교직을 마치고 순천에 살면서 한국문협을 비롯하여 전남문협과 순천문협, 장흥문협. 광주수필, 전남수필, 한국인문학, 순천팔마문학회의 일원으로 글을 쓰고 있다.